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기차 도입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숙의를 갖고 정책 타당성을 검토했다. 지난 4월 박원순 시장은 신청사 집무실에서 문승일 서울대 교수, 임근희 전기연구원 전기추진연구센터장 등 전문가 등과 함께 전기차 도입 시 경제적 효율성과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박 시장은 “전기차는 현실적 불편과 어려움이 많고, 현대차 등 대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시가 너무 앞장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우리나라 전기이동성 추진의 명실상부한 리더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급한 전기차는 약 1,000대, 충전기는 급속충전기 110기를 포함 약 1,100기다. 이중 서울시 비중은 대략 1/3에서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그동안 시는 저속전기차, 전기 버스, 온라인 전기차 등 많은 시범사업을 펼쳤다. 서울시의 전기차 보유대수는 지난해 7월 현재 80여대에 불과했지만, 하반기부터 보급 대수를 크게 끌어올리며 올 4월 현재 총 388대를 도입하고 있다. 184대는 전기차 카 셰어링 사업에 투입됐다. 충전기 보급수는 차량 대수보다 많은 467기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친환경교통정책팀의 이노성 팀장은 “지난 연말부터 일반인들도 전기차를 경험할 수 있는 카 셰어링 사업을 론칭했고, 이에 따라 보급 대수가 크게 늘었다. 올해엔 90여억 원을 투입해 188대를 더 보급할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는 그동안의 사업추진 성과 등 다양한 사항을 심사숙고해 내년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관공서가 전기차 1대를 구입하면 환경부와 함께 각각 1,500만 원씩 구매보조금을 지원해 차값의 2/3를 상쇄하고 있다. 또 공사, 어린이집 등 일부 민간 부문 구매에 대해서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에 대한 구매 보조는 아직 구상하고 있지 않다.
불편한 차 ‘전수조사’
“전기차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고 준비가 잘 안 돼 있는 상태라 현 단계에서 전기차를 계속 늘리는 건 문제가 있다. 전수조사를 통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어떤 부분이 개선점인지를 철저히 전수조사한 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청 집무실에서 행정1부시장, 기후환경본부장, 기후변화정책관, 친환경교통과장, 문승일 서울대 교수, 임근희 한국전기연구원 센터장,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등과 함께 전기차 도입 정책 방향 결정을 위한 ‘서울시 전기차 보급정책 방향 설정을 위한 숙의’ 자리를 마련하고 이렇게 말했다.
사실 지난해만 해도 박원순 시장은 전기차에 대해 “주행거리가 제한적인데다 배터리 성능 개선 여지가 크지 않고 가격이 너무 비싸며, 전기 생산까지 감안한 well to wheel CO2 배출량을 고려할 때도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이런 차에 보조금을 대줘가며 장려할 필요가 있겠냐”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의 박광칠 팀장은 “12일 토론을 인터넷으로 봤다. 전기차에 대한 친환경성, 효율성, 미래 잠재력에 대한 서울시의 견해는 이미 정리가 됐다. 다만 차를 갖기 보다는 수단의 이용 효율성을 추구하고, 교통약자나 소외계층 등 전반적인 시민 편의를 추구하는 시의 정책 하에서 전기차의 다양한 기술적, 이용 상 제약사항이 서울시의 중점 검토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시장 집무실에서는 ▶전기차 도입 타당성 ▶전기차 도입이 서울시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 ▶향후 전기차 도입정책 방향 등 중점 숙의 내용에 대한 시와 전문가 발표, 참석자간 토론이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문승일 교수,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등은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도입이 환경과 효율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임근희 센터장은 전기차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의 주행거리 문제 등 성능과 well to wheel의 CO2 저감효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전기차 보급이 그리드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편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등은 서울시의 에너지 수급 변화를 설명하면서 현재 나타난 전기차의 문제점 등을 충분히 조사한 뒤 추가 도입을 