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재해 중에서 제 1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추돌에 의한 사고이다. 추돌이 발생하면 운전자의 두부는 급격하게 뒤쪽으로 흔들려 이로 인해 채찍질 증후군이 발생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채찍질 증후군 대책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추돌 전에 작동하는 새로운 방식의 ‘액티브 헤드레스트(Active Headrest)’가 등장하는 한편 자동차 메이커들이 채찍질 증후군 경감 시트를 표준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추돌을 당했을 때 관성력에 의해 운전자의 몸이 좌석에 가하는 압력의 작용으로 작동한다. 이 힘이 좌석에 내장된 케이블 등을 통해 헤드레스트가 비스듬하게 위쪽으로 올라하게 하는 힘으로 변환되는 기구다.
자동차 사고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추돌사고로 인한 부상의 약 90%가 채찍질 증후군이라고 한다. 새로운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도요타가 2006년 9월에 발매를 시작한 렉서스의 최고급 세단인 LS460에 사용된 ‘프리크래시 인텔리전트 헤드레스트(Pre-crash Intelligent Headrest’(그림 1)이다. 기존의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추돌 시 헤드레스트가 이동한다.
반면 이 기술은 추돌이 발생하기 전에 운전자의 머리위치에 맞도록 시스템이 작동하여 안전성을 높인다. 기존에는 추돌 후에 작동하는 타입밖에 없었기 때문에 안전성 향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표준 탑재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2005년까지 전 차종에 액티브 헤드레스트의 탑재를 마쳤으며, 혼다는 2005년 9월부터 시빅(CIVIC)과 CR-V 등에 탑재를 시작했다. 일본 다이하츠공업(Daihatsu Motors)은 최신 경자동차 ‘미러’에도 채용하는 등 차종을 확대하고 있다.
시트의 안전성 강화 배경에는 해외에서의 법제화와 업계 단체에 의한 어세스먼트(시험·평가)의 움직임이 영향을 주고 있다(표 1). 세계에서 발빠르게 법제화한 나라는 미국이다. 2008년 9월 채찍질 증후군 피해를 억제하기 위해 두부와 헤드레스트의 거리 등을 정한 FMVSS202a가 시행된다. 미국이 법제화하면서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시기는 미정이지만 법제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어세스먼트에 대해 스웨덴의 보험회사 Folksam 사나 미국의 보험회사 단체인 IIHS 등이 시트의 안전성을 독자적으로 평가했다. 2010년경까지는 유럽의 EuroNCAP(유럽 신차 평가 프로그램)이나 일본의 JNCAP(자동차 어세스먼트)도 시험·평가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EuroNCAP은 유저의 인지도가 높은 만큼, 자동차 메이커는 채찍질 증후군 대응의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 시트는 구상이나 작동방법에 따라 다음 4종류로 나뉜다(그림 2).
(1) 추돌 전에 작동하는 최신 타입
(2) 추돌 시 헤드레스트가 앞으로 나오는 액티브 헤드레스트 타입
(3) 추돌 시 등받이가 이동하는 타입
(4) 추돌 시 가동부가 없는 보통 시트이면서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 기능을 갖춘 타입
여기서는 (1)-(3)까지의 가동부를 가진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 시트를 주로 살펴본다.
닛산, 전 차종 표준 탑재
일본에서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처음 도입한 회사는 닛산자동차다. 98년 9월에 발매한 고급 세단 시마(CIMA)에 도입했고 현재는 소형차 마치(March)와 노트(Note)를 포함한 전 차에 표준 탑재하고 있다. 닛산은 탑재 차종과 빠른 대처 시기에서 타사보다 한발 앞서 있다.
기본적인 기구는 추돌 시 등받이에 걸린 하중을 살려 지레의 원리로 헤드레스트를 앞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당초 미국 델파이(Delphi)의 특허를 사용했으나, 델파이가 시트 사업을 세계 최고의 자동차 내장재 공급업체 중 하나인 레어(Lear Corporation) 사에 매각해 현재는 레어 사의 특허를 사용하고 있다. 혼다는 2005년 9월 발매한 세단 시빅에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처음 채용했다(그림 3). 닛산자동차보다도 7년이 늦은 도입이었지만 기술적으로는 크게 진보했다. 등받이 속에 있는 상체의 하중을 받아주는 부품을 닛산보다도 아래쪽으로 배치해 폭넓은 체격에 대응한 것이 특징이다. 또 하중을 받고 있는 동안은 헤드레스트가 앞으로 나와 있는 것처럼 관성 록(lock) 기구를 채용하여 안전성을 높였다.
관성 록 기구는 진자(흔들이)의 움직임을 이용한 것이다. 진자의 추가 추돌을 당했을 때 앞으로 움직여 액티브 헤드레스트의 기구와 맞물린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나온 헤드레스트가 머리를 받쳐 주게 된다. 추돌에 의해 시트에 미치는 충격이 작아지면 진자의 추가 원래 위치로 돌아가 록이 해제된다.
