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 AWD와 북극을 달리다
Magna EU Winter Tests
2014년 03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AWD는 극한의 환경에서의 안정된 주행과 추진력이란 종전의 필요성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소프트로더의 퍼포먼스 강화 요구와 효율성 측면에 포커스하고 있다. 적용 클래스도 SUV나 트럭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스포츠, 프리미엄 카는 물론 볼륨 모델의 B, C세그먼트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마그나 파워트레인과 스웨덴 아르예플록에서 5개 AWD 솔루션을 각각 장착한 5대 차량을 탔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4시, 마그나 파워트레인은 싼타페와 BMW X5 두 개 모델만 카켈 호수 위에 남겨둔 채 철수했다. 이 차들이 남겨진 이유를 쫓는 4박 6일의 여정을 담았다.

2014|02. 27|아르예플록
싼타페와 X5만 남겨지다

귀국 하루 전인 2월 27일. 유럽 최북단 라플란트(Lapland). 스웨덴 서북부 내륙에 위치한 인구 2,000명의 작은 마을 아르예플록(Arjeplog)에서 마그나 파워트레인(Magna Powertrain)의 윈터테스트 체험이 있는 날이다.
아르예플록과 바로 맞닿아 있는 카켈(Kakel) 호수 위에는 세계 유수의 카 메이커, 서플라이어들의 테스트 트랙이 있다. 10월부터 3월까지 지속되는 혹한의 겨울이 오면 전 세계에서 엔지니어들, 미디어 그리고 신차 정보를 캐려는 스파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호수는 꽁꽁 얼어붙고, 그 호수와 도로 위로 눈이 내려 다져지고, 또 내리고 다져지기를 반복하며 영원히 녹을 것 같지 않은 동화 속 눈과 얼음의 왕국을 만들어낸다.
아침 일찍 실버해튼 호텔(Silverhatten)을 나서니 아우디, GM, 포드, 일본 OEM들, 그리고 보쉬, 히타치 등 여러 서플라이어의 엔지니어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도로에서는 검정색 페이스 마스크를 두른 차들도 가끔씩 눈에 띈다.
세계 톱 AWD(All Wheel Drive) 메이커 마그나 파워트레인의 테스트트랙은 피포덴(Pipudden) 바로 앞 카켈 호수 위다. 윈터테스트는 1시부터 4시까지 진행됐다.
4시가 되니 3시간 동안의 스릴 넘치고 격렬했던 드라이빙을 말해주듯 말끔했었던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메르세데스 A45 AMG, 볼보 V6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BMW X5, 현대 싼타페 등 시험 차량 모두가 타이어와 휠하우스 커버, 머드가드 사이에 눈과 얼음덩이를 붙인 채 차체와 바닥으로 무수히 땀을 흘렸다.
마그나 파워트레인의 워터 사클(Walter Sackl) 글로벌 프로덕트 매니저가 AWD 주행 소감을 물어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사상 최고의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였다”고 답해줬다. 자동차에서 AWD는 극한의 환경에서의 안정된 주행과 추진력이란 종전의 필요성에서 시작돼 이제는 소프트로더의 퍼포먼스 강화 요구와 효율성 측면에 포커스하고 있다. 적용 클래스도 SUV나 트럭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스포츠, 프리미엄 카는 물론 볼륨 모델의 B, C세그먼트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뒀지만 역시 소감은 양자 모두에 대한 100% 확신과 만족이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4시경, 싼타페와 BMW X5 두 개 모델만 카켈 호수 위에 그대로 남겨둔 채 철수했다. 이 차들만 남겨진 이유를 쫓는 4박 6일의 여정을 시간에 관계 없이 담았다.    





