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란 환경이 자연스럽게 전기차에 꼭 맞는 것처럼 바람에 몸을 맡겨보자고 마음먹으니 전기 렌터카 여행에 즐거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여행 일주일 전 차를 수배하기 위해 SK렌터카에 연락하니 흔쾌히 차를 대줬고, 시간이 갈수록 여행의 동반자들이 속속 생겼다. 제주의 대표들을 찾는 여행을 즐겼다.
글 │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언제나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에서 맞는 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뚝 떨어진 수은주는 새로운 여행의 신호로 여겨진다. 이번엔 제주도다. 전기차를 타고 제주도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목적, 콘셉트에 맞춰 꽉 짜였던 여느 때의 겨울여행과 다르게, 이번 '제주로 가는 길'은 오랜 만에 고향을 찾는 듯 설레지만 낯설지 않고 정해진 스케줄도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부담이 됐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한 번쯤 다녀온 관광 명소, 게다가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2~3년 전과 크게 달라진 EV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경험의 축적은 그 곳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식상함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그래! 제주란 환경이 자연스럽게 전기차에 꼭 맞는 것처럼 그냥 바람에 몸을 맡겨보자’라고 마음을 비우니 즐거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여행 일주일 전 차를 수배하기 위해 SK렌터카에 연락하니 흔쾌히 차를 대줬고, 여행의 동반자까지 생겼다. SK네트웍스 김형식 과장이 1박 2일 여행의 동무가 돼 주기로 했다. 그리고 12월 15일 제주행 9시 30분 OJ 8915편은 또 다른 영감을 줬다. 마침 아시안컵에 대비해 제주전지훈련에 나서는 국가대표 축구팀, 슈틸리케 號의 일원 틈에 함께 앉게 되면서 ‘테스트베드 제주에서 제주의 대표를 찾아보자’란 목표가 생겼다.
이렇게 해서 제주의 레거시와 이를 보전하고 발전시키려는 대표자들의 노력을 엿보는 여행이 시작됐다.
‘2030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Jeju)’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청정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이용할 차량을 전기차로 바꿔가고 있는 제주를 달렸다.
한라산, 용암 동굴 등 많은 제주의 대표적 유산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거나 지나쳐야했지만, 제주시청과 삼성혈, 북쪽 끝 김녕, 동쪽 끝 성산 일출봉, 남쪽의 중문ㆍ서귀포ㆍ산방산ㆍ핀크스 비오토피아 등을 돌아보며 제주의 푸른 바다, 바람, 돌담, 올레(좁은길), 갈대, 해산물, 감귤, 말과 돼지, 돌하루방 등을 만났고, 이를 전기차 산업 육성과 함께 지키고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주공항|삼성혈|15일 12:30
전기차, 육지 사람을 맞이하다
두터운 구름을 뚫고 내려가니 마침내 코발트와 에마랄드 빛이 어우러진 제주공항 앞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12시 30분. 제주 도착 직후 SK네트웍스 김 과장, 콘티키 이상엽 실장과의 첫 일정은 삼성혈로 결정됐다.
제주 역사의 시작점인 탐라국 성인들과 돌할아버지(돌하루방)부터 만나기 위함이다. 바로 이곳서 태어난 제주도의 개벽시조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우마와 오곡의 종자를 가지고 온 삼공주를 맞이하면서부터 농경생활이 시작되고 마침내 탐라왕국이 시작됐다고 한다.
공항서 5분 내외 거리에 있는 삼성혈로 가기 위해, 또 1박 2일의 탐험을 위해 렌터카를 빌려야했다. 공항 입구서 도보로 1~2분 거리에 있는 센터에는 30~40여 렌터카 업체의 영업부스가 있었다. 렌터카는 육지 사람들에 대한 제주의 최초 관문이자 여행의 시작이다. SK렌터카에서 예약한 쏘울 전기차를 탔으니 이는 ‘Carbon Free Island’란 미래 제주와의 첫 조우인 셈이었다.
