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EV로 탈출하라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의 가치
2008년 08월호 지면기사  / 글 | 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가까운 미래의 차

미국 등 주요국의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PHEV 개발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상용화 가능성이 불확실한 FCV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카(HEV)에서 일본에 뒤진 이미지를 PHEV로 따라잡으려고 노력 중이고, 정부는 자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 환경문제와 고유가 대응책으로 PHEV를 주목하고 있다.
PHEV는 개발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전기만을 사용하는 EV는 에너지 위기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첫 번째 해결책으로 꼽혔으나 높은 생산비용, 짧은 주행거리, 줄어든 탑승공간의 한계로 멀어졌다. 배터리만을 이용해 달리는 EV와 달리 PHEV는 내연기관과 병행하기 때문에 EV 대비 고용량 배터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PHEV는 운전 중 배터리 전력이 바닥나면 HEV 모드에서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을 사용해 배터리를 재충전할 때까지 주행한다. 이에 따라 차 값도 크게 낮아진다. 5인승 EV 차 값이 10만 달러 가까이 된다면 PHEV는 3~4만 달러면 되고 양산된다면 더욱 값이 내려갈 전망이다.
PHEV는 기존 프리어스나 포드 이스케이프 등 HEV 엔진 시스템 개발에 투여한 10여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파워트레인 조절 방식만 변경해 개발한다. 현재 미국 내 시험운행 중인 차들 대부분은 프리어스와 이스케이프를 개조한 차량이다. 또 장기적으로 고출력 전기 구동 부품을 개발하면 FCV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기 때문에 차량 유지, 연비 면에서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소비전력 1.4~2 kW의 식기세척기 사용과 비교되는 PHEV는 집에서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으며, 연료비는 미국의 심야전기 할인제도가 시행되는 곳의 경우 휘발유를 갤런 당 75센트에 넣는 것과 같다.
그동안 PHEV와 EV 개발에 문제가 됐던 것은 전력 그리드 사용에 따른 전력 부하와 발전시설 증대에 따른 환경문제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력 부하가 심하지 않은 야간에 전지를 충전하는 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의 그리드 인터페이스는 이미 1990년대부터 전기자동차(EV) 개발과정에서 설계와 안정성 연구가 수행돼왔다. 미 에너지국(DOE)은 전력, 자동차 산업체와 PHEV 사용에 따라 추가적인 인터페이스 하드웨어 설치 필요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탁월한 환경개선

PHEV는 양산으로 가솔린에 의한 오염을 줄일 수 있지만 발전소를 통한 공해 배출과 에너지 수급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미국의 발전소 시스템의 절반가량이 구형 화력발전소이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미국 EPRI와 천연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 Defense Council, NRDC)가 나서 2050년까지 PHEV 보급이 크게 확대된다는 가정 하에 ‘전기 운송수단 종합환경 평가’를 연구했다. 2010년에서 2050년까지 다양한 여건에서 PHEV가 온실가스(Green House Gas, GHG) 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 PHEV의 배터리 충전에서 비롯되는 발전소 공해 배출량과 내연엔진 차들의 생산량에 기반한 공해 배출량을 통해 분석했다. 전력 부문은 수력, 화력, 원자력, 풍력 등 다양한 생산방식에서 CO2 배출량을 감안했다(그림 1). 연구결과는 명백하게 총 9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GHG 배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까지 GHG 누적 배출은 PHEV의 보급 수준이 낮고, 지속적으로 발전소의 CO2 배출 수준이 높다는 가정에서도 최소 3,400만 미터 톤(Gt)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전력생산 부문에서 낮은 수준의 CO2가 배출되고, PHEV가 양산됐을 경우엔 1억300만 Gt이 감소했다.
2030년 한 해를 기준으로 PHEV가 대량 보급됐을 경우의 대기오염도도 분석했다. 이 연구는 PHEV가 시장에 진출 못했을 경우와 PHEV가 전체 신차 판매의 50%를 점유하고 40%가 도로를 점유한다고 가정해 U.S Enviromental Protection Agency`s Community Multiscale Air Quality (CMAQ) 모델을 기반으로 비교했다. 결과는 미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PHEV 운행이 늘수록 점진적으로 대기오염도가 개선되고 아황산가스, 산화질소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의 다양한 오염 물질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EPRI는 이 연구를 통해 EV가 공해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가설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선언했다.


