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ㆍ공유의 미래 도시이동성 설계
지난 겨울, TV를 통해 동대문운동장의 철거와 자하드 하디드(Zaha Hadid)의 ‘환유의 풍경’에 대한 서울시의 철저하지 못한 플랜과 이에 따른 비효율적 사업 전개, 그리고 동대문에 대한 디자이너의 이해 부족을 꼬집는 한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그로부터 몇주 후 아우디의 한나 반더벨덴(Hanna Van der Velden) 매니저를 통해 제2회 어번 퓨처 어워드(Audi Urban Future Awards) 대상에 빛나는 하울러+윤 아키텍처(Höweler+Yoon Architecture, HYA)와 접촉했다. 아우디와 HYD가 미래이동성 연구에 얼마나 깊이 지역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는지가 궁금했다. HYD는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과거, 현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미래로 연결하는 탁월한 아이디어로 아우디에 충분한 깊이를 더해주고 있었다.
미래에는 어떤 형태의 개인 이동수단이 존재할까? 이는 아우디의 최대 궁금 사안이고, 어번 퓨처 어워드를 개최하는 이유다. 도시를 상상하지 않고는 이동수단을 그릴 수 없다. 미래 도시는 현재는 물론 과거 트렌드와 문제들, 즉 라이프스타일, 경제, 문화, 사회 등 매우 다양한 사안을 고려해 그려낼 수 있다. 2012 아우디 어번 퓨처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하울러+윤 아키텍처(Höweler+Yoon Architecture, HYA)의 윤미진 대표와 도시, 교통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를 대하는 같은 방식
아우디 어워드는 3년 전 아우디 어번 퓨처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이 글로벌 포럼은 문화와 트렌드, 건축, 사회학, 도시공학 등 다양한 학문과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를 불러 모아 의견을 나누고 미래 도시와 이동성 모습을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포럼과 어워드의 수상작, 그리고 모든 일련의 과정은 아우디의 미래 모델과 전략 개발의 모티브가 된다.
HYA의 윤미진 대표는 “2회 대회의 콘셉트는 세계 각 지역, 도시별 차별된 특성에 포커스해 각각의 미래 도시 및 이동성을 엿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아우디는 뭄바이의 CRIT, 보스턴/워싱턴의 HYA, 주강삼각주 지역의 NODE 아키텍처앤어버니즘, 이스탄불의 수퍼풀(Superpool), 상파울로의 어번싱크탱크(Urban-Think Tank) 등 5개 유명 디자인 컴퍼니를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HYA는 아우디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루퍼트 스태들러(Rupert Stadler) CEO, 인사이트 팀을 만났고, 자동차 제조, 디자인 이슈, 지정학, 사회문화 등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동차를 바라보는 아우디의 시각, 연구력에 감탄했다. 윤 대표는 “우리는 자동차, 도로, 도시의 미래에 대한 아우디의 매우 포괄적이고 개방적 사고에 감명받았다. 그들은 도시와 건축이 자동차 생태의 일부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고,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적 사고의 필요성을 매우 중요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우디의 사고방식과 전략적 실천은 HYA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건축과 자동차라는 종목이 다를 뿐이다. 윤 대표는 “건축공학자의 역할은 단지 빌딩을 디자인하는 데에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HYA는 그동안 수행해 온 다양한 프로젝트를 재조망하는 ‘열린 실천(Expanded Practice)’이란 책을 펴내면서 건축공학자로서 도시, 조명, 가구, 인터랙션 디자인 등을 실행에 옮기는 작업 영역에 대해 재해석하고 건축학의 정의를 확대하려 노력했다”며 “아우디도 그들의 제품에 이같은 방식을 도입해 자동차를 뛰어넘어 이동성을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HYA와 아우디는 경험과 환경을 디자인한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윤 대표가 건축물에 대한 조명과 자재의 질 개선을 추구하고, 어디에서건 다양한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디자인을 구현하려 한다면, 아우디의 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운전자가 보고 경험하는 환경과 정보, 인테리어 자재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윤 대표는 “HYA가 카 인테리어의 미래에 대해 연구한 적은 없지만, 무엇을 어떻게 디자인할까란 방법론에서 아우디와 분명히 공통의 공명(resonance)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너진 경계
어번 퓨처 어워드에서 HYA는 “New American Dream”이란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다. 디자인계의 ‘미래학자’로 명성 높은 존 타카라(John Thackara) 심사위원장에 따르면 2030년이란 시간적 조건 하에 적어도 한 가지는 현실화될 수 있고 사회, 경제 등 전반적 차원에 미칠 혁신적 영향력을 고려해 HYA를 선정했다.
