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VI, 운전 부하를 줄여라
운전자와 차량간 인터페이스의 새로운 변화
2009년 08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미래산업융합기술연구부의 손준우 박사는 자동차에서 안전성과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HMI 설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큰 교통사고가 있었다. 차는 140 km/h로 주행중이었고, 운전자가 라디오를 켜기 위해 몸을 기울이는 순간 커브 길에서 전복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 사례는 자동차 내부의 모든 기기, HMI(Human-Machine Interface)가 단순히 편의와 관계된 것이 아니라 안전과 깊이 관계된 장치라는 점을 말해 준다.”

위협받는 차 안전

자동차에서의 HMI는 운전자가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동차와 소통(interaction)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소통과 효율의 의미는 ‘안전’과 연결된다. 손박사가 예를 든 사고는 운전자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HMI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부문 중 하나다.
최근 자동차 사고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전방주시 태만, 판단오류, 발견 지연 등의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손박사는 “미국의 고속도로 사고 원인을 보면 50%가 운전 부주의였으며 일본은 무려 89%나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조사한 2006년 자료에 따르면 67.6%가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였다. 특히 모바일 폰 사용과 내비게이션, 오디오, 공조장치 등 대시보드 제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방 주시 태만이 62.7%에 해당했다(그림 1). 반면 자동차와 관련된 발생 사고는 20~30%에 불과했다.
자동차에는 핸즈프리, 내비게이션 시스템, 각종 AV 플레이어 등 다양한 차량 정보, 엔터테인먼트,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장착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적절하게 설계된 HMI로 인해 운전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DGIST의 김만호 박사는 “인구 연령의 변화(에이징 소사이어티) 또한 HMI가 대응해야 할 큰 이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들은 인지 능력, 반응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선진국의 고령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25년이 되면 고령자가 전체 운전자의 25%가 될 것이고, 이 중 85세 이상의 고령자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증 취득 및 운전 비율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4년 기준 61세 이상의 운전자가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5.1% 정도였지만, 50대 전후의 운전자가 61세 이상 운전자가 되는 10년 후에는 그 비율이 10% 이상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의 경우는 65세 이상 인구가 50년대에 4.9%, 2000년대에 20.8%였으나 2050년이 되면 39.6%로 증대될 전망이다(그림 2). 이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들이 타깃으로 하는 소비층 또한 20대에서 50대 사이에서 60대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박사는 “자동차에는 갈수록 많은 기술이 탑재되며 복잡화 되고 있고 운전자들의 새로운 기술을 조작해보고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고 싶어 하는 욕구도 커질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 고령 운전자 비율도 늘면서 운전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더욱 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란 특수성

자동차에서 HMI는 그 특수 환경으로 인해 HVI(Human Vehicle Interface)라고 부른다. HVI는 구체적으로 스위치, 음성 등의 인풋(input)과 로직(interface logic), 그리고 아웃풋(output) 장치로 구성되며, HVI 설계는 자동차에 인풋을 주면 내부 로직을 통해 원하는 형태로 아웃풋 돼 운전자에게 피드백 되는 과정을 보다 효율적이고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 간다는 것을 말한다. HMI가 자동차에 적용되면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손박사는 “가장 큰 차이는 자동차에서는 운전이라는 주된 일(primary task)이 전제된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자동차에서의 HMI 설계는 오디오, 에어컨, 내비게이션, 핸즈프리 등의 대부분 기기 조작이 운전중에 부가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작업이 되어 운전자의 시각적인 주의 집중, 글랜스 타임(glance time)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강조된다”고 말했다.
인지적(cognitive) 측면에서의 차이도 있다. 인지 리소스(resource) 중 많은 부분을 운전에 소모하고, 나머지 부문을 다른 장치 조작에 사용한다. 이 인지 능력은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 간 큰 차이가 나타난다.
김박사는 “이노베이션 패러독스(innovation paradox)란 특수성도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폰의 경우 터치패드, 인터넷 기능 등 새로운 첨단 기능이 부가되면 20~30대의 젊은층이 얼리 어댑터가 되고 메이커들도 이들 젊은층을 고려한 HMI 설계를 시행하는데 반해 자동차는 40대 이상이 신기술이 적용된 자동차의 HMI를 처음 접하는 고객이 된다. 예를 들어 제네시스의 DIS(통합정보시스템) 컨트롤러의 경우 옵션 비용이 수백만 원인데, 이처럼 HVI 적용 비용은 매우 높고 이에 따라 장착되는 차도 고급차 위주다. 결국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하는 세대는 비교적 연령층이 높은 사람이고 이들은 기술 적응 속도가 느리다. 김박사는 “첨단 인터페이스가 장착된 차의 고령 차주들은 기능을 사용하기보다 단지 내 차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으로만 뿌듯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능형 시대의 HVI

