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D: 순작용과 역작용의 공존
2008년 06월호 지면기사  / 김경호 선임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텔레매틱스연구부

항공기, 선박, 자동차, 오토바이를 비롯한 모든 탈 것을 조종하는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이러한 탈 것들은 모두 땅 위(또는 땅 속), 바다 위, 하늘 위라는 공간에서 위치와 방향과 속도를 끊임없이 제어하고 피드백 받으면서 이동하게 된다.

항공기는 물론이고 최근의 최첨단 지능형 자동차는 전방 추돌 경고, 차선 이탈 방지, 미끄럼 방지 등 다양한 운전 지원 기능(Advanced Driving Assistance System, ADAS)을 탑재하여 과거 운전자가 직접 수행해야 했던 여러 가지 운전 조작을 자동으로 수행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운전이라는 작업에서 운전자의 중요성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하지만 자동차와 도로가 완전히 지능화되어 운전자의 운전 조작이 전혀 필요치 않은 100% 자동화된 무인자동차의 등장은 기술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볼 때(즉 인간중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아직 요원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운전 조작이라는 작업에 궁극적인 책임은 바로 운전자, 즉 사람이어야 하며 운전자는 운전 중 바뀌는 주변 상황에 유연하고 적응적으로 대처하며 운전이라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운전은 사람이 탈 것을 조종하여 3차원 공간 속을 움직이는 것이므로, 이러한 공간으로부터 정보를 인지하고 처리하여 대처하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운전 수행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때 운전자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 중 가장 중요한 정보는 바로 공간으로부터 획득되는 시각적인 정보다. 운전자는 전방을 끊임없이 주시하면서 도로, 주위의 차들, 신호등, 도로표지판, 보행자 등 수많은 시각적 정보들을 인식하고 이에 반응한다. 여기서 물론 사이드 미러나 후방 미러 등 차량의 측방 및 후방 상황에 대한 주시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차량의 진행방향, 즉 전방에 대한 상황인식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는 양손으로 핸들을 잡고 두발(또는 한발)을 액셀러레이터나 브레이크에 올려두는 거의 고정된 자세를 취하게 되며, 그 자세에서 고개를 똑바로 들어 자동차 전면 유리창을 통해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을 하게 된다. 운전자의 시각적 주의를 전방에 고정시키는 이러한 전형적인 자세는, 자동차의 대시보드 하단부에 주로 설치되는 오디오/비디오 장치, 내비게이션, 핸즈프리 핸드폰 등 다양한 차내 정보기기(In-Vehicle Information System, IVIS)들을 모니터링하고 조작하느라 머리나 시선을 아래로 움직여야하는 이른바 head-down의 동작으로 흐트러지게 된다. 운전자의 눈동자나 머리가 움직여 시선이 전방에서 이탈함으로 인해 초래되는 안전상의 위험성은 자동차 사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운전자의 시선을 전방으로부터 분산시키지 않고 다양한 운전지원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시도가 부각되게 되었으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운전자의 시선이 위치하는 자동차 앞 유리창에 시각적 정보를 표시하는 HUD(Head-Up Display)이다.


정보 표현

국외의 경우 GM, 포드, BMW, 푸조-시트로엥 같은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미 Siemens VDO, MicroVision, Delphi Delco, Calsonic Kansei 등에서 개발한 HUD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몇몇 연구소와 자동차 관련 산업체를 중심으로 시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나 본격적인 HUD 개발과 연구는 아직 미진한 편이다.

