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스위스의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린스피드가 첨단기술, 새 시대의 HMI 요구를 반영한 자율주행 콘셉트 카 ‘엑스체인지’를 공개했다. 차가 알아서 주행하기 때문에 엑스체인지의 디자인 콘셉트는 운전 대신 다른 해야 할 일, 편안한 휴식 등에 포커스하고 있다.
『차에서 내린 그가 공항 게이트를 막 빠져나온 그녀를 맞는다. 차를 출발해 얼마쯤 달리니 대시보드 상단을 가로지르는 긴 디스플레이 중앙에 ‘500 m 전방 블랙아이스’란 경고 문구가 뜬다. 차 대 차, 차 대 인프라 통신(C2X) 등 다양한 통신기술로 차가 외부세상과 연결돼 있어 유용한 정보 검색이나 서비스는 물론 민감한 도로안전 경보도 즉시 받을 수 있다. 차에는 각종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이용한 운전자 지원 장치(ADAS)가 장착돼 있지만, 경고를 통해
그가 더 도로에 집중하고 직접 휠을 잡으니 걱정이 없다.
그녀는 아이폰을 오버헤드 콘솔에 가깝게 가져가는 동작만으로 아이폰을 무선으로 동기화해 인카 오디오를 플레이시킨 후 시트를 180도 돌려 그를 마주볼 수 있게 앉는다. 그녀의 마음의 알아챘다는 듯 그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교외 길로 차가 접어들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휠을 차 중앙으로 보낸다.
스스로 주행하는 모드로 전환되면서 편안한 자세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그녀와의 대화에 집중한다. 차가 자율주행하는 동안 그가 전방도로에 신경 쓴 것은 공사구간 경고가 있은 잠시 동안뿐이다. 대화가 길어지고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커플은 이제 시트를 완전히 뉘여 다리를 쭉 뻗고 뒷자석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고, 또 게임을 즐긴다』
린스피드(Rinspeed)의 프랑크 M. 린더네흐트(Frank M. Rinderknecht) CEO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여행은 더 이상 운전자가 전방도로를 주시할 필요가 없도록 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차에서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이 다가와 있다. 메이저 카 메이커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막바지 작업에 열을 올리는 동안, 스위스의 아이디어 뱅크 ‘린스피드’는 미래의 라이프스타일과 자율주행의 특징을 반영한 콘셉트 카를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시켜 그 실체를 짐작해볼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가 가정, 사무실 등 생활공간의 일부, 연장이 되어 간다는 스마트 카에 대한 그동안의 카피나 슬로건이 틀림없음을 보여줬다.
린스피드가 던진 미래에 대한 질문은 “안전, 편의, 소통 등 과거 운전자와 차간에 있었던 문제에서 벗어난 만큼 차 내에서 시간 활용을 효율화화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내부 디자인에 반영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이런 고민으로 탄생한 것이 엑스체인지(XchangE)라 명명된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S 기반의 전기 투어링 세단이다. 4erc가 엔지니어링을, 에소로(Esoro)가 제작을 맡았다.
린더네흐트 CEO는 “엑스체인지가 테슬라 전기차를 기반으로 제작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정치적으로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플랫폼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이고, 둘째는 승객을 고려할 때 프론트 시트가 뒤쪽을 바라보도록 완벽히 회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평평한 플로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테슬라 모델 S는 이 두 가지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엑스체인지 프로젝트는 테슬라의 어떤 지원도 없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클래스
엑스체인지는 메이저 항공사가 제공하는 편안한 1등석 혹은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연상시키는 완전히 새로운 시트, 정교하고 심리스한 기능성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혁신적인 엔터테인먼트, 안전 및 서비스 기능과 완전히 새로운 운영 및 디스플레이 개념이 추가됐다. 이를 통해 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동안 탑승자는 매우 편안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볼 수 있다. 운전자를 포함한 모든 승객이 다양한 미디어를 즐기거나 인터넷에 접속해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린더네흐트 CEO는 “시트에서 중요한 것은 경량이면서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인 165도까지 각도가 조절되는 것이다. 스위블링과 레그레스트(leg-rest)도 제공된다”고 말했다.
