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 장착 고려하는 ‘클린 디젤’
중형차 CO2 감축 위한 HEV 변신
2008년 12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han@autoelectronics.co.kr>

가솔린보다 한수위

낡고 오래된 디젤 세단이 도로를 달린다. 커렁커렁한 이 차의 엔진 소리는 멀리서도 구별이 가능하며 언덕이라도 만나면 검은 매연을 뿜어내며 디젤차임을 확인시켜준다. 시끄럽고 승차감도 떨어지는 것이 ‘디젤차’에 대한 일반적 선입견이다.
미국, 일본에서의 디젤차 입지는 매우 낮지만 클린 디젤 엔진 기술이 발전한 유럽에선 예외다. 2005년 기준 유럽에서 운행되는 승용차의 70.9%가 가솔린 차량, 28.8%가 디젤이었던 것이 2006년에 처음 디젤차 판매가 가솔린을 상회하며 점유율 50.8% 기록했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클린 디젤 엔진은 가솔린에 비해 탁월한 엔진이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등이 생산하는 최근의 디젤 엔진들은 소음과 공해라는 디젤의 ‘스테레오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에 비해 더 나은 가스 마일리지를 기록하는 효율적인 엔진이며 이산화탄소(CO2), 질소산화물(NOx) 배출도 크게 줄어들었다. 디젤 엔진 소형차 경우엔 하이브리드 기술 없이도 CO2 배출량 120 g/km 이하를 만족한다.
디젤차의 최대 강점은 파워, 토크, 연비 측면에서 탁월한 경제성이다. 일반적으로 디젤 엔진의 연비 수준은 가솔린 대비 20~30% 좋다. 가솔린 엔진은 가속 페달을 밟아 스로틀 밸브를 많이 열어 공기 유입량을 늘이면 회전수가 증가하지만, 디젤 엔진은 연료 분사량으로 회전수를 조절해 스로틀 밸브가 없다. 높은 압축비 덕에 큰 토크를 얻을 수 있고 연비가 좋다. CO2 배출 역시 가솔린 엔진 대비 적다. 문제되던 NOx, 입자상물질(PM) 등 유해물질 배출은 저감기술로 크게 낮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BMW 120d 쿠페의 경우엔 리터 당 23.4 km(55 mpg)라는 믿기 힘든 효율을 자랑한다. BMW 5시리즈의 디젤차 모델인 535d는 2,993 cc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대 출력 286마력, 최대 토크 59.2 kg/m를 마크한다. 2,000 cc급 가솔린차의 엔진 출력 160마력과 크게 비교된다. 특히 520d는 중형 세단 중 유일하게 CO2 배출량이 140 g/km 이하로 유로5 기준을 만족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뉴 S320 CDI는 V6 CDI 엔진을 장착해 가솔린 차량 대비 17% 이상 높은 연비로 리터 당 10 km 이상을 주행한다. 최고 출력 235마력, 최대 토크 55 kg/m, CO2 배출은 199 g/km다.


