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가 종영했다. 관련 마케팅 광고들에서 하이라이트된 BMW X3의 풀 체이스 신과 BMW 2 시리즈, BMW R nineT 바이크까지 만나길 고대하며 스크린을 주시하는 동안,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차량이 BMW 모델만이 아니란 것을 직감했다. 플레이타임이 길어질수록 그것은 뚜렷해졌다. 이 글은 자동차에 숨겨 놓은 작은 장치들, 그리고 왜 BMW 모델들이 블랙 위도우의 상징으로 캐스팅됐는지를 찾는다.
글|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메이킹 비디오
얼마 전 블랙 위도우(Black Widow)가 종영했다.
BMW에 따르면, 올 여름 BMW X3 M40i(촬영에 활용된 모델)는 카 체이스 ‘스턴트’ 신으로 2 시리즈 M235i xDrive Gran Coupe와 함께 마블 스튜디오가 2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스(Phase) 4의 첫 번째 작품인 블랙 위도우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됐다. BMW는 기회를 살려 모델의 스턴트 영상과 제작 관련 아티클을 상세히 소개했고, 개봉을 전후로 M235i Gran Coupe와 하반기 출시 예정인 X3 xDrive 30e를 딜러십에서 하이라이트했다(블랙 위도우는 2020년 여름 개봉됐어야 했지만 1년 연기됐다).
광고들에서 하이라이트된 BMW X3 풀 카 체이스 신과 다른 BMW 모델들을 대형 스크린에서 만나길 고대하며 극장을 찾았지만, BMW의 모델들은 티저, 광고들만큼, 토니 스타크(Tony Stark)의 아우디만큼 각인되진 않았다.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차들이 거의 100% PPL이란 점을 감안할 때 출연시간이 꽤 짧게 느껴진 점도 있지만, 영화 자체가 리얼리티를 추구하다 보니 컨셉 카와 같은 ‘아이콘’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X3를 손꼽아 기다리고 X3를 잠시 만난 후 다시 스크린을 주시하면서 든 생각은 주목해야 할 차가 BMW 모델만이 아니란 것이었다. 플레이타임이 길어질수록 이는 더 뚜렷해졌다. 이 글은 자동차에 숨겨놓은 작은 장치(의미)들, 그리고 왜 BMW 모델들이 블랙 위도우의 상징으로 캐스팅됐는지를 찾는다.
블랙 위도우 개봉을 전후로 BMW는 M235i Gran Coupe와 하반기 출시 예정인 X3 xDrive 30e를 딜러십에서 하이라이트했다.
성장영화
네이버를 인용하면, 줄거리는 이렇다.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Natasha Romanoff)는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소련의 비밀기관)의 거대한 음모와 실체를 깨닫게 된다. 상대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Taskmaster)’와 새로운 위도우(연고가 없거나 연고를 없앤 소녀들을 데려와 암살자로 육성한)들의 위협에 맞서 목숨을 건 반격을 시작하는 나타샤는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어벤져스가 되기 전 함께했던 동료들을 마주해야 하는데….』
막이 오르면 레드룸에서 훈련하는 위도우들의 모습에 말리아 J(Malia J)가 커버한 너바나(Nirvana)의 ‘Smell Like Teen Spirit’의 음울함이 입혀진다(舊소련 붕괴 해인 1991년 발표된 이 곡은 사회적-정서적 소외, 자기 비하, 트라우마, 자유에 대한 갈망, 패배주의를 노래한 그런지(Grunge)를 태동시켰다).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 픽사의 인크레더블(Incredibles)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는 “당신이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자신의 이념을 찾는 것”이라는 감독, 제작진, 배우들의 일관된 멘트처럼 수퍼히어로(and 히로인) 무비의 껍질을 쓴 성장영화, 페미니즘, 개인과 집단(가족)에 대한 영화로, 케이트 쇼트랜드(Cate Shortland) 감독은 여성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그들의 내적, 사회적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나타샤의 아크로바틱한 격투, 카 체이스와 폭발들이 볼만 하지만, 다른 마블 영화와 비교하면 그 비중과 규모, ‘티키타카’가 덜한 편이다.