시트 관련 기본 아이디어는 세계 최고의 메디컬 보철 제조, 모빌리티 시트 제작사인 오토 복(Otto Bock)이 제공했다. 즉, 틸팅(tilting), 스위블링(swiveling) 등 유연한 맞춤화로부터 시트 제작이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엑스체인지의 좌석은 180도 회전할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인 20개 이상의 시트 배치 및 조정(seating arrangements) 능력을 갖게 됐다.
자율주행 동안 승객의 편안한 휴식 또는 다양한 기능 이용을 위해서는 스티어링 휠의 재배치가 필요했다. 특히, 공간적 여유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마치 영화 토탈리콜(2012)의 호버카처럼 스티어링 휠 위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움직이는 운전대
린더네흐트 CEO는 “미래의 스티어링에서 제동과 가속까지 바이 와이어 기술에 의해 가능해질 것인데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라며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수십 년이 지나면 스티어링 휠이 차에서 사라질 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려면 사람들의 기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휠은 조지 피셔 오토모티브(Georg Fischer Automotive)의 바이오닉 디자인과 혁신적인 경량 스티어링 컬럼을 통해 좌측 운전석에서 대시보드 중간 지점으로 간단히 옮겨져 운전석이 180도 회전해 뒤를 볼 때 최적의 휴식,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최신 제트기에서 볼 수 있는 이같은 최첨단 기술은 독일 스웨비안의 기업 파라반(Paravan)이 지닌 멀티 리던던트(multi-redundant) 스티어 바이 와이어 기술(steer by wire)로 가능해졌다. TRW의 경우엔 미래형 스티어링 휠의 림에 핸드온 인식, 드라이브 모드 매니저 디스플레이 등의 새로운 HMI, 환경조명과 투명 다기능 키 등의 혁신을 추가했다.
TRW의 귀도 히르츠만(Guido Hirzmann) 책임은 “자율주행 시대의 자동차 기능은 더욱 전자화돼 있을 것이고, 전자화된 스티어링 휠에도 더 많은 기능이 통합될 것”이라며 “휠은 공간과 인테리어의 유연성 확보를 돕도록 설계되고, 전기차이기 때문에 센터 콘솔이 제거되면서 기어시프트 등도 휠로 통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가 자율주행 모드에 있으면 스티어링 휠 꼭대기에 ‘autonomous’를 의미하는 A자가 점등된다. 자율주행을 하다가 운전자의 손이 휠에 닿으면 ‘manual’의 M자가 나타나고 제어권을 반환할 준비를 한다. 운전자가 버튼을 눌러 반환을 수락하면 비로써 수동운전이 시작된다. 수동운전은 운전자가 운전의 재미를 즐기거나 블랙아이스, 긴급공사와 같은 만일의 상황에 직접 대응해야 할 때 선택하게 된다. 수동전환의 필요성을 알리는 경고 신호는 관련 메시지의 디스플레이와 소리로 한다.
히르츠만 책임은 “콘셉트 카는 스티어링 휠의 역할에 대한 재정의이기도 하다”며 “차가 진화하면서 기술은 주행 태스크를 줄이고 편의 측면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자율주행에서 승객은 새로운 조작, 콕핏 디스플레이 콘셉트를 통해 사실상 거의 모든 자세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다양한 할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린더네흐트 CEO는 “운전의 즐거움을 원한다면 수동운전이 필요할 것이다. 이점을 제외할 때 장기적으로는 스티어링 휠이 필요 없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풀 자율주행차가 모든 도로, 어떤 곳을 가더라도 100% 완벽한 자율주행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에 자율주행의 성숙 단계를 고려해 수동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달리는 극장
승객, 심지어 운전석의 탑승자도 뛰어난 영상, 고품질 사운드, 독서, 웹 서핑, 게임, 영화를 보고, 사무적 업무나 미팅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엑스체인지의 이런 구현 중심에 인포테인먼트 스페셜리스트인 하만(Harman)이 있다.
