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납축전지 생존의 조건
2008년 12월호 지면기사  / 글│윤 범 진 기자<bjyun@autoelectronics.co.kr>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CO2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250여년 만에 대기 중 CO2  농도가 35% 이상 급증하면서 지구 평균온도는 0.80 ℃ 급등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방치할 경우 2100년까지 경제적 손실이 세계 GDP의 5~20%에 달해 1930년대 대공황에 맞먹는 충격을 안겨줄 것이란 전망이다. 기후변화 문제와 함께 에너지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유의 경우 2047년경 고갈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국은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과 일본 산업의 에너지 효율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높아 에너지 효율 개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본의 에너지 소비효율은 오일쇼크 이후 지난 30년간 약 37% 개선됐으며 2030년까지 30%의 효율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현재 거의 100%인 수송 부문의 석유의존도를 2030년까지 80% 수준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카(HEV), 클린 디젤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PHEV) 등의 보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일본은 2015년까지 2004년 대비 평균 7.2%(소형 버스의 경우)~23.5%(승용차의 경우)의 연비 개선을 목표로 한 ‘2015년 규제’를 2007년 7월 공시했다. 이 규제에서는 JC08 모드에 의한 평균 연비로 디젤엔진 차량을 포함한 승용차의 경우 16.8 km/ℓ(2004년 13.6 km/ℓ), 소형 버스 8.9 km/ℓ, 소형 화물차 15.2 km/ℓ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완성차 업체들에게 대단히 엄격한 연비 개선 요구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위원회(EC)가 CO2  배출량을 2004년 163 g/km이었던 것을 2012년에 120 g/km(=20 km/ℓ에 해당)까지 삭감하는 안을 2007년 2월 제출했다. 또한 EU 의회는 CO2  배출량을 140 g/km(2008년)에서 125 g/km(2015년)로 제한하는 규제를 2007년 10월 도입했다. 미국은 자국 내 모든 신규 승용차와 트럭에 대해 2015년까지 연비를 13.5 km/ℓ, 2020년까지 14.9 km/ℓ(현재 기준은 10.2 km/ℓ)로 강화한 새 에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연비 개선 요구와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카가 급부상함에 따라, 이들 자동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를 개발하는 업체들이 양산 적용을 목표로 다양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니켈수소(Ni-MH)나 리튬이온(Li-Ion) 등과 같은 고출력, 장수명 특성의 에너지 저장장치가 주로 개발되고 있으나, 이러한 이차전지는 가격이 매우 높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저가이면서도 일반 납축전지에 비해 고출력 특성을 갖는 배터리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배기가스 규제와 장기 연비 목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컨셉트의 자동차와 기술을 속속 발표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업체들도 수요 기술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니켈수소 전지를 이용하고 엔진과 모터를 조합시킨 HEV는 기존 가솔린차에 비해 80∼100%의 연비 개선이 가능하다. 97년에 토요타 ‘프리어스’ 하이브리드가 처음 시판된 이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해 2007년에 세계적으로 약 49만 대가 판매되었다.


