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 LiDAR 시대 왔다, 우리의 방향이 맞았다
ETRI, 10여 년 전부터 비회전식 고분해능 라이다 기술 연구
2018년 01월호 지면기사  / 글│신 윤 오 기자 _ yoshin@autoelectronics.co.kr



민 박사는 ‘바람’이 느껴진다 했다. 연구자의 직감이자 육감이 작동한 탓이리라. 그가 느낀 바람은 2017년 초에 불기 시작해서 올 1월 CES(세계가전박람회)를 기점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기술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도 그 바람을 느끼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무선융합플랫폼연구실의 민봉기 박사가 말하는 바람은, 바로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LiDAR)를 말한다. 그것도 일반적인 라이다가 아닌 고해상도 라이다를 일컫는다. 흔히 부르는 분해능 4채널, 6채널이 아닌 고분해능의 라이다가 있어야 자율차는 진짜 ‘눈’을 갖게 된다. 물론 라이다만 있다고 해서 자율차가 완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레이더나 비전과 함께 장착되어야 자율차가 말그대로 자율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그 중 저가형 고해상도 라이다 기술은 자율차 성공의 돌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핵심기술을 ETRI는 이미 약 10여년 전부터 연구개발에 몰두해 왔고, 민 박사는 그 결과물이 이제 빛을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런 확신의 배경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라이다가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ETRI 대전 본원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봤다.

Q. 본론에 들어가서, ETRI가 독자 개발한 라이다 얘기를 듣고 싶다. 스캐닝 방식의 라이다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벨로다인사의 회전형 라이다하고는 어떻게 다른가.
A.
라이다는 회전형인지 아닌지에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벨로다인의 라이다가 회전형이다. 회전형은 산업적 완성도가 끝까지 왔다. 기술보다는 양산성 내지 생산 노하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도 회전형 기술이 있지만, 그것은 경쟁력에선 불리하다. 가장 큰 이유는 수직 해상도에 있다. 회전형 라이다의 수직 해상도는 송광부와 수광부 쌍에 따라 수직 해상도가 결정된다. 국내에는 대부분 4채널, 8채널 제품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수직해상도로 충분하냐이다. 과연 자율주행에 어느 정도의 수직 해상도가 필요하냐이다.

지난 10월에 애플 타이타닉 프로젝트 차가 장시간 찍힌 일이 있었는데, 그 차에 16채널 라이다 12개가 사용되었다. 라이다 없이도 운행하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부각됨에도 불구하고 애플이라는 거대 기업이 그렇게 많은 라이다를 달고 시험 주행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Q. 라이다의 핵심중의 핵심은 해상도라는 얘기인가.
A.
CES 2018에 나올 주제가 고해상도 라이다이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적어도 회전형이 아닌 높은 해상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전 세계의 기업들이 경쟁할 것이다. 회전형의 경우, 그런(해상도) 측면에서 불리한 것이다. 회전하지 않고 빔을 스티어링하는 방식의 라이다가 현재 추세이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해상도이다. ETRI는 10여 년 전에 회전형이 아닌 스캐닝 방식의 스터드(STUD) 라이다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그 때 하는 말들이 그냥 똑똑한 회전형 라이더 하나 개발하면 될텐데, 왜 비싸기도 하고 단점이 많은 것(비회전형)을 개발하냐고 했지만, 우리는 언젠가는 고분해능 3차원 영상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한가지 예로, CES 2017에 참가했을 때 웨이모(Waymo,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 차량 전담부서)의 라이다 총 책임자를 만나 우리 기술을 소개했는데, 그 때 (고분해능 라이다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경쟁력 중의 하나는, 국내 유일한 최고 수준의 TRL(기술성숙도) 레벨을 가진 라이다 프로토타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이다의 핵심은 해상도, 회전식으로는 한계 왔다

Q. 회전형 라이다(시대)는 갔다는 말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
A.
그것은 연구 레벨, 하이테크 레벨 부분은 끝났다는 의미이다. 숏레인지 장애물 탐지용으로 산업체에서는 많이 쓸 것이다. 애플이 바라보는 시장이나 테슬라가 바라보는 시장에서는 고분해능 라이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고분해능은 일반 비전 카메라보다는 훨씬 저 해상도이지만, 라이다에서는 고 해상도라고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회전형 라이다도 해상도가 높으면 되는 게 아닌가.
A.
좋은 질문이다. 사실 (현재 많이 쓰이는) 16채널이 아니라 128 채널을 만들면 된다. 문제는 회전형 라이다를 보면 알겠지만 16채널, 32채널, 64채널로 갈수록 크기가 커진다. 그것은 해상도가 높으면 모듈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듈을 작게 만들면 성능이 떨어진다. 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쉽지가 않다. 회전형의 기술적 핵심 이슈는 얼마나 작게 만드냐에 달려 있다. 반면에, 스캐닝 라이다의 핵심은 어떤 방식으로 이것을 구현하느냐이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것이 고분해능 라이다 기술이다.

