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의 야구장, 라스베이거스의 아이스링크, 디트로이트의 그랑프리.
6년간 Siemens Realize Live를 따라다니는 동안, 두 해에 한 번씩 그 도시에선 ‘우승팀’이 나왔습니다.
그건 우연일까요, 아니면 설계된 결과일까요?
지멘스는 오랫동안 디지털 트윈과 AI를 통해 복잡한 현실을 예측하고 적응하는 방식을 구축해왔습니다. 이 글은 지멘스, 그들의 파트너들, 그리고 토니 해멀건 CEO가 어떻게 산업과 사고방식을 바꿔 ‘우승을 설계하는 힘’을 만들고 있는지 따라가 봅니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연관기사: 알테어: 시뮬레이션과 AI로 완성하는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
‘Siemens Realize Live Americas 2025’의 마지막 날 (6월 5일 디트로이트).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Siemens Digital Industries Software)의 토니 해멀건(Tony Hemmelgarn, 이하 토니) CEO와 인터뷰를 마칠 즈음, 토니와 로버트 존스(Robert Jones, 밥) CRO가 “여러분 이번 디트로이트 괜찮았어요?”라고 물었을 때 엉뚱하게도 “지멘스의 그랑프리 팀이 우승하는 현장에 있어 환상적이었어요! 6년 동안 지멘스를 따라다녔는데 2년마다(이 컨퍼런스도 2년마다 장소가 바뀜) 그곳에서 우승 팀이 나오네요. 지멘스의 포괄적인 디지털 트윈이 스포츠까지 통합한 건가요?”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의 토니 해멀건 CEO와 로버트 존스 CRO.
근데, 우승이란 건 우연이 아니죠? 그렇죠?
보스턴의 그린 몬스터(2018년)에서, 라스베이거스의 얼음 위에서(코로나 이후 2023년), 그리고 디트로이트 르네상스 센터 아래 도심 질주에서(2025년) 각 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설계”와 “적응”을 통해 정상에 올랐습니다. 마치 엔지니어가 가상의 모델을 통해 제품을 완성하듯, 이들 역시 우승이라는 결과를 현실에 구현해 낸 ‘살아 있는 디지털 트윈’인 것이죠.
레드삭스(Boston Red Sox), 골든나이츠(Vegas Golden Knights), 안드레티 글로벌(Andretti Global) 등 스포츠팀 우승이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나 SDV 전환, 지멘스와 무슨 관계냐고요?
그건 Siemens Realize Live에 참석해 오면서 조금 ‘세뇌(?)’가 됐고, 모든 걸 연관시켜 보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멘스가 최고란 뜻이 아닙니다!
올해는 지멘스가 어떤 혁신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가장 포괄적인 디지털 트윈‘이나 AI 내재화에 대한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에 대한 그들의 전략, 자부심보다 여기에 딱! 꽂힌 겁니다. (혹시 알아요? 실제로 안드레티 팀 외에 MLB나 NHL 어딘가에 지멘스 기술이 기여하고 있을지도요….)
좀 과장해 보겠습니다. 이 세 팀은 모두 ‘디지털화된 사고방식’을 가졌습니다. 레드삭스는 레거시 위에 유기적인 리툴링으로, 신생팀 골든나이츠는 처음부터 우승을 목표로 한 포괄적인 시스템 설계로, 순간을 다투는 안드레티 팀은 실시간 적응성으로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선수들을 잘 뽑고 모은 팀이 아니라, “복잡성을 설계로 통제한 집단”이었습니다. 이게 지멘스가 말하는 “포괄적 디지털 트윈과 AI의 미래”와 닮아있습니다.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실시간으로 적응하고, 변화 속에서 실제 요구되는 설계를 다시 그려내는 것. 그것은 바로 스포츠에서, 그리고 산업에서, 다른 모든 분야에서 승리를 만들어내는 법입니다.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면, 토니에게 “누가 지멘스의 최고 모범사례일까요? 완성차 업체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있는데 Teamcenter(PLM)와 같은 통합 솔루션 없이도 지멘스가 강조하는 포괄적인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고, 그들은 몇몇 회사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BYD는 눈에 띄는 비즈니스 혁신을 일궈냈습니다. GM은 우리의 BOM 체계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볼보의 전환과 시뮬레이션도 좋은 예입니다. 봄바르디어(Bombardier)는 항공우주 부문에서 전환했죠. 디지털 트윈을 각기 다른 솔루션을 조합해 구축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복잡하고 비싸고 느립니다. BYD가 25% 빠르고 25% 저렴하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저희의 통합 솔루션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Teamcenter를 레거시 시스템이나 경쟁 툴이 혼재된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고객이 그렇게 하면서도 여전히 대부분의 가치를 얻고 있습니다.”
