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Plug In Hybrid(혹은 PHEV)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찰해보기로하자. Plug In Hybrid에 대해 생소한 독자도 있겠고 많은 얘기를 들어본 독자도 있겠지만,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조차 Plug In Hybrid에 대해서는 생경한 경우가 있다. 필자는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단의 총괄간사로서 2004년경에 미래형 자동차 성장동력 사업단의 하이브리드 카 분과위에 참여하면서 Plug In Hybrid에 대해 처음 알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Plug In Hybrid를 Full Hybrid와 같은 하나의 “대안” 수준으로 하이브리드 분과에서 신중한 결론을 내었으며, 2004년 차세대전지 산업기술 로드맵(필자가 기획 총괄간사로 작업했다.)에서도 신중한 입장에서 Plug In Hybrid는 일부러 표면상으로 내놓지 않았다.
사실 Hybrid의 장래 모습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에서 정책적으로 Plug In Hybrid를 지원하기로 한 현상황은 방향성이라는 측면에서만큼은 이견이 없게 해준다. 적어도 Plug In Hybrid는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 글에서는 Plug In Hybrid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Full Hybrid와 Plug In Hybrid의 비교를 시작으로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 시스템에 대해 논의하고 접근 관점에 대해 필자의 주관을 제시한다.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으로 부상
이차전지가 비싸다는 식의 가격문제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자동차 부품으로서의 이차전지는 가격문제보다 안전성 문제가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연료전지자동차도 가격보다 선행돼야 할 포인트가 백금 자원의 부존량이듯 말이다.
Full Hybrid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면, 토요타자동차에서 만든 하이브리드로 모터-배터리 파워트레인의 개입이 가장 많은 방식이라고 보면 되겠다. 특히 EV Drive 모드가 가능한 게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구분하는 기준으로 한다면, Full Hybrid는 차량의 종류에 따라 지향할 수 있는 초점을 다르게 잡을 수 있다. 즉 첫째는 에너지 효율(프리어스), 둘째는 성능(GS 450h), 셋째는 정숙성(LS 600Lh)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전에 본 지면을 통해 지적했던 바와 같이 Full Hybrid는 차량에 공급되는 에너지원이 단 한 가지(연료주입구로 공급되는 가솔린)로 구성돼 있다(Full Hybrid의 배터리 시스템을 충전하게 되는 에너지원 자체가 추가적인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이번에도 강조한다). 즉 Full Hybrid 자체는 에너지 양론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연비가 제한돼 있다는 뜻이다. 물론 어떤 전문가들의 논리로 보면, 에너지 창조에 가까운 수준의 연비나 비전을 제시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특히 현재의 토요타 방식의 Full Hybrid는 가솔린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면에서 기존의 가솔린, 디젤 차량과 차이가 없다. 기본적으로 엔진과 모터가 발현할 수 있는(모터의 구동 에너지는 회수된 에너지로 충전된 배터리의 저장 에너지 등에 기인한다) 에너지 효율을 연비라는 공통 표현법으로 나타냈을 경우에 이론적 한계는 자동차 전문가들에 의해 계산되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기존 자동차의 30~50% 수준의 연비 향상을 제시하고 있다.
Plug In Hybrid의 도입은 전술한 바와 같이 기술적인 배경과 정책적인 면이 적절히 섞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부시 미 대통령의 AEI(Advanced Energy Initiative)에서 부각된 것 중 하나가 Plug In Hybrid였다[클린턴 행정부의 대표적인 연두교서가 NNI (National Nano Initiative)이었다면,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인 연두교서는 AEI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Plug In Hybrid를 에너지 관점으로 접근해 보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사실 2004년 미래형 자동차 사업단에서는 Plug In Hybrid를 감안했지만 내세우지 않았던 것은 오판한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때가 이르며 국내 실정상 우선순위가 낮을 뿐”이라는 지적때문이었다. 시기적인 측면의 시급성에 있어서 정책적인 지원이나 필요성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AEI에서 Plug In Hybrid가 핵심으로 언급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토요타자동차만 하더라도 2004, 2005, 2006년 AABC(Advanced Automo-tive Battery Conference)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토요타자동차조차도 Plug In Hybrid에 대한 접근전략 자체가 ‘불연속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급변한 것이다(한때 토요타자동차는 Plug In Hybrid가 아니라고까지 했다). 이처럼 Plug In Hybrid가 기술적인 면을 떠나 정책적으로 탄력을 받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영종도에서 열린 GS 450h 시승회에서 토요타자동차의 수석엔지니어가 기존의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을 뛰어넘어 가솔린차보다 두 배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가진 차를 발표하겠다는 언급을 했다는데, 그 차가 Plug In Hybrid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방향으로의 하이브리드 카용 엔진 개발을 뜻하는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희망적으로 본다면 필자가 이전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단순히 이차전지 기술을 넘어서 하이브리드 카의 구동계 측의 혁신이기를 기대한다.