New American Dream은 가정과 직장 등 삶의 공간과 이동의 혁신을 뜻하는 ‘공유의 길(Shareway)’을 메인으로 하는 미래 도시화 콘셉트이다. 기본적 아이디어는 개인 및 대중교통을 통합하는 새로운 유형의 이동성 플랫폼의 창조다. 이는 현존하는 교통, 네트워크 인프라의 흐름에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공유의 길은 도심 및 교외의 주거공간과 자동차의 공유에 대한 ‘공유의 공간(Sharestay)’, 공항, 철도, 항만 등 초대형 통합 터미널에 대한 ‘수퍼허브(Superhub)’,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도시 가변도로에 대한 ‘트리패널(Tripanel)’, 자원활용과 도시 농장에 대한 ‘공유의 농장(Farm share)’ 등 서브 콘셉트로 구성된다. 각각의 콘셉트는 특수한 테마를 반영하는 동시에 일부분에서 이동성 이슈와 연결된다.
윤 대표는 “우리는 2030년의 미래이동성에 대한 선견지명적인 디자인을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했고 하나의 비전으로 범위를 좁히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하나의 교통수단에서 다양한 교통수단 이용으로의 변화, 네트워크화 된 커뮤니티 내에서의 공유, 다면화되는 도로, 도시 재창조의 일환에서 고려되는 도시농업 등 다양한 경험을 매핑하면서 여러 테마, 트렌드, 시나리오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HYA는 스스로에게 어떻게 현재의 도시 모습이 조성됐는지, 어떻게 도시 문제 현상이 발생하게 됐는지를 묻고 답을 찾았다. 즉 현재로부터 미래를 추측했다. 작업은 보스워시(BosWash)와 미국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HYA의 사무실은 보스턴에 위치한다. 그러나 그들의 작업은 뉴욕과 워싱턴에서도 진행된다. 보스워시란 무엇인가. 1967년 미래학자 허만 칸(Herman Kahn)은 도시화(Urbanization)와 2000년대의 미국을 전망하며 프로비던스ㆍ뉴헤븐ㆍ뉴저지ㆍ뉴욕ㆍ필라델피아ㆍ볼티모어 등을 포함하는 보스턴에서 워싱턴까지 수직 400마일 이내의 동부연안 도시들이 성장하고 서로 연결 부착돼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를 형성할 것이라며 이를 보스워시라고 지칭했다. 이 지역에는 3억 5,000만 명의 미국 인구 중 5,300만 명이 거주하고, 지역 경제는 미국 전체 GDP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윤 대표는 “메가시티 지역에서 주민 수는 과거 600만 명이던 것이 무려 5,000만 명으로 불어났고, 사회적 법규를 예외로 할 때 인프라 네트워크 등은 거의 모두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보스워시의 계획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합된 도시들은 이동수단, 통신, 경제 등으로 서로 연결 구분되며, 지역적 유산은 I-95 주 고속도로와 함께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주민의 개별 인지지도는 여전히 보스워시 내 다양한 도시 거주지, 선거구, 주 경계와 같은 과거의 경계에 맞춰 조정되고 있지만, 삶의 경험 측면에서는 명확하게 공간적 경계가 보이지 않는 지형, 즉 정치적으로 타협된 지역적 매트릭스보다 경제권, 기후학적 지역, 통신 인프라, 이동수단과 교통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의 실패와 대안
현재 보스워시는 전통적 개념의 도시, 구시대의 꿈으로부터 건설되고 운영되는 인프라로는 더 이상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와 있다. 미국의 인프라는 실패했다.
주택개발 사업이 실패했고, 이동성 모델의 구축은 재정, 환경, 사회적 변화에서 그 기능을 상실했다. 윤 대표는 미국의 확대를 지탱하던 콘셉트가 왜 힘을 잃게 됐는가에 주목하며, 전업 주부 블루스, 식이장애, 로드 레이지(road rage) 등으로 대표됐던 전후 세대의 삶이 왜 구식이 됐는지, 정원과 두 개의 차고, 두 대의 차가 있는 교외의 주택과 풀 파티, 타파웨어, 바베큐 문화의 등장과 변화 과정을 살펴봤다. 또 건축학적으로는 비슷한 집들이 촌락을 이루는 랜치버거(ranchburger), 차에 탄 채로 쇼핑을 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단순한 박스형 인테리어로 물건을 진열하고 있는 빅박스 스토어(big-box store)의 등장과 변화의 필요성을 찾았다.