2014|01. 15|도쿄
 
마그나와의 첫 만남

1월 도쿄에서 열린 ‘오토모티브 월드 2014’는 마그나와의 첫 만남이 이뤄진 곳이다. 당시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의 데이브 파스코(Dave Pascoe) 부사장의 기조강연은 기대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 AWD 등 파워트레인 사업, 카 엔지니어링 및 조립 등 그들의 핵심사업에 대한 디테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파스코 부사장은 예정에 없던 강연을 급히 떠맡았던 것이다. 때문에 VIP 리셉션에서 파스코 부사장에게 다가가 별도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이것이 아르예플록으로 가는 시작점이 됐다.
얼마 후 캐나다에서 연락이 왔고, 이어 마그나 파워트레인의 헤드쿼터가 위치한 오스트리아에서 윈터테스트 체험을 제안했다. 오스트리아, 독일, 스웨덴 3국의 대략 10개 도시를 통과하는 4박 6일의 일정이 이렇게 시작됐다. 

 

2014|02. 26|룰리아-아르예플록
북극의 타이어

2월 26일 새벽. 북극의 윈터테스트 트랙으로 향하는,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아메디아(Amedia) 호텔을 출발 뮌헨을 경유, 스웨덴의 스톡홀름-룰리아를 거쳐 아르예플록으로 가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사실 아르예플록으로 바로 갔어야 했지만 항공편이 없어 부득이 룰리아(Lulea)에서 내려 3시간을 차로 달려야 했다. 그런데 달갑지 않은 차편 이동이 결과적으로 기대치 않은 행운이 됐다. 행운이란 AWD 테스트 이전에 겨울 도로, 빙판 주행에 대한 유럽의 스탠더드를 경험한 것과 AWD의 기능적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4시. 미니버스에서 내다본 스웨덴의 교외 풍경은 마치 코발트블루와 검정 물감으로 이뤄진 침엽수 실루엣 유화 같았다. 코발트 빛은 내려앉은 구름과 하늘, 눈 덮인 대지이고, 검정은 무수히 뿌리내리고 있는 나무들이다. 5시가 되자 완전한 밤이 됐고,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좁아졌으며 차는 두텁게 얼어붙은 빙판 위를 달리느라 심하게 요동쳤다. 자세히 보니 원래 왕복 4차선 고속도로인데 쌓인 눈을 좌우로 밀어내 길을 트고 임시로 안전 바를 눈으로 된 둑에 박아 놓아 2차선 도로로 보였던 것이다. 잠시 후 눈발이 마구 날리기 시작했다.
일행을 태운 다임러의 25인승 미니버스는 옆 차선에 승용차, 버스, 심지어 18휠러가 지나가도, 내리막 커브를 돌때에도 좁은 차폭과 미끄러운 노면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정속 고속주행을 했다. 뒷 차축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간간히 약간의 미끄러짐이 느껴졌다. 운전자가 하는 특별한 행동은 맞은편의 차량 유무에 따라 하이빔을 온오프하는 것 뿐이었다.
빙판 주행을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궁금해 사진기를 들고 운전석 옆자리로 가 보니 계기판의 속도계는 90 km/h에 놓여 있었다. 풀타임 AWD를 장착한 차인지를 물으니 운전사는 “리어휠 2륜구동”이라고 답했다. 비결은 타이어였다. 실버해튼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확인한 미니버스의 타이어에는 예상보다 뾰족하고 높이 튀어나온 스파이크가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이 정도 스파이크 타이어라면 주행 중 갑작스레 순록을 만나도 전혀 문제될 것 같지 않았다.
목적지인 호텔 진입로에 다다르자 마중이라도 나온 듯 현대차 투싼이 지나갔다. 투싼은 마그나 파워트레인이 상용화한 전륜구동 능동 AWD인 다이나맥스(Dynamax)를 기반으로 한다.  