SK렌터카의 현지 협력업체인 인켈전기통신의 김대현 씨가 친절하게 전기차 사용법과 응급상황 대처법에 대해 설명해줬다. 쏘울 EV는 레이 EV 등 종전의 전기차들보다 주행거리가 더 길어 완전 충전했을 때 150~160 km를 주행할 수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주행가능 거리가 156 km로 찍혀 있었다.
김대현 씨는 “오늘처럼 날이 추우면 히터, 열선 시트를 가동하게 되는데, 이런 요소가 급가감속 등 운전습관과 오르막길 등판 등과 함께 계산돼 차의 주행가능 거리에 반영되고 이를 줄일 것”이라면서 “매뉴얼에 급속충전소를 보기 쉽게 표시하기도 했지만, 내비게이션에도 주행가능 거리와 차량의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 순으로 충전소 위치를 표시해 충전소를 찾는데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파워 스위치를 누르면 시동된다. 엔진이 없어 소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인스트루먼트 패널 좌측 상단의 녹색 아이콘을 통해서만 시동됐는지 알 수 있다. 충전은 시동을 끈 상태에서 해야만 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왼쪽 아래의 버튼을 누르면 충전구가 열린다. 충전 중 시동을 켜지 않고 차의 전원만 ‘온’으로 해 공조장치를 이용할 수도 있다.
|SK렌터카|15일 13:30
국내 유일의 EV 렌터카
삼성혈을 나와 5분 정도를 이동해 SK렌터카 제주 본부를 찾았다. 이진서 지점장이 7대의 쏘울과 레이 EV 렌터카 앞에 서 있었다. SK렌터카의 제주 차고지는 이곳은 물론 전국 유일의 B2C 전기 렌터카가 있는 곳이다.
이 지점장은 “제주도에는 AJ, KT, SK 등 전국 지점망을 지닌 회사의 15개 영업소를 포함 74개 업체가 있는데 전기차는 SK렌터카가 유일하다”며 “KT가 보유한 3대의 전기차는 카 셰어링 콘셉트”라고 말했다. SK렌터카는 제주에서 550대의 렌터카를 운용 중인데 그중 20대가 B2C 전기 렌터카다. 법인 전기 렌터카를 포함하면 총 47대다.
제주의 관광산업과 함께 렌터카 사업은 급성장 중이다. 제주도는 철도가 없고 버스 등 대중교통 시스템이 대도시처럼 완벽하지 않다. 대신 총 등록차량 36만 대, 인구 당 0.61대, 세대 당 1.5대의 차량 보유로 전국 1위답게 승용차와 도로교통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외지인에게 렌터카는 자유와 저비용의 최선의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즉, 렌터카 업체가 전기차를 도입한다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을 통한 전기차의 홍보효과가 대단히 커지는 것이다.
지점장에 따르면, 업체 수는 3년 전 38개였지만 현재는 74개나 된다. 그러나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차량 수는 2~3년 전 1만 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만 대다. 렌탈 유형은 대부분 여행자 단기 렌탈이다. 법인 장기 렌탈은 200여대 수준인데, 이는 공장과 기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2차 산업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이 지점장은 “6년 전 이곳에 올 때만 해도 관광객들은 대개 2~3개월 전 여행을 계획하고 차량을 예약했지만 지금은 골프, 낚시 등을 이유로 1년에 3~4번 씩 방문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예약주기도 대단히 짧아졌다”며 “주말여행을 위해 주중에 예약을 한다”고 말했다.
전기 렌터카는 주로 20~30대 젊은층이 선호한다. 이들은 스마트한 환경에 익숙하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며 저렴한
비용을 중요시한다.