윤 대표는 “보스워시의 사람들과 공공환경의 ‘아메리칸 드림’은 이미 문화, 공간적 징후들과 소산에 의해 변형되고 있다”고 말했다.
HYA의 시각에서 보스워시에서는 구식이 돼 버린, 과거의 꿈에 의해 남겨진 인프라를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다양한 경로, 다른 궤도, 새로운 문화적 상상, 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조정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도로와 관련된 대안의 삶과 광범위한 도시의 영향을 상상하는 것은 뉴 아메리칸 드림의 또 다른 유형을 확대시킬 수 있다. 윤 대표는 “우리는 어떻게 스마트폰이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어떻게 사람들이 일하고, 놀고, 여행하고, 재창조하는 데 이 네트워크화된 정보와 커뮤니티를 활용하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또 집합적 소비문화와 공유문화에 주목했다”며 “사람들은 뭔가에 대해 공통으로 소비한다. 이에 따라 비용이 내려가고 더 많은 선택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음악, 영화뿐만 아니라 자동차, 바이크 셰어링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HYA는 사회적 트렌드와 자동차, 집, 인프라와 같은 도시의 모든 구성요소를 고려하고 어떻게 이런 것들이 이동성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공유의 길’을 상상해냈다. 이것은 도로와 교환 시스템(switch) 등 하드웨어 시스템의 네트워크화 뿐만 아니라 공유와 효율적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과 같은 소프트웨어 부문도 포함한다. 윤 대표는 “발견은 개인 이동수단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의 생성에 관여하는 로컬 스테이크 홀더들의 증강 인프라 전략으로부터 구현될 수 있다. 교통 분기에 대한 새로운 플랫폼 개념에서 I-95 커리돌(corridor)은 현 플랫폼으로서의 I-95의 한계 또는 인프라적 퇴보의 문제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보스워시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YA는 I-95 플랫폼이 모든 유형의 교통을 450마일 내에서 하나의 동맥으로 연결하는 것을 제안했다. I-95는 일종의 거대한 튜브로 고속철도, 지역 철도 및 화물, 지하철, 도로교통, 공유교통을 통합한다. 또 교통뿐만 아니라 ‘공간의 공유’, ‘농장의 공유’와 같은 개념을 포함한다. 도로, 교통수단, 사람은 서로 네트워크화돼 있고 지능화돼 에너지 및 사용의 효율성, 안전성,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를 두루 향상시킨다.
윤 대표는 “미래에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제안 범위는 매우 광범위했다. 크기로 따진다면 수퍼허브는 뉴저지 뉴와크(Newark) 공항만큼 크고 작은 것은 트리패널만하다”고 말했다.
전기 등 에너지, 도로 등 유형 인프라 자원을 더욱 지능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HYA의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광범위한 용인이 필요하고, 그 이상의 강력한 국가적 비전이 요구된다. 윤 대표는 “오바마는 도로, 철도, 대중교통에 7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것은 아이젠하워 주간고속도로체계(Eisenhower Interstate Highway act)만큼이나 큰 비전이다. 이같은 프로젝트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디자인과 정치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작업
HYA는 아우디와의 작업을 통해 단지 4~5개의 도시이동성 아이디어만을 공개했지만 6개월간의 연구과정에서 더 많은 콘셉트를 탄생시켰다. 예를 들어 이는 주차, 공원, 다리, 고층 빌딩 등에 대한 것이고, 이들은 현재 ‘시티 도시에(City Dossier)’라 불리는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더욱 구체화돼 가고 있다.
보스턴과 뉴욕은 도시이동성 계획, 교통과 자전거, 접근성에 대해 매우 깊은 관심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HYA는 이같은 미래 플랜에 동참하고 싶어한다. 윤 대표는 “HYA는 통근자, 보행자, 자전거, 자동차 등 다양한 사람과 교통수단이 모이는 보스턴의 이름난 공공장소에 대한 특수 프로젝트를 보스턴 시와 진행 중”이라며 “현재 초기 단계에 있지만 도시이동성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고 실제 이것이 거대한 테스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HYA는 보스워시뿐만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그들의 잠재적이고 모범적 미래 디자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윤 대표는 “우리는 세계 도시의 건축학적 변화에 높은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다. 한국을 예로 든다면 서울은 특히 첨단 도시 상황정보(hyper urban context)에 대한 벤치마킹 대상이며, 예를 들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이동성 콘셉트의 시도가 이미 이뤄줬다고 본다”며 “우리는 한국 도시들의 향상된 도시 상황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많은 것을 배우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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