린더네흐트 CEO는 “모든 인포테인먼트는 하만이 제공했다. 새 콘셉트는 HTML5, 해커의 공격을 차단하는 완전히 새로운 차세대 확장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내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 탑승자 지원 및 서비스 등 수많은 기능을 총 4개의 스크린을 통해 제공한다”고 말했다.
스티어링 휠 뒤 1.2 m의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길게 횡으로 가로지르는 스크린 포맷 내에서 주행, 경로, 안전과 관련된 돌발 상황 등 중요 주행정보를 제공한다. 또 앞좌석에는 각각 2개의 태블릿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실내 뒤쪽의 32인치 4K 모니터는 온디멘드 UHD 무비와 함께 엑스체인지를 달리는 극장으로 변신시킨다. 조작들은 음성 또는 간단한 제스처 등과 같은 인터페이스들로 한다.
엑스체인지는 외부세계와도 완벽히 연결됐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는 C2X 통신에 대한 중요 실시간 센서 데이터의 통합은 LTE 모듈, 클라우드 환경에서 이뤄진다. 도이치텔레콤과 그들이 제공하는 LTE 네트워크는 특히 안전한 보안통신을 제공한다.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다른 차량 시스템을 통해 차에 들어오는 다양한 데이터는 도이치텔레콤의 표준화된 ‘Business-to-Car(B2C)’ 플랫폼을 통해 수집, 편집, 분석된다.
수많은 온라인 데이터 소스에의 지능적 연결은 루트와 주행 프로파일에 따른 경고 메시지, 추천 등과 같은 여행에 특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창조하고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또 더 많은 차량과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이 카 메이커가 제공하는 자체 B2C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화되고 추가적 안전과 편의의 혜택을 더할 것이다.
모바일 오피스
린더네흐트 CEO는 “엑스체인지가 예를 들어 비생산적인 고속도로에서의 주행과 같은 ‘지루함’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이런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교통수단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은 기차여행과 같은 편의와 여유를 제공하면서도 포인트 투 포인투(point-to-point)란 큰 장점을 추가한다”고 말했다.
엑스체인지는 ‘달리는 사무실’이기도 하다. 120 km/h로 차가 자율주행하는 동안 최대 4명의 파티가 신선한 이탈리안 아미치(Amici)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파일을 정리하거나, 중요한 미팅을 가질 수 있다.
엑스체인지의 개발에서 스위스의 리저스(Regus) 매니지먼트와 리서치는 특히 달리는 사무실이란 내적 가치에 포커스했다. 리저스는 전 세계 100개국, 1,800곳 이상에 사무실 렌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미래 디지털 사회에 대응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자율주행과 엑스체인지를 명백하게 미래 모바일 오피스로 규정한 리저스는 컨퍼런스 센터, 여행에 대한 미래 가능성을 내다봤고, 이같은 결론 도출은 자율주행에 의해 영향 받을 디지털 사회의 변화에 대해 연구해 온 뒤셀도르프의 유명 컨설팅사 A.T 커니(A.T. Kearney)에 기반했다.
린더네흐트 CEO는 “기차처럼 4명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지만, 실제로 이런 미팅은 덩치가 아주 큰 승객이 아닐 때 간신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기반 운전자 인식
엑스체인지는 운전자 인식을 위해 RFID 기술을 이용한다. 포크리프트 제작사인 린데 머티리얼 핸들링(Linde Material Handling)이 제공하는 지능형 액세스 컨트롤 시스템은 운전자 또는 교체된 운전자에 대한 중요 인식 기능을 담당한다.