Q. 스캐닝 라이다가 고분해능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스터드(STUD)는 ‘Static Unitary Detector’의 줄임말이다. 201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특허를 내고 있다. 사실, 처음 연구하고 특허를 냈을 때는 그 기술의 의미를 잘 몰랐다. 지나고 보니까 점점 중요해지고 지금은 아주 중요한 기술이 됐다. 그 성과가 2018년부터 나올 것이다. 본격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도 2018년부터라고 본다. 대부분의 라이다가 기존 특허를 침해하면서 만든 회전형이라면, 우리는 고유 IP를 기반으로 한 미래 지향적인 고분해능 라이다이다. 이제 고분해능 라이다를 찾는 세상이 됐다.

Q. 고분해능 라이다 기술을 가진 곳이 ETRI 뿐만이 아닐텐데.
A.
회전하지 않는 고분해능 라이다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영역을 하나 가지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선점 효과이다.

Q. 설명하기 쉽지 않겠지만, STUD 라이다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를 알고 싶다.
A.
회전형 라이다 방식을 보자. 레이저 다이오드, 즉 LD 하나가 빛을 쏘고 피사체에 반사해 돌아오는 빛을 PD(포토 다이오드)가 받은 것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LD와 PD가 여러 개가 있다. 이렇게 주고받는 것이 기본적인 한 쌍인데, 빛을 쏘고 반사된 것을 다시 받는 구조이다. 문제는 (회전해서) 물체 위치가 바뀌면 쏘는 빛이 그대로 안 들어오는데 있다. 렌즈 입장에서는 각도가 바뀌는 것이라서 신호의 크기가 줄어든다.

아무리 기술 노하우를 가진 업체라도 가까울 때의 각도와 멀 때의 각도를 맞추긴 어렵다. 이렇게 다른데 들어오는 빛을 어떻게 PD로 모을 것이냐가 문제이다. 여기서, 렌즈를 잘 설계해서 빛이 잘 들어오게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렌즈를 살짝 왜곡시켜서 될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다시 말해서 렌즈를 하나 맞춘다고 해도 그 다음의 PD도 (빛을)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런 모든 세트를 최적화해서 맞추는 조건이 어려운 것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쌍을 많이 만드는 게 고분해능의 문제점이고, 다른 하나는 수율(캘리브레이션)의 문제도 있다.



Q. 그렇다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A.
광원 하나를 빔 경로로 바꿔주는 장치, 이것을 광스캐너라고 하는데 이 스캐너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것을 이용해 다양한 위치로 빛을 보내고 하나의 렌즈를 통해 받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렌즈로 받는 것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근데 문제는 PD 면적이 정해져 있다면 이 면적으로 볼 수 있는 각도(FOV, Field Of View)가 좁다. 왜냐면 숏 펄스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PD가 매우 작아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각도는 고작 1~2도, 잘 만들어야 5도 밖에 안 된다.

그래서 각자 자기 방식 나름대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ETRI의 STUD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디텍터(Detector)를 하나로 할 것이 아니라, 크게 만들고 그 하나하나의 사이즈를 분할하자고 생각했다. 이러한 것을 IC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프로세싱 체인은 하나인데 빛이 어디 떨어지더라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 신호를 처리하는 프로세싱 블록은 PD 마다 모두 달려야 하고 이것을 줄이다보니까 성능이 떨어진다. ETRI의 고성능 프로세싱 체인은 하나로 처리하기에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원천기술이라고 하면, 이 수신기 구조이지만 송신과 연결해서 낸 특허도 많다. 이런 송수신기 구조를 가진 것을 모두 STUD라고 부른다.

Q. 고분해능 기술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상용화 수준인 것 같다. 가격도 그렇고.
A.
(상용화는) 거의 다 됐다. 사실 프러덕트 레벨까지 와 있고, 공개를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전 모델로 해외 전시회에도 나간 적 있다. 2018년에 고분해능 라이다가 뜨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이다. 해외를 보면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서 굉장한 하이테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들이 있다. 오래전부터 한다고는 하는데 (알아보면) 성능에 문제가 있다. 라이다가 워낙 관심이 높다보니까,

여러 가지 정보가 뒤섞여 (라이다 기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헷갈릴 정도다. 어느 기술이 맞는지는 분간하지 못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연구해서 그런 부분은 모두 파악하고 있다. 요즘 (회전형) 라이다는 1천 만 원 정도이고 자동차에 다는 것은 1백 만 원까지 간다. 우리 제품도 방법을 찾으면 100만원 아래로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가격이 내려갈 수 있는지는 기업의 전문가들이 더 잘 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Q. STUD의 최신 프로토타입을 CES 2018에 전시한다고 했는데, 이전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
A.
(새로운 제품) 해상도를 채널 방식으로 치면 240채널 수준이다. 2017년 초까지는 세계 최고의 해상도였는데 2017년에 우리와 비슷한 방식의 기술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안다.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200채널 이상(수직 해상도가 200픽셀 이상)의 제품을 개발했다는 곳이 많다.