블랙 위도우는 수퍼히어로 무비의 껍질을 쓴 성장영화다. 나타샤의 가족들.
포드 대 쉐보레
BMW X3를 기다리는 동안, 처음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포드와 쉐보레의 차들이었다. ‘일반 노동자 가정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값싼 차를 만들겠다’는 포드의 ‘가족’ 이미지가 미국의 지배자인 제네랄 모터스(‘일반적인’이 아닌 ‘장군’으로 해석되는)의 공권력과 대결한다.
첫 플롯의 이 카 체이스 신은 나타샤와 동생 옐레나 벨로바(Yelena Belova), 엄마 멜리나 보스토코프(Melina Vostokoff), 아빠 알렉세이 쇼스타코프(Alexei Shostakov)로 구성된 소련인 위장 가족의 미국 생활이 끝나는 부분이다(비록 가짜지만 구성원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진짜로 기억되고 있음이 지속적으로 힌트로 나타난다).
이 가족이 탑승한 1991년형 포드 익스플로러(Ford Explorer)를 쉐보레 카프라이스(Chevrolet Caprice 9C1), 1995년형 쉐보레 타호(Chevrolet Tahoe), 1996년형 쉐보레 서버번(Chevrolet Suburban) 등 S. H. I. E. L. D.(마블 속 CIA 내 특수조직) 차량이 맹렬히 추격한다. 알렉세이가 극 중 옐레나에게 말한 ‘언젠가 떠나야 할 모험(explorer)’은 장총의 화염, 헤드라이트와 루프 위의 강렬한 써치라이트, 4륜구동이 뿜어내는 먼지 폭풍, 자동차 대 비행기의 격전으로 확장되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155 hp 4.0 L Cologne V6 엔진의 익스플로러는 포드 최초의 4도어 SUV 차량이자 첫 번째 익스플로러다. 2도어인 브론코 II를 대체하는 모델로, 패밀리 카로 어필하기 위해 플러시 마운티드 글래스, 랩어라운드 도어 등 객실 공간을 최적화하고, 스페어 타이어 캐리어를 제거하면서 적재공간을 확보한 것이 큰 특징이었다. 이런 특징은 모두에게 이 가족이 진실된 첫 번째 가족이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흐르는 차 안에 흘러나오는, 옐레나가 “그녀의 노래(옐레나만이 이 가족을 진짜로 알고 있다)”라고 말한 경쾌한 곡 돈 맥린(Don McLean)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와 이를 따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이 상황과 모순되며 격한 감정을 끌어내는데, 맥린이 말한 아메리칸 파이의 진실은 로마노프(러시아의 마지막 왕조)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이다.
1991년형 포드 익스플로러를 쉐보레 카프라이스, 1995년형 쉐보레 타호, 1996년형 쉐보레 서버번 등 S. H. I. E. L. D. 차량이 맹렬히 추격한다.
CIA, FBI, 경찰 등 미국 공권력의 상징(PPV, SSV)인 카프라이스 9CI, 쉐보레의 SUV들은 배경이 1995년이기 때문에 그 즈음의 모델이어를 갖고 있다. 이 차들은 범죄자 추격, 특수작전 수행을 위한 탑승 및 적재량, VIP 보호를 위해 엔진, 구조, 장갑 등이 강화된 특수차다. 타호의 형님인 대형 서버번의 경우 긴 대형의 특수작전 플릿에서 통신 허브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이들 모델이 전통적으로 PPV, SSV로 채택되는 것은 말 그대로 거대하고 강인하면서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타호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Captain America: Winter Soldier)’의 닉 퓨리(Nick Fury)의 수퍼머신으로 매우 유명한데, 블랙 위도우에서는 서버번과 함께 번번이 허탕을 치고 전복된다. 이 차들은 후에도 국무장관 선더볼트 로스(Thunderbolt Ross)의 등장과 함께 모델이어를 달리해 등장한다.
공권력의 심볼인 쉐보레 플릿
라다 니바 대 랜드로버 디펜더
시간이 흐르고, ‘시빌 워’ 이후 안전가옥이 있는 노르웨이로 잠적한 나타샤는 꽁무니에 ‘LADA’라는 글자가 정갈하게 새겨진 롱 휠베이스의 2016년형 라다 니바(Lada Niva) 5도어를 타고 등장한다.
