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업계 최고 수준의 조명 시험센터 개관
임멘딩겐 글로벌 주행시험장, 현실과 가상세계 아우르는 첨단 테스트 허브로 진화
2025-10-03 온라인기사  / 윤범진 기자_bjyun@autoelectronics.co.kr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임멘딩겐(Immendingen)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글로벌 주행시험장(Global Proving Ground)이 또 한 번의 도약을 알렸다. 최근 문을 연 ‘조명 시험센터(Light Testing Centre)’는 현실의 도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주간·야간·기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헤드램프 성능을 정밀 검증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시설을 자랑한다.
 

135m 길이와 8m 높이의 이 건물 내부에는 실제 노면을 본뜬 ‘시골도로(country road)’가 구현돼 있다. 반사율이 낮은 노후 아스팔트를 재현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포장재가 사용됐으며, 최대 5대의 차량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다. 마주 오는 차량, 전방 주행 차량, 보행자 모형까지 상황에 따라 배치할 수 있어 실제 도로 상황과 같은 환경을 제공한다. 총 투자비는 1,050만 유로(약 173억2,500만 원), 공사 기간은 2년이 소요됐다.

로봇이 대신 달리는 험로 내구 시험
임멘딩겐 시험장의 또 다른 명물은 ‘하이데 내구 주행 코스(Heide durability circuit)’다. 노면 곳곳에 포트홀과 자갈길, 울퉁불퉁한 포장이 이어지는 이 거친 코스에서는 인간이 아닌 ‘주행 로봇’이 운전대를 잡는다. 로봇이 조종하는 덕분에 시험 주행은 24시간 내내 이어질 수 있고, 반복 주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차도 최소화된다.
차종에 따라 최대 6,000km를 달려야 하는데, 이는 실제 도로 주행 거리로 환산하면 무려 30만km에 해당한다. 하이데 코스의 1km는 열악한 도로 150km를 달린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름은 1950년대 독일 뤼네부르크(Lüneburg) 지역의 험난한 시험 코스에서 따왔다.

 

현실과 가상 시험의 경계 허물다
임멘딩겐은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디지털화된 시험장’이기도 하다. 모든 모듈은 초정밀 디지털 지도로 구축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형태로 존재한다. 차량과 하중이 가상공간에 그대로 반영되며, 이를 기반으로 수천 km를 시뮬레이션한 뒤 실제 시험 주행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새 모델의 섀시를 튜닝할 때는 100가지 이상의 조합을 먼저 디지털로 검증한 뒤, 가장 적합한 조합만 실제 시제품에 적용해 물리적 시험에 돌입한다. 
 

마르쿠스 셰퍼(Markus Schäfer)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이사회 멤버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임멘딩겐 시험·기술 센터는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디지털화된 주행시험장으로, 현실과 가상의 차량 시험이 매끄럽게 융합되는 곳”이라며 “시험장을 디지털로 매핑하고, 자동화된 시험 프로그램과 첨단 센서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차량 개발을 효율적이며 신속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도로가 모인 곳, 임멘딩겐
2015년 기공식을 시작으로 10년간 조성된 임멘딩겐 주행시험장은 520헥타르 부지에 86km의 시험로를 갖췄다. 산악도로, 자갈길, 고속도로, 교차로 등 30개 이상의 모듈이 마련돼 있으며,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중국·한국·일본 도로의 노면과 도로 표지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시험차량은 최대 400대가 동시에 주행할 수 있고, 30~100%의 경사로도 갖춰져 있다. 인공 태양 조명 장치로 저녁 무렵이나 흐린 날에도 강렬한 역광 상황을 재현할 수 있으며, 폭우와 물보라까지 인위적으로 구현된다. 


흥미로운 점은 시험장 유지 관리에도 ‘친환경적 방법’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수백 마리의 양이 풀을 뜯으며 잡목이 자라는 것을 막고, 라마는 양 떼를 여우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한다.

10년간 4억 유로 투자
지난 10년간 메르세데스-벤츠는 이곳에 총 4억 유로를 투입했다. 군사 기지였던 부지를 개발해 지금은 하루 2,100명의 임시 인력을 포함해 수천 명이 차량 개발과 시험에 몰두하는 글로벌 테스트 허브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3만 대 이상의 시험차가 투입돼 총 주행거리 1억km를 기록했다. 이는 지구를 약 2,500바퀴 돈 것과 같다. 특히 시험 주행의 80% 이상을 이곳에서 소화하면서 공공도로 주행 부담을 줄였고, 국제 시험 활동도 크게 줄여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발자국도 줄였다.

임멘딩겐의 주행시험장은 단순한 연구 시설을 넘어선다. 현실 도로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트랙, 로봇이 운전하는 내구 시험, 그리고 가상세계와 연결된 디지털 트윈까지. 여기에 양 떼와 라마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은 기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연구실’을 완성하고 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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