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사 리비안(Rivian)은 11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제1회 ‘Rivian Autonomy & AI Day’에서 자체 개발한 맞춤형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진화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및 차세대 자율주행 차량 로드맵을 공개하며 자율주행 및 차량 AI 전략을 한층 구체화했다.
이 행사는 리비안이 맞춤형 컴퓨팅, 센서 통합,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 계획을 전 세계 개발자, 투자자, 업계 관계자에게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RAP1 중심 하드웨어 아키텍처
리비안의 자체 신경망 엔진(Neural Net Engine, NNE)은 칩에서 직접 실행된다. RAP1은 다양한 센서 모달리티와의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돼 있으며, 결정론적 지연 시간으로 추론 처리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피지컬 AI에서 중요한 요구사항이다.
리비안 기술 로드맵의 핵심에는 비전 중심의 피지컬 AI를 위해 설계된 자체 실리콘으로의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1세대 리비안 자율주행 프로세서(Rivian Autonomy Processor 1, RAP1)은 프로세싱과 메모리를 단일 멀티칩 모듈에 통합한 맞춤형 5nm 프로세서이다. 이 아키텍처는 높은 연산 효율성과 성능을 제공하며 자동차 안전 무결성 수준(Automotive Safety Integrity Level, ASIL)을 준수한다.
RAP1은 Armv9 기반 Cortex-A720AE CPU를 포함하고 있으며 환경 인식, 예측, 최적 주행 의사결정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연산을 밀리초 단위로 처리한다. 특히 RAP1은 RivLink라는 저지연 인터커넥트 기술을 통해 칩들 간 확장성을 확보하며, 자체 AI 컴파일러 및 플랫폼 소프트웨어로 최적화된 연산 처리를 지원한다.
RivLink는 RAP1의 고속 인터커넥트로, 여러 칩을 연결하여 분산 시스템 전반에 걸쳐 처리 능력을 향상시킨다.
RAP1은 리비안의 3세대 자율주행 컴퓨터인 Autonomy Compute Module 3(ACM3)에 탑재된다. ACM3은 최대 1600 sparse INT8 TOPS 와 초당 50억 픽셀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리비안은 자율주행 센서 전략에서도 멀티 모달 접근을 채택한다. 기존 카메라·레이다 중심의 구성에 라이다(LiDAR)를 추가해 3차원 공간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복잡한 주행 환경의 인식 성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센서 통합 전략은 특히 장애물 탐지와 경계 조건(edge cases) 대응에서 강점이 있다. ACM3와 라이다를 포함한 3세대 자율주행 하드웨어는 현재 검증 단계에 있으며, 2026년 말 출시 예정인 R2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리비안은 카메라와 레이다를 포함한 멀티모달 센서 시스템으로 풍부한 인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R2 모델부터 라이다를 통합할 계획이다.
AI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대규모 학습 모델
리비안은 자율주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우선(software-first) 접근 방식도 소개했다. 이는 리비안 자율주행 플랫폼과 학습을 위해 사용되는 엔드투엔드 데이터 루프를 기반으로 한다. 리비안은 LLM (Large Language Model)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된 기반 자율주행 모델인 LDM (Large Driving Model)을 공개했다. GRPO (Group-Relative Policy Optimization)를 활용하는 LDM은 대규모 주행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되며, 기존 규칙 기반(rule-based) 접근 대신 AI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로 전환된다. LDM은 예측, 경로 계획, 제어 등 자율주행의 핵심 기능을 통합해 단계적으로 레벨4 자율주행에 접근한다는 목적이 있다.
이와 함께 차량이 주행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학습하는 엔드투엔드 데이터 루프 아키텍처를 구축, AI 모델의 지속적인 개선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접근은 차량이 실제 주행 환경에서 성능을 향상시키는 ‘학습형 자율주행’ 구조로 평가된다.
AI 활용 영역 확대: ‘리비안 어시스턴트(Rivian Assistant)’ 및 통합 AI 플랫폼
리비안은 자율주행 외에도 차량 내 AI 경험을 강화하는 리비안 어시스턴트를 발표했다. 이 음성 기반 차량 AI 인터페이스는 차량과 사용자 간 상호작용을 자연어로 제공하며, 각종 차량 기능 제어, 외부 앱과의 연동, 진단 및 유지보수 알림 등을 지원한다. 리비안 어시스턴트는 2026년 초 Gen 1 및 Gen 2 R1 차량에 OTA(Over-The-Air)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또한, 리비안은 차량 전체 데이터를 운용하는 RUI (Rivian Unified Intelligence)라는 통합 AI 플랫폼을 통해 진단, 유지보수, 기능 개선까지 차량 생애주기 전반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리비안의 창업자 겸 CEO인 RJ 스캐린지(RJ Scaringe)는 “자체 개발한 1,600 sparse TOPS 추론 칩을 포함한 최신 하드웨어 플랫폼은 자율주행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레벨 4 구현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는 차량 보유 경험의 전환점을 뜻하며, 결국 고객이 차량 안에서 자신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안의 이번 발표는 수직적 통합 전략(vertical integration)을 통한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맞춤형 실리콘 설계, 대규모 AI 학습 모델, 멀티 모달 센서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통합은 경쟁사 대비 차별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RAP1 기반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은 차량 AI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산업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높은 개발 비용과 기술적 도전 과제가 상존하고 있다. 리비안 주가가 발표 직후 하락하는 등 투자자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자율주행 기술의 실용화와 상용 서비스 전환이 앞으로 기업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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