관성 록 기구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비교하면, 추돌 직후에 헤드레스트가 두부에 맞기까지(추돌 후 60~100ms 정도)는 같은 힘이 드는데, 관성 록 기구가 없는 경우는 헤드레스트가 바로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 때문에 두부가 후진해서 채찍질 증후군 피해가 일어나기 쉽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그림 4).
안전성과 쾌적성 동시 추구
혼다는 액티브 헤드레스트 채용 이전에도 채찍질 증후군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2001년 6월 발매한 소형차 FIT에 채찍질 증후군 경감 시트를 도입했다. 언뜻 보면 보통 시트이지만 기존 시트에 비해 헤드레스트를 약 3cm 앞에 배치해 추돌 시 머리의 이동거리를 줄였고, 등받이로 상체의 하중을 받기 때문에 시트 중앙 옆에 배치한 철사를 보다 뒤쪽에 배치했다.
혼다가 액티브 헤드레스트의 도입에 착수한 것은 채찍질 증후군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추돌 시 두부와 헤드레스트의 거리를 가능한 짧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운전자의 자세는 천차만별이다. 앞으로 기울여서 운전하는 사람은 두부와 헤드레스트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통상적인 채찍질 증후군 경감 시트로는 대책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추돌 시 반드시 헤드레스트가 앞으로 이동하는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보통의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 시트의 헤드레스트를 더 앞으로 배치하는 선택도 있지만, 일반적인 시트에서 헤드레스트를 앞으로 너무 내면 쾌적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혼다의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추돌 시 앞으로 7cm, 위로 2cm 이동하여 두부의 이동을 줄인다.
이외에도 일본에서는 후지중공업이 2002년 2월에 발표한 ‘포레스터’에서, 다이하츠공업도 2000년 8월에 발매한 ‘YRV’에서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채용했다. 유럽에서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BMW가 각각 NECK-PRO, Active Head Restraints의 명칭으로 실용화한 예가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시스템은 추돌이 발생하면 센서가 이를 검지하고 헤드레스트에 들어 있던 스프링을 개방시켜 헤드레스트가 앞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BMW도 센서로 추돌을 검지하지만 헤드레스트 내의 피스톤을 화약으로 폭발시켜 헤드레스트를 순간적으로 앞으로 나오게 하는 구조다.
등받이를 움직인다
채찍질 증후군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서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도입하는 메이커는 많지만, 등받이를 움직여서 피해 경감을 모색하는 예도 있다. 스웨덴 볼보(Volvo)와 영국 재규머(Jaguar)는 스웨덴 오토리브(Autoliv) 사의 기구를 이용하여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 시트를 실용화하고 있다(그림 5).
볼보의 WHIPS(Whiplash Protection System)은 등받이와 좌면(座面)의 접속부에 독자적인 기구를 두었다(그림 6). 추돌 시 상체의 하중이 등받이에 걸리면 등받이 지지부의 에너지 흡수재가 변형되어 받침점이 후방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지지부의 앞쪽의 받침점이 위로도 움직인다. 결과적으로 시트가 뒤쪽으로 조금 넘어지도록 하는 구조다. 효과적으로 등받이를 움직여서 두부에 걸리는 충격 에너지를 완화하고자 한 것이다. 시트의 이동량은 후방으로 최대 약 50mm, 등받이가 기울어지는 각도는 최대 약 15도이다. 등받이는 하중을 받아 시트프레임이 휘기 때문에 실제로는 15도이상 된다고 한다. 재규어 사도 같은 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추돌 전후에 목의 각도를
바꾸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채찍질 증후군 경감 시스템은 추돌 후 작동했으나, 도요다가 렉서스 LS에 채용한 방식은 추돌 전에 작동한다는 점에서 새롭다. 단, 채찍질 증후군을 억제하는 기본적인 생각은 도요타가 97년 12월 발매한 프리우스(Prius)에 도입한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 시트 ‘WIL(Whiplash Injury Lessening) 컨셉트 시트’의 개념을 계승하고 있다(그림 7).
