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카, 개조 또는 빌려서라도…
하이브리드를 넘어선 사람들
2008년 12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han@autoelectronics.co.kr>

치솟던 기름값이 내려갔다고 해서 오일 피크(Oil Peak) 전망이 바뀌거나 친환경 자동차로의 이행이 늦춰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미 프로토타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PHEV)를 개발해 공도 주행 시험을 수행했다. 미국에서는 GM이 자사 PHEV 시보레 볼트(Chevy Volt)의 리튬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 400파운드, 1만 달러짜리 리튬 배터리팩을 장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1년 남짓 기다리면 하이브리드 카보다 기름을 덜 쓰거나 아예 주유하지 않는 PHEV나 EV를 만날 수 있지만, 이미 이같은 차들은 일부 대중의 높은 관심과 요구로 상용화됐다.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콤팩트한 전기차 NEV(Neighborhood Electric Vehicle) 뿐만 아니라 기존의 HEV를 PHEV로, 내연기관차를 PHEV나 EV로 개조하는 사업이 민간 또는 정부지원 하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뉴질랜드 경우엔 정부의 EV 보급정책에 힘입어 BEV(Blade Electric Vehicles)가 현대자동차와 연결돼 겟츠(Getz, 국내명: 클릭)의 내연 엔진을 뜯어내고 모터로 바꿔 판매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중소 전기차 업계가 공동으로 EV 경차 개발을 위해 해외에서 새시만 빌려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 환경! 환경!

익스트림 스키 세계 챔피언인 앨리슨 가넷(Alison Gannett)은 태양광과 볏집을 이용한집에 사는 환경주의자로도 유명하다. 가넷은 지난해 연말 자신의 포드 이스케이프 HEV에 거금을 들여 PHEV로의 개조를 단행했고, 그녀의 차는 개조 후 마일리지가 평균 80~100 mpg, 최고 232 mpg까지 올라갔다. 그녀가 개조를 결심한 것은 온실가스 대응에 HEV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넷은 많은 사람들이 프리어스 PHEV, 시보레 볼트가 나오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한다.
자동차 업계의 PHEV, EV 개발이 토요타가 선점한 친환경차 시장에 성공적인 진입과 CO2 규제 등으로 인한 패널티 장벽 대응이라면, 각국 정부나 환경주의자들은 환경문제 해결, 친환경차 인식 확대 등을 위해 차량 개조나 일부 기술을 빌려다 EV를 출시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는 HEV를 PHEV로 개조해 주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소규모 회사나 연구소들이 점포를 열고 고객들을 찾아 플러그인 킷을 장착해주고 있다. 차량 개조의 대부분은 기존 HEV 차량의 니켈수소(NiMH) 배터리를 납축전지(lead-acid)나 리튬이온 팩으로 교체하고 충전을 위한 소켓 장치를 설치해 주는 것이다.
북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플러그인서플라이(Plug In Supply) 사는 프리어스를 PHEV로 개조하는 킷을 4,99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개조 킷에는 수명을 연장시킨 납축전지(over 800 cycles)를 사용하고 있다. PbA20 PHEV 킷은 20개의 PbA20-12(360파운드)와 전자장치를 포함하는데, 개조한 차는 EV 모드에서 10~15마일 주행이 가능하다. PbA의 수명은 2년 정도다. 리튬이온 배터리(LiFePO4) 킷은 11년 이상 수명이 보장되며 중량은 150파운드다.
Calcar는 독일의 배터리 제조업체 바르타(Varta)의 니켈수소 이차전지, 존슨컨트롤(Johnson Control)과 코캄(Kokam)의 Co/Ni 기반 리튬이온 전지, 발렌스 테크놀러지(Valence Technology)와 A123의 철인산계 리튬폴리머 전지를 통해 프리어스와 포드 이스케이프를 개조하고 있다.
9,995달러에 개조 킷을 제공하고 있는 하이모션(Hymotion)은 충돌 테스트는 물론 안전 보증도 하고 있다. 하이모션의 ‘L5 플러그인 컨버전 모듈’은 가정용 120 V에서 충전 가능한 A123의 Nanophosphate™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개조한 프리어스의 경우 100 mpg, 30~40마일 주행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리튬이온 배터리 적용에 대해 “후라이팬이 될 염려는 하지 말라”고 말한다. 모듈은 배터리 셀과 시스템 차원에서 미국 연방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의 충돌 테스트를 만족했다.
HEV의 PHEV 개조 비용은 매우 높은 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최고 사양의 경우에 총 3만5,0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고, 납축전지를 사용할 때에도 최소 5,000달러가 든다. 이처럼 높은 비용때문에 개조된 PHEV의 대부분은 에너지 회사인 서던 캘리포니아 에디슨(Southern California Edison)이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에 있다. 현재 미국에서 3만 달러를 들여 차를 개조한 HEV 차주는 2,000여명 정도다. 이들 역시 개조 비용이 매우 높다는 데 동의하지만 환경이나 화석연료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이 실제 가능한 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


