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로 만들어지는 전기차
프리미엄 장벽, 아이폰 신화, 환경 솔루션
2015년 01월호 지면기사  / 정리│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지난해 11월 산업교육연구소가 개최한 ‘2015년 전기차 산업전망과 기술ㆍ시장분석 및 연계산업의 신규사업/창업 세미나’에서 미래에셋의 이학무 위원이 ‘전기차의 성장 스토리’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유럽, 미국, 중국 각 시장에서의 전기차 드라이브 요인을 말했다.


2007년부터 전기차 산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주로 IT기기 쪽을 담당했다. 과거 20~30년 간 에너지 산업은 큰 변화가 없었다. 불과 5년 만에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거의 바뀌는 IT의 경험과 달리 석유, 에너지 전략 전문가들은 다른 시각, 느린 세상에서 산업을 봐왔다. 전기차를 분석하게 된 이유는 이런 에너지 시장에 과거와 다른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7년 처음 전기차를 보고 7~8년이 지난 현재 반성하고 있는 것은,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흘러온 에너지 산업의 특성을 너무 간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기차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결론은 에너지 산업 등의 특성에 맞춰 속도 조절을 잘 해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세 가지 지역별로 나눠 2015년의 유럽, 그 이후 바통을 넘겨받을 미국, 그리고 전 세계 최대시장 중국을 전망해야 한다.  

유럽 스토리 :
황금시장의 명분 있는 장벽


자동차시장은 매우 다종화 돼 있다. 우선 이미 잘 알려진 카 메이커들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이들의 경쟁력은 파워트레인, 드라이브트레인 기술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것이 필요 없거나 별로 중요치 않은 전기차는 기존 플레이어에게는 너무 빨리 와서는 안 되는 차다. 카 메이커가 열심히 만들어 공급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정부, 소비자가 원해도 전기차 시장은 클 수 없는 것이다.



유럽의 그랜저 급, 즉 E세그먼트 이상 시장은 다임러, BMW, 아우디-폭스바겐 그룹 등 독일 빅3가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당히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토요타도 유럽에서 파는 차 중 E세그먼트 이상은 단 5%일 뿐이다. 현대자동차가 아반떼 한 대를 팔면 50만 원, 그랜저를 팔 면 500만 원, 제네시스를 팔면 1,000만 원 남는다고 이야기하는데, 이익이 크게 나는 시장을 독일 빅3가 좌지우지 하고 있다.

자동차시장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비쌀수록 많이 남고 수요도 불변이다. 판매 비중이 20% 밖에 안 되는 E세그먼트 이상에서 수익이 50% 이상 나오고 있다. 20~30년 전엔 150 km/h, 제로백 10초 이내의 엔진을 만드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고, 1,500 cc보다 2,000 cc 이상 엔진 개발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들어갔다. 프리미엄일수록 원가도 많이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 같지 않다. 엔진, cc별 기술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즉, 큰 차가 과거보다 더 이익이 남는다. 게다가 소비자 인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차가 크고 아무리 비싸도 잘 팔린다. 



왜 유럽은 강력한 연비규제를 시행할까. 시장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환경이란 착한 잣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연비규제 클리어는 빅3나 볼륨 메이커 모두에게 힘들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은 다르다. 다른 볼륨 메이커들은 현재 쏘나타 급 이하의 차, 이익이 크지 않은 차들로 간신히 연비규제를 맞추고 있다. 이들은 E세그먼트 이상 차를 늘리려면 경쟁을 위한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 연비 초과의 위험도 극복해야 한다. 

유럽의 CO2 연비규제는 지금까지 130 g/km에 맞춰져 있다. 이를 단 번에 못 맞추기 때문에 유럽은 2012년에 카 메이커가 100만 대를 팔면 그 중 연비가 나쁜 20%를 빼도록 했다. 2014년은 5%를 제외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이면 카 메이커가 파는 모든 모델의 평균 연비를 95 g/km에 맞춰야 한다. 현재의 130 g/km도 대단히 어려운 기준이다. 예를 들어 1,500 cc급 아반떼가 130 g/km 수준인데 모두가 이런 차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95 g/km를 맞추려면 CO2 배출량을 30% 더 낮춰야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팔아야만 한다. 전기차는 CO2 배출량이 0이고 PHEV는 대략 60 g/km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2015년에 폭스바겐은 약 60~70만 대를 PHEV로 팔면 95 g/km의 기준을 맞출 수 있고, BMW는 15~16만 대를 PHEV로 팔면 기준에 부합할 수 있다. 빅3가 아닌 다른 회사들은 친환경차 라인업 없이 대형세단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를 7년 이상 분석하면서 내린 결론은 배터리 값 때문에 경제성에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BMW와 같은 프리미엄 메이커의 i3 같은 차는 가능하다. BMW 3시리즈를 타는 사람은 이 차를 살 수 있고 BMW는 i3를 팔아도 다른 메이커와 달리 손해가 안 난다. 이들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 대비 전기차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러나 다임러, BMW, 아우디-폭스바겐을 제외하고 한국, 일본, 미국 메이커는 전기차를 이렇게 팔수 없다. 때문에 빅3에게 전기차의 최초 도입기, 자기 시장 지키기를 위한 플릿 규모만으로 전기차는 의미 있는 시장이 된다. 프리미엄 메이커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기존의 황금시장을 지키고 연비규제도 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0년이 지나면 전기차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5%는 점유할 것이다. 이게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500만 대에 1,000만 원의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50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되는 셈이다. 또 i3가 한 번 충전하면 130 km를 가는데, 차가 3~4년이 되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고 차값도 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 때가 되면 배터리는 똑같이 들어가고 주행거리는 250 km가 될 것이다. 기존 차와 비교할 때 핸디캡이 없어지는 것이다.