WIL 컨셉트 시트는 추돌 전후에 두부와 흉부의 각도를 가능한 똑같이 유지하여 피해를 경감하는 것이다. 2005년 2월 발매한 신형 ‘Vitz’에서는 이 컨셉트를 진화시켜 새로운 WIL 컨셉트 시트를 도입했다. 헤드레스트의 위치를 높였고 등받이의 시트프레임을 보다 후방으로 배치해 상체가 후방으로 이동했을 때 프레임에 닿기까지의 거리를 길게 했다. 또 등받이와 좌면의 접속 기구의 강성을 높여 등받이가 상체의 하중을 받았을 때 시트가 잘 기울지 않도록 했다. 도요타는 지금까지의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도입하지 않고 새로운 WIL 컨셉트 시트로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에 대응하는 방침을 취하고 있다. 단, 운전자마다 운전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채찍질 증후군 피해 대책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편 지난 7월 도요타는 WIL 컨셉트 시트를 더욱 발전시킨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발표했다. 이 헤드레스트는 후방 추돌 시 운전자의 허리가 좌석에 내장된 하부 유닛(lower unit)을 눌러 케이블을 통해 헤드레스트 하부의 상부 유닛(upper unit)에 전해져 헤드레스트가 100분의 3초만에 위쪽으로 30mm, 전방으로 25mm 이동하여 두부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한다. 운전자의 체격이나 자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도요타 자체 시험에 따르면, 목 부상을 기존 WIL 컨셉트 시트에 비해 경부 장해 평가 지표를 10∼20% 정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도요타는 이번에 개발한 헤드레스트를 출시 예정인 자동차 모델에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충돌 전에 작동
도요타가 도입한 프리크래시 인텔리전트 헤드레스트는 프리크래시 세이프티 시스템의 한 기능으로 작동한다. 우선 밀리파 레이더로 후방의 장해물(차량)을 감지하고 추돌을 피할 수 없다고 시스템이 판단하면 추돌 약 1초 전에 헤드레스트 내의 모터가 작동하여 헤드레스트를 전방으로 움직인다(그림 8).
헤드레스트에는 정전용량센서가 있어서 두부와의 거리가 약 5mm 지점에서 헤드레스트를 정지한다. 헤드레스트의 최대 이동량은 전방으로 60mm, 위로 30mm, 그리고 최대 이동시간은 약 1초다. 추돌 1초 전에 시스템을 작동할 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DC 브러시리스 모터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이 헤드레스트는 추돌을 예측해서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아슬아슬하게 추돌을 피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도요타는 아슬아슬하게 추돌을 피할 수 있는 경우, 시스템이 작동해서 헤드레스트가 두부에 맞으면 운전자의 시계를 차단하거나 두부에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센서로 두부의 위치를 검출해서 두부 가까이에서 멈추도록 했다.
각사는 렉서스 LS와 같은 새로운 방식에 가능성을 찾고 있으며 채찍질 증후군의 원인은 현재로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더미(인형)나 시뮬레이션에 의한 충돌 계획에 그치고 있고, 실제 인체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상해를 입는지에 대한 규명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원인 규명이나 EuroNCAP 등이 도입하는 시험ㆍ평가방법에 따라서는 각사의 채찍질 증후군 경감기구의 방향성이 크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
채찍질 증후군을 방지하는 미래
채찍질 증후군 사고의 피해자는 교통사고의 부상자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사나 업계 단체는 사망사고ㆍ중상사고를 경감하는 대책을 중시해 왔으나, 최근 들어 이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에 대해서도 대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강화되고 있는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 대처 배경에는 법규 도입이나 어세스먼트의 평가가 영향을 주었다. 일본과 유럽보다 앞서 법제화한 미국에서는 시트의 안전성을 높여 채찍질 증후군 피해를 방지하는 FMVSS202a가 2008년 9월부터 발효된다. 거대한 시장인 미국은 많은 메이커가 진출해 있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들의 대응이 필요하다.
업계 단체에 의한 어세스먼트에서도 지금까지는 미국의 보험단체 IIHS나 스웨덴 Folksam 등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채찍질 증후군 대책의 시트를 시험ㆍ평가해 왔다. 향후에는 보다 영향력이 큰 EuroNCAP이나 JNCAP도 시험항목으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EuroNCAP의 평가 포인트가 신차 판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메이커는 어세스먼트의 동향도 놓쳐서는 안된다.
자동차 메이커 각사에서 채찍질 증후군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채찍질 증후군의 피해가 어떻게 진행되어 인간의 어느 부위가 부상을 입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사 모두 대략적으로는 추돌 시 목이 뒤로 이동해서 발생한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그 이상은 오리무중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업계 단체나 메이커마다 채찍질 증후군 피해의 실험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간 형상의 더미나 시험·평가지표가 서로 다르다. 이러한 서로 다른 각사의 채찍질 증후군 대책 지표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EuroNCAP의 동향이다.
현재로서는 EuroNCAP는 시험방법을 공표하진 않았지만 도입을 결정하면 어떤 종류의 더미를 사용하며 어떤 실험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느 부분을 평가 포인트로 할 것인지가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채찍질 증후군을 방지하는 기구로는 헤드레스트가 움직이는 액티브 헤드레스트 방식 이외에 등받이를 움직이는 방식, 통상의 시트로 채찍질 증후군 피해를 방지하는 기구를 갖춘 것 등이 있다. 같은 방식이라도 작동 조작이나 두부와 헤드레스트의 거리 등이 미묘하게 서로 다르다. 앞으로 EuroNCAP에 의한 채찍질 증후군 피해 경감의 평가 도입으로 이러한 기구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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