트럭도 개조

최근에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AVRC (Advanced Vehicle Research Center)나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러셔스 가라지(Luscious Garage)와 같은 차량 정비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러셔스 가라지는 2007년 9월 설립되어 최근까지 총 28대의 HEV를 PHEV로 개조했다. 이 중 20대를 유료로 개조했다. PHEV로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은 적어도 2만 달러는 각오해야 한다. 개조 킷에는 PHEV 개조를 위한 6,000달러의 납축전지 킷, 14,000달러의 리튬이온 킷, 15,000달러의 HEV용 리튬이온 시스템 킷 등이 있다.
개조된 차량들은 대부분 2세대 프리어스다. 그러나 하이브리즈 플러스(Hybrids Plus)와 같은 회사들은 포드 이스케이프 HEV와 같은 SUV를 개조하고 있으며, 뉴잉글랜드의 ConVerdant Vehicles 사는 거의 모든 픽업, SUV를 PHEV, EV 등으로 개조하는 사업을 10여년 넘게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 지원 하에 NGV, LPG 개조가 성행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정부 지원 하에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PHEV나 EV로 개조하는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HEVT(Hybrid Electric Vehicle Technologies)는 2008년 7월 미국시장에서 베스트셀러 차인 포드의 픽업트럭 F150을 PHEV로 개조해 F150 PHEV를 탄생시켰다. 기존 내연기관의 F150 연비는 16 mpg 이었는데, PHEV 버전은 41 mpg를 기록했다. 전기차 옹호론자인 인텔의 앤드류 글로브(Andrew S. Grove) 전 회장은 이 차에 대해 “픽업, SUV, 밴 등은 연비 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차들로 HEVT의 성과는 매우 귀중하다”고 평가했다.
HEVT는 PHEV 파워트레인을 위해 ACU(Adaptive Control Unit)라는 전자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해 가솔린엔진과 모터를 조절해 연비 효율을 높이고 회생 제동시킨다. 대시보드 내에 장착된 디스플레이에서는 모터의 동작과 배터리 충전량을 보여준다. HEVT의 설립자인 알리 이마디(Ali Emadi) 박사는 HEVT 솔루션에 대해 작은 승용차나 HEV를 위한 것이 아닌 기름을 많이 먹는 차들을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인이 선호하는 픽업트럭의 경우에 배기량이 커 유지비가 많이 들고 매연도 많은데, PHEV로 개조하면 유지비를 대폭 낮출 수 있고 매연이나 잦은 부품 고장 문제도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차 개발, 상용화, 보급 수준만큼 개조사업도 초기 단계여서 비용이 매우 높은 수준이므로 메이커들의 HEV, PHEV, EV 차량 보급 확대와 더불어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따른 개조 비용 현실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EV, 빌려서라도… 

영국에서는 엔진 차의 EV 개조가 추진되고 있다. 블랙캡(택시) 제조사 망가니스 브론즈(Manganese Bronze)는 런던 시에 내년 전기 택시 론칭을 위해 탠필드(Tanfield) 그룹에 엔진을 뺀 차를 납품하고 있다. 또 망가니스 브론즈의 공동소유주인 중국의 길리(Geely)도 전기 택시를 위해 개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망가니스 브론즈의 매튜 체니(Matthew Cheyne) 국제개발 부장은 “4월 전기 택시 개발을 위해 탠필드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작업 중이며 런던 도로에 내년 초면 전기 블랙캡을 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X4E EV 택시는 50 mph, 한번 충전에 100마일을 달리게 되며 10대의 프로토타입 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2008년 6월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자동차 제조사들을 불러 배출가스를 크게 낮출 택시가 필요하다고 했고, 런던시 교통국(Transport for London, TfL)의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베이징 올림픽 당시 길리 대표들과 전기 택시 프로젝트에 관하여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도 EV 개조 소식이 있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가 최근 EV 보급에 적극 나서면서, BEV가 현대차 겟츠를 개조해 2008년 11월부터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EV 보급 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전 차량의 5%, 2040년까지 60%를 EV로 대체하겠다는 뉴질랜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교통부의 데이빗 크로포드(David Crawford) 교통환경 안전담당관은 “겟츠 EV 사업은 메이저 메이커의 차를 개조해 일반에 보급하는 첫 케이스인 동시에 EV 보급을 확대하려는 뉴질랜드 정부 사업의 중요한 출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BEV는 현대차가 뉴질랜드로 선적한 가솔린 또는 디젤 엔진의 겟츠를 받아서 원래 엔진을 뜯어내고 EV나 PHEV 시스템을 장착해 판매한다. 이 차는 사업발표가 있었던 2008년 9월말 이전에 이미 몇 대가 팔리기도 했다. 개조된 차에는 겟츠의 기존 편의장치가 그대로 장착된다. 이 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120 km이며 한번 충전에 120 km를 주행한다. 급속 충전할 경우, 1시간 30분에서 3시간 동안 배터리의 80%가 충전되며 90 km를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수명은 8년 정도로, 교체 비용은 3,000달러 수준이다. EV 겟츠는 파워 스티어링, 에어 컨디셔닝, 토우바, 에어백 등을 기본 장착해 4만 달러 이하로 판매된다. BEV는 연 2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빌려오기식 EV’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배터리, 모터, NEV 제조사 등 전기자동차 관련 중소업체들이 힘을 모은 그린카 클린시티 컨소시엄(GCCC)은 한국에서 차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안전성을 갖춘 EV를 만들기 위해 새시 구하기에 나섰다. 현대차 등 메이커들로부터 새시 조달이 불가능함에 따라 세계 각지를 수소문해 최근 유럽의 한 기업체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냈다. 이야기 되고 있는 차량은 순수 EV로 제작된 차량으로, 최고 시속 100~120 km이며 탑재 배터리의 종류와 양에 따라 한번 충전으로 50~70 km, 100~200 km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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