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과 한국 자동차의 단편

小중고부품 수출기업의 좌절과 희망 “이라크 종전처럼 중고차 러시 다시 올 것”

2017년 05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여행이란 뜻하지 않은 인연과 관계를 만든다. 연초 중국서 우연치 않게 다시 만난 소규모 자동차 중고부품 수출기업 사장으로부터 그들이 처한 어려운 대내외 상황과 우리나라 자동차의 세계화와 관련한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주의 주재훈 대표가 좌절과 희망을 말했다. 


3월 말, 동아시아 여행의 ‘우연한 동행자’였던 ㈜한주의 주재훈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용인을 찾았다. 지난해 한진 부도사태로 컨테이너가 싱가포르에서 압류 당하면서 모스크 컨테이너로 환적하기 위해 급히 가고 있다는 그의 에피소드가 흥미롭기도 했지만 우연히 중국서 시장조사를 나온 그를 다시 만난 특별한 인연(?)때문이었다.

 

중고부품상

 

한주는 2003년에 설립한 자동차 신품, 중고 부품 수출전문기업이다. 지금은 신품은 취급하고 있지 않지만, 회사는 자동차 중고부품 수출과 경매 차량 등 중고차 수출, 중고 범퍼 등 부품과 컴포넌트를 별도 매입해 재수출한다. 

회색과 녹색의 기다란 두 개 컨테이너가 포장된 부품을 적재하기 위해 1/3쯤 들어와 있는 창고를 지나 사무실에 들어서자 주 사장이 반갑게 맞이해줬다. 창고 옆쪽에서는 폐차장에서 구입한 절단된 사고차 바디 부분을 컨테이너에 넣고 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국내에서 고철화되는 차량, 부품을 국외에 수출하는 수출 역군이면서 자원의 재순환, 재분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 사장이 자랑스럽게 일성을 던졌다. 

국내에는 한주와 같은 중고부품 기업이 1만 개 정도 있다. 물론 회사마다 그 규모와 역량은 제각각이다. 한주의 경우는 회사 역사가 15년 정도이지만 바이어가 한국에 들어오면 그가 원하는 자동차 제품 관련 모든 것을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주 사장 말에 따르면, 대기업으로 치면 일종의 삼성물산과 같은 회사인 셈이다. 

한주는 시리아 내전 이전인 2010년까지 정말 잘 나가는 회사였다.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연 70~90억 원을 오갔고, 인천 송도에 중고차 수출 매장을 직접 열고 200대 규모의 수출을 하기도 했다. 당시 직원은 12명이었다.
 

이 회사의 성공비결은 회사 체계에 있다. 예를 들어 통상 이 분야는 현대모비스는 모비스, 중고차는 중고차, 폐차는 폐차장 식으로 비즈니스가 구분돼 있는 구조인데, 한주는 이를 총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회사로, 바이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업계에는 물건 값으로 장난을 치는 사례가 만연해 있지만 한주는 정직하고 정확하게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객 신뢰를 쌓았고, 이를 통해 바이어가 다른 바이어를 데리고 오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한주의 거래처는 세계적으로 70여 개사이다. 이라크에 10개, 요르단 15개, 4개 거상을 포함한 시리아가 15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3개, 그리고 헝가리, 대만 등에 주요 고객이 있다. 

거상이란 한 달에 30억 원을 움직일 수 있는 상인을 말한다. 이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등 전 세계 국가의 중고부품 물동량을 움직인다. 한국에 들어와 컨테이너 하나를 만드는 데 한 달, 귀국해 판매까지 석 달이 걸리는데, 3개월 동안 물동량을 대양에 띄우는 것이다. 

주 사장에 따르면, 중상은 한국시장에서 컨테이너를 한 달에 2개씩 띄울 수 있는 회사를 말한다. 중동전쟁 이전이라면 거상들은 한국에서 한 달에 6~7개의 컨테이너를 띄웠다.

 

한주는 신뢰를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자동차 정비기계, 동양물산과 함께 시리아에 면사를, 대림물산과 비데를 수출하기도 했다. 심지어 커피머신 판매가 잘 되면서 요르단에 커피공장을 설립할 계획도 세웠었다.
 

 

까르푸에서 차 부품상으로

 

주 사장의 경력을 보면 자동차 중고부품이나 폐차장과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속된 말로 좀 배우고 잘 나갔던 사람이다. 본래 프랑스, 미국 등 국내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의 영업, 마케팅 매니저였고, 그의 마지막 경력은 까르푸 수원 원천지점의 영업총괄이었다. 

