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의 낸드 코하르(Nand Kochhar) 부사장을 따라 IESF 2025의 SDV 패널토론을 참관했다.
SDV 사고방식을 익히기 위해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용자는 더 많은 기능을 원할까 아니면 단순함을 원할까?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공존하는 시기에 OEM의 투자, SDV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그리고 평균 10년을 달리는 차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진짜 기회는 얼마나 될까? 패널들은, 질문들 속에서 SDV의 본질과 현실, 그리고 산업의 다음 단계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를 정리했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패널 (좌측부터)
Nand Kochhar Vice President, Automotive & Transportation Industry Strategy, Siemens Digital Industries Software
Hans-Jurgen Mantsch Global Solutions Architect - Automotive MBSE & E/E Systems, Siemens Digital Industries Software
Amarnath Bharadwaj (Anand) Managing Director - Product Engineering Services, Automotive & Mobility, Accenture
Rogerio Vollet Vice President, Global Chief Engineer SDV Architecture, Stellantis
Brett Hillhouse Worldwide Automotive Industry Leader, IBM
연결기사: SDV, 진화인가 전환인가: 스텔란티스의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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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 사고방식을 익히기 위한 교육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Nand 좋은 질문입니다. 교육과 역량 개발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자동차 산업에서는 기능 중심, 인터페이스 중심의 접근이 핵심입니다. 기계나 전자, 메카트로닉스가 배경이든 상관없이, SDV 시대에는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기존에 가진 기반 지식 위에 기능 인터페이스 중심의 사고를 덧붙여 나가면 되는 것이죠. 기억해 주세요. 자동차 산업은 100년 이상 기계 중심 산업이었지만, 이제 미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Rogerio 우리가 원하는 건 단일 아키텍처입니다. 기계 설계는 하나의 파트를 설계하고 끝내고 그대로 양산하면 되지만 소프트웨어는 다릅니다. 공통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기능이 계속 진화할 수 있어야 하죠. 하드웨어는 그대로 두고 여러 차량 플랫폼에서 동일한 아키텍처를 공유하면서 소프트웨어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기능을 확장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양산 시점이 되면 그 순간 스냅샷을 찍어 ‘브랜치(branch)’를 만듭니다. 이 브랜치는 양산 차량의 검증 및 인증을 위한 버전이죠. 중요한 건, 이 차량은 해당 시점에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는 겁니다. 동일한 메인 아키텍처에서 개발된 새로운 기능은 이후에도 브랜치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아키텍처를 공유한다면, 새로운 기능을 기존 차량에도 통합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바로 SDV의 핵심 개념입니다.
Brett 저도 기계공학 기반 출신이라, 기본적인 구성관리(config management) 마인드가 몸에 밴 사람입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정의 방식의 언어와 사고방식을 새로 배우고 있죠. 제가 추천하는 시작은 ‘요구사항(requirements)’입니다. 이런 접근으로 전체 개발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조향이 있는 차와 없는 차를 분리하고 요구사항을 스트림(stream)으로 구성해 어떤 기능이 어느 파생 모델에 들어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죠.
항공우주 산업에서도 똑같습니다. 차세대 유로파이터 프로그램 GCAP에는 SDV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90일마다 OTA 방식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 드롭(drop)을 항공기에 적용해야 하죠.
Hans 최근 에어버스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SDV 개념은 항공우주 산업에서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 접근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에어버스는 BMW와 협력해 자율주행차, 자율택시, 자율비행과 같은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처럼 두 산업 간에는 놀라운 공통점이 많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교차 학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치 스마트폰을 매번 배우듯 너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시장은 더 많은 기능과 복잡성으로 갈까, 아니면 단순성 쪽으로 회귀하게 될까?
Rogerio 정확한 지점을 짚으셨습니다. 저도 궁극적으로는 기술이 사용자에게 ‘투명(transparent)’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우리 부모님 세대를 보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죠. 우리가 고객에게 기능을 전달할 때, 그 경험은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AI도 이런 부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이 방향에서 멀어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대부분 OEM이 그 목표와는 거리가 있지만, 머지않아 ‘투명한 기술 전달’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겁니다.
Nand 자동차 산업은 이미 완전한 전환기에 있습니다. 미래 자동차는 지금 우리가 타는 차량과 전혀 다를 겁니다. 물론 SDV는 복잡성과 비용을 동반하지만요. 따라서 중요한 건 전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저는 단순히 새로운 기능을 계속 추가하는 대신, 기능의 수를 통제하고 비용을 집중적으로 최적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국 OEM들은 이런 접근을 더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적인 전자 기능이 늘어나면 차량 무게, 주행거리, 비용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결국엔 성능 대비 비용의 최적화, 즉 ‘비용-가치 밸런스’를 얼마나 잘 잡느냐가 SDV 전환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Anand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얼마나 많은 통제를 소비자에게 줄 것인가’, ‘그들이 기능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게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OEM은 ‘비즈니스 서비스’ 중심의 접근을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한 OEM은 무려 3,000명의 비즈니스 서비스 관련 인력을 두고 있습니다. 그 말은 곧 소비자가 자신에게 꼭 맞는 차량 경험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죠. “나는 고객에게 모든 옵션을 줄 거야. 그것이 차별화야”라고 말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정말로 이 정도 수준의 맞춤화를 원하는지, OEM이 그 니즈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입니다.