맞아요! 토니와 밥이 “디트로이트 괜찮았어요?”라고 물어왔을 때, 우승 팀들과 함께 이 답변이 매칭됐던 겁니다.
BYD는 창업 초기부터 전기차의 배터리와 같은 핵심 요소를 자체 설계하고, 아키텍처를 처음부터 구축하는데 지멘스와 함께했습니다. 마치 베가스 골든나이츠가 창단부터 ‘우승 가능한 팀’으로 자신들을 설계했던 것처럼요. GM은 레드삭스처럼 오랫동안 축적한 BOM, 조직, 공급망이라는 ‘레거시’를 가진 기업이지만 자신의 레거시가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요소임을 인지하고 지멘스와 함께 일부를 시스템적으로 정렬해 정적인 BOM에서 동적 BOM으로, 하드웨어 중심 설계에서 소프트웨어 통합 설계로 ‘지속가능한 재설계’를 실현 중입니다. 볼보는 PLM을 시작으로 이제 Simcenter 기반 시뮬레이션까지 도입해 E/E, 충돌안전, 열관리를 가상공간에서 반복 검증하고, 현실에 실시간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안드레티 팀이 프론트윙 파손 등 돌발상황을 겪으면서도 경기 중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하며 우승을 차지한 것과 같습니다.
가능성의 예술(art of the possible)
그럼 실제로 토니는 현장과 인터뷰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토니는 고객이 어떤 문제들을 겪고 있는지, 지멘스의 포트폴리오가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면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되는지, 그것이 어떤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들려줬습니다.
요약하면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지멘스가 가장 포괄적이고 정밀하다. 특히, 알테어(Altair) 인수로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은 시뮬레이션과 AI 기능 면에서 더욱 정확하고 풍부해졌다. ▶지멘스는 이미 포트폴리오 전반에 AI를 ‘내재화’하고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란 전략을 펼치고 있다. AI는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로 자연스럽게 제조와 엔지니어링 언어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능력으로 워크플로에 녹아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종합적인 디지털 트윈이 모든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와 전자설계(EDA)에 본격적으로 통합된다입니다.
토니에 따르면, 모두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는 ‘데이터 레이크’였는데요, 고객들은 그 안에 기업 데이터를 담아두고, 그 위에서 혁신을 이뤄내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모으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해냈지만, 그다음 단계서 막혔습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입니다.
“이 상황은 정말 과거 IoT 열풍 초기와 매우 유사합니다. 당시 많은 기업이 IoT 플랫폼을 앞다퉈 구축했지만, 성공한 기업은 극소수였습니다. 플랫폼이란 ‘형태’에 집착한 나머지 실제로 ‘작동하는 솔루션’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던 것입니다.” 토니가 말했습니다.
PLM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기업이 지멘스의 Teamcenter와 같은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려 했지만, 유지와 진화를 동시에 해낸 사례는 드뭅니다. 시스템이란 단순 R&D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복잡한 운영과 생태계 연동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은 10년 전과 다르고, AWS, Microsoft, Google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도 있죠. 이들은 인프라 뿐만 아니라 기능 단위의 ‘컴포넌트’도 공급합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도 충분치 않습니다. 토니는 미국 서부의 한 선도기술 기업이 이런 컴포넌트를 바탕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습니다. 실제로 연결하고, 작동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플랫폼을 먼저 팔지 말고, 애플리케이션부터 보여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거대한 도구함이 아니라, 당장 사용이 가능한 실전형 해법들입니다. 그래야 비로서 고객은 자신만의 비전을 세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가능성의 구현 사례’를 제시해야 합니다!”