“까르푸가 좀 더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춰 모든 면에서 현지화 되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매장의 개보수를 실시한 후 까르푸의 룰과 대치된다는 이유에서 책임지고 나오게 됐습니다.” 

까르푸를 나온 직후 다른 외국계 기업을 노크하는 동안 친구의 일을 잠시 봐준 것이 자동차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은 계기가 됐다. 주 사장은 당시 삼성은 망할 수 있어도, 자동차는 원산지가 한국이어서 망해도 부품은 끊임없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갖춘다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 분야에서도 수출, 수입의 기회가 있다고 믿었다. 

주 사장에 따르면, 자동차 중고부품 무역은 기술을 요하는 특수무역이다. 좋은 중고차를 판별하는 것처럼 차를 볼 줄 알아야 하고, 전 세계 시장에서 현재 잘 팔리고 잘 나가게 될 모델, 부품을 알아야 하며, 국내는 물론 국외 판매 가격 등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바이어들에게 좋은 컨설팅을 해줄 수 있고 최선의 조건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 사장은 거래선 외에도 연 2~3회를 주요시장에 나가 순전히 차량 분포도, 그에 대한 부품 등을 조사하고 이를 국내 비즈니스에 반영하고 있다. 남들보다 빠른 정보를 갖고 빨리 움직이고 흐름을 정확하게 잡으려는 것이다. 

“송도 중고차 매장을 접은 것은 앞으로의 흐름이 중고차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처럼 8년, 10년, 15년 된 차가 해당 국가에 쉽게 받아들여지는 구조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이라크에는 과거 10~20년 된 차가 수출됐지만 5년 전부터는 2년 이내의 차가, 요르단은 5년 이내의 차가 통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중고차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차, 외국차 가릴 것 없이 중동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시장에 접촉해 모든 원가분석을 해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미국의 경우 물류비가 커 한국과 별 차이가 없지만, 중동이 가솔린을 주로 사용하고, 스타렉스, 싼타페, 쏘렌토와 같은 승합차와 SUV를 요구하면서 디젤의 한국보다는 미국산 차가 선호되는 것입니다.” 

한주는 수십억 원의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자동차 전 분야에 대한 지금의 노하우를 갖게 됐다. 주 사장은 “우리처럼 외국에 나가 시장분석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천벽력

 

한주는 7년째 불황을 겪고 있다. 중동의 민주화 바람, 시리아 내전으로 주요시장을 모두 잃은 것이다. 매출은 심하게는 10억 원 대로 곤두박질쳤다. 12명이던 직원은 4명으로 줄었다. 길고 깊은 고난의 시간은 당연하게도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신차, 중고차 점유율 또한 중동지역에서 80~90%를 차지했다. 나머지 시장은 소규모이고, 일부 지역의 경우엔 대금 결제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남미지역에서는 한국 차가 힘을 쓸 수 없습니다. 미국시장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가는 것이 물류, 부자재 등 비용 면에서 낫습니다. 그나마 한국에서 남미로 수출되는 것은 LPG 차량 정도인데, 남미 주요국의 경기 또한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페루와 같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티코가 택시로 다닐 정도로 낙후된 상태다. 현지에서 부품을 깎아 차를 조립하기도 한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경우엔 다른 애로점이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주요시장, 즉 자동차를 구매할 여력이 큰 나라들이 오른쪽 스티어링 휠을 표준으로 하기 때문에 부품 조달이 어렵다.

 

일본 자동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차의 시장점유율은 15% 정도 밖에 안 된다. 비교적 한국과 친숙한 베트남은 신규시장으로 여겨지지만, 이제 신차가 들어가는 과정에 있어 부품 수요가 크지 않고 부품 수출에도 규제가 있다. 또 모닝, 스파크, 밴이 주로 수출돼 국내에 없는 품목들이 많다. 캄보디아의 경우엔 노후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주 사장은 “많은 바이어들이 외국, 한국 차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국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쉽지 않고, 남미, 헝가리, 우루과이,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을 하고 있지만 소량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중동시장이 그만큼 절박한 것이다. 시리아, 이라크는 인구가 2,500만 명 규모로 중동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들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300~500만 명 수준이다. 이런 국가들은 시장 형성이 안 된다. 그런데 시리아가 특히 중요한 것은 이곳에 제품이 수출되면 터키, 유럽은 물론 파키스탄, 동아프리카로 가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르단은 500만 명의 시장을 갖고 있는데, 시리아 난민 200~300만 명이 몰려들어 물가가 폭등하고 임금은 오히려 1/3로 줄면서 차를 몰던 사람들이 차를 운행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중동 전역의 수출이 줄었습니다.”
한주는 시리아에서만 매출의 50%를 충당해왔다. 요르단, 이라크 비즈니스도 시리아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아 매출이 반 토막 났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 것은 중동의 자동차 공업사들이 BMW 등에서 한국으로 모두 돌아서는 과정에서 이 전쟁이 터졌다는 것이다. 