이 지점장은 “쏘울 EV의 경우 할인을 적용해 하루 2만 4,750원 정도에 타는 셈”이라며 “SK렌터카는 전기차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가솔린과 동일한 요금을 적용하고 있는데, 차주가 주유를 할 필요가 없고 충전이 무료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감안해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까지 SK렌터카의 유료 전기 렌터카 이용자 수는 총 1,020명으로 가동률이 매우 높다. 제주에서는 물론 전국 각 지역의 내연기관 대비 가동률이 크게 높아 55~60%를 기록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김 과장은 “조사결과 제주에서 전기차를 이용해 본 고객의 80%는 다시 EV를 빌리겠다고 말했다”며 “유류비 절감 등 경제적 장점도 있긴 하지만, 이런 답의 가장 큰 원인은 제주에서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동안 이 차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 생각이 바뀐데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강변북로, 올림픽대로와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 초입에 있는 ‘저속전기차 출입금지’ 표지판이 여전히 방치돼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SK렌터카는 그동안 제주도에서 개인, 숙박지, 언론사, SK그룹 직원을 대상으로 전기차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관련 데이터를 축적, 분석하고, 사용 매뉴얼 등을 작성했다. 이를 통해 2014년 1월 렌터카 사업을 본격 상용화할 수 있었다.
이 지사장은 “보유대수가 적긴 하지만 가동률이 매우 높고 예약이 항상 꽉 차기 때문에 이제는 플릿을 확대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스타렉스와 같은 승합차도 전기차로 나와야 모든 제주의 차를 전기차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렌터카는 제주와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과 관련해 B2C 렌터카 확대를 위해 200대를 제안을 했지만 현재 사업 예산 확보가 안 돼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제주도청|15일 15:00
네거티브한 사람이 나쁜 사람
SK렌터카 본부를 나와 다시 5분 정도를 달려 ‘탄소 없는 섬 제주’ 실현의 심장부 제주특별자치도청을 찾았다. 도청 사람들은 원희룡 도지사가 별도의 의전차량 없이 쏘울 EV 전기차만 타는 것을 대단한 자랑으로 여긴다.
경제산업국 에너지산업과의 김홍두 과장과 양제윤 담당관은 202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도시 조성, 해상풍력 1GW 개발과 전력 수요 50% 대체를 통한 에너지 자립, 전체 차량의 30%인 9만 4,000대의 EV 대체란 야심찬 계획과 전기차에 대한 실상을 들려줬다.
김홍두 과장은 “전기차를 보급할수록 환경이 좋아진다”며 “전기차의 전후방 산업과 제주도의 자연유산을 지키고 산업화하겠다는 장기 비전 아래 2017년까지 전체의 10%인 2만 9,000대의 보급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는 2014년 10월 현재 전기차 619대(전국 24%)를 보급했다. 올해엔 1,5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보급될 3,000대 중 50%를 제주가 담당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올해 중 제주는 총 보급대수가 2,360대로 서울을 추월하게 된다. 한편, 현재 제주도의 에너지는 중부, 남부발전의 화력발전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해저를 통해 32%의 전력이 들어오고 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은 6%인데 이 신재생에너지가 향후 모든 전기차의 에너지를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규모는 현재 124 MW로 올해 내에 300 MW가 될 예정이다.
양 담당관은 “민간보급은 2014년처럼 3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 2015) 등에 맞춰 추첨을 통해 할 것인데, 이전의 10.5:1의 경쟁률이나 보급 이후의 반응으로 볼 때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도청에는 지금도 보급 공고가 언제 나오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 과장은 “전기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우선대상 중 하나였던 언론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굳이 문제점을 꼽으라면 공동주택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인데 이것은 전국적인 문제”라며 “이 외에는 kW당 60원 미만으로 더 싸게 충전하기 위해 심야에 충전하는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제주도민에게 전기차는 전혀 불편이 없는 차다. 예를 들어 서귀도에 거주하는 한 도의원은 하루 120~130 km를 주행하는데, 과거에 60~70만 원 들었던 유류비가 현재는 SM3 Z.E.를 타면서 7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제주시와 서귀포 왕복 등 이동에 전혀 문제가 없는 데다 3년만 타면 유지비 절감으로 차값을 다 떼게 된다. 제주에는 시범사업 없이 개인사업자를 통해 6대의 전기택시가 운용되고 있는데 이 차량의 유지비는 한 달 10만 원 선이다.
김 과장과 양 담당관은 이구동성 “제주에서 전기차에 대해 네가티브한 의견을 말한다면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며 “자기 집에서 충전이 가능한 사람만 보급했고, 하루 150 km 이상 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인프라에 대한 불평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에는 2014년 10월 현재 급속 73기, 완속 742기 등 815(전국의 30%)기의 충전기가 구축돼 있다. 사실상 15 km 마다 충전기가 설치돼 있는 셈이다.
