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게 ‘오토 파일럿’은 생명선과 같다. 전기차, 자동차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테슬라의 상징성, 회사의 미래가 ‘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으로 쏠린 만큼 모델S 사망사고에 대한 출구전략은 오토 파일럿과 자율주행에 대한 제도적 환경의 미래, 모델3 등 후속 모델의 성공,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미래 이동성 서비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위기의 순간 오토 파일럿 2.0의 단서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테슬라의 생명선
“오토 파일럿은 제대로 사용만하면 사람이 직접 차를 모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언론의 비판이나 법적 책임을 고려한 상업적 이유로 이를 늦춘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
테슬라가 모델S 사망사고, 지속되는 생산차질로 홍역을 치루던 여름.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는 ‘마스터플랜 파트2’를 공개했다. 2006년 테슬라 블로그에 전기차 시장 확대를 천명한 첫 번째 마스터플랜을 올린 지 딱 10년 만이다.
이 파트2의 요지는 4가지로 ▶솔라시티 합병과 태양열 발전기-배터리 통합 스토리지 솔루션 개발 ▶전기트럭, 전기버스 등의 개발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 ▶자율주행 완성에 따른 공유 서비스다.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하나는 “장기적인 혁신기술에 대해 기대했지만 다른 업체의 것을 베낀 것 아닌가. 식상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율주행 기술의 당위성과 테슬라의 의지를 재천명해 사망사고 여파를 최소화하자는 것”이었다. 모두 호의적이지 않았다.
마스터플랜 파트2는 오토 파일럿을 위한 것이다. 테슬라에게 오토 파일럿은 중대사안이다. 전기차, 자동차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테슬라의 상징성, 회사의 미래가 ‘자율주행(+모빌리티 서비스)’으로 쏠린 만큼 모델S 사망사고에 대한 출구전략은 오토 파일럿과 자율주행에 대한 제도적 환경의 미래, 모델3 등 후속 모델의 성공,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미래 이동성 서비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머스크 CEO는 마스터플랜에서 “오토파일럿을 탑재한 차가 실제 도로에서 주행거리를 쌓아가면서 학습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10배 안전한 자율주행 능력을 개발할 것”이라며 “진정한 자율주행이 세계적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으려면 누적 60억 마일(100억 ㎞)의 주행거리가 필요한데 현재는 하루에 300만 마일(500만 ㎞) 수준에 불과하다”며 기술 전개의 필요성, 당위성을 강조했고, 레벨 3, 4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제3의 눈:레이더와 트리플 카메라
테슬라는 새로운 센서 시스템을 통해 레벨 3 자동주행을 가능하게 하고, 머지않아 레벨 4 자율주행 기술도 확보할 방침이다. 업계는 이 레벨 3로의 도약이 대개의 카 메이커들이 고려하는 라이더를 통한 것이 아닌, 카메라와 레이더 중심의 하드웨어와 개량된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2014년 9월 프론트 카메라, 프론트 레이더, 360도 초음파 센서로 구성된 첫 오토 파일럿 하드웨어 시스템을 선보였다.
1년 후인 2015년 10월엔 첫 오토 파일럿 업데이트인 버전 7.0을 릴리스하며 오토스티어(Autosteer)와 오토파크(Autopark) 기능을 기존 하드웨어 위에 추가했다. 그러나 차세대 오토 파일럿 2.0으로 가면 새로운 하드웨어로 교체되고, 더욱 새로운 기능들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순차적으로 오버 디 에어 업데이트로 추가될 전망이다.
일렉트렉(electrek)은 다수의 소스를 통해 테슬라가 이미 새로운 하드웨어 시스템 위에서 오토 파일럿의 기능들을 구현할 소프트웨어를 작성했음을 확인했고, 테슬라팀이 새로운 기능들과 오토 파일럿 1.0으로 부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첨단화된 자동주행과 안전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 하드웨어는 처음에는 현 오토 파일럿 소프트웨어에서 구동되면서 추가적으로 확보한 데이터에 기반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게 될 것이다. 오토 파일럿이 라이브 데이터를 사용하는 동안 시스템은 GPS 데이터와 테슬라 전체 플릿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에 기반한 자체 고정밀 맵에 크게 의지할 것이다.
일렉트렉이 입수한 테슬라의 2세대 오토 파일럿의 하드웨어 정보를 보면, 새 시스템은 현재의 전방 레이더를 유지하면서, 예를 들어 차량의 각 코너에 장착되는 식으로 차량 주변 감지를 위한 더 많은 레이더를 추가할 것이다. 또 시스템은 최근의 모델S에 장착되기 시작한 새로운 전방 트리플 카메라를 갖게 될 것이다. 머스크 CEO는 레이더와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라이더가 아니라 레이더를 이용해 라이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오토 파일럿 프로그램의 미래가 라이더보다는 레이더에 의존하게 될 것임을 암시했다.
머스크는 라이더보다 레이더를 선호하는 이유로 눈, 비, 안개, 먼지 등에 관계 없이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의 능력을 언급했다. 머스크는 라이더로 할 수 있는 점구름 맵과 유사한 것을 ‘템포럴 스무싱(temporal smoothing)’을 이용해 여러 개의 레이더를 통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 헤드쿼터에서 라이더를 탑재한 모델S가 목격됐다고 하더라도 레이더가 오토 파일럿 2.0의 중요 기술이 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일렉트렉은 지난 7월 모델X에서 가려지지 않은 두 번째 카메라 스롯을 발견하고 듀얼 프론트 카메라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트리플 카메라 시스템임을 확인했다. 레이더와 달리 차세대 시스템을 위한 전방 트리플 카메라는 테슬라 오토 파일럿 ECU 블록도가 누출되면서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인 인풋을 위한 FOV(field of view) 50도의 메인 카메라와 사물, 차선, 교통신호 등 감지에 대한 리던던시를 위한 FOV 25도의 협각 카메라, 그리고 보행자, 사이클리스트, 끼어들기 등의 감지를 위한 FOV 150도의 어안 와이드 카메라로 구성된다. 트리플 카메라 시스템은 모빌아이의 ‘Front-facing Trifocal Constellation’이 기반이지만, 전적으로 모빌아이에 의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모빌아이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현재 생산 주기 외에 테슬라와 협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테슬라의 현 오토 파일럿 제품을 지원하고 유지하는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는 테슬라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위해 엔비디아와 협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비주얼 컴퓨팅 플랫폼인 DRIVE PX 2를 올 가을부터 공급할 예정인 엔비디아는 이미 모델S, X의 센터 스택,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에 테그라 프로세서를 제공하고 있다.
오토 파일럿 2.0이 언제 도입될 지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최근 자동운전 기술에 큰 혁신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모두가 깜짝 놀랄 일이 있고, 이것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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