도달 거리는 200미터 이상인데, 우리 방식의 기술은 1Km까지 측정 가능하기 때문에 거리는 문제되지 않는다. 기존의 프로토타입 이름이 세미눈(SemiNoon)이다. 이것은 광원과 센서가 분리되어 있는 타입인데 장착할 수준으로 만들어서 1세대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광원을 다 집적화해서 작게 만들었다.

Q. 최근 정부 과제로 4채널, 8채널 라이다 개발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아는데.
A.
현재 4, 8채널 회전형으로 하고 있는 기술은 대한민국이 잘해 봤자 해외 기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수 백 억씩 투자하는 해외 기업을 따라갈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분명해진다. 우리의 (고 해상도) 방식이 맞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운도 좋고 재밌게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Q. ETRI의 STUD 방식은 어느 정도의 기술적 완성도에 이르렀나.
A.
연구소 수준에서는 갈 수 있는 끝까지 갔다. 그렇다고 더 이상 할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많이 생겨난 해외 경쟁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핵심 칩셋의 집적화라든가, 멀티섹션화 등의 추가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추가 개발을 위해서는 파트너 업체가 있어도 되고, 혹은 과제라도 있어야 한다. 이 기술도 한 5년 지나면 회전형처럼 포화상태가 될 것이다. 그 전에 업체와 잘 협력해서 5년 뒤에는 이 시장을 뺏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국내 업체와의 협력은 잘 되고 있는가.
A.
현재 (업체와) 같이 하는 것은 없다. 국내 관련업체와 기관에서 아주 다양한 분들이 연락을 해 와서 모두 만나보기도 했다. 기업과 협력한다면 집적화 부분을 함께해야할 것 같다. 연구소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해서 바이오, 우주,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해 나갈 것이다. 라이다가 아주 뜨거운 분야이기 때문에 연구로만 남기에 아쉬움이 있다. 적절한 전략적 파트너가 있으면 지금 협력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양한 파트너하고도 협력할 수 있도록 오픈마인드로 임하고 있다. 연구원 입장에서는 (업체에) 잘 협조해서, 꺼져가는 대한민국 성장 엔진을 되살리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맺었으면 한다. (가장 관심을 가져야할) 자동차는 폐쇄적인 부분이 있는데, 드론이나 로봇 분야는 상당히 적극적이다. 신뢰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Q. 라이다가 여러 분야에 사용될 수 있지만 그 중에 자율차가 핵심이다. 하지만 안개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는데.
A.
라이다는 자동차에 반드시 쓰일 것이다. 라이다 기술은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다. 돌이켜보면 비전카메라도 단순한 영상 저장만 필요로 했지만 점점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되었다.

그런 수요를 생각하면 라이다는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스펙트럼이 넓다. 하나의 솔루션이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는 없고 개별적으로 최적화된 기술로 발전할 것이다. 스터드 기술도 그 중의 하나로,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다. 사실 안개는 절대적으로 레이더가 유리하다. 그렇게 되면 레이더의 장단점을 말해야 하는데, 장점은 투과도가 높고 단점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다. 반면에 라이다는 투과도가 낮지만 장점은 형태는 알아본다.

그럼, 낮은 투과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실리콘을 이용하는 905 나노미터 파장은 파워를 높이기 힘들고, 우리 방식의 1550 나노미터의 파장은 파워를 높일 수 있다. 어떤 비용, 기능, 파워, 전력소모에 따라 답이 모두 다를텐데, ETRI는 그것을 아우르는 스터드 라이다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애플리케이션별로 대응할 수 있다.

Q. 올해가 타이밍이 좋다고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액션이 빨리 나와야 빛을 보지 않겠나.
A.
일부러 빛을 보려고 하다보면 망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조급해지는 게 사실이다. (특허 침해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우리 기술과 같은 라이다가 2018년에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연구소 입장에서 어떻게 경쟁하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상당히 오래전에 시작했고 특허가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긍정적인 것은 계속(협력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라이다가 약간 가라 앉은 면도 있지만 2018년에는 난리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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