토니의 말을 빌리면 핵심은 ‘가능성의 예술(art of the possible)’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기술과 데이터, 프로세스를 어떻게 하나로 통합해 ‘포괄적인 디지털 트윈’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플랫폼 자체가 아니라 그 플랫폼이 작동하는 ‘진짜 모습’이 어떻게 구현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작동을 위한 작업
이 부분에서 ‘알테어(Altair)’가 나옵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슈리칸스 마할링엄 CTO 인터뷰에서 전합니다).
지멘스는 최근 알테어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확장이 아닌 구조적 전환까지 의미하는데요, 비선형 해석(nonlinear simulation) 역량을 확보한 것은 물론, 전자기 해석(electromagnetic) 분야까지 커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자동차, 항공, 반도체 등 고신뢰성 해석이 필수인 분야에서 곧바로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 조치입니다. 그리고 알테어의 RapidMiner는 데이터 사이언스 관점에서 필수 도구죠.
지멘스는 그동안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을 향해 꾸준한 투자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PCB 설계 전문기업 Downstream 인수입니다. 이 회사의 검증 중심 툴셋은 지멘스가 이미 보유한 Expedition 기반 PCB 설계 솔루션과 절묘하게 연결됩니다.
이런 통합들은 고객들의 요구에서 비롯되는데, 그만큼 고객의 기대와 압박이 큰 거죠. 그러니까 단순 툴 제공이 아닌,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결과물입니다.
지멘스의 행보는 EDA 영역에서도 확장됩니다. 최근 인수한 Exeellicon은 IC 설계자들에게 필요한 개발, 검증, 타이밍 제약 관리 등 SoC 설계를 위한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합니다. 지멘스는 이를 통해 칩-패키지-시스템 설계를 아우르는 종단 간(end-to-end) 설계 체계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또, 주목할 사례는 Wevolver입니다. 본래 이 회사는 지멘스의 Supplyframe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긴밀히 협력했었는데 이번에 편입됐습니다. Supplyframe은 설계-소싱 인텔리전스를 제공하는 마켓플레이스로 부품 단종 정보, 실시간 BOM 견적, 공급업체 네트워크 정보 등을 설계 단계에 제공할 수 있는데, 두 회사가 함께 제공하는 데이터는 단순 CAD 툴의 보조 기능을 넘어, 설계 결정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지멘스는 이처럼 모든 기술을 유기적으로 엮으며 ‘협업형 디지털 설계 생태계’를 실현 중입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게 이런 생태계는 소규모 스타트업부터 대형 제조사까지 모두를 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Dotmatics와 같은 새로운 파트너가 있습니다. Dotmatics는 본래 생명과학 분야에서 실험 데이터 관리와 분석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연구 중심 협업 환경을 견고하게 만듭니다. 이런 데이터 협업의 중심에는 ‘엔터프라이즈 BOM(Enterprise BOM)’이란 개념이 있는데, 지멘스는 단순 PDM(Product Data Management)을 넘어, 제품개발 전 과정의 BOM 데이터를 프로세스와 함께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구성 항목을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실시간 공급망, 해석 시뮬레이션, 제조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데이터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지멘스의 전략은 디지털 트윈을 향한 모든 여정을 보다 현실적인 기반 위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자동차 고객들
그래서, 고객들은 지멘스와 함께 잘하고 있을까요? 특히 강한 레거시를 지닌 자동차 산업은요?
볼보는 최근 몇 년간 자체 개발해 사용하던 PLM 시스템을 완전히 내려놓고, 지멘스의 Teamcenter 기반 표준 솔루션으로 전면 교체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이전이 아니라, 내부 운영의 근본적 리셋을 의미합니다.
