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류 시 복 박사 <sbyu@katech.re.kr>
자동차부품연구원 지능형 자동차기술연구본부
IT/AVS융합연구센터, VRDS/ADAS팀 선임연구원
최근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보면 대부분 PND(Portable Navigation Device) 형태의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앞 유리에 장착하고 있거나 고가의 In-Dash 형태의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며 2007년 137만 대가 판매됐고 지난해 168만 대가 판매됐다. 국내에서는 100여 개에 이르는 제조사가 200여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스템(In-vehicle Display System)에는 내비게이션 뿐만 아니라, 공조 시스템 등 각종 차량 기능 설정과 진단 장치, 멀티미디어 기기 등 자동차와 탑승자 간의 주요 정보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장치가 있다. 또 시스템들은 이메일이나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ERS(Emergency Road Service), 보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실시간 교통정보 등 본격적인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추가됨에 따라 그 중요도와 다양성이 증대될 전망이다.
안전을 고려할 때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에서는 그동안 차량에 장착되는 모든 전장 부품들에 대해 혹독한 시험을 거쳐 신뢰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스템들은 시장의 고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행중 운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의 경우 전자파, 내환경 등 기존의 성능 검증 과정만이 충분했던 다른 전장부품과 달리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어떤,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평가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주행중 DMB 시청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에 기반한 DMB 시청 금지 법안이 추진되는 등 내비게이션 사용과 연관된 사고위험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IT-자동차의 융합을 산업계 관점에서 보면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운전자 정보제공 시스템(DIS; Driver Information System)은 공통적으로 운전자의 주행안전을 보조하기 위한 장치인 데다 엔터테인먼트 및 CRM과 같은 부가적인 기능은 상업적 목적으로 도입되고 있어 반발이 일고 있다. 결국 이같은 논란은 주행중 HMI(Human Machine Interface)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제조업자가 우수한 시인성과 주의분산을 갖는 안전한 화면의 제품을 설계하고 싶어도 이에 대한 설계 지침이나 정량적인 평가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KS 표준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돼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스템 설계에 적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자동차공업협회인 JAMA(Japan Automobile Manufacturers Association)가 설계 가이드라인 형태의 지침을 만들었고, 미국은 AAM에서 해당 규정을, 유럽은 EC에서 규정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ISO에서 차량용 HMI 관련 표준을 제정한 바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해외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JAMA 등의 연구비 지원을 통해 JARI(Japan Automobile Research Institute)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연구결과를 검증해 JAMA Guideline을 만들어 OEM 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에서 설계 규정을 완성차 업체에 적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고, 시장 또한 애프터마켓이 비포마켓에 비해 규모가 커 현실적으로 규정 적용의 실효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알파벳이나 가나로 이루어진 외국어와 한글 간 시인성도 고려해야만 한다.
설계 규정을 강제로 적용시키는 것 역시 기존의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규정은 KS 표준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본적으로 권고인 KS 표준 특성상 신규 KS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 제품도 판매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고 애프터마켓 제품 제조업자들도 표준 적용을 받게 할 수 있다. 이처럼 HMI 표준이 제정된다면 국내 제조업체들은 차량용 디스플레이 설계 시 최소한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설계지침을 갖게 될 것이고, 이를 준수해 설계함으로써 제품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산업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도 차량용 HMI에 대한 연구가 간헐적으로 진행돼 왔다. 2006년 VDSF(Virtual reality based Driving Simulator Forum)가 결성되면서 자동차부품연구원 주도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VDSF는 자동차부품연구원, 도로교통공단, 건설기술연구원, 표준과학연구원, 국민대학교, 부산대학교, 성균관대학교, 관련 업체 등 1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자발적인 연구 포럼으로 시작됐다. 차량 시뮬레이터(Driving Simulator, DS) 장비 표준화, 시험절차 및 분석 표준화, 피험자 표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술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주행 사고의 위험이 없는 주행 환경을 필요로 하는 차량용 HMI의 특성상 국내외 관련 연구는 일반적으로 DS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DS를 보유한 자동차부품연구원, 도로교통공단, 성균관대학교가 중심이 되고 있다.