석유대체 효과

PHEV 등 친환경 자동차는 메이커들 간의 이미지 우열을 가릴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전방위 산업에 파급효과가 크다. 지식경제부 김창규 수송시스템산업 과장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산업의 국민경제 비중은 10% 정도이며, 종사자들은 3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파급 영역은 자동차 서비스, IT 등 대단히 넓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4월 대기오염, 고유가 대응을 서두르기 위해 경차와 HEV에 LPG 사용을 허용했다. LPG 인프라가 잘 구축된 국내 상황과 업계 HEV 개발 및 기술 현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와 관련 지경부와 산업연구원은 LPG 경차 허용으로 2006년 6%였던 경차 비중이 2015년 16%로 증가하고, 경차 확대로 중대형차 비중이 감소해 2015년이 되면 약 191만 배럴, 1,100억 원 규모의 휘발유 절감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LPG HEV가 양산될 경우 2015년까지 약 506만 배럴, 3,094억 원의 휘발유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PRI는 PHEV 보급이 확대될 때 미국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조사했다. 이 연구는 연방 규제만을 적용한 지역과 주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이나 환경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곳을 구분해 PHEV로의 이행이 지역 재정과 경제, 고용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미시,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전기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마일 당 운행 비용이 현재 가솔린차의 1/3~1/4 수준이기 때문에 차주들의 운행 비용을 크게 줄인다. 차량 운행 비용 감소는 가계는 물론 석유 수입 등으로 낭비되던 지역 재정 및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고용도 창출하는 ‘석유대체 승수효과(The Economic multiplier effect of petroleum displacement)`를 가져오게 된다. 2002년에 DOE가 발표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2010년 미국에서 EV 점유율이 1% 일 때 석유대체 효과는 1,460만 달러(1990년 달러 기준)에 이르고 14,0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고 분석했었다.
EPRI는 2030년에 PHEV가 신차 판매의 50%를 점유하고 40%가 도로를 달린다는 가정 하에 클리블랜드, 오스틴, 버밍엄, 캔사스시티, 뉴웍, 새크라멘토의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검토했다. PHEV 보급에 따른 파급효과는 에너지 가격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전력과 가솔린 가격의 격차를 달리한 4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이 중 두 가지 시나리오는 경제 승수효과를 모델로 지역 석유시장에 의존하던 모든 산업의 석유수요가 줄었을 때와 석유정제 산업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 두 가지 상황을 고려했다. 후자의 경우는 정제회사들이 다른 국내외 시장을 상대로 생산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가정이다. 결과적으로 PHEV로의 이행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플러스 효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가장 낮은 경제효과가 나타난 지역인 버밍엄의 경우 매년 1억8,870만 달러의 경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이 매우 높다는 가정에서는 캔사스시티가 최고치인 연 7억2,140억 달러의 효과를 기록했다. 고용도 에너지 가격이 낮을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증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07년 1월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CO2 배출 감소 규제 강화를 위한  LCFD (Low-Carbon Fuel Standard) 기준을 만들었다. 이는 세계 최초 수송연료에 대한 온실가스 기준으로 석유 대체와 온실가스 저감 연구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를 바탕으로 수송연료의 CO2 집중도를 2020년까지 획기적으로 낮출 방침이다. 현재 각 기관들은 목표 달성을 위한 데이터 수집과 프로세스 단계 설정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은 이 목표에 대해 야심적인 계획이지만 도달할 수 있다고 평하며, 전기 에너지를 적극 활용한다면 가능한 목표라고 전망했다. LCFD는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 연료의 탄소 함유량을 갤런 당 8 kg 수준으로 제한할 것이고, 다른 주들도 LCFD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솔린은 대략 10 kg/gal 정도다. 경제적인 면에서 탄소 배출 거래시장 가치는 갤런 당 20센트인데, PHEV 보급으로 인한 탄소 배출 감소로 전력회사들은 KWh 당 2센트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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