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전환해 전기차 육성해야
한국전기자동차산업협회 원춘건 부회장
2009년 08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Q. 협회 창립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A. 한국전기자동차산업협회가 마침내 출범했습니다. 지난 100년간 자동차의 패러다임은 내연기관 자동차였지만, 이제는 친환경, 고효율, 저비용의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협회 창립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장을 열고, 다가오는 변화의 격랑을 돌파할 교두보를 우리 스스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는 이같은 패러다임의 변환을 가속시킬 지렛대 역할을 할 것입니다.

Q. 주요 회원사들을 간략히 소개해 주시지요.
A. 협회에는 현재 54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습니다. 이 회원사들 중에는 세방전지, 파워로직스, 광명전기와 같은 중견기업들도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분야의 강자로 꼽히는 코캄이나 EIG, 퓨처라인 등을 비롯해서 자동차 설계의 IT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회사인 아트텍디자인, 그리고 충전기 분야의 알파트로닉스와 시그넷시스템 등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숨은 강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협회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카클린시티컨소시엄(Green-Car Clean City, GCCC) 역시 저희에게 힘을 모아주고 있습니다.
협회에는 이들 기업뿐만 아니라 고등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기계연구원, 자동차부품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등의 연구소는 물론 한양대, 중앙대, 산업대, 포스텍을 비롯한 각 대학의 석학들도 멘토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산, 학, 연을 아우르는 조직이 됐습니다.
Q. 한국형 전기차 개발에 어려움은 없는지요.
A. 중소기업들로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설이 필요한 자동차 산업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다 보니 서로의 역할이 분담되면서 리스크 분산을 통해 전기자동차 개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대기업이 추진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자동차 생산 및 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실례로 최근 네팔의 네코홀딩과 체결한 MOU를 보십시요. 자동차부품 수출은 물론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 자체를, 그것도 사업 초기부터 판매한다는 발상은 대기업이나 불과 몇 안 되는 기업들이 모여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많은 기업과 연구소가 모인 만큼 회원사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의 조정 업무가 중요합니다. 그동안 이같은 일이 실제 발생한 적은 없지만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서 협회 차원에서의 대응 방안을 구축해 놓고 있습니다.

Q. 협회는 어떤 사업을 하게 됩니까.
A. 가장 급선무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정부관계 부처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일입니다. 전기자동차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항목이라는 점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들 대부분이 전기자동차는 환경보호와 에너지 독립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정부의 자동차 관련 핵심부서가 전기자동차를 사업추진의 우선순위에서 애써 배제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인식 전환 없이는 결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기자동차를 개발할 수 없습니다.
협회가 다음으로 비중을 두고 있는 사업은 제1호 한국형 전기자동차 KEV-1의 양산화 프로젝트입니다. 고속도로까지도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를 우리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인에게 선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동차 분야는 물론, 전기, 전력, 전자, IT 등에 이르기까지 전기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가 한국형 전기자동차를 최단 시간 내에 선보이게 된다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사업은 우리의 전기자동차 산업이 명실상부한 친환경 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규격화, 표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전기자동차 분야는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만큼, 사업 초기 단계부터 표준화, 규격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전기자동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생산해서 이를 필요로 하는 회원사에 공급하는 사업 역시 규격화, 표준화 사업의 일환이 될 것입니다. 만약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Q. 국내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여건 변화는 어떻습니까.
A. 지난해 6월 GCCC가 구성될 당시에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전기자동차를 만든다 하더라도 법적인 근거가 없다보니 이들 차를 국내에 판매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또한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GCCC와 회원사들과 국토해양부의 노력에 힘입어 올해 초, 전기자동차가 법적인 지위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불과 7개월 만에 관련법 개정이 이뤄졌고 마침내 전기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전기자동차 도입을 위해서 충전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과 함께 관련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일부 부처는 하이브리드 카나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연구를 하다보면 전기자동차 관련 기술이 저절로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이 분야에 대한 R&D 지원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Q. 진행되는 시범사업, 개발 프로젝트가 너무 먼 곳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A.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전기자동차 사업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래의 전기자동차는 온라인 자동차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리라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 온라인 자동차의 시범사업을 기술적인 검증조차 제대로 해보지 않은 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올해부터 바로 시범사업에 착수하는데 대해 반대 의견이 많았습니다.
온라인 자동차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반 전기자동차 산업의 기본 틀부터 우선 갖춰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전기차의 근본이 될 전기자동차도 제대로 만들어 본 적도 없는데 온라인 자동차 시스템을 곳곳에 깐다는 것은 사업의 우선순위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조만간 메이저 메이커들도 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것입니다. 전문기업들의 대응책은 무엇이고,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A. 저희가 개발하고자 하는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ASF) 타입의 전기자동차 전용 새시는 대규모 설비를 필요로 하는 모노코크형의 생산방식과 달리 적은 공간, 적은 인력으로도 전기자동차의 생산이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인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새시는 이미 충돌 테스트까지 마쳤습니다.
르노삼성과 현대가 전기자동차 출시를 각각 2011년, 2012년으로 정한 것도 사실은 전기자동차 전용 새시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양산 차를 내놓기 전까지 충분히 저희 중소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동차시장의 메인스트림에서 메이저 메이커와 자웅을 겨루겠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소품종 소량생산, 특수차 주문생산 등 중소기업들만이 할 수 있는 분야와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동향은 수십만 대 규모의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수만 대 규모의 소규모 생산 시스템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전기자동차는 물론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서도 점차 중소기업 위주의 생산체제로 변모해가리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정책도 이제는 대기업 일변도의 지원방식에서 탈피해야만 한다고 봅니다. 말로는 중소기업을 육성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지원정책은 대기업에 편중돼 있습니다. 이래서는 급변하는 시장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강소기업이 대기업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대기업은 강소기업의 강점을 활용해서 경쟁력을 확보해 가는 협력체제 구축이 중요하며, 그러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의 지원정책이 적절히 활용돼야 할 것입니다.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룡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자사전 서비스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WEB 2.0 시대, 불특정 다수의 기여로 만들어진 위키피디아의 위세에 눌려 결국은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 사업의 위력이며, 아무리 막강한 자본력이라도 굴복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불특정 다수의 힘입니다. 저희들이 만들어 가고자하는 대한민국의 전기자동차 역시 이같은 WEB 2.0 시대에 어울리는 형태로 우리 국민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전기자동차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차! 그리고 세계를 위한 차가 될 것입니다. 또 기후변화와 경제난국,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일자리 찾기에 전전긍긍하고 절망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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