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준비되니 충전소를!
FCEV 양산 위한 글로벌 OEM 동맹
2009년 10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세계 주요 자동차 7개 메이커가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내고  연료전지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FCEV) 조기 양산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대·기아, 다임러, 포드, GM·오펠, 토요타, 혼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등은 9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글로벌 오일·에너지 기업, 각국 정부와 유관기관에 FCEV 개발 지원, 수소충전소 확대, 연료 적정가 공급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여름 기자가 정부와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난 자리의 화두는 미국 정부의 2010년도 FCEV 지원 예산건이었다. 6월 그간 하이브리드 카(Hybrid Electric Vehicle, 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Plug in HEV, PHEV) 등 주로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느닷없이 연료전지차의 장래를 물어왔다. FCEV의 미래를 주도해 온 미국, 세계 최대 규모의 지원을 해 온 미 에너지성(Department of Energy, DOE)이 내년도 FCEV 관련 예산을 줄이겠다고 하니 우리 정부도 혼란이 있었던 것이었다. 8월 초엔 현대차를 방문했는데, 역시 미국의 FCEV 예산안을 강조했다.
반전
 
오바마 정부의 그린카 정책의 핵심은 “2015년까지 PHEV 100만 대가 미국 도로를 달리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의 수소경제 체제 달성, FCEV 도입을 위한 미국 정부의 의지엔 변함이 없었지만, 전기차의 인기 급상승으로 자칫 R&D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었다. 급기야 5월 스티븐 추 에너지성 장관은 “FCEV를 상업화하려면 10년, 혹은 2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FCEV 지원에 제동을 걸며 내년도 연료전지 분야 예산을 올해의 1억 6,800만 달러에서 60% 삭감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2010년도 연료전지 및 수소 관련 기술개발 연구비 등을 포함한 에너지 수자원 세출위원회의 예산안은 8월에 1억 5,300만 달러 규모로 의회를 통과했다.  FCEV에는 8,500만 달러가 책정됐는데 이는 추 장관의 의지와 달리 오히려 증액된 것이었다.
의회는 연료전지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DOE의 의견에 지속적으로 맞섰다. DOE는 2010년도 연료전지 분야 지원 예산으로 6,800만 달러를 올렸지만 상하원의 세출위원회는 FCEV에 상당한 액수를 편성해 확대된 예산을 배정했다. 6월 에너지 수자원 세출위원회는 FCEV 부문 지원에 4,000만 달러를 추가시켜 전체 예산안을 DOE가 제출한 6,800만 달러에서 1억 800만 달러로 끌어올렸고, 상원은 더 많은 다양한 수소 기술을 모두 포함해 총 1억 9,000만 달러를 배정했다. 그리고 7월 하원 심의결과 FCEV 개발 분야에 4,500만 달러의 예산이 추가로 승인되면서 FCEV에 총 8,500만 달러가 책정됐다. DOE의 의지는 의회, 자동차 업계의 반발을 사며 오히려 FCEV 지원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시급한 인프라

전 세계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화로 인해 그린카의 조기 상용화, 보급 확대를 강조하며 강력한 배출 규제와 보급 지원 정책을 통해 클린디젤, HEV, 전기차 보급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클린디젤, HEV와 비교해 화석연료를 덜 사용하는 PHEV와 EV는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정부 및 도시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반면, FCEV는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가 불투명한 차가 돼 버렸다. 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가 4만 달러(약 5,000만 원)에 이르는 차값으로 상업성 논란을 일으키는 동안 FCEV는 5억 원에 달하는 차 값을 낮추기 위한 방안에 골몰해야 했다.
FCEV의 스택을 비롯한 배터리, 전기 동력 파워트레인 비용은 매우 높다. 원하는 전기 출력을 얻기 위해 스택은 단위 전지 수십 장 혹은 수백 장을 직렬로 쌓아 올리는데, 여기에 필요한 백금 기반의 촉매제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OEM과 R&D 연구소들은 경제성 있는 수소 생산에 대한 실용적인 방안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전성 부문에서는 한여름 대관령을 오를 경우 폭발 위험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FCEV의 조기 상용화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은 수소 충전 인프라다. 수소연료 보급소는 2015년이나 돼야 서서히 들어설 것으로 전망됐었다. FCEV 시장은 지난해 혼다가 소비자들에게 FCX Clarity를 리스하면서 시작됐지만, 수소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으로 제한됐다.
인프라가 필요하기는 전기차도 마찬가지지만, 수소 인프라는 구축 비용은 물론 위험성으로 인해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스마트 그리드는 당장 전기차를 굴리는데 필요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전기차의 가치를 더욱 상승시킬 것이다. 전기차는 일반 가정용 전기를 사용하거나 급속 충전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설치 비용 또한 저렴한 편이다”라며 “수소충전소는 한 곳 설치에만 수십억 원이 투입돼야 하고  시민들은 수소를 ‘폭탄’으로 인식해 부지 확보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FCEV는 이같은 문제들로 인해 2015년에나 상용화에 접근한 기술 개량 및 소량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앞당겨야 할 차

인프라 확대, 기술 진보를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DOE의 예산 삭감안은 FCEV 업계의 즉각적인 반대를 불러왔다. OEM, 연료전지 등 관련 업계는 FCEV가 양산체제에 근접했고 탁월한 친환경성을 볼 때 지원은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들은 우선 연료전지의 내구력이 매우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OEM들은 자체적으로 많은 투자를 해 연료전지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OEM은 실제 주행 기록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 DOE의 내부 주행 평가에 따르면 연료전지 내구력은 2006년 950시간에서 지난해 1,900시간으로 향상됐다. 랩 실험 결과는 7,000시간을 넘기고 있다. DOE의 수소 프로그램은 2015년까지 5,000시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24만 km(15만 마일)를 주행하는 것과 같다.
연료전지 비용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업계는 미국에서 최초 FCEV의 양산차 값이 PHEV보다 높을 것이지만 양산체제가 확고히 정착되면 오히려 저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MIT의 크로머와 헤이우드(Kromer & Heywood, 2007)에 따르면, 48 km를 전기로만 주행하는 PHEV의 대량 생산 체제 하에서 생산 비용은 대량 생산 체제 하에서 560 km를 주행하는 FCEV보다 높다. 가솔린과 비교한다면 PHEV는 4,300달러, FCEV는 3,600달러 더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수소 생산과 관련해서는 생산 확대와 파이프라인 등을 통한 공급 체계 업그레이드로 빠른 시일 내에 경제성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도시에서 77 mpg, 고속도로에서 67 mpg를 기록하는 혼다의 FCX Clarity를 예로 들며 수소가 gge(gasoline gallon equivalent) 당 3달러에 제공돼 가솔린을 갤런 당 1.5달러에 넣는 것과 같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전소 구축 비용 또한 높지 않다고 했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는 집에서 120 V, 20 A로 PHEV를 충전할 경우 차 당 878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는데, 이를 NRC(National Research Council)의 분석과 비교했다. NRC는 FCEV 2,300대를 지원할 수소충전소를 지을 경우 총 220만 달러가 필요한 데, 이는 대 당 955달러를 투입하는 셈이라고 했다.
OEM들은 차량의 공간을 고려할 때 전기차에 비해 FCEV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480 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기차는 수소탱크의 2배나 되는 배터리 팩을 장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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