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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의 SDV는 더 빠른 컴퓨터 경쟁처럼 보인다. 더 큰 연산, 더 많은 AI, 더 화려한 데모. 하지만 ADI(Analog Devices, Inc.)가 보여준 SDV는 정반대다. 그들은 ‘더 강한 두뇌’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 두뇌의 명령을 차량의 끝까지 손실 없이 도달하고, 언제든 검증가능하며, 업데이트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는 신경계의 구조를 보여줬다. 프라이빗 룸에서 진행된 ADI의 데모는 조명, 영상, 오디오, 배터리란 익숙한 시스템을 통해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한다. SDV는 결국 기능이 아니라,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설계하는 작업이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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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 현장. Analog Devices(ADI)의 자동차 데모는 프라이빗 룸에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콘셉트카도, 미래적인 UI가 아니다. 무대 위에서 “미래의 사용자 경험”을 말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지만 그 담백함 속에는 오히려 더 날카로운 질문을 담고 있다. ADI는 애초부터 SDV를 단순히 ‘성능 좋은 컴퓨터를 탑재하는 문제’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NVIDIA, 퀄컴, NXP 같은 반도체 거인들이 더 똑똑하고 강력한 ‘두뇌’를 만드는 데 집중할 때, ADI는 그 두뇌의 명령이 차량의 구석구석까지 손실 없이 전달되고 동시에 검증가능하며, 업데이트 가능한 형태로 유지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매달린다. SDV가 결국 중앙 컴퓨팅의 시대로 흐르는 건 맞지만, 그 중앙이 아무리 강력해도 실제로 움직이는 순간은 언제나 말단이다. 센서와 액추에이터, 배선, 전력, 통신, 진단, 서비스까지, 이 모든 흐름을 하나의 아키텍처로 묶어내지 못하면 ‘두뇌’는 고립된 장치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ADI의 룸은 단순 기술 소개가 아니라, SDV 전환에서 자주 잊히는 핵심을 반복해서 상기시키는 공간이다. ‘제어의 본질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지능은 어디까지 중앙으로 옮기고, 어디부터는 에지에 남겨야 하는가?’ ADI는 그 답을 기능이 아니라 ‘구조’로 보여줬다.
Vision to Action
제어 로직이 ECU를 떠나 중앙으로 흐르다
부스 투어의 시작점은 ‘조명’이었다. 사람의 손동작(제스처)을 카메라가 인식하고 그 결과가 헤드램프의 동작으로 연결되는 데모다. 겉으로 보면 손바닥을 펴고 닫으면 헤드램프가 켜지고, 손을 움직이면 밝기가 바뀌는 직관적인 쇼케이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ADI가 강조한 포인트는 제스처의 신기함이 아니라, 제어 로직이 어디에 존재하느냐다.
ADI는 이 데모를 GMSL(Gigabit Multimedia Serial Link)과 E²B(Ethernet to the Edge)를 결합한 구조로 설명했다. 고해상도 카메라 입력은 GMSL 고속 링크로 중앙 컴퓨팅 유닛에 전달되고, 중앙에서 AI 알고리즘이 손동작을 인식한 뒤 결과를 다시 조명 제어로 내려보낸다. 핵심은 ‘조명이 움직인다’가 아니라, 인식-판단-실행의 흐름이 말단 ECU에 분산되지 않고 중앙 소프트웨어 흐름으로 정렬되는 구조다. SDV가 표방하는 ‘기능의 소프트웨어화’가 가장 단단한 형태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현장에서는 E²B를 RCP(Remote Control Protocol) 관점에서 설명했다. 에지의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이더넷으로 연결하되, 말단에서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덜어내고, 제어와 업데이트의 중심을 존(Zone) 또는 중앙 컴퓨팅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실제로 헤드램프 데모에서도 ‘말단에 MCU가 없고, 소프트웨어가 중앙 컴퓨터에 있다’는 구조가 반복해서 강조됐다.
이 흐름은 기술적으로는 단순한 배선/통신 변화가 아니라, 조직과 개발 방식까지 뒤흔든다. 기능이 말단에 흩어져 있을 때는 각각의 ECU가 독립적인 업데이트 경로와 테스트 체계를 갖는다. 그러나 기능이 중앙으로 모이면 소프트웨어는 더 큰 덩어리로 움직이고 시스템 통합은 더 빠르게 진행되지만, 동시에 검증과 진단의 중요성은 훨씬 커진다.
중앙화 조명 제어
말단 ECU는 사라지고,
소프트웨어만 남는다 (No MCU Required)
이 관점은 ‘MCU 없는 SDV-Ready 헤드램프’ 데모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전통적인 헤드램프는 독립적인 지능(MCU)을 갖춘 ECU가 제어하는 폐쇄적 구조다. 하지만 SDV 구조로 넘어가면 헤드램프는 더 이상 스스로 판단하는 부품일 필요가 없다. ADI가 보여준 방식은 존 컨트롤러 혹은 중앙 컴퓨팅이 이더넷 기반으로 조명을 직접 제어하고, 말단은 단순히 실행하는 구조다.
