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전기차를 사고 싶지 않다

2016년 05월호 지면기사  /  글│김 필 수 교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한국전기차협회장인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가 “아직 전기차를 사고 싶지 않다”면서 전기차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모델3와 함께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가 주류에 합류하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의 전기차 정책을 비판했다.

 

모델3의 등장

 

최근 전기차의 위세가 심상치가 않다.
대부분 모터쇼에서 전기차는 모든 메이커의 마스코트가 되고 있고 콘셉트 카가 아닌 실제 양산차로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통해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종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테슬라 모델3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년 말부터 공급되기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낮은 가격, 한 번 충전에 340 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는 능력은 파격이다. 이미 열풍이 불어 단 3일 만에 27만여 대가 주문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테슬라의 규모나 공급 능력으로 보면 과연 가능할까, 실제 받는 기간은 1년 정도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물론, 예약금을 통한 클라우드 펀딩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모델3로 전기차 시장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델3의 등장은 글로벌 메이커에게 위기감과 차종 개발에 가속도를 높여주고 있고 각국 정부에게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있다. 2018년 정도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가 차에 장착될 것이고, 주행거리는 130~180 km가 아닌 1.5배 이상 높은 250~350 km가 될 것이다. 모델3와 비교해 약 1년 내외의 격차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2~3년 사이에 경쟁력 높은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전기차 시장에서 전개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강화되고 있는 국제 환경기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하이브리드 카가 자동차의 주류에 포함됐지만 전기차는 현실적으로 가장 완벽한 무공해차로서 시장을 넓혀갈 것이다.

전기차는 미풍이 아니라 자동차의 주류에 합류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3의 등장은 바로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이런 때에 선진국은 물론 이웃 중국보다도 못한 우리의 전기차 수준과 정책, 시스템이 부재된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나는 전기차를 사고 싶지 않다

필자는 (사)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전기차를 구입하고 싶지는 않다. 전기차가 워낙 내연기관차 대비 단점이 누적돼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많은 부분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그렇게 설득력 있는 비용은 아니다. 아파트에 살면 동주민의 모든 동의를 얻어야만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어 구입 단계부터 어려움에 직면한다. 차를 샀다고 해도 멀리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급속충전기가 설치돼 비상충전과 연계충전을 해도 주행불안증을 피하기 힘들다. 전기차는 아직도 세컨드 카나 틈새 차종일 뿐이다.

고장이라도 나면 일반 정비업소의 출입도 불가능하다. 해당 메이커의 전기차 지정 정비업소만 가야하는 불편이 있다. 배터리 보증은 물론 중고차 시세도 걱정이다. 결정적으로 1 kW 당 330원이 넘는 충전 전기비가 부담되면서 디젤차 대비 연료비 절감이라는 장점도 사라져 버렸다.

테슬라 모델3는 더욱 전기차를 사고싶지 않도록 만든다. 가격, 주행거리는 물론 퍼포먼스, 각종 편의 기능과 같은 요소에서도 뛰어나 내연기관차를 능가하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현존하는 전기차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 전기차를 구입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디젤엔진이 탑재된 세단과 SUV가 낫다. 나중에 노후 디젤 차량에 환경적 부담금이 부가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나중 문제일 뿐이다.

이토록 많은 전기차의 단점을 희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델3와 같은 차, 테슬라의 기대처럼 전기차가 된다면 크게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역시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인센티브다. 현재의 보조금 제도는 단순히 내연기관차 대비 비용을 비슷하게 맞추려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데다 그나마도 점차 줄어들고 한시적이다.

인센티브 중에는 강력한 운행 상의 인센티브가 중요할 것이다. 현재 시행되는 경차 이상의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대도시 도심지의 버스 전용차로 진입도 허용해야 한다. 당장 제도 도입이 어려우면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비보호 진입을 허용할 수도 있다.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은 버스전용차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전용번호판 제도를 도입해 차주에게 자부심도 심어줘야 한다. 도심지 개구리 주차도 허용하고 필요하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외곽 고속도로의 갓길 가변차선의 진입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컨드 카로서 의미가 부여도 되고 전기차를 통한 환경 개선이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도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을 확대해 민간 차원의 수익 모델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 마련도 기대된다.

또 국내 메이커의 전기차 개발에 대한 의지도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한 시기다.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 상태로는 절대로 대한민국의 전기차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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