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크햄스테드의 ‘귀신 발화’ 사건
2012년 05월호 지면기사  / 

2011년 4월 하순 커네티컷 바크햄스테드에서 ‘귀신 발화’ 사건이 있었다. 차고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일어나면서 쉐보레 볼트가 전소됐고 얼마 후 이 차에서 새로이 불꽃이 튀며 2차 화재가 있었다. 이 때에 철저한 규명이 있었다면 쉐보레 볼트의 문제는 일상적인 차고 화재 사고로 치부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5월 말엽, 하필이면 NHTSA의 측면 추돌 테스트 후에 MGA 측에서 노지에 버려놓았던 차량들이 전소되는 화재가 6월에 발생해 사태는 극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이 글은 2011년 5월 경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테스트 후 노지에 방치된 쉐보레 볼트의 발화 사고에 대한 최종 분석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보고서의 결론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쉐보레 볼트의 추돌 안전성이 ★★★★★의 등급을 받을 정도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 데 있어 이 대전제에 대해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음을 주지한다.



글│박 철 완 박사 <chulw.park@gmail.com>
그린카 콘서트(2011, 오토앤북스) 저자, (前)미 드렉슬대학교 기계공학과 초빙 조교수

불에 탄 볼트

다년 간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본 용어는 저서인 ‘그린카 콘서트’에 따른다)들의 시장 진입에 대해 많은 예측과 전망이 나왔다. 그 전망대로라면 이미 우리 곁에는 상당수의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들이 친근하게 다가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만일 우리가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 살고 있다면 닛산 리프나 쉐보레 볼트 같은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를 보다 쉽게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캘리포니아 주는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의 세계적인 테스트 베드이기 때문이다. 기실 미국 전역이 두 가지 종류의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의 중요한 테스트 베드이기도 하다. 헌데, 2011년에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쉐보레 볼트와 관련돼 일련의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1년 4월 하순 커네티컷 바크햄스테드(Barkhamsted)에서 있었던 ‘귀신 발화’ 사건이다. 이는 차고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일어나면서 니켈수소(NiMH) 이차전지로 개조된 스즈키 사무라이 개조 전기차와 쉐보레 볼트가 함께 전소된 사건이다. 이것으로 끝났다면 쉐보레 볼트의 문제는 일상적인 차고 화재 사고로 치부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사고에 반전이 있었다. 이는 전소된 쉐보레 볼트에서 며칠 후 새로이 불꽃이 튀며 일어난 2차 화재였다. 당시 화재에 대해 미국 내 군소 언론들은 다수가 각기 다른 2대의 쉐보레 볼트에 화재 사고가 연달아 일어난 것처럼 보도할 만큼 혼란스러워 했다. 사고는 불탔던 볼트에 원인 불명의 2차 화재가 일어난 것이었다. 사고의 원인은 바크햄스테드 지역 소방서와 GM이 심층 조사한 결과, 발화원이 쉐보레 볼트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듯하다. 정확히는 ‘1차 화재’의 원인이 쉐보레 볼트가 아니란 이야기였다. 만일 이 사고만으로 이슈가 종결됐다면, 사고는 우연히 발생할 수 있는 원인불명의 ‘귀신 불’ 이야기처럼 흘러가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하필이면 2011년 5월 말 NHTSA의 측면 추돌 테스트 후에 MGA 측에서 노지에 버려놓았던 차량들이 전소되는 화재 사고가 6월에 있었고, 7월에 사고 감식을 수행한 휴거스 어소시에이트가 화인이 쉐보레 볼트 한 대에서 시작됐다고 밝히며 극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쉐보레 볼트의 추돌 테스트 후 발화 사고와 관련해 NHTSA와 컨설팅 업체가 데이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5대의 테스트 차량과 6개의 배터리 시스템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결론만 간략히 말하면, 5대의 테스트 차량 중 테스트 번호 7394인 쉐보레 볼트가 MGA 측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의 원인이었다. 최종 보고서에 의하면 각기 다른 조건에서 테스트한 6개의 배터리 시스템 중 2개에 불이 붙었고, 1개는 외부 단락에 의해 불꽃과 스파크가 관측됐다. 이중 한 유닛은 다른 배터리 시스템에 화재가 일어났을 때 곁에 뒀다가 같이 불타 버렸다.

호미면 될 것 포크레인 동원

휴거스 어소시에이트에서 제출한 보고서의 20쪽 상단에 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Regardless of the failure mechanism, the physical damage to the battery and battery cooling system produced the side impact test was the root cause of this incident.”
여기서의 사고는 MGA의 노지에 놓인 테스트 사후 차량들을 전소시켜버린 사고를 뜻한다. 이 화재 사고의 시사점은 어떤 파괴 거동을 거쳤든 간에 쉐보레 볼트의 배터리 시스템과 냉각계의 물리적 손상이 화재로 이어졌으며 소위 안전하다고 주장돼 온 전기차용 중대형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도 발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휴거스 어소시에이트의 테스트 결과를 검토해 봤을 때, 셀 손상으로 인한 내부 단락, 냉각계 손상 후 유출된 냉각액, 물이 아닌 물과 에틸렌 글라이콜(Ethylene Glycol)의 혼합액인 DEX-COOL이 장시간 열에 노출됐을 때 탄화(carbonization)가 일어나 미묘한 외부 단락을 유발시킨 것이다.
이 사고는 화학 쪽 대학원에서 가끔 일어나는 화재 사고와 동류의 것이다. 유기화학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 히팅 멘틀이라는 전열기로 유리초자에 담긴 유기용매와 반응물의 온도를 제어하는 실험을 일상적으로 하는데, 유리 초자가 깨지면서 유기용매가 히팅 멘틀에 스며들게 된다. 실험 경력이 일천한 대학원생들은 유기용매가 휘발성이 있어 날아가겠지 하고 그대로 히팅 멘틀을 쓰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때 스며든 유기용매가 완전히 다 날아가지 않고 검댕이로 탄화가 진행돼 히팅 멘틀이 어느 날 갑자기 망가지거나 심한 경우 화재 사고로 이어진다.
6월의 발화 사고는 2011년 4월의 커네티컷 주 사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원인 규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사건을 결국 포크레인까지 동원하게 만든 것이다.

안전, 안전, 안전

필자는 2011년 4월 사고 직후 국내에 이를 소개하고 심각히 대응해야 함을 모 언론을 통해 이야기했다. 이차전지 제조사 홍보팀의 대응 양식이 위 사건을 오히려 키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글의 서두에서 전제한 바와 같이 실제 도로주행 환경에서의 사고 등으로 쉐보레 볼트에 화재가 일어났다는 리포트는 아직 없으며, NHTSA의 측면 추돌 테스트 이후 일어난 화재 또한 휴거스 어소시에이트 등에서 재현하지 못했다. 특히, 설사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하더라도 추돌 직후 탑승자들이 구조되기까지의 시간 내에 인사 사고로 이어진 것은 더더욱이 없다.
그럼에도 배터리 시스템을 갖고 시행한 여러 가지 테스트에서 우려할 점들이 발견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전력망 집속형 전기차에 장착되는 고에너지 이차전지 시스템의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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