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에 ‘소극적’이란 서울의 적극적 답변
제주도로 갈 500대를 탐내다
2015년 01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글로벌 톱 10 메가시티 서울이 연말 첫 전기차 민간보급을 실시했다. 시는 2018년 세계 3대 전기차 도시를 목표로 설정했고, 이를 위한 보급 계획, 파일럿 프로젝트를 강화했다. 서울이 달라졌다. 비록 전기차 관련 시 예산은 여전히 적지만 태도가 다르다.


반대편에 선 시장 

지난해 11월 시민공모를 통한 서울의 첫 전기차 민간보급에 대해 혹자는 “LG CNS 등 전기차 카 셰어링 업체의 구매 물량이 시민공모로 돌려졌다”, “5월 서울(킨텍스)서 개최되는 ‘전기차 세계대회(EVS)’에 서둘러 대응하려 한다”, “그동안 전기차를 바라보는 박원순 시장의 시각을 볼 때 과연 지속성을 가질지 의문”이라는 등 회의적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의문은 간단히 풀린다. 일단 서울시의 새해 전기차 보급 목표는 지난 6년 간 보급한 약 1,200대 수준인 1,000대다. 서울은 지난해 예산 50억 원이란 최악의 상황에서도 각종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며 민간보급 외 전기택시, 카 셰어링, 전기버스, 전기트럭 등 보급, 실증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깊이를 강화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강희은 친환경교통과장은 “전기차를 말할 때 반드시 서울이 먼저오고 제주가 언급돼야 할 것”이라며 “서울의 전기차 예산이 100억 원에서 50억 원까지 줄었었지만 올해엔 200억 원으로 늘었다. 시 전체예산을 감안할 때 150억 원의 증대는 별 것 아니지만 300%의 증가율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소극적이란 서울에 대한 오해(?)는 2012년 박원순 시장이 브라질 출장 중 “전기차 사업 재검토하라”, 2013년 4월 ‘서울시 전기차 보급방향 결정을 위한 숙의’에서 “서울이 시범도구가 될 수는 없다”는 발언과 언론에서 비춰지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한동안 서울시는 기업과 접촉할 때마다 “서울이 소극적이어 다른 도시와 사업을 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본래 박 시장은 전기차에 관심이 많고, 의지도 강하다. 그런데 당시 상황이 국내외 전기차 및 스마트그리드 사업 여건, 전기차에 대한 홍보 부족, OEM의 한정된 모델 등 좋지 않아 전기차에 대한 국민, 시민단체, 미디어, 전문가들의 의문이 컸다. 즉, 사회적 합의를 통한 신중한 정책 결정과 추진이 요구됐다. 때문에 박 시장은 전기차에 반대 또는 신중론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세를 취했고, 인터넷을 통해 시의 고민을 공개하며 합의를 도출하려 했다. 

2013년 4월 12일의 공개 숙의에는 박 시장을 비롯한 4명의 시 관계자, 서울대 문승일 교수, 임근희 한국전기연구원 센터장,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위원 등이 모였었다. 9명 중 전기차 반대파(?)는 박 시장을 포함 2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찬성 내지 중립이었다. 박 시장은 숙의를 마치면서 “시가 몇 십억씩 들여 차를 도입하는데 기업이 함께 투자해 성능을 높이고 실증사업을 펼쳐야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숙의 이후 서울의 전기차 정책은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외부 여건은 환경부와 국내 전기차 선도도시들의 민간보급 노력, 시장에서 테슬라와 BMW i3가 각광받고 다른 모델들의 수와 판매량이 늘면서 호전됐다. 박 시장의 바램으로 지난해 테슬라 방문이 이뤄졌고, 시 관계자들은 BMW 등도 돌아봤다. 결과적으로 지난 10월의 2차 숙의 과정에서는 시, 업계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간 만장일치의 공감대가 성립됐다.

환경부의 양창주 사무관은 “선도도시들의 민간보급 계획이 전해지면서 서울에 대한 국민 문의도 많았다. 때문에 서울이 한 타임 늦었다는 평가를 들었다”며 “서울의 상징성은 대단히 크고 열정은 현재가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임근희 센터장은 “시는 숙의와 팀 개편 이후 전기트럭 사업 추진, 500만 원의 높은 시 보조금뿐만 아니라 시민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지난해 연초 시의 전기차 사업 관계 본부장, 국장, 과장, 직원들이 모두 바뀌었다. 4개 팀 30여명의 직원에 수습사무관, 공익요원이 추가돼 늘어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시 관계자들은 “서울은 시장님부터 모두가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강 과장은 “서울은 전기승용차 민간보급, 전기택시, 전기 카 셰어링, 전기트럭, 전기오토바이, 충전 사업, 펀드 등 안하는 것이 없다”며 “서울은 서울보다 앞선 도시들을 바라보며 더 빨리 더 체계적으로 전기이동성을 펼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갈 500대를 탐내다


환경부의 양 사무관은 “새해 3,000대 규모의 전기차에 대한 예산이 지난해 7월 결정됐는데, 서울시가 더 많은 배정을 바랬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올해 전기차 보급 예산은 200억 원이다. 물론 시의 사정상 국비가 많다. 그러나 시는 이 200억 원으로는 부족해 어떻게 해서든 정해진 예산의 한계를 뛰어 넘는 전기이동성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시는 제주도로 가야할 전기차 500대를 서울에 달라고 환경부에 떼쓰기도 했다.

