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부터 탑승자 안전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자동차 생산은 모든 자동차 메이커의 꿈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따르면, 자동차사고로 인해 매해 전세계에서 100만 명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유럽에서만 17만 명이 목숨을 잃거나 상해를 입고 있다.
차량 안전의 향상은 도로교통을 개선하고 사고피해를 줄이는 필수요소이다.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 마케팅 포인트이기도 하다. 유럽 신차 평가 프로그램(Europ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me, Euro-NCAP)과 같은 기관들은 정면 및 측면충돌 테스트 등 다양한 사고 시뮬레이션에서 각각의 자동차 모델들이 어떤 성능을 나타내는 지 평가하고 있다. 이 평가 정보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독일 최대의 운전자 클럽인 ADAC(Allgemeiner Deutscher Automobil-Club)은 최근 안전평가에서 별 다섯(★★★★★) 등급의 르노 Laguna에 대해 정면충돌 테스트를 규정 속도인 시속 64 km에서 80 km로 높여 실시했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실제 자동차 충돌이 일어났을 때 별 다섯 등급 자동차가 그렇지 않은 상대 자동차보다 과연 안전할까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변화의 필요
정면충돌 테스트는 시속 64 km 속도에서 실시하는 데, 이는 유럽에서 발생한 중상 또는 치명적 상해가 대개 64 km의 속도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 속도에 근거하여 주로 소-중형급 차량 탑승자가 일반적인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안전 성능과 가슴이나 머리 부위의 부상을 줄일 수 있도록 개선해 최대한 높은 점수로 Euro-NCAP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DAC은 테스트 조건 변화가 안전 성능에 어떤 변화를 미칠 지 유추하기 위해 시속 80 km에서 정면충돌을 실시키로 결정했다. 속도를 높인 테스트 결과, 차뿐만 아니라 운전자에 대한 중상 위험이 극적으로 증가함을 확인했다. 또 전체 자동차의 변형(찌그러짐)도 낮은 속도에서 실행된 충돌 테스트에 비해 심각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처음엔 Euro-NCAP 등급을 신뢰하지 않았다. 테스트가 실제 충돌 현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서 Euro-NCAP은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자동차 충돌사고 시 보호수준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독립적인 근거로써 자리매김했다. 충돌 테스트는 전세계 법 규정보다 좀 더 높은 속도에서 실시되고 있고, 이를 통해 Euro-NCAP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최소한의 요구사항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한 자동차의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ADAC은 시속 80 km에서 자동차가 어떤 안전성능을 제공하는 지 테스트함으로써 메이커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자동차는 시속 64 km에서 매우 높은 안전성능을 보였지만 이보다 조금만 속도를 높여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 64 km에서의 테스트는 사고 시 평균속도 범위가 법정제한속도를 넘어서고 있는 몇몇 국가들을 고려해 본다면 이미 시대에 뒤쳐진 것이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uropean Transport Safety Council, ETSC)는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유럽 목표치에 대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38%, 43%, 42%로 각각 감소시킨 룩셈부르크, 프랑스, 포르투갈만이 도달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타 EU 국가들은 2011년부터 2030년 사이에나 이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이같이 높은 사망률 통계치는 미래 자동차를 위한 테스트 기준과 평가 시스템에 대한 재고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다.
능동 안전성 평가 도입
Euro-NCAP은 미래 테스트에 대한 등급 기준에 수정을 가했다. 본질적으로 모든 테스트 유형에 큰 변화는 없더라도 미래의 테스트 결과는 총점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만약, 자동차가 별 다섯 개의 점수를 받아야만 한다면 이 자동차는 다른 메이커들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분야인 보행자 보호기능에서도 탁월해야만 한다. 이같은 조처는 자동차 메이커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보행자 안전 기능을 개선토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보행자 보호는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도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분야이다. BMW X5나 메르세데스-벤츠 M Class는 성인보호 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행자 보호에서는 별 하나를 받을 정도이다. 전체 등급 도입과 같은 조치는 소비자들이 단지 성인 또는 유아 보호 등 단편적인 부분이 아닌 차의 전반적인 안전성능을 고려하여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운전자 경고 및 충돌회피 시스템과 같은 능동안전장치는 사고발생을 적극적으로 완화시키거나 충돌피해를 경감시켜 줄 수 있다. Euro-NCAP은 유럽에서 미래 NCAP 등급의 한 부분이 될 ESP와 같은 새로운 능동안전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해마다 2,5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단지 성인과 아동 탑승자보호 시스템의 결합만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자동차 평가 시스템은 능동/수동 안전 시스템 기반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안전평가 시스템은 자동차가 충돌사고 시 단지 얼마나 안전한가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 주는 예방안전 시스템 역량이 고려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Euro-NCAP이 ESP를 안전지원 등급 시스템의 일부로 고려하고 있는 이유이다. 좀 더 미래의 안전지원 등급 시스템은 차와 승객을 더욱 안전하게 해줄 수 있는 차선이탈경고(Lane Departure Warning, LDW), 사각지대검출(Blind Spot Detection, BSD) 등 또 다른 능동안전 장치까지도 적용될 것이다. 전체 평가에서 ESP 평가와 안전지원의 반영은 자동차 안전평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의 NCAP 등급과 독일의 ADAC의 신뢰도를 잘 활용하고, 예방안전 시스템 평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교통사고 사망 건수를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달성될 것이다. 또 Euro-NCAP은 현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소비자의 능동안전 시스템 인지도를 개선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메이커를 위해 보다 높은 벤치마크를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메이커 부담 가중
EU는 자동차 메이커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동안전 기술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강제 지정한 이후, 이제는 예방안전 기술을 적용해 가고 있다. EU는 2009년부터 브레이크 보조장치(Brake Assist System, BAS) 사용을 의무화했고 2012년부터 모든 신형 모델에 차량자세 제어장치(Electronic Stability Program, ESP) 사용을 규정했다. 곧 대형트럭에서 LDW와 지능형 긴급제동장치(Advanced Emergency Braking, AEB)가 뒤따를 것이다. 동시에 Euro-NCAP은 테스트와 평가 기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CO2 배출 삭감과 같은 추가적인 책임을 관리해야만 하는 자동차 메이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또 일련의 움직임이 도로 상에서 안전성 증가를 가져오는 올바른 방향이라 할지라도 소비자들은 미래의 자동차에 대해 500유로 이상을 더 지불해야만 한다.
예방안전을 향해
e-safety 같은 EU 플래그십 프로그램(Flagship Program)은 매년 1만 명에 가까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ESP, BAS, AEB 등 능동안전 시스템의 의무화를 위해 지속적인 로비를 펼치고 있다. Euro-NCAP과 ADAC 등에 의한 미래 테스트의 예방안전 적용 요건 의무화 노력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어렵다. 만일, 첨단 운전보조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ADAS)이 시스템 고장이라도 일으키면 자동차 메이커에게 배상문제가 따라오고 Euro-NCAP 역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안전성능 평가에 새 시스템을 적용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지고 있다. 또 배출가스 저감 등 많은 책임으로 고전 중인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추가적인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Euro-NCAP 등은 수동안전 향상에 성공적으로 기여해왔으며, 능동안전 도입의 성공으로 도로안전 향상에 더욱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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