2014|02. 25|그라츠-라나
AWD의 심장부에 가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20분가량 이동해 마그나 파워트레인의 라나(Lannach) 공장을 방문했다. 이번 여정의 첫 공식 일정이다. 라나는 그동안 봐 왔던 웬만한 서플라이어의 생산 설비 규모를 뛰어넘었다. 라나와 인근의 일즈(Ilz) 공장은 AWD와 e모빌리티 제품의 기획, 개발, 생산의 중심이다. 마그나 파워트레인은 전 세계 70개 이상 고객사에 AWD 등 구동계, 엔진ㆍ트랜스미션 등 오일펌프 시스템, 각종 금속 성형 솔루션, 전자장치 그리고 드라이브라인 엔지니어링 및 시스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그나에 근무한 지 20년 된, 라나와 일즈 운용 책임을 맡고 있는 유르겐 쉬란츠(Jurgen Schranz) 총괄 매니저는 “이곳은 마그나 파워트레인의 글로벌 전략 및 제품 생산, 마케팅, 파이낸싱의 중심으로 각각 1,500명, 800명의 직원이 트랜스퍼 케이스, 액슬 드라이브, PTU, AWD 커플링 등 시스템에 대해 매일 약 7만 5,000개 이상의 부품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50.725 sqm에 이르는 공장 내에서 드라이브라인 설비는 주로 AWD 부품 생산을 담당한다. 이곳에서 첨단 열처리, 고압 다이캐스팅, 스탬핑, 포밍, 웰딩 제조기술을 거쳐 생산된 각종 기어, 샤프트, 하이포이드 기어, 하우징 부품들은 일즈로 운반돼 조립되고 완성된 시스템이 전 세계 고객사로 보내진다. 개발 단계에 있는 프로토타입도 생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AWD 제품별 부품을 세분화하면, BMW X1, 3, 4, 5, 6, 7시리즈와 현대 제네시스 HTRAC 등 후륜구동 차량에 대한 최신 AWD인 액티맥스 트랜스퍼 케이스(Actimax Transfer Cases), 다임러 A클래스와 피아트 판다를 위한 프로액티브 리어 드라이브 모듈(ProActive RDM), 모든 폭스바겐 4MOTION을 위한 프론트와 리어 액슬 시스템, 좀 더 극한의 환경에 적합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위한 최신 풀타임 2스피드 인터그레이티드 트랜스퍼 케이스(Intergrated Transfer Cases 1 and 2 speed) 부품 등이다. 또 라나와 일즈의 e파워트레인 기술 및 생산 능력은 볼보 V6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장착되는 eRAD eAWD 시스템, 이를 위한 모듈과 모터, 더블 인버터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마그나 파워트레인 AWD에 기반한 X드라이브, 4MATIC, HTRAC, 4MOTION 등 다양한 OEM의 AWD 솔루션은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 기본적 콘셉트와 기능은 같지만 ECU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OEM의 요구, 캘리브레이션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쉬란츠 총괄은 “AWD 시스템은 OEM이 그들의 모델 특성에 맞춰 어떻게 소프트웨어적으로 리어와 프론트 액슬에 토크를 분배하고 캘리브레이션하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떤 메이커는 트랜스퍼 케이스에서 토크를 리어에 68%, 프론트에 32%를 분배해 안정성보다는 민첩성과 다이내믹을 강조한다”며 “기본적으로 마그나의 시스템은 노면 상태, 이벤트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안정적이면서 다이내믹하고 연비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AWD의 기능적, 비용적, 연비 효율적 혁신의 중심에는 경량화가 있다. 시스템이 꽤 무겁기 때문에 경량화는 연비 개선과 직결된다. 이같은 경량화 노력은 OEM 측면에서도 이뤄지지만 마그나의 혁신, 특히 라나 차원에서는 로터리 스위칭과 같은 제조기술, 서로 다른 소재를 접합하는 패키징 기술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디퍼런셜 하우징과 크라운 기어의 연결도 볼트에서 레이저 용접으로 대체돼 부피와 중량을 저감한다. 마그나는 2년 정도면 하우징에서도 알루미늄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해 비용 저감과 경량화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쉬란츠 총괄은 “경량화 노력으로 탄생한 대표 솔루션 중 하나가 2스피드 인터그레이티드 트랜스퍼 케이스인데, 이 솔루션은 다른 시스템에 비해 매우 크고 무거워야 하지만 32~35 kg에 불과하다”며 “액티맥스 트랜스퍼 케이스의 중량도 20 kg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2014|02. 25|일즈
반가운 제네시스 

