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앤 하몬드(Lou Ann Hammond)
루앤 하몬드는 드라이빙더내이션(www.drivingthenation.com)의 CEO이자 저널리스트로 30년 이상 전 세계를 누비며 자동차, 에너지 산업 이슈를 전하고 있다. 그녀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주립대를 나왔다. 석유기업 셰브론(Chevron)에서 1986년까지 근무했고, 같은 해 최초의 인터넷 자동차 웹진이자 현재 최장기 카 모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카리스트닷컴(www.carlist.com)을 설립하며 미디어계에 입문했다. 자동차 산업 전문기자로 WSJ, CNN, MSNBC, CNBC, The Today Show, NBC Nightly News, Fox Business News 등 TV, 라디오의 단골 게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6월 하노버 근교에 위치한 콘티넨탈의 최신 제동 테스트 트랙을 방문한 날 문득 타이어와 관련된 오래된 추억이 되살아났다. 198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캘리포니아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골의 어번(Auburn)을 오갈 때의 일이다. 2시간의 여정 중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특별한 하루가 있었다.
첫 취업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드디어 부모님 집을 나와 독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곧 성인이 됐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맞는 말이긴 하지만, 대개는 여전히 10대 청소년 때와 마찬가지로 부모님을 찾게 된다. 내 경우도 주말만 되면 묶은 세탁물 바구니를 끌고 가 세탁실을 점령하거나 냉장고를 약탈했었다. 한 주의 일이 끝나는 금요일만 되면 BMW 3시리즈를 끌고 2시간을 달려 부모님의 품을 찾았다.
타이어의 신을 만나다
그날 저녁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차를 빨리 달리면 충분히 비를 뚫고 폭풍우보다 더 빨리 시골의 부모님 댁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당연하게 그 예상은 빗나갔고, 1시간쯤 차를 몰자 하늘이 열리면서 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퍼붓는 비에 도로는 금방 물바다가 됐고, 차들은 도로의 균열에서 나온 기름에 미끄러지듯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별 탈없이 폭우를 헤쳐 나왔겠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그날 금전적 가치 이상의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됐다. 타이어의 신을 만났다고나 할까.
사실 이전부터 새 타이어와 윈드실드 와이퍼를 장만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비가 오기 전 몇 달간 그렇게 할 여유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비가 오면 상식적으로 차의 속도를 줄여야한다. 그러나 ‘난 BMW를 타고 있잖아. 게다가 아직 젊다구!’라고 생각하며 더 빨리 차를 몰아 상황을 빠져나가려 했다. 비가 심해지면 도로 우측의 주행선으로 옮겨 타야 하지만 추월선만 고집했다. 당연하게 스티어링 휠을 꼭 쥐게 되었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 한 시간을 달렸을까. 마침내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돼 주행선으로 차를 옮기며 속도를 제한속도 이내로 낮췄다. 주행선을 달리는 차들을 보며 ‘저 차들도 타이어가 다 닳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더 어두워진 고속도로. 쾅! 갑자기 나타난 물웅덩이를 밟으면서 차가 방향을 잃으면서 큰 사고가 날 뻔했다. 간신히 수습을 했지만,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속도를 더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타이어의 신을 찾기 시작했다. ‘아! 정말 타이어의 신이 강림하셨나?’
어번 도착 20분 전. 마음속으로 타이어의 신에게 새 타이어를 꼭 사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고 나니 정말 타이어의 신이 화답이라도 하듯 다시 한 번 물웅덩이에 차가 빠지면서 쾅! 소리가 나며 휘청거렸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좋아요! 알았다구요! 값싼 타이어가 아니라 비오는 날에 적합한 아주 좋은 타이어를 사겠어요. 타이어 패턴도 보고 홈의 깊이도 볼게요.”
마침내, 부모님 댁으로 빠지는 출구가 보였고, 동시에 비가 잦아지며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던 팔과 어깨도 편안해질 수 있었다. 그날에 대해 나는 내가 죽음의 문턱에 갔다 왔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꼭 해야 할 일을 약속한 점에 의미를 뒀다. 다음날 실제로 아버지와 함께 타이어 가게에 갔다. 아버지는 새 타이어 측면의 등급을 보여주며 이게 뭘 의미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줬다.
