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의 정석

Essence of Auto Detailing

2020년 01월호 지면기사  /  글│한상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Essence of Auto Detailing
세차의 정석


글│한상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안녕하세요! 오토모티브와 어울리는 신간이 나와 보내드립니다.”

시공사에서 따끈따끈한 책이 왔다. 제목은 무려 ‘세차의 정석’. 2007년 국내 최초 세차 블로그 ‘퍼펙트샤인’을 개설하고 23만 회원을 보유한 자동차 디테일링 카페의 시조가 된 샤마(본명: 김영중) 씨가 펴낸 책이다. 커버에는 ‘국내 유일 디테일링 교과서’란 포인트와 함께 ‘손세차부터 셀프 광택까지 자동차 디테일링의 모든 것’이라는 딱딱한 카피가 새겨져 있었다. 책장을 열어보기도 전에 ‘어, 이게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와 맞을까’란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읽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 마음이 움직였다. ‘우리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10년 이상 자동차 메가트렌드, 오너십의 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고, 스타트업들의 젊은 CEO들과 만나면서, 또 자동차 회사들이 모빌리티 전담법인을 신설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아! 정말 이것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구나’란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는 요즘이지만, 한편으로는 자동차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우리 독자 가운데 메르세데스 벤츠, 랜드로버, 포르쉐, 제네시스, 또 요즘 재밌는 광고로 화제가 되고 있는 그랜저와 같은 차에 대한 로망, 현재 소유하고 있는 내 차에 애정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그랬다.

애지중지했던 첫 차 코란도에 대한 마음이 보일러 낙수물로 인해 보닛이 엉망이 되면서 식은 이후(어떻게 지워야하는지 몰라서), 현재는 달구지로 변해버린 11살짜리 미니쿠퍼 r55 모델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다음 차 소유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으로 더 오래 타야만 한다는 절박함, 둘째, 이 차가 내가 열망하는 소형의, 클래식하고 영국적인 모델이면서도 나름 패밀리카인 마지막 모델이라는 생각(요즘 미니는 너무 커졌고 아날로그한 맛이 감퇴됐다), 셋째, 아이들과 봄, 여름, 가을, 겨울 전국을 누빈 소중한 추억들 때문이다. 그래서 차가 더러워지면 셀프 세차장을 찾아가 나름 공을 들인다고 1시간 20분 정도를 투자해 왔다(온갖 기스 때문에 5년 전부터 자동 세차는 이용하지 않는다). 땀, 음료수 자국으로 얼룩진 시트 등의 실내는 언제나 불만족스럽지만, 세차한 후 다시 번쩍번쩍 빛나는 ‘껍데기’를 보면 다시 뿌듯해지고 기분이 업 된다.

이런 속마음이 책의 프롤로그에 담겨 있었고 덕분에 ‘정석’을 읽고 말았다. 이어지는 내용은 나를 움직인 ‘세차의 정석’ 중 프롤로그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프롤로그
 
“올해 마흔여덟입니다.”
“ 어머, 그렇게까지 안 보이세요. 정말 동안이세요.”

분명 듣기 좋은 말이지만 난 이런 말이 더 좋다.

“ 올해 열네 살 됐습니다. 2005년식이죠.”
“ 와, 요즘 나오는 차보다 더 새 차 같은데요!”

분명 과장 섞인 칭찬이지만 자동차 디테일링 애호가들은 이런 칭찬을 제일 좋아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연식이 오래된 차일수록 차를 가꾸는 재미가 크다. 손 볼 곳이 많고 디테일링 전후 차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디테일링’은 차 안팎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돌본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자동차 디테일링 전문가 데이비드 제이컵스(David Jacobs)는 그의 저서 ‘Ultimate Auto Detailing Projects’에서 자동차 디테일링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동차 디테일링은 판금이나 도색을 하지 않고, 자동차 외관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간단히 세차하고 진공청소기로 빨라들이는 것 그 이상의 의미로, 디테일링은 작은 부분까지도 계획하고 관심이 요구된다. 외부 디테일링은 외부의 모든 부위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클리닝하고, 광택을 복원하며, 왁스를 바르는 작업이며, 내부 디테일링은 차의 바닥(매트)을 포함한 모든 부위에 대해 체계적이고, 노동 집약적으로 클리닝하는 일이다.』

전문가가 말하는 자동차 디테일링은 기술 중심적이고 결과 중심적이어서, 취미로 디테일링을 즐기는 오너들에게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 입장에서 디테일링을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자동차 디테일링은 한마디로 차를 가꾸는 겁니다. 더러워지면 깨끗하게 닦고, 색이 바래면 되살려 놓고, 왁스를 발라 표면을 보호하고 더 윤기 있게 만드는 것이죠. 서양에서는 마부가 말을 목욕시키고 빗질해 말끔하게 한다는 의미의 그루밍이란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화초에 물을 주듯, 반려견과 교감을 나누듯 애정을 듬뿍 담아 차를 보살펴 주는 것이 자동차 디테일링입니다.』

자동차 디테일링의 매력은 참 많다. 비오는 날 보닛에 예쁜 구슬처럼 맺혀 있는 물방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집접 차를 가꾸는 것이 어려운 지인들을 대신해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이도 있다. 사람들마다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자동차 디테일링의 매력은 크게 다섯가지다. 첫째, 결과물이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처음부터 드라마틱한 결과물을 내기는 어렵지만 하나씩 방법을 터득하다 보면 재미가 붙어 점점 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게 된다. 진짜 매력은 거기에서 오는 성취감에 있다.

둘째, 디테일링을 통한 몰입의 경험은 굉장하다. 나를 잊고 무언가에 기꺼이 몰입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힐링’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디테힐링’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셋째, 차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는다. 유대감을 강화하는 호르몬 ‘옥시토신’은 손 잡기, 포옹, 입맞춤 같은 신체 접촉에 의해 더욱 활발히 분비된다고 한다. 오너 디테일링의 본질은 차와의 접촉이다. 디테일링은 내 차를 향한 옥시토신을 끊임없이 분비시켜 주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넷째, 운전이 달라진다. 깨끗하고 반짝이는 차는 도로 위의 슈트다. 옷차림이 달라지면 태도도 달라지듯 잘 관리된 차에 않은 나는 도로 위의 신사가 된다.

다섯째, 기분 좋은 쾌적함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차에 올랐을 때 유리는 자국 하나 없이 투명하고, 대시보드는 빛나고, 시트와 카펫이 말끔하게 손질돼 있다면 적어도 차에 있는 동안만큼은 그 쾌적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디테일링은 차를 운전할 수 있는 나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자신의 여건에 맞게 디테일링 난도를 조절하면 되기 때문이다. 여력이 되면 점차 난도를 높여볼 수 있고,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난도를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등산을 하더라도 능선까지는 올라야 산을 오래 탈 수 있고 인공위성이 궤도까지는 진입해야 엔진의 도움 없이 관성으로 비행할 수 있듯이, 디테일링도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큰 어려움 없이 오래 즐길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디테일링의 능선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관성으로 비행할 수 있는 궤도에 다다를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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