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3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자동차, ‘오픈소스’로 미래와 조우
Interview with 컬럼비아대학교 사스키아 사센 교수
세계화, 도시화 연구에 평생을 바친 세계적인 사회, 경제, 도시학자, 컬럼비아대학의 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 교수가 최근 들어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 기업들과 잦은 교류를 갖고 있다. 이미 수차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도시화와 미래이동성, 그리고 자동차와 관련된 견해를 밝혔고, 최근에는 아우디의 지원으로 ‘도시화 기술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사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화, 도시화, 이동성과 관련해 독창적 연구, 저서 ‘세계도시론(The Global City, 2001)’으로 유명한 사회, 경제, 도시학자 사스키아 사센 교수는 1949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 프랑스 등에서 수학했다. 노틀담대학, 인디애나대학에서 석사,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74년에 푸아티에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뉴욕시립대학과 컬럼비아대학에서 도시계획학과, 시카고대학에서 사회학과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컬럼비아대학 사회학과 석좌교수 및 세계화연구회(The Committee on Global Thought)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의 저서로는 “영토, 권위, 권리(Territory, Authority, Rights: From Medieval to Global Assemblages, 2008)”, “세계화의 사회학(A Sociology of Globalization, 2007)”, “세계경제와 도시(Cities in a World Economy, 2012 개정판)” 등이 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A.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5월이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이 때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책 중의 하나인 “세계화의 사회학(A Sociology of Globalization)”이 막 한국어로 나왔습니다. 이 책에는 세계의 도시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Q. 최근 들어 자동차 산업과 교류가 잦으신데요, 자동차 기업에게 도시화가 정말 중대한 이슈가 됐다고 생각하시나요?
A.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아닌 저로서는 확실한 답을 드리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이동성과 공간, 도시에 대해 탐구해 온 저에게 있어 자동차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미래이동성은 단지 학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창조적인 엔지니어들에게 중요한 연구과제가 됐습니다. 기업들도 ‘기술 리더’로서 자부심을 갖는 기업들이 이를 중요한 이슈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컬럼비아대학과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아우디는 최근 창조적인 엔지니어들과 두뇌들을 불러 모아 ‘어번 싱크탱크(Urban Think Tank)’라는 프로젝트 조직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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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센 교수는 비록 첨단일지라도 사회적, 기술적으로 폐쇄적인 도시 시스템은 도시 공간의 스마트한 매니지먼트를 위해 도입한 센서(sensor)의 의미를 ‘검열(censor)’로 변질시키는 것과 같이 파괴적이고 쓸모없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Q. 슈투트가르트 오토모토앤스포츠 i모빌리티 컨그레스에서 미래 자동차에 대해 강연한다고 들었습니다.
A. 네 맞습니다. 4월에 있을 슈투트가르트 컨그레스(Stuttgart Auto Motor und Sport i-mobility Kongress)는 지능적이고,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적인 미래 이동수단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도시화되는 자동차? 그리고 모빌리티 컴플렉스(Urbanizing the Car? The Emergent Mobility Complex)”를 주제로 발표를 할 예정입니다.
현재 제가 연구하고 있는 “도시화 기술(Urbanizing Technology)”이란 프로젝트에서 몇 가지 이슈들이 자동차와 연관돼 있습니다. 이동하는 오브젝트에서 공간에 이르는 영역에서 다양한 이동성의 변화에 대한 연구실험을 진행 중이고, 이중 하나가 “모빌리티 컴플렉스(Mobility Complex)”란 개념에 대한 것입니다. 이 연구는 지난해 아우디의 지원을 약속받아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아우디와 어떻게 손잡게 되신 것인가요?
A. “도시화 기술”이 제게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우디의 경우엔 미래이동성과 관련해 그들만의 특별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화 기술 프로젝트의 지향점은 당장 실용적인 애플리케이션을 창조한다거나, 반대로 공상과학적인 미래를 구상하는 연구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화 기술, 도시화되는 자동차란 공간과 이동 수용력의 다양성이 상호 통합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연결되고 있지 못한다는 관점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이 수용력을 도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입니다.