“전쟁이 난 이후 두바이 시장을 공략하려 했지만 워낙 많은 외산 차량이 들어와 있어 BMW, 벤츠 등을 절단해 보내기도 하고 렉서스 등 중고차를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바이 역시 주변 전쟁으로 물가가 오르고, 지속적인 개발로 자동차 산업 단지가 밖으로 밀려나면서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라크 종전 때처럼…

 

주 사장이 매일 출근해 처음 하는 일이 중동 뉴스를 보는 것이다.
희망적인 소식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바마 정부 때보다 강력한 중동지원을 약속하면서 시리아 내전이 곧 끝날 것이라는 것과 그 이후의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다. IS의 라카 지역 문제가 해결되면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중 시리아 사태가 끝나면, 예전 이라크전쟁이 끝난 후 바이어들이 우리나라의 폐차장에 있는 모든 차를 쓸어갔듯이 시리아에서도 같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때 중고부품도 대규모로 유입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주를 비롯한 업계의 현 과제는 이윤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때까지 회사를 지속하느냐다. 그러나 매출 급감으로 자금 유동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이 회사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기관은 이들을 한계기업으로 지정하고 3개월마다 원금, 이자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주재훈 사장의 명함에는 현대, 기아, 쉐보레, 르노삼성, 쌍용 브랜드가 찍혀 있다. 모두 한국산이다. 그러나 여기서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은 현대와 기아의 로고뿐이다. 현대·기아의 국외 점유율은 높다. 그러나 쌍용은 거의 찾기 힘들고, GM과 닛산의 르노삼성의 물량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 자동차시장도 이라크는 현대, 기아, GM이, 시리아는 현대, 요르단은 기아, 이집트는 GM이 주도한다.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지만 주 사장은 현대기아자동차가 더욱 글로벌 경영을 잘 해주길 바란다. 

“한국 차는 그동안 환율 이득이 꽤 컸고 토요타의 리콜사태 덕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예를 들어 하이브리드 카와 같은 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매출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르단에서는 토요타의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카에 세금이 거의 없다. 반면 한국 차에 대한 요르단 관세는 큰 폭으로 상승해 경쟁이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정도다. 

“중동에 공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잘하고 앞선 시장에서 밀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문제가 큰 것입니다. 점유율 80%를 유지하고 있다면 지속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주 사장은 중동의 한국 기업들에게 철저한 현지조사를 주문한다. 직접 거리에 나가고, 부품상가 등에도 가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내놓길 바란다. 

“예를 들어 외국 회사들은 병행수입, 수출을 해 물건을 팔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수출에서 그렇지 않습니다. 글로벌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객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한국의 수출업체를 통해 물건을 조달할 수 없다면 다른 지역에서 물건을 만들어 올 것이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부품시장은 현대모비스의 이름은 달리지 않지만, 같은 국내 시중품과 중고품, 대만과 중국 제품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리고 고객들은 싼 것만 찾고 있다.

 

온라인과 새로운 기회

 

주 사장은 부품시장의 온라인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수출기업인 한주 입장에서 온라인화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대리점 시스템, 거라지 문화가 없는 국내시장은 그렇다. 

단, 현재 신품 가격의 30~50% 가격의 중고품에 대한 온라인화가 시작되고 있고 보험개발원도 중고부품에 대해 보험처리를 해주자는 상황으로 일부 온라인 업체들이 사세를 확장하고 투자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폐차협회와 손잡고 중고 부품 판매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 사장은 “역으로 생각해 차가 사고가 나서 공업사에 갔을 때 중고제품을 쓰고 싶겠습니까. 아직은 그만큼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고 종합적으로도 큰 시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스타트업은 정확한 지식을 갖고 투자를 받아 올바른 곳에 투자하고 비용을 집행해야만 하는데, 이때에 연 매출 수십억 원의 외형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지닌 한주와 같은 회사가 운영의 효율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우리 입장에서도 고정적인 수입을 통해 향후 새로운 사업을 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주가 폐차장까지 운영하게 된다면 해당 비즈니스의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서비스업이고 마진에 한계가 있으며 손님이 없으면 적자를 봅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 공업사, 폐차장 등 원자재를 파는 당사자들은 기본적인 마진이 높고 언제나 주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폐차장과 공업사 체인을 갖게 되는 것은 모든 정보와 노하우를 더욱 잘 알고 비즈니스를 더 효율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정적인 수입도 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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