라다는 1960년대 국민차 보급과 외화 획득을 위해 자동차 산업이 필요했던 소련이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합작 설립한 VAZ 자동차의 수출 브랜드인데, 소련 해체 후 아브토바즈(AvtoVAZ)로 거듭났고, 지금은 르노와 관계하면서 명맥을 잇고 있다. 라다 니바는 1993년에 롱 휠베이스(VAZ-2129, 2700mm) 변형을 처음 공개했고, 1995년 VAZ-2131로 도어를 추가했는데, 나타샤가 탄 니바 모델은 1.7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의 매우 독특한 레전드 모델이다.
원래 3도어 컴팩트 바디(VAZ-2121) 모델이 가장 잘 알려진 모델임을 감안할 때 나타샤가 희귀한 5도어 패밀리 모델을 타는 데엔 그만한 의미가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집단(가족)을 상징하는 5도어 SUV에 집착한다. 또, 러시아어 라다는 돛단배, 니바는 ‘들판’이란 뜻인데, 이는 위장가족과 위도우, 심지어 현 시점에서 어벤저스에서도 떨어져 나온 나타샤의 정신적 혼란을 대변한다. 이 舊소련의 상징, 국민 SUV는 얼마 되지 않아 오프로드의 상징인 랜드로버 디펜더(Land Rover Defender 110)를 타고 온 빌런 태스크마스터인 안토니아(Antonia Dreykov)와의 대결에서 로켓 공격을 받고 반파되고 만다.
라다 니바를 습격하는 랜드로버 디펜더
랜드로버의 캐스팅도 들판(Land), 방랑자(Rover)란 네임, 특히 ‘디펜더(defender)’에 큰 의미가 있다. 나타샤는 부다페스트 사건(레드룸의 수장 드레이코프 암살을 위해 그녀의 어린 딸인 안토니아를 함께 희생시킨)의 죄를 씻기 위해 그녀와 똑같은 괴물로 만들어진 안토니아의 ‘닫힌 마음(defender)’을 열어야만 하는 과제(갈등)가 있기 때문이다.
랜드로버 디펜더는 1948년 시리즈 1으로 시작돼 1990년부터 휠 베이스 기준 네이밍을 버리고 지금의 디펜더란 이름을 달게 됐다. 디펜더 110은 모델 중에서도 패밀리 SUV 형태의 5도어 모델이고, 2016년 단종됐다가 3년 만에 부활했는데, 이것도 태스크마스터로 부활한 부분과 연결된다.
BMW X3와 2시리즈
굉음의 타이어와 엔진, 역동적인 드리프트, 고속주행 중 180도 턴 등 부다페스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카 체이스 신은 고물 Mi-8 헬기를 이용한 레드가디언(Red Guardian) 구출 신과 더불어 블랙 위도우의 백미 중 하나다. 위도우 바이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자매가 탄 BMW X3가 뒷 차를 들이받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시작되는 신은 태스크마스터에게 미사일(화살)을 맞고 지하철역 아래로 곤두박질할 때까지 단 2분(바이크 도주는 제외)의 러닝타임을 갖지만, 관객이 시트를 붙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BMW의 옌스 티머(Jens Thiemer) 브랜드 및 고객 부문 수석 부사장은 “BMW의 두 차량이 블랙 위도우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것은 모델에 감성적 가치를 더하는 마케팅 전략의 일부”라고 했다. 월트 디즈니의 민디 해밀턴(Mindy Hamilton)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나타샤가 과거를 정리하면서 우리를 여행에 데려가는데 BMW보다 나은 차는 없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왜 BMW 브랜드, 그들의 모델들이 블랙 위도우의 스폰서가 됐고 상징이 됐을까? SUV가 대세이고 영화가 SUV를 주된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일까? 애초 개봉에 맞춘 신모델 중 하나로 X3 M40i을 선택했는데 BMW의 X1~X7 중 왜 X3일까?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표방하는 BMW에 많은 모델들이 있고 매년 새로 출시되는 모델을 고려하면 X3, 2시리즈가 스턴트 액션은 물론 BMW 마케팅에 최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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