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주의 경고’ 시간제한을 5초에서 3.5초로
주행 보조를 위한 새로운 운전자 모니터링 요건
2024-01-26 온라인기사  / 윤범진 기자_bjyun@autoelectronics.co.kr




운전자가 테슬라(Tesla) 오토파일럿과 같은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주의가 산만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앞으로 유럽에서 적용될 운전자보조시스템(Driver Assistance Systems, DAS)에 대한 새로운 규정 작업의 일환으로 주행 보조 시스템을 위한 운전자 모니터링의 새로운 규정이 표결에 부쳐진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uropean Transport Safety Council, ETSC)의 자동화 전문가 프랭크 뮈체(Frank Mütze)는 이 규정의 쟁점을 살펴보고, 운전자의 주의 산만 시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간제한이 더 짧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 BMW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Driving Assistant Professional)과 같은 주행 보조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기술 규정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다. 운전자제어보조시스템(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 DCAS)에 관한 법안은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산하 WP.29(World Forum for Harmonization of Vehicle Regulations)에서 개발 중이다. 차량 시스템에 대한 EU 기술 규정의 대부분은 EU 및 유럽 외부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주행 보조 시스템(Assisted driving systems)은 일반적으로 차량의 속도를 제어하고 차선을 유지하는 등 운전 조작의 일부를 자동화한다. 자율주행 시스템과 달리, 운전자는 운전 책임을 지며 여전히 제어권을 갖는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규제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은 우려할 점이 있는데, 특히 운전자가 사람의 통제가 필요 없는 마치 자동운전 시스템인 것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프랭크 뮈체는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하는 동안 운전자의 주의 산만 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곧 확정될 규정이 왜 도로 안전을 위해 강화되어야 하는지 밝혔다. 

주의 산만 운전의 위험성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는 최근 “운전자 주의력 분산(Driver Distraction)” 보고서에서 산만한 운전이 심각한 위험 요소임을 지적했다. 부주의한 운전으로 인한 정확한 사고 건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의 깊은 운전에 비해 사고 위험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특히 문제가 된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충돌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전화를 걸 때 충돌 위험이 12배, 문자를 읽고 쓸 때 충돌 위험이 6배 증가한다. 충돌 위험이 증가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도로에서 눈을 떼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2006년에 발표된 일상 주행 연구에 따르면, 어떤 목적이든 2초 이상 한눈을 팔면 정상 운전에 비해 충돌 위험이 최소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 보조’의 역설

네덜란드 안전위원회(Dutch Safety Board)는 여러 건의 실제 사고 조사를 포함한 2년에 걸친 조사 끝에 2019년 보고서 “누가 운전대를 잡는가?(Who is in control?)”를 통해 주행 보조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해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에서 제기한 문제 중에는 운전자의 과대평가, 오해, 오용, 운전자의 운전 조작 이탈 등 인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운전 조작의 자동화 수준이 높아지면 운전자가 운전 외 활동에 참여하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에, 운전자의 운전 조작 이탈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한, 주행 보조 시스템은 운전자가 운전 외 활동에 참여하는 경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를 비롯해 여러 연구에 따르면,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운전자는 보조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을 때 수동 운전보다 산만한 운전을 할 가능성이 거의 두 배 더 높고,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한 기간이 길수록 운전자의 주의가 산만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주행 보조는 부주의한 운전을 ‘조장’하며, 운전자가 무엇을 하는지 모니터링하고 도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경고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주행 보조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규정

주행 보조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UNECE 산하 WP.29에서 개발되고 있다. 차량 시스템에 대한 EU 기술 규정의 대부분은 이 포럼에서 만들어진다. 세계 포럼임에도 모든 규정이 전 세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규정에서 주행 보조 시스템은 ‘운전자제어보조시스템(DCAS)’이라고 한다. DCAS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서브셋이며, ADAS는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차량속도제어(Intelligent Speed Assistance, ISA), 첨단긴급제동시스템(Advanced Emergency Braking Systems, AEBS), 차선이탈경고시스템(Lane Departure Warning Systems, LDWS), 차체자세제어장치(Electronic Stability Control, ESC) 등과 같은 안전성 ADAS는 안전 위험 발생 시 짧은 시간 개입하여 경고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차량을 제어한다. 예컨대 AEBS는 잠재적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둘째, 위급한 상황뿐 아니라 지속해서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는 ADAS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실제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므로 흔히 ‘운전자 편의’ 시스템이라고 한다. DCAS는 후자의 범주에 속한다. 

DCAS 규정은 조향 장치에 관한 UN Regulation 79에 규정된 유럽 도로에서 주행 보조 시스템을 허용하는 현행 규정을 대체하게 된다. 운전자 모니터링 요건과 관련하여 새로운 DCAS 규정은 UN Regulation 79의 현행 규정보다 크게 개선될 것이며 운전자 주의 산만 경고 시스템에 대한 EU 규정보다 개선된 내용을 포함한다. 하지만, 프랭크 뮈체는 새 규정의 한 가지 요소로 인해 운전자 모니터링에 관한 전체 패키지가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각적, 수동 방해 요소 감지

네덜란드 안전위원회 보고서는 UN Regulation 79의 주행 보조 시스템에 관한 현행 규정에는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이는지 확인하는 조항이 미흡하고, 그 외에도 몇 가지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현재 주행 보조 시스템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지만 확인한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으면 시스템은 늦어도 15초 후에 시각적 경고를 통해 운전자에게 경고해야 한다. 최대 30초 후에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시각 경고가 빨간색으로 바뀌고 경고음이 울려야 한다. 30초가 넘어도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비활성화된다. 