좁혀오는 CO2 포위망

친환경 정책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완성차 업체들의 신 모델 테스트베드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한때 디젤 엔진이 대기 환경을 크게 저해한다는 이유로 판매를 금지했었다. 캘리포니아 주 이외에도 메인, 메사추세츠, 뉴욕, 버몬트 등도 디젤차 판매를 금했다. 그러나 2008년형 폭스바겐 제타 클린 디젤 TDI(Jetta Clean Diesel TDI)와 같은 차들이 촉매환원 장치(catalytic reduction system)를 통해 공해 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판매가 합법화되고 있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클린 디젤 기술을 이용해 가솔린 엔진보다 더 깨끗한 가스를 배출하는 디젤차를 생산하면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프리어스로 대표되는 가솔린 HEV가 캘리포니아의 강력한 CO2 규제와 HEV 세제 혜택에 힘입어 ‘친환경 이미지’의 대명사가 됐다. 반면 유럽에서는 디젤 엔진이 탁월한 경제성과 유럽의 연비 기준, 세금 우대 정책 등에 힘입어 점유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이제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클린 디젤만으로 친환경 시대에 대응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유럽 메이커들, 특히 중형차를 주로 생산해 온 벤츠, BMW 등은 2008년 불어닥친 미국, 일본 등의 HEV ‘태풍’, EU위원회가 추진하는 CO2 배출량 130 g/km 규제(2007년 2월 EU위원회는 신차의 CO2 배출을 2012년 120 g/km로 억제하는 기본 방침을 발표, 10 g/km은 타이어나 에어컨 개량으로 삭감), 고유가와 소형차 강세 등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클린 디젤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2008년 9월 결국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오는 2012년부터 신차의 CO2 배출 130 g/km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의 158 g/km보다 24% 강화된 것으로 기준을 어길 경우 메이커에 초과 배출 CO2 g 당 95유로의 벌금을 물릴 계획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EU위원회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며, 대형 자동차 업체를 보유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규제 실행 늦추기에 나섰다. EU 27개 회원국 협상팀은 2008년 12월 1일 현재 2012년까지 생산모델의 65% 이상을 배출량 130 g/km 이내로 줄이고, 단계적으로 비율을 늘려 2015년부터 100% 130 g/km 규제에 대응키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2015년 이후로 규제 시행을 연기시킨다 해도 이는 만족할 만한 CO2 감축 달성을 위한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 결국 중대형차의 CO2 배출량을 현재 수준보다 대폭 삭감해야하는 실정이다.
업계는 신형 승용차 개발에 5~7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2015년에나 제시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표 1, 2). 2012년 판매차의 60%가 현재 생산 중인 차며, 30%는 개발 진행되고 있다. ACEA는 CO2 배출량 삭감은 복잡한 요인이 관계돼 최대 대당 3,000유로의 코스트가 추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그 동안 2008년 CO2 배출량 목표를 140 g/km로 한다는 자주 목표를 상정하고 1995년~2004년 사이 승용차 CO2 배출량을 평균 13% 삭감했다. 그러나 이 기간 배출가스 정화, 안전성 대책, 소비자 지향 대응으로 차 중량이 증가했고, 연비는 오비려 9% 악화됐다. 유럽 판매 승용차의 평균 차 중량은 95년 1,101 kg에서 2005년 1,281 kg으로 무거워졌다. 또 보행자 보호 등의 목적으로 전장이 20 cm 길어졌다.
최근에는 자동차 관련 세제 체제가 CO2 기반이 되며, 더욱 CO2 저감 압박을 메이커들에게 가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아일랜드는 물론 추가적으로 네덜란드, 덴마크, 포르투갈 등 14개 EU 국가들이 CO2 기반 세제 도입에 동참할 계획이다. 방식은 CO2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신차 출시 때 CO2 배출량이 명시된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CO2 배출이 가장 낮은 차부터 A에서 G그룹으로 나누고 세제나 혼잡통행료에서 혜택을 주고 있다. A그룹에는 CO2 배출량 100 g/km 미만의 전기차와 HEV 프리어스 등 대체연료차가 속해 있다.
프랑스는 CO2 배출량에 따른 보조금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소비자가 CO2 배출 130 g/km 이하의 차를 구매할 때 200~5,000유로(후자는 EV 경우)까지 지원하고 있다. 반면 CO2 배출량이 160 g/km 이상일 경우엔 200유로, 250 g/km가 넘으면 최대 2,600유로를 더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보조금 정책은 소형차와 시티카 판매를 15% 증대시키며, 프랑스 신차 시장에서 소형차 비율을 49.6%까지 끌어올렸다. 차량 판매 톱10 내에는 CO2 배출량이 120 g/km 이하인 차종이 7종이나 포함돼 있다.


하이브리드로 가는 길

CO2 기반 세제 체계에서는, 예를 들어 BMW 디젤 520d에 대해 “토요타 프리어스보다 연비효율이 높다”는 식의 친환경 비교 대응 효력이 크게 감퇴된다. CO2 배출 면에서 136 g/km의 디젤 520d는 프리어스의 104 g/km, 혼다 시빅 HEV 116 g/km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HEV의 점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2007년 세계 HEV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13.6% 증가한 41만 4,396대에 달했으며, 이 중 미국 내 판매가 약 29만 대로 70%를 차지했다. 2008년엔 약 40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다. J.D.Power에 따르면, 세계 HEV 수요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33% 증가해 2015년에 400만 대를 넘어서 세계시장 점유율 7%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개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디젤 HEV는 가솔린 엔진 대비 연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첨단 디젤 엔진에 모터를 결합함으로써 가솔린 HEV보다 더욱 뛰어난 연비, 환경 성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IT대학의 에너지환경연구소는 2020년에 디젤 HEV가 수소연료전지차보다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상용화되더라도 대규모 투자가 요구돼 대량 판매가 어려울 것이란 배경에서다. 또한 2010년에 디젤 HEV가 상용화될 경우 디젤 HEV의 연비가 비교 대상 자동차 중 가장 우수할 것으로 평가했다(표 3).
디젤 HEV는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에는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하이브리드 버스 시스템은 2007년 4월에 처음 선보였다. 직렬(series)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디젤 엔진은 제네레이터로 드라이브 모터에 보낼 전력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커넥티드 버스(The Connected Bus)도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 주에서 디젤 HEV 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워싱톤 주 시애틀의 킹 카운티 메트로(King County Metro Transit)의 버스는 병렬(parallel)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낮은 속도에서는 모터를 사용하고, 고속에서는 디젤 파워로 구동한다. 킹 카운티의 버스 연비는 1.7 km/ℓ(4 mpg)로 종전의 내연 디젤 버스의 1.1 km/ℓ(2.6 mpg)에 비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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