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무배출
현재 1,600 cc 급 가솔린 자동차의 1 km 당 CO2 배출량은 170~190 g이다. 디젤차의 경우 136 g이다. 전기차는 이 차들과 비교해 CO2 배출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석유가 땅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자동차가 움직이기까지의 CO2의 ‘well-to-wheel’ 배출량을 강조한다. 실제 차량이 사용하는 전기가 국가별로 어떻게 생산되느냐에 따라 이 수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차의 CO2 배출량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매우 우수하며 전기를 원자력, 수력, 풍력, 광기전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부터 생산할 경우 더욱 탁월해진다. 예를 들어 유럽의 모든 연료, 발전 설비 등 전기 에너지 생산을 고려한 전기차의 CO2 배출량은 1 km 주행 당 62 g으로 평가된다. 발전량을 원자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에만 대응시키면 12 g으로 대폭 낮아진다.
내연기관 개량을 통한 CO2 배출 저감은 한계가 있다. 최대한 기술력을 발휘해도 현재 수준에서 4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 카의 경우엔 이보다는 좀 더 나은 배출량 저감 성과를 낼 수 있다. 전기차의 배출량 저감 수준 또한 더욱 향상될 것이며, 그 수준은 10 g 이내로 거의 CO2를 배출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동안 본인은 전기차와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던 1990년대 초반 미국의 무배출가스차량 명령 1990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를 만든 바 있다. 캘리포니아는 지역 내에서 연간 6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에 한 해 전체 판매 차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을 무배출가스차량(Zero Emission Vehicle, ZEV)으로 판매하도록 강제했는데, 당시 요건에 만족하는 차는 PEV(Pure Electiric Vehicle) 뿐이었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도 급히 전기차 개발을 추진했었다. 판매 비율은 목표대로라면 1998년 2%, 2003년에 10%가 됐어야 했다. 이때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G7 프로젝트 등 전기차 개발 과제들을 내놓았다.
현대자동차는 선행개발에 나서며 납산전지를 탑재한 쏘나타, 엘란트라 등을 만들었다. 엘란트라는 4대를 만들어 1992년에 울산 시에 환경감시용 차량으로 납품했다. 삼성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전기차를 개발했다. 회사 차원의 새로운 전기 마련을 위해 전기차를 개발하게 됐으며 50대를 생산해 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용 차량으로 공급했다.
당시를 돌아보면, 전기차 개발의 고민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많이 실고 다닐 수 있느냐’였다. 리튬이온 전지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카드뮴이나 니켈수소 전지 등이 등장하고 있었다. 결국 전기차의 실용화는 에너지 저장 장치의 에너지 밀도, 출력 밀도 등의 문제로 장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현존하는 2차전지 중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리튬배터리가 상용화되면서 전기차의 가능성이 다시 열렸다. 에너지 밀도는 물론 출력 밀도가 높아 상당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팔릴 수 있는 차
세계는 현재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중이다. 특히 한국 등 아시아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0%가 집중해 있다. 이는 전기차의 시장가능성과 큰 연관성이 있다. 서울 한복판에 컴퍼스를 대고 원을 그릴 경우 그 반경은 70~80 km 이내가 된다. 이 범위는 전기차 도입에 매우 적합한 거리다. 전 세계적으로도 하루 60~70 km 이내로 주행하는 소비자들이 약 80%로 조사되고 있어 전기차의 시장 전망은 밝다.
전기차의 가능성은 차량의 경제적 가치에 달려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플루언스 등 전기차 모델 출시에 따라 차값을 동일한 시스템, 기기를 장착한 동급 디젤엔진 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져갈 계획이다.
전기차는 구매 과정에서 모터, 배터리 등 전기 드라이브 시스템 비용으로 인해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높은 가격차가 날 수밖에 없지만, 실제 운행 기간 중 자동차에 지불하는 비용 등을 고려한 총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TCO)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현재로선 TCO 비교에서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지만, 향후 양산체제로 접어들고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의 구매 지원 등으로 보급이 늘어나면 상황은 역전되고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르노삼성은 한국에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유럽의 플루언스에 대응되는 SM3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 중에 있다. 이 차를 직접 몰고 있는데, 너무 조용해서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어 넣어야 할지가 고민이다. 전기차는 ‘Fun to Driving’에서도 매우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가솔린이나 디젤차는 토크 보정을 위해 6단, 무단 변속기 등을 이용해야 하지만 전기차는 전기 모터 고유의 토크 특성에 따라 매우 뛰어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르노삼성은 한국에서 2011년부터 전기차 생산을 시작해 2012년부터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르노는 2011년부터 플루언스, 캉구 등 4종의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닛산은 올해부터 아시아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한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최근 다임러와 협력키로 했다. 소형차 부문에서 공동 개발, 플랫폼 공유, 라인업 확충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양산 부문에서 협력해 미래 시장에 대비하고자 함이다. 다임러는 르노닛산과 협력하지 않으면 미래의 친환경 시장 경쟁을 낙관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르노와 다임러는 전기차의 세계 표준화를 겨냥한 전략을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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