E²B와 LED 드라이버를 활용해 램프 매트릭스를 구동하고, 제어 로직은 존 레벨의 소프트웨어에서 실행된다. 액추에이터는 말단 노드가 되고 기능의 정의는 중앙 소프트웨어로 올라간다. 단순히 ‘부품 하나의 제어 방식이 바뀌었다’ 수준이 아니라, SDV의 핵심 논리, 기능을 부품에 고정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로 이동시키는 과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이 구조가 현실적인 이유는 업데이트 때문이다. 현장에서 ADI는 OTA 업데이트의 관점에서 이 차이를 설명했다. 기능이 말단에 분산돼 있으면, 업데이트를 하려면 소프트웨어를 여러 ECU까지 전파해야 하고 각각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반면 중앙 소프트웨어에 기능이 정의되면 업데이트는 ‘중앙을 한 번’ 고치면 된다. 에지는 실행 노드가 되고, 업데이트 경로는 단순해진다. SDV가 ‘업데이트 가능한 자동차’로 진화한다고 말할 때, 결국 가장 큰 변화는 기능이 아니라 업데이트 경로와 책임의 구조가 바뀐다는 점이다.
SDV-Ready Headlamps
중앙화는 복잡성을 없애지 않는다
하지만 ADI는 SDV를 낙관적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중앙화가 진행될수록 시스템은 단순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종류의 복잡성이 커진다. ‘부품 단위의 복잡성’이 줄어드는 대신, ‘시스템 통합과 검증의 복잡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ADI가 말하는 ‘신경계’는 단순히 데이터를 빠르게 흘리는 통신이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가 아픈지 즉시 드러나고, 원인을 좁히는 과정이 시스템 안에 내장된 구조다.
SDV가 현실이 되는 순간, 성능보다 더 무서운 비용은 ‘재현되지 않는 오류’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ADI는 잘 알고 있었다. 이 복잡성은 언제나 개발/양산 과정에서 가장 큰 비용과 시간을 잡아먹는다. 그래서 ADI가 강하게 보여준 것이 GMSL Diagnostics 데모다. 12MP(메가픽셀) 고해상도 쿼드 카메라 서라운드 뷰와 4K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통합 환경에서 시연된 이 데모는 ADAS와 IVI가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엮일수록 통신 디바이스들이 더 복잡한 타이밍과 링크 조건 위에서 동작해 기능 구현이 아니라 통합된 시스템이 현실에서 흔들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현장에서 ADI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차량 환경에서 블랙 스크린, 플리커, 프리징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확실하게’ 잡아낼 것인가? 고객이 ‘화면이 한 번 꺼졌다’고 말할 때, 개발팀은 같은 증상을 재현하기 위해 끝없는 시간을 쓴다. 그리고 재현이 어렵다는 사실 자체가 SDV 시대에 더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재현 불가능한 문제’는 조직을 무너뜨리는 비용이 된다. 데모의 중심은 데이터를 남기는 방식이었다. ADI는 모든 링크 상태와 이벤트를 SOC 레벨에서 수집하고, 각 파트의 상태를 타임스탬프와 함께 기록해 둔다고 설명했다.
중앙화는 복잡성을 없애지 않는다. 남은 과제는 통합과 검증이다. GMSL Diagnostics는 통합 시스템의 문제를 재현이 아니라 ‘기록’으로 잡는다.
문제 재현 자체가 이슈
모든 데이터를 타임스탬프와 함께 수집
시연은 아주 현실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케이블을 일부러 분리하자 링크가 끊기고 화면이 내려간다. 그리고 화면/툴 상에서는 어느 링크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가 색상과 구조도로 드러난다. 이후 더 깊이 들어가면 전체 시스템 블록 다이어그램이 보이고, 카메라 쪽은 정상인데 디스플레이 링크에서 문제가 났다는 식으로 원인이 좁혀진다. 다음 단계에서는 디스플레이 포트 입력은 정상인데 링크 케이블이 끊겼다는 식으로 문제가 정확히 어디인지까지 내려간다.
이 접근의 의미는 단순히 디버깅이 편해졌다는 수준이 아니다. 개발 단계에서 가장 큰 시간 낭비는 ‘측정 장비를 붙이고, 반복 실험을 하고, 로그를 긁어모으는 과정’이다. ADI는 이 지점에서 “고객이 오실로스코프나 멀티미터, I²C 케이블을 연결해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상태를 기록하고 현장에서 바로 읽을 수 있게 만들면 SDV 전환의 가장 큰 리스크였던 개발/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진단 데모는 SDV의 본질을 이렇게 바꿔 말한다. 중앙화가 곧 단순화는 아니며, 단순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진단 가능성’의 구조라고.
차량은 컴퓨터가 아니라, 데이터 인프라
ADI의 데모가 재미있는 것은 SDV의 범위를 제어에서 ‘데이터·전력·경험의 인프라’로 확장한다는 데 있다. 존 기반 SDV 아키텍처를 활용한 영상 및 전력 전달 데모는 그 대표적 사례다. USB Type-C를 통해 USB-PD 충전과 DisplayPort Alternate Mode를 동시에 지원하고, GMSL·USB-C·DisplayPort를 결합해 데이터를 분배하는 구조는 차량을 하나의 플랫폼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 데모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압축되지 않은 영상 스트림이 자연스럽게 출력되는 모습이지만, 핵심은 영상 품질이 아니라 경로다. 영상 데이터와 전력이 함께 흐르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인포테인먼트는 단순 화면이 아니라 ‘차량 네트워크 위를 달리는 서비스’로 바뀐다. 즉 SDV 아키텍처가 제어 구조를 넘어, 데이터·전력·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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