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자동주행인데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고?”
자율주행과 인적요소의 도전과제
2014년 11월호 지면기사  / 정리│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대구 경북과학기술원 손준우박사

“도로를 달리는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차에 목숨을 맡길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처럼, 자율주행, 자동주행차가 상품성이 있을지, 과연 소비자들에게 용인될 것인지 등은 기술적 완성도만큼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다. 지난 9월 17일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가 주최한 제2회 “Automotive Innovation Day”의 ‘Auto Driving & Future HMI’ 부문에서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손준우 박사는 “사람이 할 것인가, 로봇이 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 속에서 사람에 대한 깊은 고민이 동반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ADAS 경고음이 싫은 여성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예전에 모빌아이(Mobileye) 시스템을 장착한 테스트 카를 이용해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FCWS) 등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에 대한 소비자 선호(user acceptance) 조사를 해봤다.

결과는 의외로 남성들이 이 기능을 선호했고 젊은 여성들이 가장 싫어했다는 것이다. FCWS를 비롯한 ADAS의 경고에 대해 젊은 운전자일수록, 특히 여성이 거부감을 나타냈다. 차선이탈 경고(LDWS)에서도 유사하게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에게서 좋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 LDWS는 연령이 높은 운전자들이 선호했는데 이는 차선유지 능력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DGIST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 수행한 ‘한미 운전자 운전행태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운전자가 미국 대비 가장 취약했던 항목이 노령 운전자들의 차선유지 능력이었다. 

수년 전부터 자동차에는 스마트 크루즈 시스템(SCC),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LKAS) 등 경고 수준이 아닌, 좀 더 차가 능동적으로 스스로 제어하는 ADAS가 장착되고 있다. 또 이 두 시스템을 조합하면 고속도로에서의 자동주행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두 시스템의 통합 버전이 이제 나오기 시작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동주행이 가능하게 되면 운전자가 다른 일을 하게 될 것인데, 이럴 경우에 대한 만일의 안전 대책,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의 완성, 책임소재 규명 등 다양한 이슈를 선결해야했기 때문이다. 한편, 구글의 경우엔 기술적, 안전적 확신을 전제로 아예 스티어링 휠이 없는 자율주행 데모카를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한 도전에는 이같은 기술적, 제도적 이슈가 전부가 아니다. FCWS의 조사처럼 인적요소도 고려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도로를 달리는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차에 목숨을 맡길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처럼, 과연 이런 차가 상품성이 있을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용인될 것인지 등도 고려해봐야 한다. 사람이 할 것인가, 로봇이 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 속에서 사람에 대한 깊은 고민이 동반돼야할 것이다. 




자율주행의 명분


90년대에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자동차의 변화가 대단히 느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ICT 컨버전스가 있고, 그 종착역에 자율주행이 있다. 시작은 폰 시장의 포화에서 시작됐다 할 수 있다. ICT는 자동차에도 무선통신을 접목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 하고 있다. 또 항상 인터넷 환경에 연결돼 있는 사람들도 자동차의 연결과 더 많은 편의를 원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인구 고령화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향후 자동차 생산량을 유지키 위해 60세 이상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로 고령 운전자일수록 편의와 안전을 더욱 중요시하는 것처럼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 대응되는 더욱 안전한 모델을 만들어야 하게 됐다. 이 밖에도 도시화의 가속, 메가시티의 증가로 카 셰어링, 멀티모달 모빌리티의 요구 증대가 자동차의 변화 혹은 자율주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최대 명분은 안전이다. WHO의 2013년도 통계를 보면 매년 124만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사상자를 포함하면 무려 5,000만 명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교통사고는 사망 요인 중 8번째다. 이대로라면 2030년이 되면 교통사고는 5번째 사인이 될 전망이다. 교통사고의 원인을 보면 운전자 과실이 68.1%, 운전자 과실과 도로의 문제가 19.2%, 운전자 과실과 자동차의 문제가 3.4%로 나타나고 있다. 즉 90% 이상이 운전자 과실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에노 센터(Eno Center)의 지난해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 해마다 3만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수치는 교통체증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의 3배 이상이다. 에노 센터는 미국 자동차의 10%를 자율주행차로 바꿀 경우 연간 1,100명의 목숨을 구하고 55억 달러 이상의 사회적 비용의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50%의 경우엔 연간 9,600명의 목숨을 구하고, 488억 달러 이상의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종잡을 수 없는 반응 

현재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자동주행이라 말하는 사고회피 시스템, 차량의 센싱 범위를 통신으로 넓히는 V2V, 셀프 드라이빙 카 등 세 가지 기술과 함께 전개되고 있다. 이 발전 단계는 4단계로 나뉜다. 레벨2까지는 운전자가 반드시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자동주행 수준인데, 문제가 발생할 시 운전자가 2초 내에 직접 차량 제어에 나설 수 있어야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제한적 자율주행인 레벨3는 10초 내에 운전자가 제어권을 받을 수 있어야한다고 돼 있다. 레벨4는 완전한 자율주행이다.