“8개월 전쯤 다시 만나보니 볼보는 완전히 전환을 마치고 정말 잘 사용하고 있더군요. 예전에 그들이 어떤 고객이었는지를 생각하면 (토니가 포드를 담당하던 시절에 볼보는 그를 압박하던 존재였다) 정말 놀라운 변화입니다.” 토니가 말했습니다.
GM이 옵션 및 변형(variants), BOM에 대해 Configurator를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이런 전환은 단순 IT 투자 이상입니다. 기업이 복잡성을 다루는 방식을 통일하고, 설계자부터 공급망, 품질 부서까지 동일한 데이터 기반에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BYD의 경우는 디지털 전환의 범위와 깊이가 더욱 앞서가 있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PLM부터 제조, 소프트웨어, EDA, 와이어링 하네스 설계, 요구사항 관리까지 거의 전 부문에 걸쳐 지멘스란 단일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고, 그 사용 방식 또한 매우 전방위적입니다. BYD는 Teamcenter 외에도 로우코드에 대한 Mendix, 하네스와 네트워크에 대한 Capital, ALM과 요구사항 관리에 대한 Polarian 등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해, 개발-생산-운영 전 단계를 실시간으로 통합합니다. 이렇게 하면 예를 들어, 와이어 하네스를 설계하는 팀이 다른 팀의 작업 흐름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연동된 상태에서 작업을 합니다. 데이터는 사일로 없이 연결되어 흐르고, 각 기능 간 경계가 소프트웨어적으로 해소됩니다. 덕분에 BYD는 의사결정이 빠르고, 오류 수정도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토니는 이에 대해 “BYD는 세계 평균보다 차량 개발 속도가 25% 빠르고, 비용도 25% 저렴합니다. 그들은 모든 단계를 따로따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통합된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BYD가 지멘스의 새로운 ‘인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장 먼저 연락해 “이것을 어떻게 우리 프로세스에 통합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는 것입니다.
토니는 “저희는 시장 점유율을 계속 확대하고 있고, 이를 핵심 경쟁사들로부터 직접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멘스가 전방위적이고 가장 포괄적인 디지털 트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Adaptive’
지멘스의 적응형(Adaptive) 전략은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기업 규모나 성장 단계에 상관없이 CAD와 같은 저작 툴부터 시작해 거의 모든 것을 유연하게 도입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Parasolid 기반으로 설계돼 이질적인 시스템 간에도 데이터 호환성과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강점입니다.
토니는 “경쟁사들도 엔트리 제품과 엔터프라이즈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시스템 기반입니다. 오히려 지멘스 제품이 그들 내부 제품보다 더 호환성이 뛰어납니다. 특히 지멘스는 제품 구간 간 업그레이드나 마이그레이션에서 ‘무중단(disruption-free)’을 핵심 철학으로 삼습니다. 최근 금융 애널리스트와의 만남에서 우리의 SaaS 채택률과 전환률을 보여주자 그는 ‘경쟁사 대비 매우 높은 수치’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라며 차별점을 강조했습니다.
SaaS도 중요합니다. 지멘스의 SaaS 성공 요인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스타트업이 향후 성장을 고려할 때 버전 충돌이나 아키텍처 장벽 없이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른 하나는 단순 제품 판매가 아닌 채널 파트너를 통한 도메인 전문성 중심 영업입니다. 특히 이는 고객이 아직 인식하지 못한 문제, 혹은 문제가 있긴 한데 그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에 대해 먼저 방안을 제시하고, 설득하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전문성이 바탕이 됩니다.
예를 들어 지멘스는 Designcenter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 관리 내장을 두고 내부 논의에선 ‘오픈 철학’에 반한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결국엔 많은 중소기업이 기본 데이터 관리 기능을 필요로 하는 현실을 반영해 Essentials부터 Premium까지 Teamcenter 기반 데이터 관리 기능을 내장키로 했습니다.
