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 오픈소스, 여전히 남아 있는 거버넌스 질문
2026-04-20 / 05월호 지면기사  / 

글 | 사라 갈리안(Sara Gallian) 시니어 매니저, Eclipse Foundation



구글의 AAOS SDV 발표는 SDV 시대 오픈소스 전략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기반을 누가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은 코드의 공개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거버넌스 구조이며, 멀티 벤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벤더 중립성과 공동 통제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짚는다. 특히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점차 핵심 인프라와 기능안전성 영역으로 다가가는 시점에서 오픈소스의 미래는 기술 자체보다 운영 원칙과 책임 구조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SDV 경쟁이 결국 실행과 협업 구조를 겨루는 싸움이라면, 이 글은 그 출발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 편집자 노트 >


글 | 사라 갈리안(Sara Gallian) 시니어 매니저, Eclipse Foundation
IN ENGLISH




구글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를 위해 설계된 자사의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의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주로 제한되어 있던 Android Automotive가 이제 차량 내부 컴퓨팅 아키텍처에서 비안전(non-safety-critical) 영역까지 지원하도록 확장되면서, 그 역할은 ‘오픈 인프라(open infrastructure)’로서 한층 더 넓어지고 있다. 이 전략적 변화는 새롭고도 직관적인 이름과 함께 제시됐다. 바로 Android Automotive OS SDV, 줄여서 AAOS SDV다. 이와 같은 플랫폼이 점차 핵심 인프라로 진화함에 따라, 이제 중요한 것은 코드만이 아니라 거버넌스이기도 하다.
Android Automotive의 그룹 프로덕트 매니저인 매트 크롤리(Matt Crowley)는 발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늘 우리는 파트너들이 SDV 비전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Android Automotive OS를 차량의 화면을 넘어 확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Software Defined Vehicles를 위한 Android Automotive OS, 즉 AAOS SDV를 선보인다. 이 새로운 기반은 자동차 산업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구축됐으며, 차량 내 비안전 영역을 위한 오픈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완성차 업체들은 더 많은 선택권을 확보하고, 고객이 사랑하는 차별화된 경험과 혁신을 제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https://blog.google/products-and-platforms/platforms/android/android-automotive-os/)
오픈소스 자동차 커뮤니티 입장에서 보면, 이런 논리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제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말라(don’t reinvent the wheel)’는 서사는 하나의 전제로 자리 잡았고, Eclipse SDV와 같은 오픈소스 자동차 생태계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차별화되지 않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협력하고, 차별화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자는 접근이다. 다만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핵심 요소는 AAOS SDV가 어떤 거버넌스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일 벤더 기반인가, 아니면 재단 기반 오픈소스인가

Android 플랫폼의 대부분은 Apache 2 라이선스를 선호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지만, AAOS SDV가 어떤 라이선스로 공개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접근 방식은 더 넓은 생태계나 외부 기여자보다는 구글의 ‘자동차 파트너(automotive partners)’를 중심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확보된 정보로 보면, 이 모델은 이미 널리 알려진 ‘단일 벤더 오픈소스(single vendor open source)’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단일 벤더 오픈소스는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구조로, 하나의 조직이 거버넌스, 로드맵, 라이선스에 대한 주요 통제권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은 명확한 방향성과 실행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의사결정이 단일 이해관계자에게 집중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반면 재단 기반 오픈소스(foundation-based open source)는 Apache Software Foundation이나 Eclipse Foundation과 같은 독립적이고 공식적인 조직 아래에서 운영되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정립된 거버넌스와 공로 기반(meritocratic) 구조를 바탕으로 여러 기업과 개인의 참여를 허용한다.
이 구조는 특히 ‘핵심 인프라(critical infrastructure)’ 영역에서 선호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Kubernetes, Eclipse S-CORE(https://eclipse.dev/score/), Jakarta EE(https://jakarta.ee/)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모델은 장기적인 안정성, 공동 소유 구조, 그리고 단일 주체가 프로젝트나 그 미래 방향을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Eclipse Foundation의 거버넌스는 개방성(openness), 투명성(transparency), 공로 기반(meritocracy)이라는 오픈소스 원칙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으며,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 중립성을 보장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소프트웨어는 공동의 노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용 가능하고, 안전하며,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는 공유 자산이라는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Ivar Grimstad 제공,
출처 | https://speakerdeck.com/ivargrimstad/advance-your-career-with-open-source?slide=14



 

Eclipse Software Defined Vehicle
Eclipse SDV(https://eclipsesdv.org/)는 Eclipse Foundation이 주관하는 글로벌 오픈 이니셔티브로, 자동차 산업의 리더, 기술 기업, 연구 기관이 함께 참여해 소프트웨어 정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에서도 Eclipse SDV는 점점 더 활발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으며, 주요 완성차 업체(OEM), 공급사,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오픈소스 플랫폼, 미들웨어, 개발 도구 분야에 참여하고 기여하고 있다.
또한 거버넌스 조직과 다양한 위원회 활동, 지역 이벤트, SDV Ambassador Program(https://eclipsesdv.org/ambassador-program/), 산업 간 협력 등을 통해, LG전자, 현대모비스, 42dot을 포함한 전 세계 회원들이 차세대 차량 아키텍처를 함께 설계하고,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며, 차량 내 소프트웨어 스택, 클라우드 연결성, 자율주행과 같은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생태계에 관심 있는 기업과 개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https://eclipsesdv.org/get-involved/), 회원으로 가입해(https://eclipsesdv.org/become-a-member/) 소프트웨어 정의 모빌리티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모두를 지배하는 하나의 벤더인가      