Q. 말씀하시는 도시화 기술론이란 대략 어떤 것인가요?
A. ‘도시화 기술론’을 설명하자면, 복잡한 시스템이 구식이 되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고 갈수록 더 빠르게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린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도시의 발전과정에는 수많은 기술이 동반됩니다. 기술은 빌딩, 대중교통, 자동차, 인터넷, 스마트폰 등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합니다. 그리고 많은 기술들이 실제로 이 과정에서 불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또 기술의 불완전성을 깨달음으로써 기술적 시스템의 편협성이 야기하는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최근의 도시에는 지능형 빌딩 시스템과 같은 매우 다양한 첨단 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복잡하고 폐쇄적 시스템으로 보이며, 인정사정없는 기술의 이식과 같습니다. 이런 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도시를 파괴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능적 시스템이지만 폐쇄적 시스템이라면 기술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전체 빌딩의 기능을 쓸모없게 만들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리스크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와 교통시스템 또한 도시화 기술의 개념 내에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도시화 기술을 말할 때 제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개방형 OS와 소프트웨어 개발" 개념과 유사한 "오픈소스 도시화론(Open-Source urbanism)"입니다. 이는 기술적 측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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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센 교수는 자동차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통수단 그 이상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고, 이동 공간의 개념, 네트워크화된 도시 등 다양한 사회적, 기술적,문화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아우디 어번 퓨처 서밋 12에서. 사센 교수의 우측은 아우디의 피터 슈바르첸바우어 부회장. |
Q. 오픈소스 도시화에 대해 좀 더 들려주세요.
A. 도시는 그 자체가 지니는 불완전성에 대해 위와 아래로부터의 끊임없는, 무수한 조정과 간섭, 이에 따른 소소한 변화들에 의해 수정되고, 발전해 왔습니다. 빌딩, 자전거 전용도로나 트램과 같은 교통시스템, 비즈니스와 네트워크, 사람들의 소통방식 등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모두에서 좋던, 그렇지 않던 간에 급속하게 조정되고 변화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설명이지만, 예를 들어 한국에는 송도 국제 비즈니스 지구라는 세계적으로 매우 잘 알려진 인스턴트 스마트시티(instant smart city)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통합 빌딩 및 설비 관리, 안전 및 보안, 홈 네트워킹, 가상 관리 서비스 등 첨단의 기술과 서비스가 동원되고 있습니다. 시스코와 같은 기업은 텔레프레즌이란 실시간 화상통신을 비롯 가정, 학교, 병원, 은행, 관공서 등에 매우 편리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합니다.
이같은 혁신에서 다양한 요소와 네트워크화되고 소통하는, 사용자가 주도하는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오브젝트와 시스템, 거주민과 도시 리더십 간의 수평적 소통과 합의가 가능해야 하고 기술적으로는 폐쇄적 시스템이 아닌 개방적 시스템을 통해 필요에 따라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보수적 기술(close-mindedness)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줄여야 할 것입니다.
Q. 교수님은 최근의 자동차 산업이 교통당국, 다양한 분야의 전문과들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까?
A. 그렇게 생각합니다. 과거로부터 혁신이 시도되고 이뤄지는 동안 카 메이커뿐만 아니라 교통당국, 도시 전문가들 모두가 서로 간 협력에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송도를 예로 들기도 했지만, 마스다르(Masdar)시와 자율주행차 등 최근 몇 년간 첨단 도시, 스마트카와 도심에서 용이한 초소형차 개발에 있어 교류가 활발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도시 공간과 교통의 결합을 통한 미래 혁신의 약속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빌리티 컴플렉스 개념과 같은 연구들을 통해 자동차가 공간을 이동하는 데 있어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이 추가돼야 할 것입니다.
Q. 저는 미래의 차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서 논의 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은 어떻습니까?
A. 자동차와 관련된 도시 이슈에서도 기술에 의한 소통의 필연적 다양성(inevitable multiplicity of human interaction) 측면에서 보수적 기술에 대한 많은 토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어떤 지역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면서 속도와 거리를 강조하는데, 현재 도시의 밀집 중심지역에서는 체증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도시가 자동차의 기능을 망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어느 한쪽이 아니라, 모든 엔지니어들의 디자인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것에 대한 논의가 자동차의 도시화를 이루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는 교통수단 그 이상에서 논의돼야 할 것입니다. 이동 공간의 개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변화가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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