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中·日 공세 속 한국 경쟁력은?
2017년 09월호 지면기사  / 글│오 민 준 기자 _ mjoh@autoelectronics.co.kr



 

향후 10년 걸쳐 리튬 배터리 생산기업은 단 10개사 밖에 남지 않을 것이며, 상위 3개사가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누구에겐 공포로 다가오겠지만, 누구에겐 굿뉴스 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중·일 3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긴장을 풀 수 없는 이유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 중이다. 이런 변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으며,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책 변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기차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전기차 생산기업만큼이나 전기차 부품기업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전기차 부품 중 원가 비중, 중요도 등을 고려할 때 배터리 시장이 가장 크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16년 36 GWh에서 2025년 778 GWh로 약 2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기업들은 최소 20년간 장기전을 벌일 전망이다.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일본과 중국, 한국 기업이 저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일본의 파나소닉이 1위, 한국의 LG화학이 2위, 중국의 BYD가 3위를 기록하는 등 10위권 내 한·중·일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을 보면, 현재 시장 규모와 각 기업의 성적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상반기 세계 전기차(EV, PHEV, HEV)에 출하된 배터리 총량은 15.9 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1위 기업인 일본 파나소닉은 4.4 GWh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성장, 점유율은 27.9%를 나타냈다. LG화학은 2.0 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 성장했으며, 점유율은 12.3%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3위와 4위를 기록한 중국 BYD와 CATL은 각각 1.4 GWh, 1.2 GWh로 출하량이 13%가량 감소했으며, 점유율도 각각 9.2%, 7.8%로 하락했다. 삼성SDI는 출하량이 1 GWh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점유율도 6.4%로 높아져 성장 폭이 두드러졌다.


파나소닉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함에 따라 안정적으로 배터리 출하량을 높였고, LG화학과 삼성SDI는 수주 계약을 체결한 BMW, 폭스바겐(VW), 르노, 쉐보레 등 글로벌 OEM의 전기차 판매가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배터리 출하량이 급증했다.

배터리 출하량이 소폭 감소한 중국 BYD와 CATL은 올해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전기차 보조금 지원 리스트의 발표 지연 등의 여파로 출하량이 줄었으나, 하반기부터 내수 시장 호조에 힘입어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소닉을 중심으로 한 일본 배터리 산업


일본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업계 1위 기업인 파나소닉을 주목해야 한다. 닛산과 NEC가 합작 투자한 AECS도 업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최근 중국 GSR에 매각돼 일본 배터리 산업은 파나소닉이 중심이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함께 미국 네바다 주에 50억 달러(6조 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 시설인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고 있다. 이미 일부 라인은 2017년 1월 완공되어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은 이 기가팩토리를 통해 2018년까지 전기차 50만 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연간 35 GWh 용량 배터리를 생산하고, 2020년까지 50 GWh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파나소닉은 증설에 따른 대량생산을 통해 현재 배터리 생산 비용을 3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배터리는 이미 5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에 사용 중이며 수주가 끝난 18종을 포함하면 68개 모델에 탑재된다. 여기에 추가로 20개 모델에 채용을 추진 중이기에 최대 88개 모델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파나소닉이 이렇게 다양한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은 업계 1위로서 가진 큰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적 성장 거듭하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중국은 2020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 500만 대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관련 산업 육성을 장려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SNE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능력은 20대 기업을 기준으로 80 GWh, 50대 기업은 100 GWh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기준의 10위권 내 기업들은 증설 수준을 크게 높이고 있고, 신규 기업의 진입도 활발한 편이기에 시장 성장세가 무섭게 진행 중이다.