마그나 파워트레인은 세계 각국, 지역별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최신 제품 생산의 상당수는 일즈에서 한다. 일즈에서 출고되는 유닛은 연간 300만 대 수준이다. 이중 270만 대는 유럽이다. 혁신에 대한 유럽 프리미엄 메이커의 적극성을 반영한다. 그리고 올해 출하 목표는 320만 대다. 마그나 파워트레인의 AWD 수요 증대는 시장 평균치 보다 높다.
이같은 수요 증대와 실적 목표는 랜드로버와 같은 OEM이 오프로드 주행에, BMW와 다임러를 비롯한 대부분 OEM이 민첩함과 드라이빙 다이내믹스를 요구하고, GLA 같은 콤팩트 SUV와 세단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마그나의 능동 AWD 애플리케이션을 찾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마그나는 유럽, 북미, 아시아 OEM들에게 더욱 엄격해질 연비 규제 클리어를 위한 미래 솔루션으로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eAWD를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유일한 고객이다. 다른 OEM들은 마그나의 혁신 제품을 채택할 기술, 재정적, 볼륨의 여력이 없다.
일즈의 AWD 조립 라인은 OEM 또는 AWD 솔루션별로 구성돼 있다. 공장에 들어서면 각 조립 라인에 아우디, 피아트, 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명이 붙어 있다. 볼보의 eRAD eAWD를 위한 별도의 전기모터 생산라인도 있다.
공장의 지하를 길게 관통하는 한 통로를 지나면 4층 빌딩 높이로 쌓인 엄청나게 많은 완성품 블록들이 있고, 그 옆으로 약 50미터 길이의 'ㄷ'자 라인이 나타난다. 시그마 9라 쓰여 있는 이 라인에는 7명의 직원이 투입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스페판 프레터호퍼(Stefan Pretterhofer) 수석은 “이곳에서는 BMW, 재규어, 마세라티, 현대 등의 프리미엄 카에 대한 액티맥스 트랜스퍼 케이스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워낙 물량이 많아 주 6일 3교대로 풀가동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현대 제네시스의 HTRAC 옵션율은 70%가 넘는다”고 말했다.  





2014|02. 26|뮌헨-스톡홀름  
  
다임러의 혁신 

라나와 일즈 투어를 마친 다음날인 2월 26일. 그라츠를 출발해 스웨덴 아르예플록까지 가려면 그라츠, 뮌헨, 스톡홀름, 룰리아 등 4개 공항을 거쳐야 했다. 비교적 대기시간이 길었던 뮌헨과 스톡홀름에서 마그나의 고객 중 하나인 다임러에 주목해 봤다.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는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거의 전 모델에 AWD를 적용하고 있다. 60개 이상이다. 최신 콤팩트 클래스 모델군, C, E, S, CLS와 CL 클래스로부터 GLA, GLK, M, GL, G 클래스 등 SUV와 크로스 컨트리 차량 모두에 AWD가 제공된다. 특히 소형인 A, B와 CLA 클래스 4MATIC은 마그나 파워트레인의 ‘프로액티브 RDM(ProActive Rear Drive Module)’을 기반으로 한다. 풀 가변 토크 분배가 가장 큰 특징이다.
리어 액슬 기어 유닛과 통합되는 PTU (Power take-off unit)는 7속-DCT 트랜스미션 내에 통합돼 가변 토크 분배를 책임진다. 다판 클러치가 열리면 차는 프론트 액슬에 의해 주행하게 된다. 클러치가 닫히면 리어 액슬이 동작한다. 리어 휠의 활성화는 기어 유닛 내 지로터 펌프에 의해 수천 분의 1초 내에 이뤄진다. 토크 분배는 리어와 프론트 액슬의 속도 차이,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급제동 시의 ABS 개입 등에 따라 차량 안정화를 위해 자동화되고, 이를 통해서도 제어가 어려울 경우엔 3-stage ESP, 4ETS 등과 같은 전자제어 시스템을 동원한다.