강 과장은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700만 원하는 충전기의 보급수가 늘면 그만큼 충전기 가격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총 3,000기에서 저감될 수 있는 30억 원(차량 200대 지원에 해당하는)을 서울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서울이 중앙정부 지원에만 기대는 것은 아니다. 시 자체적 노력도 전개하고 있다. 운용 비용이 저렴하지만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 초기 구입비가 비싼 전기차의 특성에 맞춰, 시는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전기차 펀드 1,000억 원을 조성해 차량 구입을 위한 목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장기 저리로 대여하고 절감된 연료비로 자금을 차츰 상환해 가는 ESCO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서울의 지난해 보급 목표는 270대다. 올해엔 691대를 잡았다. 그러나 서울은 환경부와의 논의에 따라 200대를 추가하고, 펀드를 통한 보급까지 더해 총 1,000대 보급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기트럭 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전기트럭 사업은 순수하게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기 관련 기업 투자로 이뤄지게 된다. 서울시 대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유 트럭을 전기로 바꾸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서울은 파워프라자 등 2개 제작사,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CJ 등 물류사와 접촉해 파일럿 사업 투자를 이끌어냈고,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국내외 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예정됐던 민간보급   

서울의 전기차 민간보급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던 지난해 3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박재찬 사무총장은 롤랜드버거의 볼프강 베른하르트 박사와의 대담에서 박 시장이 숙의를 전후로 전기차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면서 “서울시가 전기차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인프라 등과 관련된 전기차 도입 여건이 워낙 까다로워 힘든 것일 뿐 연내에 민간보급 사업을 반드시 전개할 것”이라고 확답했었다.  

시의 전기차 민간보급사업은 2014년 10월 8일부터 시작됐다. 사업은 당초 105대 규모였지만 환경부의 협조를 받아 182대로 늘렸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업계는 카 셰어링 부문의 일부 물량이 돌려졌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강 과장은 “182대 민간보급이 카 셰어링 사업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이 돌려진 것이라는 말은 일부 사실”이라며, “2013년 숙의 때에는 민간에 바로 차를 보급하기에 빠르다고 판단해 소량으로 여럿이 체험할 수 있는 카 셰어링과 공공보급부터 하자는데 의견을 모아 이 부분에 상당량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카 셰어링 업체들은 무려 전기차 300여대를 한 번에 투입했다. 차를 일단 사 놓고 주차장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시의 협조요청 등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 공영주차장이나 인구밀집 지역에서 노상 주차장 확보가 여의치 않아 카 셰어링 부분의 추가 보급이 어렵게 됐다. 업체들은 “주차장 확보 문제가 크게 개선돼야 하고 창원, 제주 등처럼 민간보급이 함께 이뤄져야 카 셰어링 사업도 더 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민간보급은 당초 105대 기준으로 6: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수가 182대로 늘리면서 최종 3.3:1을 기록했다. 제작사들은 제주도와 비교해 매우 불리한 여건에서 2:1의 경쟁률을 넘긴 것에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는 동일대수라면 올해엔 6:1의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BMW가 최고일 수밖에 없는

시민공모 결과 BMW i3는 서울의 최고 인기 모델이 됐다. 제주도의 경우 기아 쏘울 EV, 르노삼성 SM3 Z.E., BMW i3의 순이었는데 서울은 처음부터 i3가 치고 나갔다.

지난 11월 19일 전기차 민간 보급 사업 공모에는 총 616명의 시민이 구매를 희망했는데,  BMW i3를 신청한 시민이 297명으로 가장 많았다. 쏘울 EV는 161대, 르노삼성 SM3 Z.E.는 81대였다. 레이 EV와 GM의 스파크 EV는 62대와 15대에 그쳤다.

BMW i3가 희망 전기차 1위를 차지한 것은 서울시민의 전기차에 대한 지식, 차에 대한 눈높이, 호주머니 사정, 그리고 유일한 전용 모델이란 점이 작용했다. i3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2,000만 원을 받고도 최하 3,750만 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처럼 친환경과 프리미엄의 이미지로 쉽게 경쟁차를 따돌렸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BMW가 제공하는 판매조건이다. 3년 후 사측이 차값의 55%를 주고 되사는 ‘전기차 잔가 보장형 할부 프로그램’에 따라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아 4,000만 원에 차를 사고 3년 후 3,300만 원을 받기 때문에 3년 간 700만 원을 주고 차를 타는 셈이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연료비 저감효과까지 따지면 결과적으로 오히려 200만 원을 벌게 된다. 게다가 BMW는 i3를 구매할 경우 1년에 최대 10일 동안 고성능 버전인 M시리즈를 제외한 BMW의 전 차종을 타볼 수 있는 기회와 전국 이마트 80개 매장에 설치된 120기의 충전기를 1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카드도 제공한다.

