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미국선 `DIE-sel`
2015년에도 3.5% 점유에 그쳐…
2009년 10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오페라의 유령으로 유명한 스타 에이미 로섬이 디젤 SUV에 셀프 주유하고 있다. 유럽과 달리 디젤의 미국시장 전망은 매우 어둡다.
<다임러 제공>

연비 좋고, CO2 배출 낮은 디젤차지만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카와의 대결도 힘겹다. 북미 대륙의 자동차들은 대부분 고속도로를 주행하며 평균 120 km/h로 달린다. HEV가 고속도로를 달리면 높은 속도에서 배터리가 아닌 내연기관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배터리와 전동 모터가 구동하는 도심 주행에서는 연비가 좋을지 모르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제 기능 발휘가 힘들다.


경유가 더 비싼 미국

환경성을 평가하는 잣대인 연비, CO2 배출을 고려하면 디젤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20~40% 정도 효율적이다.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현재 130 g/km이며 이를 미국에 대입하면 갤런당 43마일이 된다. 한편 미국의 CAFE 규제는 현재 25.3 mpg 수준이다.
유럽의 규제는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높아져 2015년엔 100%를 목표하고 있다. 또 2020년에는 100 g/km(미, 결런당 55마일)가 될 것이다. 반면 미국의 CAFE는 2016년에 평균 35.5 mpg를 목표하고 있다. 유럽의 디젤차들은 이미 미국의 2016년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미국에선 이토록 연비 좋은 디젤차가 발붙이지 못하고 있고, 유럽 메이커들 또한 미국에 차를 들여오지 않는 것일까? 이는 미국과 유럽정부의 정책, 소비자들의 니즈, 연료비의 차이 때문이다.
연료비의 차이는 가장 큰 영향을 준다. 8월 말 현재 미국의 가솔린은 갤런당 2.60달러이고, 디젤은 2.65달러다. 디젤과 가솔린은 동일한 원유에서 추출되는데 디젤은 정제 과정 후반에 얻을 수 있지만 수요가 낮아 보통 가솔린에 비해 저렴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오히려 가솔린이 정제 제한과 세금의 영향으로 싸다. 이에 따라 가솔린 수요가 높아졌고 세금에 대해서도 후해졌다. 현재 일부 주정부를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연방정부의 세금 적용은 가솔린에 대해 갤런당 18.4센트, 디젤에 대해 24.4 센트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가솔린, 디젤 간 가격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유럽의 디젤 수요가 늘어날수록 대 유럽 경유 수출, 가솔린 수입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가솔린에 비해 비싼 디젤차 값은 이 때문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된다. 디젤 엔진은 터보차저와 같은 부가 장치를 더해야 하고, 중량이 큰 차에서는 고압을 버텨야하는 컴포넌트의 요구 조건으로 가솔린에 비해 엔진 제조비용이 높다. 이에 따라 아무리 연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의 유가를 감안할 때 1,500~3,000달러의 디젤 프리미엄을 회수하는 데 오래 시간이 걸려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30 mpg를 기록하는 2만 달러의 가솔린 차량이 있다고 할 때, 이 차에 1,500달러의 디젤 옵션을 추가한다면 30%의 연비 향상을 얻을 수 있다. 또 해마다 1만 5,000마일 이상을 주행한다면 115갤런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유가를 적용한다면 1,500달러의 디젤 프리미엄 회수에는 4년 이상 걸린다.
서울대의 민경덕 교수는 “소비자는 정직하다.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값과 차값인데 미국의 자동차 문화는 디젤에 한계를 준다”고 말했다.


추월 힘든 HEV

그렇다면 프리어스와 같은 HEV와의 경쟁은 어떨까. 디젤의 자랑거리인 연비와 CO2 배출량은 미국에서 역작용해 강력한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로 돌아왔을 뿐이다. HEV가 미국에서 그린카 타이틀을 얻는 동안 모던 디젤은 여전히 검은 매연을 뿜고 덜덜거리는 차란 이미지를 벗지 못했으며, 엄격한 미국의 배출 규제 클리어를 위해 엔진에 더 높은 비용이 추가됐다.
하이브리드 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50개주가 강제하고 있는 질소산화물(NOx) 배출 규제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엔 0.29 g인데 반해 미국은 마일당 0.07 g 이하로 하고 있다. 디젤 엔진의 NOx 배출 저감은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민교수는 “미국은 배출가스 규제를 통해 유럽의 디젤을 견제해 자국 산업보호에 기반한 정책을 드라이브 해 왔다”고 말했다.
디젤은 연소방식 특성상 CO2, CO, HC의 배출량이 적은 대신 NOx과 입자상 물질(PM)이 다량으로 배출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결국 유럽의 디젤차들은 미국 진출을 위해 값비싼 배기 후처리 방식의 매연저감 장치(Diesel Particulate Filter Trap, DPF)와 요소수(urea)를 사용한 선택적 촉매환원(Selective Catalyst Reduction, SCR) 장치를 추가하게 됐다. 가솔린에 비해 비싼 디젤 엔진은 추가로 배출저감 장치를 달며 1,500~3,000달러의 비용이 더 추가됐다.
HEV 역시 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함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토요타모터세일즈 USA의 짐 렌츠(Jim Lentz) 사장은 “프리어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클린 디젤을 개발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우디의 볼프강 하츠(Wolfgang Hatz) 엔진&파워트레인개발 이사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한다면 모던 디젤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상이한 답변은 회사들의 역량 때문이다. 유럽의 카 메이커들은 전통적으로 디젤 엔진에 강해 낮은 비용에 개발하고 제조하는 방법을 장기간 시장에 차량을 공급하며 터득했다. 반대로 일본의 메이커들은 10여 년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노하우를 쌓게 됐다.
미국의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은 유럽의 회사들을 통해 디젤차를 생산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러나 디젤차를 미국에 내놓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GM의 톰 스테픈(Tom Stephens) 글로벌파워트레인 그룹장은 “GM은 디젤 엔진의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고 끊임없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트럭과 같은 대형차에나 적합하다”며 “디젤보다는 96%의 에너지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다와 토요타 등 일본 메이커들도 미국에 디젤을 들여오려던 계획을 최근 보류시켰다.
미국시장에서 디젤의 시장점유는 정체 상태다. 다만 독일 메이커들이 차를 들여오면서 매우 느린 속도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폭스바겐, 아우디 등은 최소 2개 모델 이상을 미국에 내놓고 있다. 대부분은 프리미엄급 차들이다. BMW는 BMW 3 시리즈의 스포츠 세단에 디젤을 채택하는 등 미국에서 디젤의 숫자를 늘릴 계획이다. 짐 오도넬(Jim O`donnell) 북미 지사장이 “우리는 미국에서 디젤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 믿고 있다”며 “2014년까지 BMW 차의 10~20%를 디젤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BMW의 라인업은 디젤 뿐만아니라 거의 모든 파워트레인을 포함하고 있으며, X6와 7 시리즈 등의 하이브리드 버전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에 진출한 거의 모든 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 버전을 내놓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디젤이 과연 미국에서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폭스바겐을 예외로 하고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J.D 파워스 파워트레인 부문의 마이크 오모토소(Mike Omotoso) 선임은 “미국의 승용차 시장에서 HEV의 점유는 올해 3%까지 확대되고 2015년에 9.5%를 점하게 될 것이며 디젤은 올해 1% 미만, 2015년에도 3.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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