“이런 설계가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며, 기업용 Teamcenter와 완전히 호환된다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전용 제품은 있지만 엔터프라이즈와는 안 맞는다’는 경쟁사와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이와 관련 대표적인 신규 중소 고객사들은 어떤 회사들일까요? VUHL Automotive와 같은 회사는 Designcenter를 바탕으로 고성능 초경량 스포츠카를 만드는 데, 위아래로 확장할 수 있는 비전을 보고 지멘스를 선택했습니다. Tremonia는 지멘스의 내장형 데이터 관리 솔루션을 활용해 설계 주기를 20%, 설계 조정은 30% 더 빠르게 할 수 있어 전반적인 개발시간을 단축하고 있습니다.
지멘스의 크고 작은 인수, 전략은 EDA 분야서도 변화를 만들고 있는데, 예를 들어, RISC-V 기반 고성능 컴퓨팅(HPC)을 위한 팹리스 반도체 프로세서를 만드는 Openchip도 지멘스가 제공하는 소규모 기술들이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며 합류했습니다. Rapidus도 마찬가지입니다. 알테어의 포트폴리오를 염두에 두면, Dumarey Automotive Italia가 기존 FEM의 긴 시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SimSolid를 도입했습니다.
“Dumarey의 구조 설계 기술 리더는 그가 아는 한 구조해석 분야에서 SimSolid와 비교할 수 있는 툴은 없다고 말합니다. 기존 방식으로 몇 주씩 걸렸던 복잡한 문제들을 단 며칠 만(70% 향상)에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객이 지멘스의 솔루션에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CAE에서 우리는 때때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사람들이 대학교 때 처음 배운 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죠.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좋은 소식은 여러분이 툴에 익숙하다는 거고, 나쁜 소식은 경쟁사가 지금 여러분보다 1,000배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라고요.”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와 AI
지멘스의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 AI의 활용은 단순히 ‘데이터 레이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백본은 무엇인가가 핵심입니다. 토니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Dotmatics CEO와의 만남을 회상했습니다.
“Dotmatics의 CEO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지멘스의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희 전략과 AI, 디지털 트윈 개념을 설명하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가 하려는 게 바로 그겁니다!’라고요. 그리고 그는 ‘AI로 문제를 푼다는 말은 허상입니다.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 속에서 AI는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Dotmatics는 결국 ‘Luma’란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델은 데이터 활용을 위한 구조를 갖춘 접근법을 지향합니다. 그들은 강력한 애플리케이션들을 보유한 19개 회사를 인수했는데, 이 애플리케이션들은 생명과학 분야의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강력한 도구들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로, 이 애플리케이션들을 연결하기 위해 API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협업 기반의 구조를 형성하고, AI를 기업 수준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조화된 데이터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Dotmatics의 CEO에 따르면, 제약 업계의 신약 개발은 다른 산업 대비 20~25년 뒤처져 있습니다. API도 부족하고, 시스템 통합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각자 다른 툴을 쓰고, 경영진은 결과만 요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멘스는 이 비효율에서 기회를 봤고 신약 개발의 디지털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지멘스의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 AI 측면에서 ‘RapidMiner’는 커다란 무기가 될 것입니다. RapidMiner는 과거 알테어에서도 많은 작업이 있었지만, 지멘스의 세일즈 네트워크나 광범위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특히 Mendix와 같은 솔루션과 결합되면서 고객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습니다. 지멘스가 이 모든 걸 할 수 있다면, 왜 Snowflake나 Palantir를 써야 하냐고요. Palantir가 데이터 소유권은 고객에게 있다고 말하지만 그게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지멘스는 이 영역에 본격 진입할 것이며, 이것은 단순한 ‘데이터 레이크’로 해결되지 않는 것을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지멘스가 그 복합적 접근의 중심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토니가 말했습니다.
