공공보급으로 EV 평가 힘들다
전기차 민간보급 보조금 줘야!
2013년 07월호 지면기사  / 환경부 전기차보급팀 박광칠 팀장

잠재력을 지닌 신기술
 
전기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모든 변화에는 저항이 있고 새로움에는 불신이 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전기차에 대해 많은 의혹과 불신을 갖고 있다. 전기차를 이야기할 때 조총에 비유한 적이 있다. 임진왜란 때 우리는 조총 때문에 전쟁에 패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의 조총은 분당 몇 발을 쏘지 못했다. 심지가 한참 타고 난 후에 발사됐다. 반면 조선은 물소의 뿔을 수입해 만든 각궁을 사용했는데 즉시 연사할 수 있고 사거리도 실전에서 50미터 정도인 조총의 2~3배였다. 군사수가 비슷한 왜군과 조선군이 대치하고, 왜군이 조총을 발사하고 일괄 장전에 들어간다면 어땠을까. 왜군은 많은 전투경험을 통해 여러 대열로 나누고 앞 열이 발사하고 장전하는 동안 뒷 열이 발사하는 식의 효율적 운용으로 약점을 커버했다. 결국 전쟁의 승패는 무기 성능이 아니라 병력과 전술 운용의 차이에 있었다. 조총은 현재 일분에 수십발을 발사하는 자동화기로 진화했다. 반면 활은 레저용이 됐다. 약 100년 동안 내연기관이 수많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복잡하다. 조총과 같이 전기차는 미래에 자동화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 보급의 한계  
 
지난 정부의 중요한 슬로건은 녹색성장이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 마땅히 보여줄 것이 없어 ‘전기차’가 대표적 아이콘 중 하나가 됐다. 사실 전기차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산업적, 환경적 이슈인데 정치적 이슈로 오해받았다. 때문에 지난해 전기차 보급 업무를 담당하면서 일부 야당의 지자체, 또는 전문가들의 매서운 저항에 부딪쳤다. 
독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2020년까지 100만 대의 전기차 보급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환경부의 지난해 보급 목표는 2,500대였는데, 목표 자체가 너무 크다보니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고 국회에서 큰 고통을 겪었다. 개인적으로 천연가스 버스, 하이브리드 카 보급을 담당했었는데, 지난해까지 1,000대 정도의 전기차 보급은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한다. 목표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숫자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천연가스 버스, 하이브리드 카에 비해 매우 열악한 차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보급은 대단한 성과다. 성과의 동력은 글로벌 트렌드다. 트렌드는 단순히 소비자의 니즈에만 기대지 않는다. 규제와 같은 정책 트렌드에도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공공기관을 위주로 보급했고 한계를 절감했다. 공공기관 보급은 충전의 불편, 짧은 주행거리 등 전기차의 불편을 수인할 동기가 약하다. 소비 트렌드, 유지비 절감 등의 동기가 있어야 하지만 공공기관의 사용자들은 돈에 민감하지 않고 운행빈도도 얼마 안 돼 테스트베드 역할이 잘 안 된다. 실무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높은 분을 만나면 전기차 보급에 힘써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실무에 들어가면 예산 문제로 막힌다. 지방의 6급 계장, 사무관들의 열정이 현재의 성과를 만든 것이다. 상급자들은 수시로 의회를 방문 설득해 예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기차에 적극적이지 않다. 
프랑스의 오토리브와 같은 카 셰어링은 우리나라에 잘 맞지 않는다. 오토리브는 배터리, 차도 만드는 대기업이다. 국내 업체는 20대 정도를 보유해 운영하고, 또 이것을 대기업이 한다고 해도 실제 그 운영팀은 중소기업과 다를 게 없다. 가량 BMW 그룹 내에 카 셰어링 회사가 있다고 하면 수익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수익이 나지 않는 카 셰어링으로 차를 보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물론, 사회공헌 또는 배터리 비즈니스 차원에서 카 셰어링을 지속해 체험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이것에 중점을 뒀던 것은 잘못이었다. 
전기차를 내연기관의 대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쏘나타를 팔고 전기차를 사, 시골에 가 쌀을 실어오거나 스키장을 가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전기차는 주행거리의 한계 등 여러 가지 한계로 내연기관을 1 : 1로 대체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나름의 고유한 운행거리가 있고 특정 목적으로 활용하기 충분한 차다. 어디에 전기차가 필요할까를 곰곰이 생각해야한다. 
 
 
목적에 맞는 민간보급 
 
전기차의 민간보급은 국회나 예산 당국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2010년 정부가 계획을 발표했을 때 2013년부터 세제혜택과 저탄소협력제도 등을 통해 민간부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약속은 어기면 안 된다. 저탄소협력제도가 2015년부터 실행되기로 했으니 2013, 14년에는 보조금을 줘 지원해야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환경부는 친환경 이미지 과시, 유지비 절감, 근거리 운행 등의 니즈가 높은 기업, 지자체 등 민간의 실제적 수요처를 통해 민간 시범보급을 할 예정이다.           
충전 인프라 표준은 본래 산업부 기술표준원이 결정할 권한이다. 그러나 당장 전기차를 보급할 시장의 표준은 환경부가 정할 수밖에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란 논리처럼 항상 전기차 보급은 충분한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해 안되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는 그동안 공공 인프라를 구축해 왔고 올해도 100개 정도를 더 할 것이다. 다양한 충전 방식의 전기차 모델이 론칭되면서 어떤 충전 방식을 스탠더드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하는 상황이다. 모든 메이커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올해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 충전기를 설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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