도청의 최근 이슈 중 하나는 닛산이 리프 전기차를 보급하면서 급속충전존을 구축하는 것이다.
김 과장은 “리프는 차데모 방식이지만 커넥터 프로토콜이 상이해 일명 현데모로 불리는 국내 규격과 호환되지 않는다”며 “때문에 국내서 제주에 리프를 처음 들여놓으면서 닛산이 직접 1억 5,000만 원을 들여 2곳의 트리플 급속충전존을 구축할 것으로, 이런 브랜드 충전기가 들어오게 되면 정부의 인프라 구축과 함께 카 메이커 단위의 구축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 메이커들의 인프라 구축은 르노가 3기, BMW가 완속 30기를 구축한 정도다.
김 과장은 “이제는 전기차를 위한 기금을 조성할 때다. 저탄소협력금제도가 2020년대로 넘어갔고, 향후 수 천 대가 아닌 1만, 2만 대 이상을 보급해야하는데 국비 지원이 부족하다면 차를 사지 않게 될 것”이라며 “3~5만 대 정도 보급될 때까지 지속적 육성을 위한 민관 단위의 기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교환소|15일 16:00
실패한 배터리 교체
제주도청을 나와 장거리 주행에 대한 경험과 제주의 풍경을 담기 위해 김녕으로 향했다. 제주는 남북으로 41 km, 동서로 73 km이고 일주도로는 181 km다. 이곳저곳 명소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더라도 하루 150 km를 주행하기 힘들다. SK네트웍스의 김 과장은 “관광객이 하루 주행하는 거리는 대체로 110 km 정도이기 때문에 최초 완전충전된 쏘울 차량을 받았거나, 숙박하면서 밤새 충전했다면 따로 여행 중 충전할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SK렌터카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박3일 렌탈 기준으로 평균 360 km를 주행한다. 이는 제주에서 일반 가솔린 차를 렌트해 운행하는 경우와 거의 같다. 하루 최고기록은 350 km다.
SK렌터카와 SK네트워스는 그동안의 실증과 렌터카 사업 경험을 통해 극히 일부의 충방전 사태나, 차량 성능 문제를 고려한 서비스 모델을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11 kW의 배터리, 30 kW급 급속충전기를 장착 개조한 긴급 충전 서비스용 스타렉스 EV ERS 모델 1대를 운용하고 있다.
김 과장은 “지금까지 전기차 자체에서 발생한 문제는 단 한 건도 없다. 문제라고 한다면 충전기가 종종 염분을 동반한 강한 바람 등 제주의 환경 요인으로 카드 인식 문제가 발생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때문에 지나가는 곳에 위치한 충전기들의 인식 상태를 일일이 점검해 봤다.
전기차의 주행거리, 주행불안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창 밖으로 문 닫은 배터리 교환 실증사업소가 보였다. SK, 르노삼성, 개인택시조합 등이 펼쳤던 이 반자동 배터리 교환 사업장에는 아직도 장비가 그대로 남아있다. 비용 문제로 배터리 교환사업은 실패한 것으로 결정됐다. 기본적으로 배터리를 3분 내에 교환할 수 있는 전자동 시스템 모델은 부지비용, 배터리 재고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시스템 설치에만 30~50억 원이 들어간다. 반자동인 이 사업장의 경우도 르노의 퀵드롭 핵심기술과 부대 설비구축에만 8억 원이 투입됐다.