차별화되지 않는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접근, 즉 최근 몇 년간 Eclipse S-CORE와 같은 통합 프로젝트들이 추구해 온 전략 자체는 충분히 의미 있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것이 과연 멀티 벤더 생태계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단일 벤더 오픈소스 모델로 귀결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 접근 모두 각기 다른 트레이드오프를 지닌 유효한 방식이다. 하지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비교적 짧지만, 다사다난했던 역사 속에는 단일 벤더 중심 생태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 사례들도 적지 않다. 특정 이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조직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때 발생하는 고유한 리스크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돼 왔다. 예를 들어, 갑작스럽거나 충분히 숙고되지 않은 라이선스 변경, 프로젝트 로드맵에 대한 일방적 통제, 혹은 전략 변화나 조직 재편, 인수합병 등의 이유로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는 상황 등이 그것이다.
Ampere/Renault SDV 플랫폼의 전 리더였던 프레데릭 아메이(Frederic Ameye) 역시 “구글이 움직이는 곳에서는 변화가 빠르고, 그 규모 또한 매우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https://www.linkedin.com/posts/fr%C3%A9d%C3%A9ric-ameye_so-everyones-now-talking-about-the-new-ugcPost-7442625122068262913-k1EG/?utm_source=share&utm_medium=member_ios&rcm=ACoAAA735MEBhYQbB6dBSsj1B4AEWh2JrgZPcMs&skipRedirect=true)
그러나 여기에서 ‘너무 커서 실패할 수 없다(too big to fail)’는 논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나의 조직이 성공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지속가능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나 생태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오픈소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니셔티브가 되기 위해서는 벤더 중립성이 핵심적인 조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티, 버스 팩터, 그리고 기능안전성

앞서 우리는 단일 벤더 중심 오픈소스와 재단 주도 오픈소스의 차이를 살펴봤다. 중립성, 동등한 기회, 그리고 공정한 경쟁 환경은 상업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독립 조직의 관리 아래에서만 보장될 수 있으며, 동시에 프로젝트의 ‘버스 팩터(bus factor)’를 최적화하는 다양한 커뮤니티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여기서 버스 팩터란,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프로젝트를 떠났을 때 그 생존이 얼마나 위태로워지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버스 팩터(https://en.wikipedia.org/wiki/Bus_factor)가 높다는 것은 지식이 많은 개인이나 조직에 걸쳐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는 뜻이며, 따라서 매우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프로젝트가 계속 유지되고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커뮤니티 주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은 특정 벤더 하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협업과 공동 학습을 촉진한다. 더 많은 기여자가 코드를 검토하게 되면 문제는 더 빠르게 발견되고 해결되며, 그 결과 유지관리자들은 견고하고, 상호운용 가능하며, 안전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충분히 많은 눈이 들여다보면 모든 버그는 얕아진다”는 리누스의 법칙(Linus’s Law)을 다시 한 번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수준의 공개적 검토, 개방성, 투명성은 자동차 소프트웨어 커뮤니티가 이제까지 어떤 오픈소스 생태계도 본격적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영역, 즉 안전 필수 소프트웨어(safety-critical software)로 과감히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https://eclipsesdv.org/blogs/codethink-achieves-positive-functional-safety-assessment-to-iec-61508-and-iso-26262-standards-for-the-eclipse-trustable-software-framework/)
이는 크롤리가 자신의 발언에서 AAOS의 적용 범위에서 명확히 제외한 영역이기도 하다.



개방으로 가는 길, 
유럽의 디지털 자율성은 
벤더 중립 거버넌스를 통해 완성된다


결국 구글의 이번 행보는 SDV 분야의 모멘텀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해결되지 않은 ‘거버넌스’란 질문을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AAOS SDV가 진정으로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멀티 벤더 생태계로 발전할지, 아니면 구글 중심의 구조로 남아 양자 간의 배타적 파트너십에 머물지에 따라 그 장기적인 영향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협업이 점점 더 핵심이 되는 산업에서 진정한 기회는 단순히 코드를 공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통제’를 함께 나누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런 통제의 공유는, 오직 검증된 오픈소스 조직만이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 거버넌스에 기반할 때 가능하다. 올해 1월 32개 자동차 기업이 서명한 양해각서(MoU)는 현재 산업이 벤더 중립 거버넌스 모델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다.
(https://eclipsesdv.org/news/automotive-innovation-through-open-collaboration-momentum-builds-around-open-source-software-as-a-key-driver-of-efficiency-and-success/)
유럽의 오픈소스 재단으로서 우리는 자동차 산업에서 회복탄력성(resilience), 중립성, 그리고 장기적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은 전략적 의존도를 낮추고, 혁신이 투명하고 유연하며, 더 넓게 접근 가능하도록 만드는 핵심 요소다. 오픈소스 원칙에 기반해 운영되는 재단은 이런 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견고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며, 보다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SDV 생태계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핵심 질문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지배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있다. 결국 가장 성공적인 이니셔티브는 혁신과 더불어, 장기적이고 다수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함께 갖춘 경우가 될 것이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자평 쓰기
  • 로그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