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혁신이란 거야, 아니란 거야
신기자의 ′스키드 마크′
2020년 01월호 지면기사  / 글│신윤오 기자 _ yoshin@autoelectronics.co.kr

12월 18일, 어느 한 컨퍼런스에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연사로 등장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에 출석하기도 했던 이 대표여서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브레이크 ‘제로’

거침없이 달릴 것 같았던 11인승 밴이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그 바람에 운전자(드라이버)와 탑승자(승객)는 물론 차주 (VCNC)까지 모두 충격을 받았습니다. 렌터 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TADA) 앞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니 그 무언가가 차량 앞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따로 있었을까요.

소위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 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 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은 12월 6일. 당초 연말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에 밀려 현재(1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개정안은 대여자동차의 경우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해, 법이 통과될 경우 ‘타다’는 사실 상 시한부 퇴출 운명에 처해질 전망입니다.


스피드 ‘제로’

법안 통과를 앞둔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던 12월 18일, 어느 한 컨퍼런스에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연사로 등장했습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에 출석하기도 했던 이 대표는 그 며칠 전까지 SNS를 통해, 타다 금지법이 시대착오적 규제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법’에 불과 하다고 담긴 강경 발언을 이어가던 터여서 이날 공개적인 자리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1865년)에 증기기관 자동차로 피해를 입게 된 마부와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붉은 깃발법 (적기조례)에 따르면, 자동차는 최고 시속 3 km(도심)를 넘을 수 없습니다.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자동차를 선도한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게 됐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먼저 시작한 영국이 미국과 독일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입니다. 거의 ‘스피드 제로’에 가까운 속도를 제어하는 붉은 깃발이 나쁜 규제의 선례로 남았습니다.

이날 이 대표는 ‘모빌리티 4차 산업혁 명의 핵심’이라는 주제로 담담하게(?) 발표를 이어갔지만 핵심은, 모빌리티의 혁신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그는 특히, 습관과 문화 를 바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혁신 기업이라며, 법과 제도는 습관과 문화에 후행할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돌려 말했지만, 혁신 기업인 ‘타다’가 후진적인 법과 제도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말이죠. 혁신은 이용자가 판단한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는 말을 에둘러 한 셈입니다.


포지션 ‘제로’

타다 금지법은 연초 국회가 민생법안 을 통과시킨다면 유예기간을 거쳐 1년 6개월 뒤에 시행될 예정이고 이렇게 되면 또 ‘규제 와 혁신’의 반복된 싸움의 상징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반대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타다로 촉발된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의 향방도 불투명하게 되어 제도권 안에서 문제를 풀어보려는 정부의 스텝도 시작부터 꼬이게 될 것입니다.

‘타다만 혁신 기업이 아니’ 라며, ‘택시와 상생할 대안을 가져오라’는 국토부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또한 혁신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공유 경제 사업에 따른 비용의 비효율성과 환경문제, 고용문제 등에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해야할 것입니다. 어떻게 됐든 간에 타다 논쟁은 다시 원점(포지션 제로)으로 되돌아와 ‘혁신의 정의’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타다 문제가 대두되었던 지난 12월에 미국에서는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 전시장에 설치된 1억4천만 원 상당의 전시품을 누군가 ‘꿀꺽’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한 미술가가 청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고작) 바나나 한 개였고, 어느 수집가 가 그걸 1억이 넘는 거금으로 사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티스트로 자처한 남자가 나타나 전시된 바나나를 먹어 치웠고 ‘자신도 예술을 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나중에 전시회 측이 새로운 바나나를 다시 갖다 놓았다니 결과적으로 전시한 이 도 예술을 한 것이고, 바나나를 먹은 사람도 예술을 한 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심정은 대부분 비슷할 것입니다. “그게 예술이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어쩌면 작금의 타다 사태를 바라보는 심정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타다가 혁신이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새로운 바나나를 가져다 놓으면 그만인 것처럼 타다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서비스는 계속 나올 것입니다.

글│신윤오 기자 _ yoshin@autoelectroni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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