지멘스와 알테어의 결합은 설계·시뮬레이션, 고성능 컴퓨팅(HPC), AI 분석 기술을 하나의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 생태계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RapidMiner는 제조, 금융, 품질보증 등 다양한 산업의 데이터를 학습·분류하면서 지멘스의 Teamcenter, Mendix 등과 결합해 엔터프라이즈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OEM의 품질보증 시스템에서 RapidMiner는 Teamcenter 및 SCM과 연결돼 고품질의 제품 수명 주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모델을 훈련시키고, 90% 이상의 정확도로 품질 문제를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알테어의 SimSolid는 복잡한 CAD 모델을 단순화 없이 해석하며, NASA, 항공우주 기업이 활용하는 FEKO의 FDTD 기술은 엄청나게 빠른 전자기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토니는 “지멘스와 알테어의 조합은 단순한 기술 통합을 넘어, AI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을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고객은 더 이상 ‘툴’이 아니라, 실제 업무 흐름 속에서 인텔리전스를 작동시킬 수 있는 구조를 얻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DA, 디지털 트윈의 심장으로
“메르세데스-벤츠는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들의 제품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설계되고, 반도체는 그 소프트웨어가 작동할 ‘물리적 지능’을 제공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 심지어 우리가 상상하는 거의 모든 미래의 것은 결국 반도체와 전자 시스템 위에서 구현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EDA는 지멘스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서 핵심에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지멘스 EDA 사업총괄 마이크 엘로(Mike Ellow) CEO가 대신했습니다.
마이크는 변화는 더 이상 단일 제품이나 기능 중심이 아닌, 전체 시스템과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예측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차별화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반도체 설계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 전략에서 EDA는 더 이상 단순 부품 설계 도구가 아닙니다. 모든 제품 개발의 시작점이자, 운영 단계에서도 실시간 분석과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당 칩이 실제로 탑재될 시스템 전체, 예를 들어 차량, 배터리 팩, 에너지 인프라 등이라면 이것을 유기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멘스는 Teamcenter, Simcenter, Capital 등 자사의 핵심 플랫폼과 EDA 포트폴리오를 깊이 있게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런 통합은 특히 고집적·고신뢰성이 요구되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엣지 컴퓨팅 분야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시스템 수준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규제 대응을 긴밀히 연결함으로써, EDA는 속도, 품질, 신뢰성 확보의 기준이자 전략적 인프라로 기능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AI와 결합된다면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고 있을까요?
“AI 모델이 어떤 시스템 위에서, 어떤 물리 조건 속에서 구동되는가가 중요합니다. 이걸 간과하면 AI는 개념만 있는 멋진 허상에 불과할 수 있어요. 즉, AI가 진짜 가치를 가지려면 단순 알고리즘 수준을 넘어, 그 실행 환경, 특히 반도체와 전자시스템 설계와 밀접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이크가 말했습니다.
지멘스는 이를 위해 EDA 포트폴리오 곳곳에 AI 기술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계 최적화, 전력 소모 예측, 열 해석 모델링, 검증 자동화 등의 영역에서 이미 AI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모든 기능은 Teamcenter나 Simcenter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마이크는 이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우리는 단지 설계를 빨리 끝내자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디어가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 트윈 안에서 하나로 연결하자는 겁니다. 이제 EDA는 CAD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보조 툴이 아니라, 디지털 트윈의 심장입니다.”
결승선에서
결국 Realize Live Americas 2025에서 지멘스가 말하고자 한 핵심은, 디지털 트윈이란 복잡함을 감내하면서도 단순함을 설계해 내는 ‘살아있는 지능’에 관한 것이고, 그 ‘포괄적 통합’의 진짜 가치는 단순 시스템 연결이 아닌, 실제의 일, 실제의 사고방식, 그리고 미래를 설계하는 태도의 연결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단지 잘 짜인 스토리텔링인지, 아니면 실제로 작동하는 전략인지는 결국 고객과 사용자가 판단해 줄 몫입니다. 그리고 그 미래를 이미 증명해 보이고 있는 팀이 제조기업이든, 서비스 기업이든, 아니면 우승을 설계한 스포츠 팀이든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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