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시대 대비한 자동차 정책 제안
2009년 04월호 지면기사  / 글│황 상 규 실장 <kotihsk@hanafos.com> 한국교통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실

친환경 자동차는 경기침체 해소와 미래 성장 동력으로써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우리의 기존 자동차 정책 목표와 방향은 각국의 친환경 자동차 기술개발 동향, 국내외 경제 여건, 지구 환경문제 대응 등을 고려해 볼 때 보완되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규모, 고용, 수출 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산업 규모는 생산 415만 대, 생산액 118조 원, 수출액 531억 달러, 종사 인구 29만 5,000명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생산 510만 대, 생산액 145조 원, 고용인구 36만 2,000명으로 그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제 여건은 자동차 산업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와 생산량이 동반 감소하고 조업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한 각국은 자동차 환경 기준을 상향 조정해서 자국 산업보호에 나서고 있어,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 메이커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양산 HEV의 성공 조건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 자국 산업에 대한 지원을 공식화 할 경우,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도 자국 자동차 산업보호를 위해 각종 지원과 규제를 늘리게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선거공약(Blueprint for Change)에서 2015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PHEV)를 100만 대 생산하고 그린카 구입 시 7,000달러까지 세액을 공제하겠다고 제시했다. 또 위기에 몰린 자동차 빅3의 도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현재 우리 자동차 산업은 수출 비중이 높고, 해외 메이커들과 비교해 기술면에서 경쟁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국내 친환경 자동차 정책은 경기침체 회복을 위한 정책적 수단인 동시에 기술에서 선진국을 추월할 수 있는 계기(Technological paradigm jump)가 되어야 한다.
국내 첫 양산 그린카가 될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카의 성공은 외산 친환경 자동차의 국내 시장 진입에 대응한다는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카는 국내 첫 양산차인 만큼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장 특성, 기술 수준, 지원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하이브리드 카(Hybrid Electric Vehicle, HEV)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토요타 프리어스 등 미국 생산 일본차는 물론, 미국 하이브리드 카가 대거 수입될 것이다.
자유무역 상황에서는 특정 나라 차량에 대해 명시적으로 차별화 할 경우 제재 조치를 당하기 때문에 우리 차의 경쟁력을 높여 놓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초기에 해외 메이커들에게 국내 시장을 넘겨준다면, 후에 시장을 회복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HEV 개발을 주도해 왔으며, 미국은 그 동안 HEV 구입에 따른 지원 대수를 한정함으로써 일본차의 점유율 확대를 억제하는 한편, PHEV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클린 디젤 보급을 확대하고, HEV나 EV 등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친환경 자동차 보급은 이제 시작 단계로, 실제 일반 국민에게 보급이 확대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것은 현대자동차의 LPI 하이브리드 카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LPG차 점유율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유류 가격 또한 가솔린이나 디젤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LPI 하이브리드 카가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메이커의 출혈 경쟁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동차 구매 시 세제 지원과 함께 보급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자동차 가격과 유지비용은 친환경 자동차 보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 동안 시범운행중이었던 국산 HEV는 연비 등 성능은 물론 가격면에서 외국 차량과 경쟁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토요타 프리어스가 미국에서 2,300~ 2,500만 원에 공급된다면 현대차 클릭 HEV는 수작업 소량 생산으로 국내 생산 단가가 2억 1,000만 원, 판매가는 7,000만 원이었다.
LPI 하이브리드 카는 지자체의 업무 차량이나 택시,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분야에 우선 보급한 이후 점진적으로 일반인에게 확대해야 한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카는 택시로 보급해야 할 것이다.
택시는 운행 패턴에 있어서 HEV에 유리한 도시 중심이며 다른 교통 수단에 비해 해당 도시 지역 이미지 형상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장 모든 택시를 일시에 교체하는 데는 공급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역별 택시 적정 대수를 설정한 후 점진적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전기차 보급 지원책

기존 자동차를 친환경 자동차로 대체하려는 궁극적 목적은 에너지 절감과 대기오염 저감에 있다. 운행에 필요한 연료를 적게 쓰면서 배기가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량화, 화석연료 대체가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EV는 이용 목적, 운행 패턴에 따라 탁월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HEV는 고속도로보다 운행 속도가 저속인 도시 중심의 운행 차량에 적합하다. HEV는 기존 차에 비해 연비가 고속도로에서는 12% 정도 높지만, 도시 도로에서는 42%나 향상된다.
반면 우편 배달, 주차 단속 등과 같이 운행 거리가 비교적 짧고 고속이 아니어도 업무 수행에 불편이 없는 경우에는 EV가 적합하다. 실버타운이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같이 운행 패턴이 단거리 저속 운행인 곳에도 유리하다. 또 해외에서 운행되고 있는 ‘생활형 전기자동차(NEV)’도 자동차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EV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초기 구입비 지원을 통해 구매 부담을 경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각종 세제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보급을 촉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행권 우대 정책 등의 지원책 도입이 더해져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우리의 고속도로 전용차로제와 유사한 유료 다인승차로(HOV)에 주정부들이 친환경 자동차의 진입을 조건없이 허용하는 정책을 통해 차량 판매 증대를 도모했다.
밀라노에서는 에코패스(ECOPASS)라는 통행 제한 지역을 설정해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무료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교통 혼잡 구역에 대중교통 전용 지구(Transit Mall)나 자동차 통행금지 구역(Eco-Pass Zone)을 설치해서 일반 차량 통행은 금지하되 친환경 자동차는 통행을 허용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울 등 대도시는 교통 혼잡으로 평균 주행 속도가 30 km 미만이기 때문에 교통 안전 제고와 친환경 자동차 이용 활성화를 위해 도심 지역내 통행 제한 속도를 대폭 낮춰 EV 등 친환경 자동차의 운행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도로교통법, 도시교통정비촉진법,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주차우선권 부여, 유류비 할인, 주차요금 면제 및 할인 등과 같은 운행 비용 절감을 위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제반 시설 확충도 중요하다. EV의 경우, 일반 가정에서 충전한다면 풀 충전에 8시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급속 충전 시설이 필요하다. 주택 설치 기준, 플러그 표준화 등의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며, 현재 추진중인 U-city R&D 사업에서도 친환경 자동차를 위한 기반 시설이 확보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연구사업 등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 친환경 교통문화 확립을 위해 자동차 세제 개편 또한 중요하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이용자들은 유가 변동이나 연비의 좋고 나쁨에 다소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조사 결과를 보면, 48%의 응답자가 고유가와 관계없이 차량 운행 패턴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유가시대임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 경차(마티즈) 판매가 3.2% 늘어난 반면, 중대형차(소나타)는 35.2% 증가하는 등 연비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중대형 자동차의 증가 현상이 꺾이지 않고 있다. 장래 차량 구매에 대한 설문에서도 1,500 cc~2,000 cc 배기량의 중대형 차량 선호도가 41.1%로 가장 높았다.
국내 자동차 연비 및 CO2 배출 현황을 볼 때 연비가 가장 좋은 차는 디젤차다. 그리고 연비 20 km/ℓ가 넘는 7종 중 6종이 디젤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차였다. 차량별 연비 순위에서는 상위 15대 중 11대가 수동변속기를 장착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비가 낮은 자동변속기 차량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경차, 연비 좋은 차, 수동변속기 보급을 늘리기 위한 특단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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