PTU는 주 트랜스미션에 통합돼 있고 여기서 오일 순환장치를 통해 윤활유를 공급받는다. 이러한 구조는 따로 오일 순환장치를 갖고 있는 경쟁 시스템보다 가볍다는 장점을 갖는다. 마찰 손실을 최소화한 테이퍼 롤러 베어링들도 효율성 향상에 기여한다. 그렇다고 4MATIC의 낮은 시스템 중량이 전적으로 PTU에 기인하지는 않는다. 다른 중량 삭감은, 예를 들어 유도경화(inductively hardened) 처리, 중량에 최적화된 리어 액슬 사이드 샤프트, 드라이브 샤프트, 콤팩트한 리어 액슬 기어 유닛 등을 포함한다. 이렇게 해 4MATIC 시스템 중량은 경쟁사 대비 최대 25% 가볍다. 



2014|02. 27|아르예플록, 카켈

드디어 윈터테스트다.

드디어 윈터테스트다. 사실상 카켈 호수에는 지평선이 없다. 2미터 이상 두께로 꽁꽁 얼어버린 호수는 완전하게 내려앉은 두터운 구름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멀리 검게 보이는 수목이 겨우 이곳이 하늘과 땅의 경계임을 알려준다.
테스트 소감은 스파이크 타이어에 대한 놀라움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AWD를 갖고 있으면 어떤 빙판에서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고, 안전을 위해 권유하고 싶진 않지만 조금 무리한다면 운전의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빙판에서 이러니 빗길 운전이나 흙길에서의 안전, 안정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테스트 차량은 주행 순으로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Actimax ATC 35L), 벤츠 A클래스 AMG(ProActive RDM), 볼보 V60 하이브리드(eRAD), BMW X5 GTC(prototype with Green Transfer Case), 현대 싼타페(prototype for Flex4 Disconnect) 등이다. 차들은 모두 유러피언 스탠더드 윈터타이어를 끼고 있다. 싼타페는 콘티넨탈의 크로스컨택(Cross Contact)을 꼈다. 모든 차량의 운전석에 앉으면 센터 콘솔에 리어와 프론트 액슬 간 토크 분배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보인다. 테스트 모드는 모든 기능을 끈 순수 이륜구동, 능동 AWD를 켠 오토 모드, AWD와 차체 자세제어 시스템(ESC)을 켠 복합 모드 등 3가지다. 테스트 트랙은 직선 주행과 마치 슬라럼 테스트를 하듯 스티어링을 조작해볼 수 있는 넓게 뻗은 고속 직선로, 언더스티어 오버스티어 슬립을 집중적으로 맛볼 수 있는 서클 트랙, 이 모든 것을 합친 좁은 오프로드 트랙으로 구성됐다. 고속 직선로와 서클 트랙은 표면의 미끄러움을 달리하기 위해 실제 도로 상태와 닮은 쟁기로 갈아놓은 듯한 표면과 빙판이 섞였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표면에 놓인 리어와 프론트 휠 간 토크 분배, 또 좌측과 오른쪽의 표면을 달리해 4바퀴 모두에 대한 토크 분배도 테스트할 수 있게 했다.



