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요타는 부품 결함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800만 대의 차를 리콜하며 품질과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가운데에는 토요타의 기술력과 이미지를 상징하는 프리어스도 있었다.
줄어든 판매량
2월 토요타 발표에 따르면 프리어스는 미국과 일본에서만 31만 1,000대가 리콜됐다. 사유는 가속 페달 결함이 아닌 AB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한 것이지만 프리어스의 리콜은 하이브리드 카의 안전과 장래에 대한 큰 반향을 불러왔다.
구체적으로 프리어스의 리콜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잠김 방지 제동장치(ABS)가 작동된 후 제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며 일관성 있는 제동력을 제공하지 못해 이뤄졌다. 이것은 브레이크 고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회생제동 모드에서 표준 마찰 제동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문제로 ABS와 회생제동 시스템 간 전자 인터페이스가 문제였다. 회생제동은 제동 시 차량의 운동 에너지로 모터를 회전시켜 전기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인데, 회생 제동만으로 필요한 제동력을 얻기 힘들어 대개 브레이크에 의한 제동력과 회생 제동력을 조합해 필요한 제동력을 얻는다.
프리어스 회생제동 시스템의 품질 문제는 다른 메이커들에게도 하이브리드 카 개발에 좀 더 주의를 요하는 계기가 됐다. 예를 들어 포드는 고객 만족 프로그램을 통해 2010 포드 퓨전과 머큐리 밀란 하이브리드의 회생제동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두고 베스트 기술로 베스트 셀러가 된 차가 품질 문제로 추락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프리어스 리콜은 메이커의 신뢰 손상을 넘어선 굴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게다가 급발진 사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프리어스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보편화 되지 않은 신기술이 치명적 결함이나 신뢰성 문제로 급격히 시장에서 사장된 사례들처럼 프리어스의 리콜이 하이브리드 카의 장래를 어둡게 할 것인가.
세계 최대 하이브리드 카 시장인 미국의 2월 프리어스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0.2% 상승했다. 전체 하이브리드 카 판매도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연초 두 달 간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에도 프리어스 판매는 7.2%, 전체 하이브리드 카 판매는 7.1% 증대됐다.
그러나 프리어스 리콜 발표가 있기 전인 1월과 비교하면 2월 판매량은 크게 감소했다. 미국의 2월 하이브리드 카 판매는 3.7% 감소한 1만 6,530대였다. 이중 프리어스는 7,968대가 팔려 전월 대비 6.1% 감소했다.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하이브리드 카는 2월에 591대가 판매돼 전월 대비 0.61% 하락했다. 프리어스는 96대에서 54대로 줄었다.
1월과 비교해 판매량이 감소한 것 외에도 2월의 하이브리드 카 판매량 변화는 근래 들어 매우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전체 승용차 판매가 전월 대비 11.1% 증대되는 동안 하이브리드 카 판매는 3.7% 하락했으며, 전체 신차 판매시장 점유율도 1.97%를 기록하며 가장 저조했던 달로 기록됐던 2008년 12월의 2.12%를 밑돌았다. 지난 한 해 하이브리드 카의 신차시장 점유율은 3%에 근접한 2.8%를 마크했었다.
미국의 전체 하이브리드 카 시장의 72%를 점유하는 토요타의 추락은 포드와 혼다와 같은 후발 메이커들에게 기회가 됐다. 프리어스 판매량이 떨어진 2월 혼다의 인사이트는 전월대비 54.1% 증대됐고,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 카는 13.2% 올라갔다. 반면 지난 1월 잘 팔렸던 토요타 렉서스 HS 250h은 2월 들어 판매량이 42.9% 떨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토요타와 프리어스의 리콜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것으로 곧 프리어스 등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카는 물론 전체 하이브리드 시장이 다시 본 성장 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데다 낮은 가솔린 값이 유지되고 있고, 정부가 자동차 산업 부양을 위한 내연기관차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을 펴면서 하이브리드 카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봤다.
그래도 프리어스
디트로이트 PRTM의 올리버 하지메(Oliver Hazimeh) 북미 자동차 정책 담당 이사는 “하이브리드 카는 이미 10년 전부터 소비자들에게 팔려왔고, 소비자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리콜은 단기적 타격으로 장기적으로 파워트레인의 전기화 추진 동력은 건재하다”며 “만일 프리어스의 리콜이 다른 리콜이 발생하지 않고 단독적으로 발생했다면 크게 주목 받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리콜 문제로 시달리던 중에도 프리어스는 여전히 전 세계 하이브리드 카 중 가장 많이 팔린 차였다. 글로벌 현황을 보면 미국과 다른 전개 양상이다. 일본 내 프리어스 판매량은 전체 신차 판매시장에서 9개월 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월에만 2만 7,008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최근 미국의 3개월 간 판매량을 합한 것보다 많다. 영국에서는 2월 538대의 프리어스가 팔렸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이상 증대된 수치다.
미국의 프리어스 소유자들은 리콜 발표가 있은 직후 조용히 지켜봤다. 하이브리드 카와 프리어스에 대한 높은 충성도가 반영된 것으로 극히 일부 차주들만이 리콜 요인과 향후 발생될 수 있는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프리어스나 다른 하이브리드 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에드먼즈닷컴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거의 모든 프리어스 구매 희망자들은 다른 차를 선택하기보다 기꺼이 프리어스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제시카 칼드웰(Jessica Caldwell) 책임은 “다른 모델들에 비해 프리어스는 리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씨넷닷컴의 마틴 라모니카(Martin Lamonica) 선임은 “토요타가 기술적 오류를 만들었고 문제 대응에 서툴렀지만 곧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하이브리드 카 판매는 지난 수년 간 이어진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09년 한 해 하이브리드 카는 전 세계적으로 약 60만 대가 등록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9만 대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25만 대로 뒤따랐다. 이 밖에 캐나다가 1만 6,000대, 네덜란드와 영국이 각각 1만 3,000대였다.
최대 시장 미국의 판매 실적만 보면 지난해 총 판매량은 2008년 대비 8% 떨어진 수치였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경제 상황과 자동차 산업 위기를 고려할 때 ‘마이너스’의 의미는 크지 않다. 전체 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카의 점유율은 2.8%였다.
하이브리드 카들이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요인은 프리어스,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 혼다 인사이트, 렉서스 HS250h 등의 새 모델 론칭 효과와 향상된 성능 때문이었다. 이 모델들은 다른 기존 모델들이 고전하는 동안 판매량을 늘리며 전체 하이브리드 카 시장을 견인했다. 신차를 출시하지 않고, 생산량과 판매량이 극히 미미한 캐딜락, 시보레 등 GM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존재감을 잃어갔다.
리콜 이후 토요타 딜러들은 프리어스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실제 차값보다 1,000~1,500달러 낮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리어스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과거의 지위를 되찾을 것이며, 혼다는 새로운 모델 출시를 통해 토요타를 추격할 것이다. 포드는 올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계획이 없지만 퓨전 하이브리드 카가 지속적으로 수상 경력을 늘려가며 캠리 하이브리드의 점유율을 갉아먹을 것이며 퓨전의 하이브리드 옵션 비율을 늘릴 것이다.
전 세계의 각종 오토쇼에서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온실가스 등 배출 규제에 대응한 다양한 메이커들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차들은 속속 시장에 론칭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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