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기차 관련 홈페이지 www.renault-ze.com에 들어서면 “르노가 처음 전기차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누구나 탈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고 싶다”는 문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르노닛산이 이끌어갈 ‘전기차의 시대’ 제1장 프롤로그가 9월 17일 개막하는 「200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시작된다.
“9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기차 전략이 리뉴얼돼 발표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사업계획도 언급될 수도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의 말처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기차(Pure Electric Vehicle, PEV)가 출격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은 닛산의 주력 시장인 미국과 아시아에서 먼저 출시될 것이며 2012년부터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시장에서는 ZEV에 대한 혼잡세 경감, 무료주차 등의 혜택을 주는 도시를 타깃으로 한다.
파이오니어
지난해 늦은 봄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회장은 2010년을 목표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GM이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 볼트로, 현대자동차가 리튬전지를 활용한 풀 하이브리드 카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PHEV)로 친환경차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닛산은 미국시장을 겨냥해 ZEV(Zero Emission Vehicle) 계획을 밝힌 첫 번째 메이저 메이커가 됐다. “우리가 미국에 전기차를 내놓는 첫 번째 회사는 아니지만 아마도 가장 진지하게 전기차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닛산의 LCV, 인피니티, ZEV 부문을 맡고 있는 앤디 팔머 수석부사장은 말했다. 닛산은 그동안 토요타의 HEV 시스템을 구입해 세단 알티마(Altima)에 넣어 팔아왔지만 토요타 시스템을 가져다 파는 것이 닛산의 이미지, 비용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르노닛산의 첫 상용 PEV는 내년 일본과 미국에서 론칭된다. 르노닛산 PEV는 단지 뛰어난 기술력과 환경성을 무기로 한 ‘이미지 빌더(image builder)’를 목표한 것이 아니다. 사측은 유럽, 북미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전기 카트와 같은 NEV나 근거리 배달용 트럭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기존의 전기차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르노닛산의 PEV는 기존 모델의 차체를 이용해 엔진을 떼 내고 그 자리에 모터를 장착하고 트렁크 공간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식의 개조차가 아닌 전기차의 특성에 맞게 새로 디자인된다.
팔머 수석부사장은 리카르도의 토니 르윈과의 인터뷰에서 “닛산의 EV 출시 모델은 한 가지 이상”이라며 “우리의 전기차 프로젝트는 GM의 EV1과 같은 단발의 개발 이벤트가 아니며 다양한 주행거리와 세그먼트에서 기존의 전기차와는 다른 차원의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닛산의 전기차에 탑재될 드롭아웃식 배터리팩은 250 kg이며, 이 배터리팩은 차 아래쪽에 놓인다. 이 때문에 차량 아키텍처가 크게 달라졌다. 르노와 닛산은 배터리 부문과 같은 메이저 구성 부문 및 부품을 공유하고, 개발 마케팅에 있어서도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고 두 회사가 100%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아시아부터
아시아와 북미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세그먼트의 차량 시리즈를 닛산이 내년 처음 출시하고 나면 유럽에서는 르노가 유럽인 중심의 디자인과 차체를 선보인다. 르노는 2011년 PEV 마케팅을 개시하고 이스라엘에서 메간 패밀리 살롱 출시를 시작으로 해 캉구 유틸리티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2012년에는 혁신적인 두 가지 새 모델을 출시한다. 닛산은 내년 가을부터 오파마 공장에서 PEV를 생산할 계획이다. 대대적인 전기차 마케팅을 시작할 2012년까지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연 5만 대 생산을 목표하고 있다.
팔머 부사장은 “전기차의 볼륨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불황 속에 놓여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단지 이론적인 숫자에 불과한 상황이다”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는 1만 달러에 이르는 값 비싼 배터리 킷이 골칫거리지만, 르노닛산은 서서히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고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문제 대응이 강화될수록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팔머 부사장은 “연료탱크를 제외한 차는 일반적인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전자장치에 따른 추가 상승분이 있을 뿐인데 이를 10배 수준, 가능하면 프라이스 프리미엄(price premium)에 맞출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차 소유에 따른 총비용 차원에서 매일 가솔린을 주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이다.
르노닛산의 전기차가 유럽보다 미국과 일본에서 빨리 출시되는 것은 인프라와 관계된다. 유럽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이 워낙 많은 국가들로 인해 빠른 시간에 명확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원활한 PEV의 출시와 운행환경 조성을 위해 몇 배 이상의 협력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전 솔루션의 형태는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 간 차이가 클 전망이다. 르노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때문에 르노닛산은 분산투자의 위험성을 막을 필요가 생겼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 중 하나가 베터 플레이스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드롭 앤 체인지(drop & change) 방식의 베터 플레이스의 솔루션 이용에 적합한 차를 만들어 상호공존할 수 있도록 사업을 전개해 가고 있다. 베터 플레이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요약하면, 배터리는 개인 차량 소유주가 아닌 배터리 교환소의 소유가 된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이 모바일 폰을 사용하는 동안 몇 분간의 통화량에 대한 요금만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 운전자들은 ITS를 이용해 전기차 내의 ‘AutOS’ 소프트웨어를 통해 충전 포인트를 찾고 주행한 만큼 지불한다. 시스템은 충전 그리드(Electric Recharge Grid)와 연결된다. 배터리 충전소에서 5분 내에 바닥난 배터리를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하는 것이다. 르노닛산-베터 플레이스는 지난 5월 싱가포르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전 세계 26개 정부, 시당국 그리고 에너지 회사와 함께 전기차 보급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파트너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모든 방식에 대응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집에서 충전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충전 관련 서비스 제공은 자동차 메이커, 전력회사, 베터 플레이스와 같은 회사가 할 것이고, 이들은 충전 장치를 차고에 설치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주거환경은 차고에서 한밤중에 전기를 충전하기에 매우 용의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집에서 충전이 힘든 환경의 나라에서는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 20~30분 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 방식을 고려중이다. 이 시설들은 주차장, 기차역, 수퍼마켓 등의 인구밀도가 높은 장소에 설치될 것이고 네트워크화 될 것이다.
팔머 부사장은 “우리의 전기차는 드롭아웃 배터리팩 방식을 포함한 모든 방식의 충전 시스템 적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됐다”며 “이 문제는 이제 디젤이냐 가솔린이냐, 운전석이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의 문제와 같이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 그리드 사업 전개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지난 5월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1회 국제자동차 부품 세미나』에서 르노삼성의 한 관계자가 2010년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도시개발사업에서 전기차를 시범 테스트 하고 2011년 10월 이후 부산공장에서 SM3급의 전기차를 양산하는 방안 등을 소개해 이슈가 됐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측은 “한국에서 전기차 사업을 위해 문을 두드리며 스터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발표된 것은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라며 “전기차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 및 지차체와 밀접한 협력 관계가 구축돼야만 하고 현대자동차와 같은 역량을 갖춰야 하는데, 르노삼성 차원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르노닛산의 상세한 전기차 개발 상용화 계획에 대해서는 “9월에 있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전기차와 관련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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