김 과장은 “반자동 설비는 배터리 교체에 1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러면 차라리 급속충전이 낫다”며 “이런 시스템은 워낙 비용이 많이 들고 가능 브랜드도 르노뿐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베터플레이스가 주창한 배터리 교환 모델은 초기 전기차 시장개발에서 큰 이슈가 됐었지만 실패했고, 현재 르노가 일부 택시 모델에서만 모델의 가능성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김녕|성산 일출봉|15일 16:40
바람으로 가는 차
김녕의 해안도로, 성산 일출봉을 향하는 전기차는 재빠른 가속력뿐만 아니라 소리와 관련해 미니밴이나 SUV를 처음 타고 내려다보는 주행과 같은 새로움을 선사했다. 블루온이나 레이 EV의 경우엔 방음대책이 부족해 노면의 소음이 과해 오히려 불편했지만 쏘울은 상당히 개선됐다. 강한 바람과 변덕스런 겨울 날씨에도 불구 윈도를 내리고 해안도로를 천천히 달리면서 파도 소리, 바람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같은 차, 같은 장소를 달려도 쏘울 EV라면 전혀 다른 풍경을 맞게 되는 셈이다. 이는 모처럼의 여행에서 새로운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고, 동기가 친환경이니 이보다 더 좋은 수가 없는 것이다.
제주는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환경의 보물섬이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과 람사르 습지,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지정, 등재, 인증 또는 선정됐다. 그리고 이 모두를 보유한 지역은 세계에서 제주가 유일하다. 이러한 자연은 제주의 제1 가치로 3차 산업이 80.3%를 차지하는 산업구조의 핵심요인이다. 그리고 자연환경이란 제주의 대표, 레거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탄소 없는 섬 제주’란 모토 아래 전기차 보급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해안, 해상으로 풍력발전소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일부는 프로펠러를 올리고 있고, 또 일부는 터빈을 올리고 있다. 어떤 발전기는 이미 완성돼 가동 중이고 일부는 멈춰있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 모두 달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동하더라도 제주에 전기 공급량이 충분하다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어 오히려 낭비가 된다.
김 과장은 “제주의 변화무쌍한 바람이 곧 석유”라며 “제주도는 203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GW의 풍력발전으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산 일출봉에 도착하니 한 매점의 아주머니가 친숙하게 전기차를 맞아줬다. 주변 카페에서도 몇 대의 전기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중문|하얏트 호텔|컨벤션 센터|16일 12:00
IEVE와 1,500대 공모
15일 밤 신선한 해산물을, 다음날 아침 유명한 고기국수로 배를 채우고 10시 30분경 서귀포를 향해 떠났다. 3월에 개최되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 2015)의 김대환 조직위원장, 박재찬 사무총장 등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도착 이전엔 중문 일대를 돌며 하얏트 호텔 등 충전 인프라를 점검했다. SK렌터카는 모든 숙박업체들이 다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하얏트 등 몇몇 숙박업체들과 사업 초기에 제휴 마케팅을 펼치며 충전기를 구축했다.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박 사무총장은 IEVE 2015의 준비상황을 들려줬다. 박 총장은 “지난번에 급하기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올해엔 지난 대회의 성공은 물론 준비기간도 길어 규모를 더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으로 가는 자동차란 테마는 여전하다. 그러나 규모는 컨벤션센터의 모든 층을 활용하고 기간은 주말을 두 번 끼며 열흘로 늘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고 1,500대의 민간보급 공모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전 OEM 브랜드도 지난 대회 참가 메이커 외에 새롭게 BYD, 마힌드라,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등이 나온다. 이 밖에도 다양한 버스회사들, 전기카트 업체, 학생제작 전기차도 출전한다.
박 총장은 “컨퍼런스에는 독일 환경부 장관과 BMW i3 생산공장이 있는 작센주의 지사, 라이프치히 시장 등이 섭외됐다”며 “또 약속을 아직 받진 못했지만 BYD, 테슬라, 르노닛산 회장도 초청했다”고 말했다. 컨퍼런스는 전기차, 에너지, 기후변화 등 총 5개 트랙, 20개 세션으로 진행된다.
박 총장과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서귀포시관광협회·서귀포신문·엑스포조직위 간의 ‘국제전기차엑스포 및 동아시아 플라워 워킹리그의 성공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식’으로 이어졌다. 전기차엑스포와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정보·인적 교류 및 홍보업무 등에 대한 협력 MOU였다. 3월 27일부터 3일간 중문 일원에서 국제규격의 공인 코스 걷기대회와 국제친선의 밤, 국제워킹리그회의 등이 진행된다.
