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EV TECH & BUSINESS DAY(EV Korea Seminar)”가 여의도에서 개최됐다. 세미나는 녹색성장위원회,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한국교통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전기자동차개조협회 등이 후원했고, 본지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와 글로벌 컨설팅 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이 공동주최했다. 전기차 세미나에서 미래 도시이동성을 엿보았다.
멀티모달과 전기차
“우리나라의 전기이동성 추진 전략과 실증 경험을 테마로 한 제3회 EV Korea 세미나는 특히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 그린카 정책을 이끄는 주요 3개 부처가 함께 해줘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전 세계적인 고유가와 자원고갈, 탈화석 에너지,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은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글로벌 이슈이며 10억 대에 가까운 세계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 또한 변하고 있습니다.”
개회사에서 프로그램공동위원장인 한국교통연구원 오재학 부원장이 말했다. 채 10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 부원장은 전기이동성 구현을 위한 정부와 업계의 노력, 향후 전개 방향을 요약했고, 특히 교통공학자의 입장에서 전기 기반의 교통, 미래 도시이동성과 전기차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오 부원장은 “전체 교통체계는 도시화의 급속한 진행 속에서 대중교통의 발전, 승용차 이용 행태의 변화로 크게 바뀔 것”이라며 “전기차로 인해 내연기관차를 이용할 때와는 다른 충전 습관, 경로 선택 등의 운행 패턴, 에너지와 사고를 저감하는 네트워크화된 신기술들, 자동차 문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용차는 물론 버스, 트럭, 자전거 등 교통수단이 전기화되고 다양한 교통수단과 인프라가 스마트그리드와 연계 통합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 승용차의 일평균 주행거리가 59 km로 일본의 25 km, 영국의 42 km보다 길지만 지속적으로 짧아지고 있으며, 자동차에 대한 가치가 ‘보유’에서 ‘이용’이 중시 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오 부원장은 특히 Y세대에서 ‘공유’라는 합리적 가치가 증대되고 있어 승용차의 공유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 부원장은 “2회 세미나에서 클라우드 교통체계에 대한 강연을 했었는데 공해, 교통체증, 주차난 등 다양한 도시교통 이슈에 대응해 대중교통의 개발, 수단 간 편리한 원터치 연계ㆍ통합이 진행되고 있고, 승용차 또한 이에 통합될 것”이라며 “지역 간 이동에 제약이 있는 전기차는 도시 내에서 공유 수단으로도 활용되면서 전기 바이크 등과 함께 다양한 대중교통과 연결돼 라스트마일(last mile)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있던 날
EV Korea 세미나는 3월 27일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개회됐다. 대개 참석자들은 9시까지 도착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야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교통상황과 크게 관련 없이 예정된 시간동안 이동해 5, 9호선이 만나는 여의도역에서 하차하고 도보로 1분 내에 행사장에 올 수 있다. 그러나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엔 여의도의 극심한 러시아워는 물론 핵안보정상회의로 인한 일부지역의 교통통제, 차량2부제 실시 등의 심각한 불편을 감내해야만 했다. 어떻게 보면 세미나 당일의 교통 조건은 극심한 교통체증 문제를 완화해 보려는 승용차 이용억제, 대중교통 확대 등으로 요약되는 도시이동성 이슈, 교통상황의 표본이었다.
주최 측인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와 프로스트앤설리번은 세미나를 홍보할 때 대중교통을 장려했고, 4시간에 한해 주차료를 대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승용차를 이용했고, 주차증 확인을 요청한 참관객 모두에게 전일 무료주차증을 발급했다. 세미나가 폐회된 오후 5시경, 전체 200명의 참석자 중 약 20명만이 무료주차 확인 도장을 받아 귀가했다. 대중교통의 편리, 도로교통 사정의 감안, 10분 당 800원의 주차료 부담을 고려해 대부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이다.
분당 등 서울 근교, 지방에서 참석하는 사람들은 이른 아침 시작되는 세미나를 염두에두고 새벽부터 길을 나서 여의도 인근에 미리 도착해 찜질방,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김태형 부연구위원은 “지역 간 이동에서 대중교통 수단의 이용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미래에는 신속하고 정확한 도시 및 지역 간 이동성의 구현을 위해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이 개발되고 연계ㆍ통합되면서 불편을 최소화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프로그램공동위원장인 한국전기연구원의 임근희 박사는 KTX와 택시를 이용해 왔다가 오후 4시쯤 공항을 통해 창원으로 돌아갔다. 임 박사는 “비즈니스맨들의 경우 서울역이나 창원 중앙역과 같은 곳에서 카 셰어링을 이용할 수 있으면 출장이 더욱 자유롭고 수월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현대자동차의 김철수 박사, SK이노베이션의 최용정 부장 등은 르노닛산, BMW 등 세계 유수 메이커의 고속전기차 양산이 본격화되고 국내에서도 기아의 레이EV가 2,000대, 르노삼성의 SM3 전기차가 500대 생산되면서 전기차 시장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다양한 전기차와 배터리의 특성을 이해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인프라 확충 등 지원정책 마련 및 법제도 정비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LS산전의 김영민 부장, 파워프라자 김성호 사장 등은 배터리 등 요소기술의 혁신과 전기차 개발 전략에 대해 발표했고, 한국전기연구원 임근희 박사, 포스코ICT의 양구달 차장, LS전선의 한섭 박사 등은 충전 인프라와 스마트그리드에 대해, 콘티넨탈 장재균 상무와 SK플래닛 김후종 상무 등은 전기차의 커넥티비티 중요성과 비즈니스의 기회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교통연구원 황상규 박사, 프로스트앤설리번의 김영민 컨설턴트, 전기자동차개조산업협회 등은 전기 상용차 등 다양한 차종의 시장 및 개조 비즈니스의 미래를 검토했다.
지식경제부의 강규형 사무관은 다양한 전기차 개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연료전지차와 관련해 2015년 상용화를 위해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수소의 액화 기술과 운송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노력 중이고, 배터리 전기차 부문에서는 미래 이동성과 시장의 조기 활성화를 위한 소량 다품종 생산 검토, 기술 개발 측면에서 2가지의 미니 고속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식경제부 자동차조선과가 말하는 퍼스널 모빌리티는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를 뜻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단거리 통근에 이용되는 새로운 장르의 차량이다. 강 사무관은 “지경부는 조만간 전기 등 다양한 동력을 이용하고, 휠이 1~4개 등 일반차량과 차별되는, 매우 작은 이동수단의 개발 R&D에 착수할 것이다. 이 차의 용도는 통근이 될 수도 있고 장애인 등 특수목적에 이용될 수도 있다”며 “프로젝트는 단순한 이동수단의 개발이 아닌 미래 이동성 컨셉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강부영 사무관은 “그동안 전기차 보급은 버스와 관공서용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기업 참여를 통한 보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국내 고속전기차의 양산과 민간시장이 활성화될 2014년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안전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국토해양부에서는 김태경 사무관이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 현황과 전기차의 대중교통체계 통합 방안을 연구하는 ‘전기자동차 교통안전융합체계 기술개발’에 대해 소개했다. 김 사무관은 “예를 들어 지경부가 충전에 대한 기술과 안전에 중점을 둔다면, 국토부의 교통안전융합체계 기술 부문은 충전시간과 이용에 대한 것으로 배터리 교체용 버스, 전기차 집단 충전시스템의 개발과 안전성 평가 등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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