이것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자동차가 1분 동안, 또는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km로 주행할 때 운전자 개입 없이 2km를 달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시스템을 쉽게 속일 수도 있다. 일부 차량은 운전대에 일정한 무게를 가해 시스템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속일 수 있다. 운전자 모니터링에 관한 현행 규정의 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규정은 두 가지 방식으로 운전자 모니터링을 개선한다.

기존 규정보다 개선된 첫 번째 사항은 첫 경고가 15초가 아닌 5초 후에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도로를 주시하고 있음을 시스템이 확인할 수 있는 경우, 이 경고는 10초로 연장될 수 있다. 30초가 아닌 10초 후에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은 경우, 청각 경고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시간이 크게 줄게 된다. 

두 번째 개선 사항은 이제 시스템이 운전자의 시각적 주의 산만 여부도 모니터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전자가 도로를 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현행 규정보다 중요한 진전이다.

이것이 산만한 운전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뮈체는 이러한 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도로를 주시한다고 해서 운전에 집중하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DCAS 규정의 두 번째 개선 사항은 UN Regulation 79와 관련이 없으며, 대신 ‘첨단운전자주의산만경고(ADDW)’ 시스템에 대한 EU의 최근 규정과 비교된다. 

ETSC에서는 현재 EU 규정이 별다른 이점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시스템이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이 있는 대시보드나 휴대전화 거치대를 향한 시선이 아닌 무릎이나 발을 장시간 응시하는 것만 감지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EU에서 정한 최소 요구 사항만 준수하는 ADDW 시스템은 가장 중요한 주의 산만 유형을 감지하지 못하므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긍정적인 소식은 앞으로 DCAS 시스템이 장착된 자동차는 운전자의 시선 또는 머리 위치가 운전 조작과 관련된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지 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운전 관련 조작’을 표시하는 데에도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면을 장시간 응시해도 주의 산만 경고가 면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프랭크 뮈체는 어떤 이유로든 도로에서 2초 이상 시선을 떼면(운전 조작 관련 정보 확인 포함) 충돌 위험이 커지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운전자가 시스템 메시지를 이해하거나 운전 관련 조작을 완료하기 위해 2초 이상 도로에서 눈을 떼야 한다면 해당 설계에 결함이 있는 것이므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뮈체는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완전히 면제할 경우 운전자가 앱, 음악 제어, 기타 인포테인먼트 기능 등으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지는 경우에도 경고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ETSC는 대시보드 영역을 운전 조작과 관련된 영역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규정 문구에 반영되었으며, 운전 조작과 관련된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도로와 미러에서 장시간 시선을 떼면 경고가 울리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DCAS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감지해야 하는 주의 산만 유형은 EU의 주의 산만 시스템 규정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으며, 요구 사항을 업데이트할 때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여전히 주의 산만 운전 허용

새로운 규정에 따라 운전자는 첫 번째 경고가 표시되기 전까지 최대 5초 동안 도로에서 눈을 뗄 수 있으며, 5초 후에도 주의를 도로 쪽으로 돌리지 않으면 3초 후에 더 높은 강도의 경고가 표시된다. 이에 비해 EU의 ADDW 규정은 최대 3.5초 후에 경고가 표시되어야 하며,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1.5초가 연장될 수 있다.

여기서 ADDW 규정은 두 가지 속도 범위를 구분하고 있으며, 3.5초 제한은 차량이 시속 50km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차량 속도가 시속 20~49km인 경우 최대 6초가 적용된다. 

뮈체는 이 규정이 도로 안전 관점에서 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시속 20~50km의 속도 범위는 취약한 도로 이용자가 있는 건물이 밀집된 도심에서의 주행을 의미하므로 이보다 더 짧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DCAS에 5초의 제한을 적용하는 이유가 ADDW의 3.5초 +1.5초를 단순화한 것이기에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1.5초의 추가 시간은 예외적인 상황을 위한 것이고, 이 ‘단순화’는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가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시간을 5초로 늘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방 도로에서 2초 이상 시선을 떼면 충돌 위험이 최소 2배 이상 증가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DCAS 규정에 따르면, 최대 5초 동안 시각적으로 주의 분산을 허용함으로 운전자는 안전하다고 간주되는 시간보다 2.5배 더 긴 시간 도로에서 눈을 뗄 수 있다. 뮈체가 우려하는 지점은 5초간 주의 산만을 허용한다는 사실 자체뿐 아니라, 주행 보조 시스템의 부작용으로 인해 운전자가 운전과 무관한 행동에 몰두하여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뮈체는 글을 맺으며 이번 주 새 규정에 대해 투표를 하는 국가들이 제한 시간을 5초에서 3.5초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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