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의 앤디 팔머(Andy Parmer) 신임 CEO는 새로운 고객층을 겨냥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려 하고 있다.
애스턴마틴은 현재 고전하고 있다.
102년 역사 중 흑자를 기록한 것이 고작 두 해뿐이긴 하지만 최근의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스턴마틴의 글로벌 생산량은 지난해 4,000대까지 떨어지며 시장에서의 경쟁력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매출은 전년대비 10% 떨어진 4억 6,800만 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애스턴마틴이 이익을 내기 힘든 것은 개발 비용이 워낙 크고 럭셔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팔머 CEO의 만회 전략은 매출 감소가 현격히 진행된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그리고 특히 바이파워가 급 신장한 여성을 공략하는 것이다. 즉 애스턴마틴의 회복 솔루션은 좀 더 크고 안전하며 다목적의 크로스 오버 모델이다.
자동차시장에서 여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고객으로 떠올랐고, 자동차 구매의 60~80%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장기간 이어지던 성별 격차는 2005년 마침내 뒤집혔다. 미국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가 남성보다 많아졌다. 운전자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프로스트앤설리번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75%는 자동차 회사가 여성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임스 본드의 애마로 유명한 스포츠카 제조업체가 여성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애스턴마틴은 빼어난 디자인에도 불구, 역사적으로 제작 차량 7만대 중 여성이 열쇠를 쥔 차량은 단지 5%인 3,500여 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애스턴마틴의 구체적인 여성 어필 전략은 무엇일까. 이는 ‘DBX’에서 시작한다.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이 널찍한 공간을 자랑하는 DBX의 디자인에 동참하고 있다. 자문위원회는 가상의 고객을 설정했다. 이 고객은 전문직에 종사하며 자녀를 두고 있는 ‘샬롯(Charlotte)’이란 커리어 우먼이다. “그녀는 매력적인 30대 여성”이라는 팔머 CEO의 말처럼 DBX는 상류층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 물론 다수의 남성들도 DBX의 고객이 될 수 있다.
DBX는 넓고 탁 트인 공간감, 이를 위한 높은 차고와 파노라마 루프 등 넓은 창, 핸드백이나 힐, 액세서리를 두기에 충분한 수납공간, 여성의 신체에 딱 맞는 시트와 대시보드 등 인간공학적 설계, 기타 다양한 편의 시스템을 갖춘 차가 될 것이다. 또 애스턴마틴은 벤틀리를 비롯한 럭셔리 OEM의 다양한 전략을 검토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벤틀리는 여성과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소형 SUV를 개발 중이고, 여성용 명품 가죽 핸드백도 직접 제작한다.
한편, 애스턴마틴의 심볼 모델도 제임스가 아닌 ‘제인’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예를 들어 포르쉐나 랜드로버는 마리아 샤라포바, 빅토리아 베컴과 같은 브랜드 대사를 내세워 최소한의 기대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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