IEVE 김대환 조직위원장은 “제주도 마이스(MICE) 산업 발전을 위해 세 기관이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서귀포시관광협회 민명원 회장은 “아름다운 섬 도시에서 전기차가 달린다는 것은 이를 보호 보존하는데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엑스포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제주어류양식수협 김영철 이사는 “제주가 전기차란 세계적 트렌드의 선두에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번에 다시 전기차 구입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라산|핀크스 비오토피아|산방산|16일 13:30
자연과 사람의 조화
컨벤션 센터를 떠난 마지막 여정은 아직 담지 못한 제주의 대표들을 더 찾아보는 것이었다. 三多島 제주에서 돌, 바람은 따로 찾으려 하지 않아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의 주행능력도 테스트해 볼 겸 남국의 한파를 뚫고 한라산을 횡단해 보기로 했다. 한라산을 향하는 동안 오름과 바람을 따라 휘날리는 끝없는 갈대 길을 지났다. 또 자연스럽게 차를 세워 노랗게 영근 신선한 귤을 따먹었고 제주말을 만나기도 했다. 특히 제주말은 친환경 전기차에 어떤 경계나 거리낌 없이 다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교감하는 장관을 연출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한라산 횡단은 실패했다. 초입에 이르니 강풍과 폭설로 도로가 차단됐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5시 30분 비행시간에 맞추기 위해 마지막 목적지로 핀크스 비오토피아를 택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의외의 또 다른 제주의 대표들을 만났다. 하나는 핀크스 비오토피아가 품고 있는 물, 바람, 돌의 자연과 사람의 조화이고, 또 하나는 삼다도의 마지막 퍼즐인 여자였다. 핀크스 비오토피아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 건축한 고급 주거단지다. 그런데 이곳이 더 의미 있고 유명해진 것은 제주 자연과 조화되는 4만 평의 대지 위에 생태공원을 꾸미고, 특히 물, 바람, 돌이란 제주도의 유산을 주제로 자연에 동화된 작품(미술관)을 전시했기 때문이다.
여다(女多)에 매칭된, 계원대ㆍ목원대 디자인학도 차영은, 최슬아 양은 근면한 제주여인을 뜻하는 본래의 ‘女’는 아니었지만 스마트하고 모험정신 강한 젊은 여인의 대변인이었다. 이들은 제주를 자세히 알고 싶어 방학을 이용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 무임으로 일하며 장기체류 동안 틈틈이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이날도 우박ㆍ눈ㆍ비바람과 강추위에 맞서 히치하이킹으로 외딴 곳을 찾은 것이었다. 산방산까지 동행키로 약속하고 최초의 전기차 경험을 선사하는 대신 비오토피아의 안내를 맡겼다.
핀크스 비오토피아에는 두손, 水, 風, 石 4개의 미술관이 있었다. 이타미 준은 자연과 조화된 사람의 온기와 생명을 말했다. 미술관에서 바람은 건물을 휘감고 안으로 스며들었고, 연못과 풍경엔 돌이 잠겨 있었으며, 수면과 나뭇가지는 빛과 바람을 품고 있었다.
|제주공항|16일 16:00
주행거리 111.7, 주행가능 거리 64 km
제주로 돌아오는 길은 마치 북국의 빙판길을 연상시켰다. 차들은 모두 비상등을 켰고 20~30 km로 서행했다. 눈앞에서 차가 갈 길을 잃고 빙글 돌아버리는 상황이 수차례 연출됐다. 조심스러운 만큼 SK네트웍스의 김 과장이 다시 운전대를 잡았고, 그는 연신 에코, 브레이킹으로 모드를 바꿨다. 이날의 주행거리가 어느 정도 됐고 날이 추워 열선과 히터를 켜면서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브레이킹 모드를 켜면 엑셀에서 발을 뗄 때 관성주행이 줄고 자연스러운 제동력이 느껴졌다. 차가 최대한 회생제동을 시도한 것이다.
김 과장은 “히터, 열선시트 등 난방장치나 에어컨을 작동할 때 최대 주행거리가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물론 최신 모델들은 에코 모드를 이용하고 저온 설정을 통해 약 20%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입성을 눈앞에 두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보니 주행거리 111.7 km, 주행가능 거리 64 k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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