AWD를 끈 상태에서 출발하니 차가 거의 나가지 않았다. 후륜인 마세라티(301 kW, 550 Nm), BMW X5(355 kW, 475 Nm)는 거의 전진이 불가능했고, 다른 전륜차들도 간신히 움직이는 정도였다. AWD를 온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차량이 일반도로에서 주행하듯 가뿐하게 가속한다. 서클에서는 모든 차에 대해 90 km/h의 속도를 부여해 달려봤다. AWD를 켜고 60~70 km/h로 코너링 하면 100% 안전하다는 느낌이고, 80 km/h 이상부터는 약간의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혹한의 드래프트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100 km/h를 넘어서면 아마추어 드라이버로서는 차를 제어하기 힘겨웠다. 코너링의 재미는 후륜차들이 좀 더 나았다. 반대로 싼타페, 볼보는 가장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선사했다. ESC를 켜면 언더스티어가 나거나 미끄러짐이 감지될 때 제어시스템이 핸들링, 제동, 차체자세 등에 간섭해 속히 안정시켰지만 주행의 즐거움은 빼앗았다.
작지만 265 kW, 450 Nm의 파워 넘치는 A45 AMG는 가장 다루기 힘든 차였다. 마그나 스텝은 이 차로 서클에서 140 km/h까지 달렸지만, 직접 몰아보니 워낙 가속력이 강해 고속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차 특성에 맞게 다이내믹을 크게 강조한 세팅 때문이다. 그런데 ESC를 켜면 조향과 제동이 완전히 풀려버린 느낌과 함께 오히려 더 제어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AMG는 유일하게 완전한 빙판 위에서도 주행 테스트를 한 차였다. 60 km/h까지는 별 문제없는 코너링이 가능했으며 빙판과 쟁기로 간 듯한 눈밭에 두 바퀴씩 걸쳐 놓고 타더라도 운전에 어려움이 없었다.
ESC의 개입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은 싼타페에서 받았다. 마그나 파워트레인은 싼타페에 플랙스4를 올렸고 만도의 ESC를 그대로 활용했다. ESC가 작동하는 동안 차 바닥의 진동과 소음이 컸지만 오히려 차체 안전을 위해 뭔가가 작동한다는 느낌에 편안했다. 직선주로에서는 BMW와 싼타페를 가지고 시속 120 km/h에서 마치 슬라럼을 하듯 테스트해 봤다. 핸들을 급히 한쪽으로 틀었다가 진행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역으로 트는 동안 최고의 다이내믹을 맛봤고, 충분히 차를 제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스텝의 제안으로 ESC를 끄고 재도전하자 2초도 못가 차가 스핀해 버렸다. 최고의 교훈이었다. 오프로드 주행은 직선로와 서클의 연장이지만 길폭이 워낙 좁고 둑이 너무 높아 좀 더 조심스러웠다. 
 




2014|02. 27|아르예플록, 노트바겐
연비, 효율 향상 시스템

테스트 체험이 끝나고 모든 테스트 카가 자리를 떴지만 BMW X5와 싼타페는 남았다. 카켈 호수를 빠져나오는 동안 두 대의 차는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이 차들이 다른 3대와 다른 점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마그나 파워트레인의 전륜, 후륜 대응 차세대 시스템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BMW X5에는 액티맥스보다 더 효율성이 향상된 그린 트랜스퍼 케이스가, 싼타페에는 다이나맥스의 후속인 플랙스4가 장착됐다.    
다이나맥스에서는 리어 액슬에 토크 전달이 필요 없는 프론트 휠 구동 상황에서도 드라이브샤프트와 하이포이드 기어가 돌아 마찰과 교반(churning) 손실이 있었다. 그러나 플랙스4는 PTU에 디스커넥트 유닛을 단 PTOU(Power Take-Off Unit)를 통해 회전을 차단함으로써 토크 손실을 없애고 효율을 높인다. 또한 리어 드라이브 모듈에서도 새로운 커플링 위치와 AWD 컨트롤 및 샤프트 디스커넥트 기능으로 커플링 무게와 회전 저항, 커플링 토크를 낮춘다.
요하네스 퀘헨베르거(Johannes Quehenberger) 제품개발 수석은 “샤프트의 회전을 끊음으로써 구동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존의 AWD 성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높은 효율로 차량의 상품성은 물론 연비 규제 대응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린 트랜스퍼 케이스의 최대 혁신은 오일을 사용하지 않는 데 있다. 건식 다판 클러치, 벨트 드라이브와 전자기계식 액추에이션 시스템의 혁신적 디자인이 연비 향상을 가능케 한다.
차세대 시스템의 적용은 탁월한 성능에도 불구 OEM에겐 비용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단순히 AWD를 사다가 차에 붙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최소한 괜찮은 영화는 된다는 말처럼 최고의 솔루션 적용에 대한 다방면에서 최소한의 보상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에 적극적이고 연비에 민감한 유럽의 프리미엄 메이커를 통해 이들 시스템은 늦어도 2년 후엔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AEM_Automotive Electronics Magazine


<저작권자(c)스마트앤컴퍼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100자평 쓰기
  • 로그인


  • 세미나/교육/전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