린데 머티리얼 핸들링의 포크리프트와 다른 자재들을 다루는 장비들은 이미 클라우드 기반에서 네트워크화 돼 있고 센서와 차량 컨트롤 시스템의 기술적 통신 신호, 데이터 로그인 유닛, 트랜스미터로 상시 연결돼 있다. 또 ‘커넥트’라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예를 들어 플릿 오퍼레이터와 같은 모든 운용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생성이 가능하다.
첨단, 럭셔리한 룸
스탈런헤스(Str둯le+Hess)는 미래적이고, 전위적 인테리어 콘셉트를 개발해 엑스체인지의 인테리어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블루와 그레이톤 그라데이션 직물은 편안함을 주는 해양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안정적이고 차분한 컬러를 통해 주행 중 승객들에게 마음의 여유와 평안함을 불어 넣는다. 스탈런헤스는 직물 개발에서 특히 터치와 촉감에 포커스했다. 원단은 다양한 휴식 공간의 특성에 맞춰 개별적으로 선택했다. 메리노 울(Merino wool)과 실크와 같은 원재료를 사용했고, 이런 원단을 오스트리아 브레겐즈(Bregenz)의 숄러(Shoeller) 방적공장을 통해 제공받았다.
이보닉 인더스트리(Evonik Industries)의 혁신적인 플랙시글라스(Plexiglas) 루프는 엑스체인지의 미래적 이미지를 한층 높였다. 플랙시글라스는 무지개 빛 레디언트 표면 코팅과 광택을 특징으로 한다. 또 ‘엔드라이튼(EndLighten)’ 헤드라이너 내의 개별적으로 제어되는 358개 LED와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98개 라이트도 매우 독창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혁신적 LED 기술은 스위스의 바이드만 플라스틱 테크놀로지(Weidmann Plastics Technology)가 제공했다.
프론트와 리어 페시아, 록커 패널과 리어 스포일에 추가된 플랙시글라스는 맨소리(Mansory)와 이보닉 케미컬 그룹이 제공했다. 시카(Sika)의 실런트, 화학 접착제를 사용해 마운트하기 전에 게스타흐트(Geesthacht)의 KDR로부터 강화 처리를 받았다.
슈투트가르트의 이버스푀허(Ebersp둩her)는 하이엔드 PTC 히터를 제공해 엑스체인지 전기차에 사전난방(pre-heating) 기능과 스마트폰 앱 컨트롤 기능을 부여했다. 지능형 출력 컨트롤 기능을 지닌, 효율적이고 콤팩트한 이버스푀허의 PTC 쿨런트 히터는 중량이 2 kg 정도이고, 히팅 출력은 최고 7 kW다.
이버스푀허의 클라우스 비츠(Klaus Beetz) 박사는 “시스템은 하나의 전기 고압 히트에서 보조난방과 사전난방 기능을 결합한 최초의 사례”라고 자랑했다.
이동 가능한 스티어링 칼럼 위의 오토매틱 시계를 위한 와치와인더(watch winder)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더 중 하나다. 칼 F. 부셰러(Carl F. Bucherer)의 파트라비 트레블텍(Patravi TravelTec) 손목시계가 이 투명 와인더 글로브 내에 놓인다. 차가 정차해 있으면 전기 모터를 이용해 글로브를 돌려 시계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테슬라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엑스체인지에는 보벳(Borbet) 휠이 장착됐다. 경량, 고성능 휠 스페셜리스트 보벳은 리플레틱(Reflectic) 표면처리가 된 20인치 알로이 BLX 휠을 제공했다.
엑스체인지의 개발자들은 자율주행차가 기차, 비행기, 장거리 코치 등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할 때에 더 매력적인 개인의 여행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린더네흐트 CEO는 “센서 시스템과 컴퓨터가 목적지에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나를 데려다 주는 동안 최고의 환경에서 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음껏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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