납축전지 채용 동향

현재 HEV에는 VRLA(Valve Regulated Lead-Acid) 전지가 보조장치용으로 탑재돼 있으며 신뢰성, 내구성, 가격 면에서 앞으로도 납축전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전까지는 납축전지를 주전지로 사용한 하이브리드 카도 시판되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니켈수소나 리튬이온 전지로 바뀐 상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카(M-HEV)는 36 V VRLA 전지를 주전원으로 채용하고 EV 주행, 파워 어시스트, 회생 에너지의 활용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연비 개선효과가 15∼20% 정도로 작지만, HEV와 비교하면 비용 상승이 적은 편이다. 지금까지 토요타와 GM이 일부 승용 모델에 채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기아차가 2008년 4월부터 마일드 하이브리드 버스의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카 용도에서는 회생 에너지의 활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납축전지를 완전히 충전되지 않는 상태(Partial State of Charge, PSOC)로 사용한다. 그 결과 부극활물질의 설페이션 열화(Sulfation: 충전해도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기 어려운 불환원성 물질인 황산납이 생성되고 내부 저항이 증가하는 현상)가 일어나기 쉬워 최대 해결 과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해 충전수입(Charge Rate Acceptance)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부극활물질에 첨가하는 카본 기술이 개발되었다. GS유아사는 이 특수 카본을 첨가하여 PSOC 조건 하에서 수명 성능을 개선시켰다. 여기서는 거칠고 엉성한 황산납 사이에 카본 입자로 전도 패스(카본 네트워크)를 형성시켜 설페이션 발생을 지연시켰다.
이 회사는 또한 납축전지가 종래 시동용으로 사용할 경우에 비해 보다 깊은 충방전(deep cycle)에 견딜 필요가 있기 때문에 EV용 전지에 적용되었던 정극활물질 기술(특정 첨가제 및 고밀도 활물질)을 이 용도로 전개하고 있다. 정극활물질 밀도를 높게 한 만큼 사이클 수명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고밀도 활물질을 사용하면 용량이 적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GS유아사는 고밀도 활물질에 특정 물질을 첨가함으로써 수명 성능을 개선했으며 용량, 특히 고율방전 시 용량 저하를 억제했다.
이 회사는 이 전지 개발에 즈음하여 전지의 구성부 재료의 개량뿐만 아니라, 전지의 충전상태(State of Charge, SOC)와 건전성(State of Health, SOH)을 검출하는 기술을 아울러 개발했다. 또한 높은 정밀도 판단을 수행하기 위해 전지의 내부저항과 개회로전압(open-circuit-voltage, OCV)을 조합하고, SOC 및 SOH의 양쪽을 판단할 수 있는 매핑 기술을 개발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물류 트럭이나 버스에 아이들링 스톱 차량이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한 개방형 납축전지와 VRLA 전지가 시판되고 있다. 아이들링 스톱은 신호대기 시간이나 짐을 실을 때 혹은 내릴 때 엔진을 정지시켜 가솔린 소비를 억제한다.
정차 시 아이들링 스톱을 실시하여 엔진을 멈추게 하면, 전지는 방전되는 회수(량)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충전 기회가 적어지고 조기에 열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전지는 빈번한 시동에 의한 활물질의 열화를 억제하기 위한 고밀도 활물질이나,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충전하기 위한 전해액 등이 적용되고 있다.
아이들링 스톱에 의한 연비 개선은 HEV나 M-HEV만큼 크지 않지만, 시스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일본에서는 2015년 규제를 대비하여 아이들링 스톱 시스템이 일반 승용차용으로도 보급될 가능성이 있다.
GS유아사는 개방형 납축전지와 개량형 VRLA 전지를 아이들링 스톱 승용차에 각각 2월간 탑재해 성능평가를 실시했다. 성능평가 결과 개방형 납축전지는 정·부극판은 물론 극판 하부에도 황산납이 축적되어 충전 상태가 저하되었지만, 개량형 VRLA 전지는 황산납 축적이 적어 SOC 저하가 적음을 확인했다. 아이들링 스톱 차도 아니고 충전 제어 시스템 차도 아닌 종래의 차량으로 실차 시험을 수행한 전지에서는 일반적인 과충전 모드에서 입계 부식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반면, 아이들링 스톱 차량으로 3년간 실차 시험을 실시한 개량형 VRLA 전지의 정극격자를 관찰한 결과 과충전 모드에서 입계 부식이 아닌 전체가 층상으로 균일하게 부식되는 모양이 나타났다. 이것은 PSOC에서 사용되는 정극판이 높은 전위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나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판된 아이들링 스톱 승용차는 토요타 크라운 컴포트(개방형 납축전지), 토요타 비츠 U(개방형 납축전지와 리튬이온), PSA C3(VRLA), 다이하츠 미라 스마트 드라이브 패키지(개방형 납축전지) 등이 있다.
충전 제어 시스템 차는 감속 시에 발전기(alternator)의 발전 전압을 높게 하여 전지에 대한 충전량을 늘리는 한편 정상주행 시, 가속주행 또는 정지 시에는 전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엔진 부하를 낮춘 차량이다. 최근 자동차 메이커들이 충전 제어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을 판매하고 있으며, 충전 제어 시스템 차에 연비를 더욱 개선할 수 있는 개방형 전지가 상품화돼 있다. 이 전지는 정·부극활물질의 밀도와 첨가제의 개선에 의해 충전수입 성능을 개선하여 종래의 납축전지 탑재 시 대비 2% 이상의 연비 개선이 가능하다고 한다.


스마트 배터리 동향

도로 주행 중에 생기는 자동차 고장의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배터리 문제이다. 이러한 배터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지가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운전자에게 교환, 충전, 물보충 등의 경고를 빛이나 소리로 알리는 소위 스마트 배터리가 시판되고 있다. 전지에 센서를 내장시킨 것 이외에 외장형 센서 모듈로 판매되는 것도 있다. 향후 전지 업체들이 코스트다운을 실현함에 따라 판매량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고성능 납축전지

그라파이트(graphite) 기술은 집전체에 발포 그라파이트를 사용한 것으로, 활물질 이용률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바이폴라 전극 기술은 전극의 한 면에 정극활물질이 도포되고 이면에는 부극활물질이 도포되어 한 장의 전극에 정극·부극 기능이 모두 있는 전극을 말한다. HEV에서는 다수의 전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지의 신뢰성 향상이 요구된다. 종래의 납축전지에서는 납합금의 용접으로 셀 간의 접속을 수행해 왔지만, 바이폴라 전극을 사용하면 전극 자체에 셀 간 접속 기능이 있기 때문에 셀 간 접속을 사용하지 않아 보다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진화하는 납축전지

차량 내 다양한 시스템의 전장화로 인해 전기 에너지의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고출력 특성을 갖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저장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로 인하여 니켈수소나 리튬이온 등과 같은 고출력, 장수명 특성의 에너지 저장장치가 제안되었으나, 여전히 가격이 높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저가이면서도 일반 납축전지에 비해 고출력 특성을 갖는 배터리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자동차용 납축전지는 종래의 엔진 시동, 등화 및 점화 역할뿐만 아니라 각종 전장품에 전력공급원으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엔진 부하를 낮추기 위해 PSOC 상태에서의 사용 환경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연비 개선 추세에 맞춰 납축전지도 충전수입 성능의 개선과 내구성의 개선 등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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