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나라 자동차 전장 부품의 국산화 정도는 어느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A. 차종이나 부위별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반도체와 센서 부품은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이들 부품을 수입해서 모듈화한 제품을 국산화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모비스가 제시하는 ASV(Advanced Safety Vehicle) 개발 품목은 약 13~15개로 구분되는데, 모듈 제품으로는 90%가 국산화됐지만 센서 및 반도체 부품의 국산화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보쉬의 통합제어 시스템 공동 개발의 경우에도 설계부터 표준화를 통해 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에 센서 기술 의존적인 안전 기능, 엔진 제어용 센서 부품은 선진 기술에 의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 국산화가 추진된 TPMS, HVAC, FRSM, LDWS, APS, LKS 모듈용 센서는 우선적으로 국산화해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입니다. 차량 내 통신기술과 네트워크 전장기술의 경우는 전장 부품이나 H/W(모듈) 기술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심입니다. 표준화, 차량 통합 제어 시스템과의 연동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상황이므로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 간 협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이브리드 카(HEV)와 관련해서는 배터리 시스템, 파워 컨트롤 유닛(인버터 컨버터 모듈) 등 거의 모든 전장 모듈이 국산화됐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Q.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KETI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자동차 산업은 기계에서 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으며, HEV와 전기차가 주류를 이룰 미래가 가까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BMW, 토요타와 같은 선진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자부품 업체를 수직계열화했고, 국내 기업들도 수직계열화와 글로벌 협력을 통해 이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 기계 산업 기반의 중소 업체들은 대응이 쉽지 않고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전자부품연구원(KETI)은 그동안 G7 사업과 경기도가 지원하는 GRRC 지능형자동차 센서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센서 및 SoC 부품 개발에 주력해 왔고, 최근에는 친환경 자동차용 배터리 및 관련 기술개발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또 자동차 IT 응용 분야에서도 많은 기술개발 실적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KETI는 각각의 연구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지원 여력을 활용해 기업이 원하는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2년 전부터 통합 대응 창구로서 ‘지능형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KETI가 PBS(Project Base System) 기관으로 연구원들의 인건비 조달(O/H) 등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중소기업과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기술지원과 공동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며 대기업과는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연대를 강화할 것입니다.
Q. 구체적인 성과와 기술 개발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A. 반도체 부문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성장동력사업으로 추진되는 고속 데이터 통신용 SoC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센서 부문은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지식경제부의 G7 사업을 통해 MEMS 방식의 자동차용 압력(MAP) 센서와 Mass Air Flow Sensor, 가속도 센서 등을 개발했습니다. 5년 전부터는 경기도 GRRC 사업을 통해 공조용 온습도 센서, CO2 센서, 용량형 센서 신호처리 ASIC(압력 및 가속도 센서용)을 개발했습니다. 또 24 GHz CMOS 레이다 센서, 사각지대 감지 센서, 실내 탑승자 감지 센서 등을 기업과 협력해 개발중입니다. 이 외에 자동차 연료펌프용 모터와 게이지용 스텝 모터 등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BLDC 모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산학연 협력 사례를 들려 주시지요.
A. G7 사업 기간 국내 유수의 반도체 및 자동차 부품회사들과 공동개발을 진행했었습니다만 불행히도 IMF로 인해 기업 부도, 사업 축소 등으로 사업화까지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모터와 SoC, 센서 등 개별 연구 과제를 중소기업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경기도 소재 자동차 부품기업들과는 경기도 GRRC 사업을 통해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수행중에 있으며 공조용 센서 부품개발사업화 등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GRRC 사업을 통한 지속적인 예산 투자로 대성전기와는 조향각 센서를 공동 개발해 쌍용의 뉴 체어맨에 전동 파워 스티어링을 양산 적용시키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토크 센서 일체형을 개발중인데 향후 수백억 원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전주에서는 분원을 통해 상용차 업체와 부품업체 지원을 위해 자동차부품설계신뢰성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중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매칭 자금을 지원받아 지방의 열악한 인프라를 지원하는 한편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중입니다.
자동차부품연구원과는 기관장 간 방문과 MOU를 추진했고 상호 협력을 통해 자동차 산업 지원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소속 2세 경영진들을 연구소로 초청해 기술교류회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CEO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지속적으로 자동차 전장부품의 사업화에 대한 정보교류와 사업을 발굴키로 했습니다.
Q. 에너지 효율 관련 사업도 있나요.
A. KETI는 전기차나 HEV용 배터리 및 파워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지의 경우 지식경제부에서 지원을 받아 전지 제작과 평가를 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차세대 전지 산업화지원센터”를 운영해 왔으며, 최근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용 Plug-in HEV용 배터리 개발 과제를 수주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차세대 전지 성능 향상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은 무엇입니까.
A. KETI는 시스템부터 부품 레벨까지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안전, 편의 관련 각종 MEMS 센서 및 RF 센서를 개발하고, 자율주행에 필요한 센서 퓨전 기술, 센서 및 신소재를 이용한 자동차 실내 쾌적화 기술 등을 확보할 것입니다. 특히 센서의 경우는 RFID/USN센터(RUC)의 MEMS 팹을 활용해 다양한 MEMS 센서의 웨이퍼 양산화 기술 개발을 계획중입니다.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추가적인 패키징 양산기술 개발을 통해 사업화 수준의 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텔레매틱스, 차량용 반도체, 전기차용 모터 및 배터리,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기술개발에도 집중할 것입니다. 특히 전기차에 대한 국가정책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전기차용 모터, 배터리, 센서 및 액추에이터 등 공용 부품 사업화 개발에 나설 예정입니다.
Q.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기술 경중을 가려 1차 벤더와 2, 3차 벤더 간의 개발/납품 품목을 구분하고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수준의 부품 기술 개발 목표를 구체화해야 할 것입니다. 또 비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 부품 사업을 통한 진정한 국부가 창출되고 부품 업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새로이 구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연구과제가 진행되고 있지만 과제로만 끝나는 상황에서는 중소기업의 부품 산업화는 불가능합니다. 생산에서 판매까지 갈 수 있는 연구지원과 관리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대기업형 아이템은 글로벌 기업과의 바잉파워(buying power)를 이용한 사업적 연대를 통한 기술개발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원가절감과 신기능 제품 개발은 창의적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중소 부품기업 위주로 지원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은 연구소 위주로 지원해 IP(지적자산) 포트폴리오를 선점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적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연구소는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비 지원 체계 수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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