AIBA의 혁신
AIBA(Automated Indoor Braking Analyzer)를 보기 위해 콘티넨탈 타이어의 하노버 콘티드럼(Contidrom) 테스트 트랙에 온 순간, 타이어의 신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단순 과거의 기억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투어를 거치면서 기술이란 의미가 포함됐다. 콘티넨탈의 스테판 하이네(Stefan Heine) 책임이 AIBA의 테스트 정밀성과 장점에 대해 조근 조근 설명해줬다.
콘티넨탈의 모든 새 타이어의 제동 파라미터 테스트를 위해 수천 대의 차가 달렸던 낡은 트랙 좌측에는 축구장 크기의 2/3인 옥내 테스트 설비가 위치해 있었다. 우측 트랙의 종전 테스트 방식대로라면 눈, 비가 오는 날 바깥에서 콘티넨탈의 종업원들이 직접 서서 얼마나 빨리 제동할 수 있는지를 모니터해야만 한다. 사실이 이렇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비나 눈이 오고 습도가 높은 날 트랙에 나가 서 있다가 더 나은 테스트 방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물론 언제나 도전과제는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권자가 기꺼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수백만 달러를 투입할 수 있도록 명분을 주는 것일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콘티드럼에서 콘티넨탈의 테스트 그룹은 2013 V.D.I. 어워드(Vehicle Dynamics Innovation Award) ‘올해의 개발 툴(Development Tool of the Year)’ 상 수상에 빛나는, 날씨에 관계없고 종전의 테스트 방식에 비해 제동 테스트를 대폭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옥내 테스트 시스템을 창조해냈다. 이 트랙은 2012년 11월 현재 세계 최초 옥내 제동 테스트 트랙이고, 보유 특허만도 리스트가 꽤 길다.
설비는 일관되게 매번 차를 레일에 연결한다. 차는 마치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사출되듯 자동으로 전개되고 필요에 따라 세팅된 환경의 노면을 달리게 된다. 예를 들면 폭우가 내린 고속도로가 연출된다. 레일에 연결된 차가 자동적으로 속도가 붙어 특정 속도에 도달하면 가능한 빨리 제동력이 전개되고, 장면과 측정값이 촬영, 라벨링 된다. 라벨에는 연비 성능, 젖은 노면 등에서의 제동 성능, 소음량에 따른 등급이 표시된다.
트랙은 길이 300미터, 폭 30미터의 길이다. 이 전자동 프로세스의 무인 테스트 트랙은 총 5개가 있고 모두 역내에서 이동이 가능하다. 외부 트랙도 있다. 365일, 매주, 매일, 24시간 테스트가 가능하고, 특히 마른, 젖은, 빙판의 노면을 필요에 따라 쉽게 구현해 여름용, 겨울용 타이어, 승용차, 밴, 4륜구동 등에 대한 최대 10만 개 타이어의 제동 특성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최대 테스트 속도는 120 km/h까지다. 일반적으로 100 km/h, 젖은 노면에서는 80 km/h에서 제동 테스트가 이뤄진다. 외부의 온도, 풍향, 날씨의 변화나 사람의 개입이 없는 만큼 더욱 다양한 테스트 시나리오의 수행과 정밀도를 끌어낼 수 있다. 환경온도는 섬머 트랙에서 10~25도 사이에서 세팅할 수 있다. 겨울환경을 연출하기 위한 영하 10도~1도의 아이스 링크도 있다. 건물 내부의 온도, 노면의 물의 양이 정확하고 일관되게 설정된다. 때문에 카 메이커들은 콘티넨탈의 새로운 타이어 분석 설비에서 그들의 차량과 타이어 테스트를 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 있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다른 지역에서도 옥외 테스트 설비로 종전의 테스트 방식을 대체할 것인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한다. 아버지가 딸의 안전을 위해 주의 깊게 타이어 등급이 의미하는 정보를 알아내고 정확히 알려주려 했던 것처럼 콘티넨탈이 타이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