Hans 이 얘기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하드웨어의 유연성입니다. 새로운 기능들을 차량에 넣고 잘 작동하게 하려면, 시스템 수준에서도 유연하고 강력한 하드웨어가 뒷받침되어야 하죠. 크라이슬러의 디자인 수석 랄프 길스(Ralph Gilles)는 최근 상하이에서 여러 차량을 벤치마킹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중국 차들은 HMI에 들어가는 컴퓨터 성능에 미국이나 유럽보다 200 ~ 300달러 더 쓰고 있다”고. 그 결과, 터치 반응이 즉각적이고, 음성인식 반응도 훨씬 빠릅니다 이런 차이를 보면, 어떤 회사들이 SDV 접근 방식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죠. 과거에 차량에 파워 윈도우(PW)를 넣을까 말까 고민하던 시절처럼, 지금 우리는 어느 정도의 컴퓨터를 넣는 것이 차량 경험에 어떻게 기여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공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OEM의 투자 방향은 어디로 가고 있나?
DV 관점에서 각 파워트레인 간 공통 요소는 무엇이며, 특별하게 접근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Rogerio OEM은 기능과 로직, 소프트웨어 전반을 직접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의 파워트레인 뿐 아니라 섀시와도 밀접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Dodge Charger처럼 다양한 주행모드에서 서스펜션을 조정하거나 더 단단하고 스포티하게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트랙에서 주행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해 런치 컨트롤 같은 기능도 활성화됩니다. 우리는 고객이 이런 기능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고, 따라서 계속 새로운 기능을 만들고, 성능 데이터, 주행력, 주행 기록 등을 시각화하고 기록하는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죠.
물론 이런 기능에 전혀 관심 없는 고객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분화된 고객층을 위한 차별화된 기능은 여전히 중요한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파워 전달(torque)이나 구동 제어 기능을 조절하는 다양한 방법도 활용할 수 있죠. 이런 영역에도 여전히 많은 SDV 기회가 있습니다.
Anand SDV 구현은 분명 비용 부담이 큰 과제입니다. 특히 전기차로 갈수록 고성능 컴퓨팅 파워와 다양한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필요해지는데, 이 때문에 중국 OEM이 오히려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내연기관 기술에서는 뒤처져 있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새로운 패러다임(전동화 및 SDV)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죠. 결국 중요한 건, 고객이 어떤 기능에 돈을 지불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고객이 기술 친화적인지 아닌지입니다. 내연기관의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도 많습니다. 모든 차에 SDV를 적용하겠다는 전략은 비용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워트레인별 특성에 맞는 SDV 기능 배치가 중요합니다. 전기차, 수소차 등으로 넘어갈수록 어떤 기능을 어디에 적용할지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Hans “가장 이상적인 파워트레인은 무엇인가?”란 뉘앙스도 있었는데, 제 생각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상적인 답은 각국의 규제와 인프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최근 독일 VDA 컨퍼런스에 참석했는데, 볼보 트럭이나 메르세데스 트럭은 독일에서 밤 시간에 트럭이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수많은 트럭들이 도로 외부에 주차해 있어야 하고, 그 트럭들을 밤사이 충전하려면 국가 전력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독일, 프랑스, 중국 등 모두의 규제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이상적인 파워트레인 전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SDV는 이런 상황에서 ‘하드웨어-기능 분리’를 가능케 하는 API적 접근 방식을 제공합니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내연기관이든 상관없이 동일한 기능과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추상화(abstraction)된 기능을 통합 제공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차는 평균 10년 정도 도로에 남아 있다.
구매 당시 고성능 컴퓨팅과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고려했을 때, 차량 수명 내내 사용자에게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할 기회가 존재할까? 10년 동안 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이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실제 기회는 얼마나 될까?
Rogerio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솔직히, 지적처럼 차가 6년 이상 되면 미래 업데이트를 고려하지 않는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상업적으로 보자면, 신차 출시 후 2 ~ 3년 동안 기능 업데이트나 부가 서비스 제공이 핵심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후에는 수익 모델로서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지죠. 물론, 차가 10년 이상 도로에 존재하므로 문제 발생 시 소프트웨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초기 기간 안에 최대한 기능을 제공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Brett 이 주제에 대해 많은 고객사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핵심은 결국 OTA 업데이트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란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특정 기능에 구독한 경우만 개별적으로 업데이트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차량에 일괄적으로 기능을 배포해두고, 사용 여부만 토큰 방식으로 조절할 것인가의 고민이죠. 개인적인 입장은, 차마다 개별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one-to-one)은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엔지니어링 부서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토큰 기반 기능 제어 모델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즈니스 및 기술 전략을 사전에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nand 언제 고객이 내 차는 더 이상 미래차가 아니라고 느끼게 될지가 중요합니다. 고객이 차내 소프트웨어나 내비게이션이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면 다른 브랜드나 모델을 고려하기 시작하겠죠. 그래서 OEM은 고객이 ‘기술적으로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기 전까지 SDV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기능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사용자 경험과 직결된 매우 전략적인 문제입니다.
Hans 저는 OEM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고객일 수도 있습니다. 차를 3 ~ 4년마다 리스하고, 리스 기간이 끝나면 반납하고 새 차로 바꿔요. 차를 주문할 때도 기능을 세심하게 구성해서 받고, 새로운 기능이 출시되면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업그레이드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차에서는 연간 약 1,900달러 상당의 기능 업그레이드를 구매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소비 방식은 제 어머니처럼 14년된 차를 타고 있는 고객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일입니다. 이건 마치 우리가 플레이스테이션 1, 2, 3, 4, 5까지 계속 사면서 새로운 게임을 구입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결국 핵심은,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기능이 있다면 추가로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예는, 차내에 이미 탑재된 카메라 시스템이 향후에는 서드파티 개발자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OTA로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EA Sports 같은 게임 회사가 레이싱 게임 경험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할 수도 있고, 그런 기능을 나중에 앱스토어를 통해 구매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아키텍처 자체를 기능 확장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0 ~ 15년 전만 해도 노트북에서 메인보드를 교체하는 게 쉬웠지만, 지금은 RAM조차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죠.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로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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