BYD는 지난 3년간 매년 6 GWh 용량을 증설해 현재 14 GWh의 생산이 가능하며, 오는 2018년엔 22 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2020년에는 34 GWh까지 증설한다는 계획이지만, BYD 전지 사업부가 분사를 진행하고 있어 증설로 인한 생산 능력 향상은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CATL은 2020년까지 증설 목표가 50 GWh다. 현재 푸젠성 닝더와 칭하이성에 8 GWh를 가동하고 있으며 리양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리양 공장이 완공되는 올 하반기에는 17 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의 기업가치는 현재 800억 위안(한화 약 13조 6,376억 원)에 이르며 2018년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옵티멈나노(Optimum)는 지난 2014년 전기버스 폭발사고의 영향으로 성장이 더뎠으나, 그간 실적을 회복하며 증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증설로 12 GWh 생산 기반을 구축했으며 2020년 36 GWh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해양석유(CNOOC)에서 CETC로 최대 주주가 바뀐 리션(Lishen)은 매년 2배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2020년엔 22 GWh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외에도 궈쉬안(Guoxuan), 궈능(Guoneng) 등 많은 기업이 증설을 진행하고 있어 2020년 전기차용 리튬 전지 20대 기업 생산 능력은 300 GWh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렇게 생산시설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인 중국이지만, 이는 대부분 내수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북미나 유럽 시장에 수출하기에는 아직 기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압도적인 생산 능력만큼 기술 수준도 향상된다면, 한국과 일본 전기차 배터리 기업에 큰 위협이 되겠으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만만치 않은 상황 속 선전하는 한국 기업, 중국·일본과 정면 승부


한국의 전기차 산업은 내외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우선 국내 전기차 산업의 내수는 더딘 성장 중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출 시장 중 북미와 유럽에서는 선전하고 있지만 거리상 가까운 거대 시장 중국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업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마음껏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첫걸음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으로, LG화학은 생산시설 증설을 꾸준히 진행해 2015년 4.9 GWh 수준이었던 생산량을 현재 12 GWh로 늘렸다. 삼성SDI도 4.8 GWh에서 8 GWh 수준으로 늘렸다. SK이노베이션의 1 GWh를 포함하면, 한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은 현재 총 21 GWh 수준이다. 

 
LG화학은 2020년까지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3~4배로 더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SDI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만 앞으로 5년간 총 2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1 GWh 수준인 생산 능력을 내년까지 3.9 GWh 수준으로 늘리고, 2020년에는 10 GWh로 늘린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위한 배터리 기술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 성분에 따라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LFP(리튬·인산·철)로 구분된다. 각 나라마다 주로 생산하는 유형도 다르다. 국내 기업들은 NCM에 대한 기술 수준이 높다는 강점이 있고, NCA는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채택하고 있다. LFP는 주로 중국 기업들이 생산한다.


NCA는 NCM만큼이나 에너지밀도와 출력률이 높지만 알루미늄의 폭발성과 성능개선 여지가 낮아 NCM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FP는 중국에서 대량생산하기에 비중은 높은 편이지만 에너지밀도와 무게, 원가절감 면에서 모두 한계가 있어서 비중이 줄고 있다.


국내 기업이 경쟁력 있는 NCM은 에너지밀도는 물론 출력률, 안정성 면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아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도 NCM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을 견제하는 이유가 NCM 관련 기술력 확보를 위한 시간 끌기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NCM은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이 6:2:2인 NCM622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가격이 상승 중인 코발트 비중을 줄이고 니켈이 더 많이 들어가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는 NCM811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NCM811은 폭발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풀어야 할 숙제다. 기존 NCM 기술을 보유한 LG화학 등 국내 기업은 NCM811의 기술 개발 수준을 더 높이고 있는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주력인 NCM 리튬 배터리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많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중 전고체 배터리에 주목해야 한다. 액체 전해질 사용으로 외부 충격 등으로 누액이 발생해 발화 위험성이 컸던 현재 방식보다 고체 전해질 사용은 용량과 안정성이 모두 우수하다. 전해질 유출, 폭발, 발화 위험성이 낮고 고온이나 고전압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다. 용량도 최대 5배까지 늘릴 수 있다.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기업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수년 간 진행 중이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며,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인만큼 국내 기업들은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어 알려진 바가 적다.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은 중국, 미국, 유럽 등 대륙별로 생산공장을 구축함으로써 물리적 거리, 원료 수급, 원가절감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공장과 미국, 중국, 폴란드까지 4개국 생산체제를 갖췄고, 삼성SDI도 한국, 중국, 헝가리 3개국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아직 상대적으로 생산 규모가 적은 SK이노베이션만 국내 서산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조만간 유럽 지역에 추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런 생산 전략은 전기차 제조사가 원하는 시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 가격 결정은 대부분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기업에 있다. 앞으로도 전기차 기업의 협상 우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품질 개발을 통한 고품질 제품으로 배터리 기업 스스로 가격 협상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다양한 전기차 기업과 협상을 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대량생산이 어려운 한국 기업들은 배터리 품질의 고도화만이 험난한 세계 시장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다. 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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