이같은 기술적 부분의 주요 이슈는 시스템의 성능과 신뢰성의 향상, 보안과 사생활 보호 등이다. 예를 들어 DGIST가 토요타 프리어스를 개조해 자율주행 테스트 카를 만들고 있는데, 정밀하지는 않지만 CAN 통신을 통해 간단히 진행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있어 누군가 악의를 갖고 이런 간섭을 하게 된다면 대형사고가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한 법제도 마련뿐만 아니라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이 있어야할지, 별도의 시험방법이 있어야할지 등 많은 고민거리가 있다. 보험과 관련해서도 자동주차 중 사고가 나면 누구의 과실인지 등과 같은 것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한편 인적요소(human factor)에 대한 이슈도 활발히 제기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차를 처음 타게 된다면 상당수가 이 차에 거부감을 갖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초보 운전자가 모는 차의 조수석에 앉으면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처럼 처음 타는 이런 차에 불안해 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동주행 기능 중에 매우 심각하게 전방을 모니터링할 것이다. 볼보의 광고처럼 운전자가 운전석에 편안히 앉아 매거진을 읽거나 하는 등의 모습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선루프를 통해 몸을 밖으로 빼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면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가다보면 차의 속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고 있다가 급커브를 만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사람들이 기능에 익숙해지면서 기능의 한계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들여 자동주행 기능을 지닌 차를 샀는데 전방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앉아있어야 한다고?’란 사용자 용인 측면의 부작용도 나올 것이다.

그동안 다수의 HMI나 인지부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며 느낀 것은 실험 설계를 할 때 무의식중에 사람의 행동을 구속하려 했었다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제대로 된 실험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해야만 한다.



제어권을 둘러 싼 변수 

지난해 미국의 TRB(Transportation Research Board)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향후 어떤 점을 심각하게 다뤄야 할 것인지를 논했다.

첫째는 ‘어떻게 운전자가 제어권을 반환받을 것인가’였다. 이것이 잘 안 된다면 차가 보장해야할 것들이 매우 많아진다. 두 번째는 ‘차량 기능의 정확한 범위와 신뢰성’이다. 세 번째는 운전자가 잠든 경우 또는 도로에서 벗어난 시선처럼 위험한 순간을 방지하기 위해 운전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운전자 모니터링은 운전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사고의 책임규명에서 자동차 회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여겨지고 있다. 네 번째는 사람에 따라 다른 주행습관을 자동운전에도 반영해야할 것인가의 문제다.

제어권을 둘러싼 운전자와 차간의 소통 문제는 레벨4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지만, 레벨 2, 3의 자동주행까지는 최대 이슈다. 예를 들어 주변의 한 연구원은 2007년 미국의 자율주행 대회에 출전한 한 자율주행차에 5분간 탑승했을 때 세 번의 사고 위기와 몇 번의 정지 상황을 겪은 후 다시는 이 차를 타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자동주행 중 차가 너무 전방 차에 가까워진다거나 좌우로 예상치 않은 거동을 보일 때 운전자는 직접 차를 제어해야만 할까란 의문이 들 수 있다. 때문에 차는 이런 상황에 대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충분하고 확실히 전달해 줄 수 있어야할 것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제어권의 반환이다. 운전자가 원할 때 신속하게 제어권을 반환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실수에 차가 대처할 수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는 순간 제어권이 반환되는 시스템이라면 운전자가 뒷좌석의 탑승자와 이야기하는 도중 무의식중에 휠을 잡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전방주시 가정은 배제해야
 

자동주행의 기본적 가정에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는 가정은 배제돼야할 것이다. 운전자는 문자를 보내고 비디오를 보고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자동운전은 의미가 없게 된다. 또 예를 들어 매거진을 읽고 있다가 힘이 들어 스티어링 휠에 팔을 걸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처럼 차량을 디자인할 때 잘못된 운전자의 행동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율주행으로 인해 직접 운전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운전능력이 떨어질 것인데, 60세의 운전자가 10년간 자율주행차를 몰다가 어느날 긴급히 제어권을 반환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란 문제도 있다. 수동운전 시간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DGIST는 그동안 운전자 인지부하 측정, 자율주행차 테스트 플랫폼 개발, 운전자 행동 패턴 분석, 사용자 용인 분석 등 운전자 인지부하 관련 연구를 수행해왔다. 운전 능력은 지루하거나 졸릴 때 또는 반대로 너무 많은 생각이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 더욱 요구된다.

이런 운전자 인지와 시각적 부하를 평가하기 위해 DGIST는 조향 패턴 등 운전행태 데이터를 비롯 아이트래킹 기술, 심박수, 뇌파와 같은 여러 생체신호를 이용하고 있고, 인지부하 측정 신뢰도를 90%까지 높였다. 이 외에도 DGIST는 자율주행과 함께 진행될 V2X 서비스에 대한 운전자 반응 평가를 위해 카네기멜론 대학과 공동 연구 플랫폼을 개발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만 자율주행을 바라본다면 시장에서 실패할 수 있다. 사용자 측면도 충분히 감안해야할 것이고, 이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적절한 지원과 새로운 툴들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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