2015년은 130 g/km 규제가 예외 없이 적용되는 첫해이며 2021년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확정될 것이다. 자동차는 IT와 달라 미리 개발하고 시장 크기를 키워 놓아야만 한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이 2020년에 10만 대의 전기차를 팔다가 갑자기 다음해 40만 대를 팔수는 없다. 때문에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계획된 대로, 순차적으로 증대될 것이다. 이것이 유럽의 스토리다.



미국의 스토리 :
자동차의 아이폰 신화


미국의 빅3는 차량 성능이나 연비에서 좋지 않고, 전기차 준비도 안 돼 있다. GM 등이 볼트 등을 개발하면서 뭔가 해보려 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GM이나 닛산과 같은 기존 카 메이커의 전기차로는 미국의 전기차 시장을 열기 어려울 것이다. 높은 배터리 가격 부담 대비 특별한 효용성이 없고, 보조금을 감안해도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것이 큰 걸림돌이다. 보조금을 제외하면 페이백 기간이 10~20년은 필요하고, 보조금을 감안해도 5~10년은 걸려 배터리 수명을 감안할 때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따라서 HEV만이 대안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전기차 스토리는 아이폰 스토리와 같을 수 있다. 바로 테슬라 이야기다. 테슬라는 차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얼마 못 간다, 좋지 않다”라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깬 것이 테슬라다. 1억 원에 가까운 테슬라 모델 S는 2억 5,000만 원의 포르쉐 파나메라 기종과 성능이 같다. 제로백이 5.2초다. 모터의 토크는 엔진보다 훨씬 좋다. 

모델 S가 주는 교훈은 3가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기차 성능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 ▶전기차는 스마트카란 것이다. 차 안에는 17인치 모니터가 있고 3G 모뎀으로 차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고 오버 더 에어 업데이트를 한다. 마지막으로 ▶충전 이슈를 깨려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80% 이상이 단독주택이어 시내 주행에는 큰 불편이 없고, 장거리 이동의 충전 문제가 관건인데, 테슬라는 2015년 말까지 250곳의 충전소를 구축해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테슬라는 250개의 태양광 충전소면 충전소 간 거리가 200~250 km가 돼 미국의 90% 이상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것이 해결되면 저가 모델을 출시하려 하고 있다. 즉 전기차는 전기 구동이라기보다는 스마트카에 가깝다. 이렇게 되면 아이폰 스토리가 성립될 수 있다.

아이폰 스토리란 기존에 전화기를 만들지 않던, 산업 기득권이 없는 애플이 오로지 소비자만 생각해 폰을 만든 이야기다. 애플은 폰을 만들면서 통신업체에 해가 되지 않을까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소비자가 편리하고 좋아할 차를 팔겠다는 생각만 한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기존 카 메이커들 입장에서 이런 차는 그들의 수익 기반을 깨기 때문에 만들어 질 수가 없다. 물론 테슬라가 자동차계의 아이폰이 될 수 있을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는 몇 년 더 지켜봐야한다.

2014년은 전체 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이 50%가 된 해다. 7년 걸렸다. 자동차의 경우 차량수명주기를 고려할 때 ×5를 해 최소 35년은 걸릴 것이다. 아이폰은 출시 이후 2~3년 사이에 폰 시장의 4~5%를 점유했다. 2010년 볼트와 리프의 출시, 2012년 모델 S의 출시를 기점으로 8~10년 후인 2020년이면 전기차는 전체 시장에서 4~5%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의 성공 정도에 따라 기존 자동차 업체의 전략 수정 여부가 전기차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HEV보다 빠른 속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이야기 :
환경문제의 솔루션


중국 도시 공해 원인의 70~80%가 자동차에 있다.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각 지자체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공해가 얼마나 심각하냐면, 2014년 3월 베이징시 순이구의 한 국제학교가 스모그가 지속되자 500만 달러를 들여 거대한 돔 운동장을 건설할 정도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전기 및 하이브리드 카 50만 대, 2020년까지 5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했고, 2017년까지 1만 개의 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2013년 전기차는 전년 대비 38% 증대된 총 1만 7,600대가 판매됐다.

그러나 2015년, 2016년 중국에서 전기차와 관련된 큰 임팩트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일이란 것이 자국의 자동차 산업에 이익이 돼야만 시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의 의미 있는 성장을 목격하려면 로컬 메이커가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런 것은 목격되지 않았고 2~3년 후에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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