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튜닝시장의 튜닝
정부, 카 메이커와 튜닝회사의 가교돼야
2013년 11월호 지면기사  / 글│차 지 원 대표이사 아승오토모티브그룹



정부가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제 “어떻게 자동차 튜닝시장을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아승오토모티브그룹의 차지원 대표가 독일의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과정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점을 이야기한다.


차 지 원 대표이사 아승오토모티브그룹


피해 없는 튜닝

최근 정부가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튜닝시장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자원통상부는 규제개선책과 산업지원 방안을 찾고 있고, 정부 산하에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가 발족하는 등 튜닝시장에 대한 “튜닝”이 시작됐다. 국내 튜닝산업은 그 동안 방치된 상태에서 음성적으로만 커져왔기에 정부의 개입 발표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자동차 튜닝시장을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이 글에서 독일의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과정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자동차 튜닝시장은 그 범위가 매우 광대하다. 튜닝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썬팅, 오디오 교체, 외장관리, 에어로다이나믹, 서스펜션, 엔진 튜닝, 휠, 타이어 교체 등 카 메이커가 생산한 차량 제품에 무언가 변형을 가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는 튜닝시장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튜닝시장 활성화의 목적을 명확하게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가 만족하는, 피해가 없는 튜닝”이다. 튜닝시장 활성화는 소비자들의 튜닝 욕구 충족에서 출발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자신의 차를 튜닝했을 때, 그 값어치만큼의 만족도와 품질, 안정성, 그리고 사후관리 등이 보장이 돼야 지속적인 튜닝시장의 활성화가 가능하다.


라이프스타일의 충족과 기술 향상


튜닝시장 활성화에 대해 유럽, 특히 독일의 경우는 수십 년 전부터 고민했었다. 자동차 튜닝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독일 정부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 기둥 산업인 자동차 제조업에 초점을 두고 자동차 제조사 지원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런데, 독일 정부는 30여년 전부터 자동차 튜닝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국민들에게 자동차 튜닝은 자동차를 사랑하고 자동차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다는 점, 그리고 튜닝시장 활성화가 제조사의 기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1980년대에 독일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분야에 튜닝을 포함시키면서, 1987년 브라부스(BRABUS)를 중심으로 구성된 ‘독일 자동차튜닝 협회(VDAT)’의 설립을 허가했다. VDAT는 카 메이커의 추천과 소비자들의 수요를 참고해 회원을 가입시켰다. 이렇듯, 정부, 제조사, 튜닝회사, 소비자가 다같이 호흡할 수 있는 협회를 만들었고, 자동차 산업 전반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협회로 만들어 왔다.
자동차 제조사와 튜닝회사는 같은 자동차 산업에 있으면서도 서로 협력하기에 힘든 구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 독일은 정부가 개입해 다양한 행정적 지원이나 서로 융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고, 서로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졌다.
이 모든 결과의 중심에는 단 한 가지 원칙,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튜닝”을 충족시켜 주자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즉 튜닝은 소비자의 수요이며, 이 수요를 잘 이용한다면, 자동차 제조사의 매출 증대와 기술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어, 모든 것의 결과 혜택은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독일 정부는 적극적으로 튜닝시장에 개입했지만 무분별하게 튜닝을 권장하고 지원한 것은 아니다. VDAT 가입은 어떤 회사에게나 열려 있지만, 협회에 들어가기 위한 인증 절차가 놀랄 만큼 까다롭다. 그러나 협회에 들어가면, 협회 가입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권장할 정도로 협회 회원들의 제품에 공신력을 제공한다. 이런 제도라면, 카 메이커들도 튜닝협회에 가입된 회사들과 협력해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가는데 이의가 없다.






믿고 맡길 수 있는 회사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과 튜닝회사의 협력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메르세데스 벤츠와 브라부스는 좋은 예다. 브라부스는 현재 벤츠의 전문 튜닝회사이면서 독일에서 가장 큰 벤츠 공식 서비스 센터를 갖고 있다. 카 메이커가 튜닝사에 공식 서비스 센터를 내준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벤츠에 대한 모든 기술적 노하우와 비밀 프로젝트를 튜닝사에게 오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BMW는 AC슈나이저(AC-SCHNITZER)를 공식 파트너로 선정하고 있다. AC슈나이저 또한 독일에서 가장 큰 BMW 딜러십과 서비스 센터를 갖고 있으며, 심지어는 독일 BMW 매장에서 AC슈나이저 제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또 이 회사는 BMW의 공식 레이싱팀을 가지고 있다. 이 팀은 지난해 세계 3대 레이싱 경기인 DTM에서 우승해 BMW의 명성을 빛내기도 했다.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은 압트(ABT)를 파트너로 두고 있다. 압트와 아우디는 100년이 넘는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 압트는 현재 아우디의 공식 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카 메이커의 공식 레이싱팀을 튜닝회사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눈 여겨 볼 일이다. 자동차 제조사와 튜닝회사가 레이싱에 참여하는 이유는 홍보나 돈벌이 수단만이 목적이 아니다. 레이싱을 통해 극한의 자동차 기술을 시험하는 장이며, 이를 통해 기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 각 제조사들이 준비한 기술력을 서로 경쟁을 통해 비교해 보는 좋은 기회다. 이런 레이싱팀을 튜닝회사에 맡긴 것은 기술력을 공유할 정도로 제조사와 튜닝회사의 협력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 브라부스, AC슈나이저, 압트를 제외한 다른 많은 튜닝회사들은 어떤 형태로 유지되고 있을까. 다른 튜닝사들은 한 가지 튜닝제품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공신력을 얻고 협회의 일원이 되려고 한다.
위에서 말한 카 메이커 3사가 꼭 하나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필요에 따라 몇 개의 파트너를 만들 수도 있다. 튜닝회사가 정부의 승인을 받기까지는 물론 제품의 신뢰도가 우선이지만, 사후처리와 지속적인 발전에 필요한 규모, 자금력 등도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튜닝회사들은 기술력과 재무 조건을 갖추기 위해 활발한 산업 활동을 한다. 이런 자유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산업이 살아 숨쉬고, 경제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튜닝시장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카 메이커와 튜닝사의 가교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소비자가 만족하는, 피해가 없는 튜닝” 원칙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이 원칙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은 독일의 사례에서 봤듯이, 정부가 앞장서서 자동차 제조사와 튜닝회사 간의 가교 역할을 할 때 가능하다. 또 자동차 제조사들도 소비자들의 튜닝 욕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튜닝회사에 기술협력과 레이싱팀 운영 제안을 맡겨주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매출액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세계 정상급의 수준에 올랐다.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펀 드라이빙’, 튜닝 욕구 충족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한다면, 그 혜택은 제조사에게도 돌아올 것이다.
튜닝시장 활성화는 자동차를 튜닝할 때처럼, 어느 하나만 튜닝해서는 그 밸런스를 잃게 된다. 정부, 협회, 제조사, 튜닝기업, 소비자가 다 같이 협력하여 유기적으로 진행한다면 그 효과가 더욱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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