강 과장은 “서울이 BMW만 좋은 일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FTA 환경에서 조건은 동일할 수밖에 없고, 기아나 르노삼성도 BMW와 같은 정책을 가져가면 크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과 모바일 충전기 


현재 시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전기차주와 향후 보급을 위한 충전설비 마련이다. 시는 완속충전기 설치비 700만 원 전액을 환경부 국고보조를 받아 지원하고 있고 충전을 위한 주차공간에 별도 주차구획 설정 및 협조문을 부착해 타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또 차주가 완속충전기를 설치하지 못했거나 입주자대표회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를 위해 모바일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모바일충전기에는 계량기가 내장돼 있어 사용한 전력에 대한 요금만 사용자가 낼 수 있다. 이사를 갈 경우 ‘완속 충전기’는 재설치 비용이 약 400만 원 들지만 모바일 충전기는 5만 원 밖에 들지 않는다.  

강 과장은 “서울은 주차가 전쟁이고, 전기차를 사도 충전공간에 대한 동의를 받기 힘들다”며 “ 때문에 우리가 일일이 지역을 방문해 충전기를 개인이 아닌 아파트에 주는 등의 제안을 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강 과장은 지난 11월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 회의에 참석했다. 한 주민이 전기차를 사고 싶은데 주민들이 주차공간 문제로 동의를 안 해 주기 때문이었다. 10명의 전기 차주가 있으면 10개의 주차공간을 줘야하지만, 이것이 힘들기 때문에 3개를 주고 나머지는 차주들이 알아서 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나머지 충전은 카페, 마트, 영화관 등에 충전기를 설치 공유하고, 곳곳에 모바일 충전기를 설치해 해결하는 것이다.

충전기는 국가가 지속적으로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어 서서히 지자체, 민간사업자와 함께 가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충전기는 지난 연말부터 한국전력, 대형 마트, 건설사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는 4월까지 100기(전기차 민간보급 선정자 80기, 전기택시 10기, 서울시·사업소 10기)를 무료로 보급한다. 또 아파트 300곳, 롯데마트 50곳, 공공청사 30곳, SK그룹 계열사 50곳, 전기택시 이용 식당 20곳 등 450곳에 콘센트로 충전이 가능한 인프라를 만들 계획이다.

셰어링, 택시, 버스, 오토바이  

전기차 셰어링은 자원 재활용 측면, 그리고 서울시장의 철학에서 시의 가장 의미 있는 사업 중 하나다. 때문에 에버온 등 사업자와 협의할 때 B2C는 국비 1,500만 원 + 시비 750만 원, B2B는 국비 1,500만 원을 지원한다고 했다. 카 셰어링 성패의 가장 중요한 것이 주차장에 대한 대지 비용인데, 서울은 사업자가 서울이 아닌 지역에 주차장을 설치할 경우에도 지원을 할 예정이다. 강 과장은 “서울이 아닌 지역에 서울의 시비가 나가면 시민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어 국비 1,500만 원만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지난해 9월부터 르노삼성과 SM3 Z.E.로 택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지적된 것은 130 km란 주행거리 한계로 이를 풀기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 과장은 “기사들은 이 차를 매우 좋아하지만 주행거리는 문제다. 대전 실증사업 경험상 겨울 등의 환경에서 매우 열악하다”며 “200~250 km, 차량 가격이 3,000만 원 이하, 충분한 AS가 가능해야 모든 택시를 전기택시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택시 수가 7만 대, 연 1만 대 교체, 전국은 서울의 4배로 해마다 4만 대가 바뀐다. 즉, 수요는 충분하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만 나온다면 제작사의 규모의 경제를 통해 모든 모델의 교체가 가능해질 수 있다. 

전기버스는 현재 9대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엔 28대가 추가될 예정이다. 전기버스 한 대는 배터리를 제외하고 3억 5,000만 원선이다. 배터리는 리스 형태로 가게 된다. 배터리 가격은 1억 2,000만 원 정도다. 좀 더 긴 노선에 투입되는 CNG 하이브리드 버스는 지난해 20대가 투입됐고 올해 50대가 일반노선에서 운영된다.

전기이륜차는 시, 자치구, 민간과 함께 공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에 37대를 보급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수소전기차의 경우 시는 현대자동차가 빌려주는 것만 활용하고 있다. 수소차는 장기적 솔루션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꿈같은 중앙차로 이용  

전기차 보급에서 정부 예산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제도적 지원이 매우 강조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와 업계는 중앙차로에 전기차가 갈 수 있도록 한다면 큰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며 당국에 제안하고 있다.    

강 과장은 “출퇴근 시간의 제외한 시간대에 전용차선 진입은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다. 실제로 노르웨이가 그렇게 하며 전기차 보급을 크게 늘렸고, 미국도 하이브리드 시장 개척을 위해 이같은 제도를 운영했다”며 “다만 이 부분은 택시 산업이나 주행안전성에 있어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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