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박원순 시장은 토론이 끝나갈 무렵 현재 나온 차종을 분석하는 한편 불편사항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차를 어떻게 쓸지를 생각하는 게 우선이라며, 짧은 주행거리, 배터리 충전 제약, 비싼 비용 등의 문제와 이와 관련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 제작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박 시장은 “현대자동차가 투자를 안 하는 모양인데 기본적으로 기업이 투자 노력을 먼저하고 그럴 때에 이왕이면 우리가 쓰는 것”이라며 “시가 몇 십억씩 들여 차를 도입하는데 서로 같이 투자해야 시너지가 날 것이다. 서울이 시범도구가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과 다른 일반 사용자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전기차의 가격, 주행거리 등에서 비롯되는 보급의 문제와 개선 가능성은 누구나 알고 있고, 세계 정부와 지자체가 RD&D와 재정적 또는 비재정적 지원, 교육활동으로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인데 유독 현 시점에서 전기차 사용성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OEM의 전기차 성능과 관련된 기술 투자 외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면 예를 들어 독일 OEM도 실증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직, 간접적 지원과 연구개발을 같이 하고 소수의 홍보용 무상제공은 하지만, 전기차 보급에 있어 어떤 경제적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카 셰어링 시범사업이 막 출범했다. 환경부는 일반인에 대한 전기차 이용 피드백을 받기 위한 프로젝트를 론칭하려 한다. 공공부문의 사용자들과는 전혀 다른 민간의 전기차 이용 피드백이 이제야 가능해질 전망이다. 환경부의 박광칠 팀장은 “전기차의 기술적 제약은 사실이지만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민간 피드백을 통해 전기차의 문제점과 가능성, 혜택을 좀 더 확실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는 전력 생산의 탈탄소화의 가속화에 따라 개인 교통수단의 CO2 배출량을 크게 저감시킬 잠재력을 지녔다. 또 미래의 옵션 중 가장 나은 리드타임(lead-time)을 지녔다. 사용자는 이용 패턴에 따라 전기차를 비용과 편리 측면에서 매우 유익한 차로 여길 수 있다. 프로젝트, 시범보급이 확대될수록 문제와 개선점이 확실해질 것이다. 때문에 전 세계 정부, 도시, 지자체가 전기이동성의 시범도구를 자처하고 있다. 3만 대, 1만 대 보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의지를 반영할 뿐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목표를 향한 효과적인 계획 수립과 이의 지속적 추진이 중요한 때다.
환경부, EV 민간시장 론칭 위한 사전작업 GM, 르노삼성, BMW, 기아 등의 다양한 전기차 모델 론칭이 임박한 상황에서 환경부가 ‘2013년 전기차 보급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전국 3~4개 인구밀집 지역에서 전기차 민간 보급 사업을 펼치기로 하는 한편, 서둘러 급속충전기 표준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는 올해 1,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잡았고, 공공부문의 수요 창출 부족 문제로 민간 시범보급도 추진키로 했다. 환경부의 박광칠 팀장은 “지자체를 통해 민간 보급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민간 보급을 개시할 예정”이라며 “지자체의 민간 구매 보조금은 가능하면 환경부의 보조와 함께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급속 공공충전 인프라 설치와 관련해 국가 표준은 아니지만 초기시장개발의 효율을 위해 업계 충전방식 표준안 선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2단계 공공 급속충전기 설치표준을 정하기 위함이다. 급속충전기는 1단계 80기 등 현재 110기가 구축됐는데, 주로 현대·기아자동차의 레이 EV에 맞는 규격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 르노삼성의 SM3 Z.E. 한국GM의 스파크EV가 출시되고, 내년 초 BMW i3가 출시되면서 어느정도의 규격 통일이 필요하게 됐다. 현대는 PLC, 르노삼성은 AC 단상과 급속 3상, GM과 BMW는 3상 콤보를 이용하고 있다. 환경부는 관계자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보급 실적과 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해 2013년도 설치 예정인 공공 인프라 100여기의 표준을 정할 계획이다. 박광칠 팀장은 “공청회 이후 내년에 전기차를 한국에 론칭하는 BMW와 르노를 방문해 충전기 등 관련 의견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