HUD 관련 기술 개발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는 HUD의 하드웨어 장치다. HUD를 자동차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전면 유리창 근처에 내장해야 하는데, 이 때 핸들, 에어백, 그리고 여러 가지 대시보드 장치가 차지하는 공간을 피해 HUD 하드웨어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장치의 소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기술적 이슈가 된다. 또한 다른 차량용 장치들처럼 진동과 충격, 온도와 습도를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신뢰도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세부적으로는 주간에도 충분한 밝기의 정보 출력을 제공하기 위한 고휘도 조명계, 왜곡과 잔상이 없으며 충분한 초점 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광학계 등이 HUD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HUD 하드웨어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HUD를 통하여 어떤 정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HUD에 표현할 수 있는 정보는 자동차의 속도와 RPM을 비롯한 기본적인 차량 정보, 다음 교차로에서의 회전방향, 목적지까지의 거리 등에 관한 turn-by-turn 기반 내비게이션 정보로부터 완벽한 맵 기반 내비게이션,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 등을 이용하여 인식한 주변 자동차, 교통표지판, 신호등, 보행자, 기타 노상 장애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또한 HUD를 통한 정보의 표현 방법 역시 단일 색상의 간단한 숫자와 심볼을 운전자 시야의 제한된 위치에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다양한 색상의 그래픽과 심지어 이미지나 동영상을 자동차 전면 유리창 전체에 표현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HUD를 이용한 정보 표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바로 운전자의 인지와 주의에 관한 심리학적이고 인간공학적인 요소이다.

운전이라는 작업은 시야로부터 획득되는 수많은 시각적 정보들을 주어진 시간 내에 탐지하고, 인식하고, 처리하고, 기억해야 하는 고난도의 인지적 과정을 필요로 한다. 특히 운전자는 전방 유리창을 통해 획득되는 시각적 정보를 모두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운전상황과 운전자의 의도와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므로 운전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HUD를 통해서 제공되는 정보의 종류와 개수는 이러한 인지적 요소를 고려하여 적절히 선택되어야 하며 정보의 배치와 조합 역시 운전자의 작업 기억 용량(working memory capacity)을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HUD 기술은 대부분 운전자 시야의 제한된 위치에 제한된 종류의 정보만을 제시하는 형태인데, 이러한 기술적 제약을 넘어서서 전방 유리창 전체에 완벽한 형태의 그래픽 정보를 출력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 있어서 중요하게 연구되어야 하는 주제는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디스플레이 기술이 아니라 이러한 Full-window-display가 과연 운전자에게 얼마만큼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HUD 기술 개발 시 고려되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요소는 바로 안전과 편의이다. 그 중 운전자의 안전에 대한 요소가 운전자가 누리게 될 편의성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운전자 안전의 관점에서 본다면 Full-window-display는 운전자의 안전에 대한 무엇보다 심각한 위해(危害) 장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운전자가 운전 중 획득하고 처리하는 정보의 90% 이상이 시각적인 정보이고, 그러한 시각적 정보의 대부분이 전면 유리창을 통해 획득됨을 고려할 때 HUD는 운전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제공 장치로 작용하므로 운전자 안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면의 차량과 교통 흐름, 신호등과 보행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운전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에도 매우 중요한데, HUD로부터 제공되는 그래픽 등의 가상의 객체와 실제 도로상의 객체를 구분하지 못함으로 인해 매우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는 HUD 상에 표현되는 시각적 정보에 집중함으로써 도로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상황을 인식할 수 없게 되는 인지적 터널링(cognitive tunneling) 효과나 운전자의 의도와 목적에 부합되는 시각적 정보만을 취득하게 되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와 같은 인간의 심리적 특징에 기인하는 자연적 현상이다. 따라서 HUD에 대한 연구와 기술 개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운전자 고유의 인지적 한계와 심리적 특성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엄밀한 실험적 증명의 기반 위에서 기술적인 검증과 실제 자동차에의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

연구의 초점은 `인간`

모든 기술에는 그것이 지니는 순작용과 역작용의 명암이 항상 공존하기 마련이다. 자동차 HUD 역시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최소화함으로써 안전한 시각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개발이 시작되었으나, 도리어 운전자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동시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HUD가 자동차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어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의 가장 중요한 정보제공 장치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간공학적이고, 인지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다양한 시각의 연구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무엇보다 기술 그 자체보다는 HUD를 이용할 인간에게 초점을 맞춰 과연 HUD가 운전자, 즉 인간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다 진지한 물음과 고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kkh@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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