자동차 HMI 연구 부문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하나는 운전자에게 주행 정보를 알려주거나 도움을 주는 첨단 운전자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ADAS)과 관계된 것이다. 또 하나는 차내 정보 시스템(In Vehicle Information System, IVIS)이다.
적응형 순항제어 시스템(Adaptive Cruise Control, ACC),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ane Keeping Assistance System, LKAS), 사각지대 감시 시스템(Blind Spot Detect, BSD) 등이 ADAS의 대표적인 시스템들이다.
ADAS의 첨단 기능들 대부분은 운전과 관련해 아웃풋으로 ‘어떻게 하라’는 경고를 내보낸다. 이에 따라 수많은 경보를 어떻게 운전자에게 효율적으로 이해시키고 고령 운전자에게는 어떤 아웃풋을 통해 보다 쉽게 인식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되고 있다. 김박사는 “예를 들어 일본의 레전드(Legend)란 차는 10개 내외의 ADAS 기능들이 장착돼 있는데, 이처럼 다양한 기능의 경고를 하나로 통합할 것인지, 개별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도 연구의 한 부문”이라고 말했다(그림 3).
경고는 일반적으로 시각, 청각, 촉각의 형태로 나뉜다. 촉각을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진동을 주는 것과, 스티어링 휠 피드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충돌사고 관련 경고 개념은 여유가 있을 때 비주얼은 문자나 그림 형태의 경고를 하고, 오디오는 문장을 통해 전달한다. 시트 벨트를 활용한 촉각의 경우는 운전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완만한 힘으로 죈다. 사고 위험이 있을 경우엔 비주얼은 아이콘을, 오디오는 명령형의 짧은 메시지를 보낸다. 시트 벨트는 진동을 한다. 사고 직전에는 비주얼의 경우 빛을, 오디오의 경우 운전자의 귀가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부저(beep)를, 시트 벨트는 강하게 압박한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메이커들은 촉각을 포함한 복합 경고를 선호하고 있다(그림 4).
기계의 관점에서 설계된 ADAS의 기능들 또한 HVI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박사는 “H사의 차에 장착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켜고 운전을 해 본 결과 차의 주행은 초보 운전자가 차를 모는 것 같았다”며 “전방의 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속도를 줄이는 로직이 기계의 관점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연령에 따라 어떠한 가감속 특성을 가지며 어느 정도의 간격이 가장 적절한가에 대한 HMI적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VIS 분야와 관련한 HMI 연구는 운전자의 운전 부하(workload)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운전 부하=부주의’란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기기 사용에 따라 얼마나 운전 부하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평가 방법을 찾고, 그 정도를 수치화하는 것이 주된 연구 방향이다.
김박사는 “흔히 A사의 차는 전방충돌, 측면충돌 테스트에서 별 5개 등급을 받았다고 하는 것처럼 오디오, 공조 시스템 등의 장치 사용에 있어 운전 부하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수치화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운전 부하를 정의하고 객관화해 등급화하고, 등급에 따라 기능들을 매칭 시키는 작업을 현재 자동차성능연구소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기반으로 해 운전자가 졸거나 기기 조절을 위해 시선을 장시간 전방에서 뗄 경우, 이를 판단해 경고해주는 ‘운전자 모니터링’도 IVIS 관련 HMI 연구의 한 분야다. 또 주행중 태스크의 종류에 따라 부주의가 얼마나 발생하는가를 알아내 부주의가 많이 발생하는 기기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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