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전기이동성 법 제정에 나섰다. 발표된 초안에 따르면 전기차의 범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했고, 기존 차량과 식별을 위한 특별번호판 제도을 도입, 주차 및 버스전용차선 허용 등 각종 제도적 지원을 통한 보급 활성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말 독일 내각 3기가 출범했고 여러 정부 부서 명칭과 담당 업무의 변동이 있었다. 연방교통건설도시개발부(BMVBS)가 연방교통 및 디지털 인프라부(BMVI)로 개정됐고, 연방 경제기술부(BMWi)는 경제에너지부로 변경되며 기존 연방 환경부에서 담당하던 에너지 분야 관련 업무를 모두 이관 받았다. 특히 교통 및 인프라부(교통부로 칭함)에 부임한 알렉산더 도브린트(Alexander Dobrindt) 장관은 고속도로(아우토반) 통행료 신설1)과 함께 전기자동차 촉진에 대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8월 교통부를 중심으로 연방 경제에너지부(BMWi)와 연방 환경부(BMUB)를 비롯한 관계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전기이동성(E-Mobility)에 대한 현행 지원제도를 포함한 포괄적 전기이동성 법(Elektromobili taetsgesetz, EmoG) 제정을 추진하기 위한 회동을 가졌다.
법 제정 배경
전기이동성 확대에 대한 독일 정부 및 관계 부처의 노력은 이미 수년 전부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행돼 오고 있다.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100만 대 보급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난 2010년부터 시행했고 이를 위한 단계별 정책을 발표했다. 또 2012년부터 남서부 바덴-뷔템부르크(Baden-W웪temberg) 주, 남동부 바이에른(Bayern), 동부 베를린/브란덴부르크(Berlin/Brandenburg) 주 및 니더작센(Niedersachen) 주를 대상으로 전기자동차 시범운영 지역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건설교통부(현재 교통 및 인프라부) 역시 모델 지역을 운영하고 있다(그림 1).
그러나 독일 자동차청(Kraftfahrt-Bundesamt, KBA)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4년 1월까지 등록된 순수 전기자동차는 1만 2,156대에 불과하다. 2020년 100만 대 보급 달성을 위해서는 2014년 보급량이 10만 대 수준은 됐어야 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8만 5,575대, 충전 설비는 총 4,454대로 집계됐다(그림 2). 한편 유럽의 이웃인 노르웨이는 전체 자동차 신차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카가 6.1%를 점유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5.6%, 프랑스가 0.8%를 마크하고 있다. 독일은 고작 0.2%다.
독일 국민들이 전기자동차의 친환경성이나 경제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시장 확대가 더딘 이유는 유럽의 이웃들,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구매 보조금 혜택이 독일에는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OEM이나 전기이동성 관련 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혜택은 자동차세 10년 면제가 전부다2)(지방 자치 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지원 제외).
전기자동차 구매자 입장에서는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이라는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대책이 미비하기 때문에 구매가 지지부진하고, 따라서 독일 정부의 최종 목표인 2030년 전기자동차 600만 대 보급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자동차법 개요
현재 전기자동차법은 초안 수준에서 작업이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어느 정도의 개정이 재차 이뤄질 수도 있다.
발표된 초안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의 범위에 순수 전기자동차,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비롯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포함됐다. 순수 전기자동차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만으로 5년 후인 2020년까지 100만 대 보급이 어려운 만큼 전기자동차의 범위를 보다 확대한 것이다. 또 전기자동차법에는 전기자동차 범위의 확대와 함께 기존 차량과 식별을 위한 특별 번호판 제도 도입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각종 지원 제도 혜택(주차 혜택, 전용차선 운행 혜택 등) 우선순위를 부여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국가 전기자동차 플랫폼(NPE)에서 기업 및 연구기관 등을 포함한 법인 보유 전기자동차에 대한 특별 감가상각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고, 전기자동차 분야를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 지원 및 충전소 설치와 관련 행정 프로세스를 단순화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키로 했다.
전기이동성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전기이동성에 대한 정의부터 전기이동성(주로 전기자동차)을 대상으로 한 무료 주차장, 버스전용차선 주행과 같은 주행과 관련된 간접 지원 정책과 충전시설 관련 인프라 지원 정책, 그리고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 분야를 비롯해 독일 재건은행(Kreditanstalt fuer Wiederaufbau, KfW)을 통한 전기자동차 구매자금 저금리 대출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계점
초안에서 규정한 여러 지원 혜택은 향후 각 지방자치 단체에 위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자동차 산업계를 대표하는 VDA는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나 관련 산업의 성장 관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시행의 주체가 지방자치 단체에 위임되기 때문에 제한된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주차나 전용차로 이용 문제가 16개 모든 연방 주에서 공통으로 실행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도시 및 권역 별로 운영되는 대중교통 업계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특혜나 주차장 혜택을 부여하기에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했다.
현재의 기술적 한계나 기존 차량과는 전혀 다른 연료를 통해 주행하는 새로운 형식인 만큼 전기이동성의 보급과 활성화는 대량생산으로 인한 가격 하락 전략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충전설비가 갖춰져 있다고 해도 기존 차량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 짧은 주행거리, 과도한 충전시간 등 법/규제 이외의 제한사항을 적어도 구매자 수준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 독일이 발표한 전기자동차법 초안은 전기자동차의 정의와 직접, 간접적 지원 정책을 과거 지방자치 단체에 제한적으로 적용했던 것에서 국가 차원으로 격상시켰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주/
1.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나 지난 10월 30일 독일 고속도로(아우토반)를 이용하는 내/외국의 모든 차량에 연간 최대 130유로 정도의 통행료 부과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로 공표.
2. 2012년 자동차 세법 개정으로 배기량 및 km 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2013년 독일 전체 승용차량 평균 배기량은 1,732 cc이고,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7 g/km이다. 연간 자동차세는 약 90유로 수준이기 때문에 10년 간 세제 혜택을 받는다 해도 불과 900유로 수준(약 120만 원)으로 미미하다(전기자동차/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욱 낮기 때문에 동일 배기량에 90 g/km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36유로에 불과).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