HMI 표준
다음 언급될 차량용 디스플레이 HMI 표준은 ▶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스템의 각종 기능에 대한 사용금지 등 불필요한 과도 규제를 방지함으로써 산업을 보호 ▶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스템 설계 시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해 주행 사고의 위험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소비자를 보호 ▶ 최소한의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수립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IT 서비스가 자동차에 접목되는데 필요한 기반 구축 등을 목적으로 해 개발됐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HMI 표준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는 지식경제부 지원으로 수행된 성장동력기술개발사업 중 텔레매틱스 분야의 주행안전 정보제공 및 경고 시스템 개발 과제(사업기간 2004. 12~2009. 7)를 통해 이뤄졌다. 이 표준에 대한 연구는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주관했고, 도로교통공단과 성균관대학교가 위탁기관으로, 현대모비스(구 현대오토넷), 세인시스템, 더싸인이 참여기관으로, 공상디자인이 협조기관으로 참여했다. 또 현재 기술표준원이 표준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적 배경
기술적으로 본 표준은 2초 룰과 8초 룰에 기초하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운전부하 분석에 국내외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측정 방법은 VOM(Visual Occlusion Method)이다. 이 방식은 운전자가 정보전달 시, 운전 조작을 위해 전방을 주시하는 일과 정보 교환을 위해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주시하는 일이 반복되는 사실에 근거한다. 2초 룰은 전방을 주시하고 운전 조작을 하던 운전자가 정보 인지 또는 디스플레이 조작을 위해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주시하는 시간이 한 번에 2초를 초과하는 경우 주행 안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8초 룰은 이렇게 디스플레이를 주시한 운전자가 다시 운전을 위한 전방 주시로 전환한 후에도 정보 전달이 완료되지 않았을 경우 운전자가 다시 디스플레이를 주시하게 되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총 주시 시간이 8초를 초과하는 경우 역시 주행 안전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표준의 적용범위
개발된 표준은 차량용 디스플레이(In-vehicle Display) 장치를 위한 설계안전 요건, 안전성 시험절차를 포함한다. 기본적으로 개발된 표준에서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시야 범위 내에 있는 시각적 HMI 장치를 지칭하며, 디스플레이 시스템 중 HUD(Head Up Display) 및 HMD(Helmet Mounted Display)는 평가방법이 상이하고 국내외적으로 평가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대상에서 제외하며, 대상 차종의 경우 2륜 차량은 제외하고자 한다.
표준의 요구사항
개발된 표준은 차량용 디스플레이 장치의 밝기, 설치 위치, 장치에서 제공하는 정보, 장치의 조작 등에 대한 사항을 수록하고 있다. 주요사항은 다음과 같다.
디스플레이의 설치 위치는 운전자 시야에서 수직/수평 30° 이내가 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제공되는 정보의 종류에 대해서는 주행중 동적 정보 표기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으며, 시각적 운전부하 요건은 2초 룰과 8초 룰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문자의 크기, 한 화면 당 POI 수, 명암비 등에 대한 내용도 수록하고 있으며, 특히 화면 당 문자의 수에 대해서는 일본 JAMA의 경우 가나 기준으로 30자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나 한글의 경우 가독성이 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화면 당 POI 개수로 정의하고 있다. 지도 제공의 경우 주행중 건물 주소 또는 전화번호의 직접 제공을 피하고 있으며 안내음의 크기 및 경고음의 요건도 정의하고 있다.
또 입력 조작 장치의 입력 방식에 대해서도 정의하고 있다. 입력 조작은 운전자가 입력중 운전으로 인해 입력이 중단되더라도 시간 지연에 관계없이 다시 입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스크롤 및 장시간 조작을 원하는 방식에 대한 제한을 다루고 있다.
표준 평가 방법
평가는 객관성 유지를 위해 공공성이 있는 기관이 지정돼야 할 것이며, 평가 장비는 실차 또는 차량 시뮬레이터 환경으로 정의하고 있다. 실차 시험의 경우 900 m 이상의 직선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차량 시뮬레이터의 경우 FOV(Field Of View) 180°×30°가 요구된다. 측정 장비는 주시점 분석 장비 등이 요구되며, 측정 장비로 인한 부가적인 운전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비접촉식 측정 장비가 요구되고 있다. 피험자 선정과 시험 절차 등에 대해서는 차후에 상세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표준의 추진 방향
국가표준으로 추진하는 경우 제조업자, 규제 주체, 평가 주체, 사용자 등 다양한 이해 주체간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표준 내용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재검토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산업계의 기존 설계 방식 및 서비스 형태와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부분은 차후 재개정 시 표준에 반영하고 우선적으로 최소한의 내용을 수록하고자 한다.
많은 부분이 심도 있는 논의와 실험을 통해 확정되어야 할 것이며 주요 핵심 이슈, 예를 들면 동적 문자 전달(문자가 흐르는 형태 등)과 동영상은 안전 관점에서 제한될 필요가 있으나 관련 산업계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 그 여부가 검토돼야 할 것이다. 또 제공 서비스 중 편의기능 일부의 주행중 사용제한 여부, 제한하는 경우 규제의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논란이 될 수 있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스템에는 향후 스마트폰과 같은 방랑자기기 등 보다 다양한 IT 제품들이 사용될 것이다. 또 이에 따라 안전성은 지속적인 논란의 소지가 될 것이다.
관련 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스템에 대한 설계 표준이 제정돼 HMI 연구 기반이 없는 중소업체에서 제조한 제품도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사용에 불편함이 없게 해야 할 것이며 연구소와 산업체에서 관련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 HMI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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