진정한 의미의 하이브리드 전용 파워트레인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다. 간혹 자동차 회사의 발표 중에서 엔진, 모터, 트랜스미션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메커니즘의 신형 구동계가 제안되기 시작했다는 것도 하나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Plug In Hybrid와 Full Hybrid
이제 Plug In Hybrid로 집중해보자. Plug In Hybrid와 Full Hybrid의 비교는 단순히 배터리 시스템의 크기가 증가한 형태로 봐야 할 것인가? 다시 말해 변화의 중심엔 배터리 시스템이 있으며 배터리 기술이 Plug In Hybrid 구현의 키를 쥐고 있는 신기술이라고 봐야 하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앞서 Full Hybrid는 자동차에 공급되는 에너지원이 가솔린 혹은 디젤 같은 연료 이외에는 없음을 환기시킨 바 있다. 이런 측면은 Full Hybrid와 Plug In Hybrid의 중요한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Plug In Hybrid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은 Full Hybrid와 달리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Full Hybrid처럼 연료주입구를 통해 공급되는 가솔린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 추가된 충전 단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향후 예측은 쉽지 않지만, 오일 가격이 200달러를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에너지 공급 방식의 이원화(가솔린과 전기충전)는 Plug In Hybrid의 장래를 밝게 한다. 물론 전기충전을 통해 이차전지에 저장된 에너지는 ‘엔진’ 구동계를 구동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으며 자동차 전장 혹은 ‘모터’ 구동계 쪽에 사용되도록 설계돼 있다. 현재 가정용/상업용 전기세를 감안해 봤을 때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점이 Plug In Hybrid의 미래를 밝게 한다(특히, 우리나라의 전기세 체계가 더욱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Plug In Hybrid 자체도 어떤 식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분배할 것인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Plug In Hybrid를 설계할 때의 시점은 도시 통근자들의 일일 평균 이동거리의 통계적 측면에서 접근하였고, 도심 내에서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의 Zero Emission을 구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출발했다. 승용차를 기준으로 했을 때, 미국의 경우에 하루 70~80 km 정도를, 한국의 경우에 45 km 정도를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심 내에서 가다서다가 반복되는 주행 패턴이 포함된 거리가 이정도라는 것은 차량에 장착되는 이차전지 시스템의 용량이 미국은 70~80 km 정도의 일일 주행을, 한국은 45 km 정도의 일일 주행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바꿔 말해, 미국은 PHEV-40m 모드, 한국은 PHEV40k 모드이면 상용화에 충분한 Plug In Hybrid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참고로 일본의 경우는 통근자의 일일 주행거리가 20~30 km 정도이다). 물론 EV drive를 수십 km 할 수 있다는 것은 차량에 장착되는 이차전지 시스템의 크기(결국 전지 용량과 비례한다)가 지금의 몇 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Ni-MH 이차전지 시스템은 Plug In Hybrid에 채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Plug In Hybrid에는 리튬계 이차전지를 채용한 이차전지 시스템이 유망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현존하는 이차전지 중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리튬계 이차전지가 Plug In Hybrid의 희망이 될 것인가?
Plug In Hybrid의 희망(?)
이 논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장담하건대, Plug In Hybrid에서 요구하는 전지의 “성능”은 리튬계 이차전지 이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이차전지 산업에서는 1년에 3~5% 정도의 기술 진보만 있어도 대단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산업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집적도’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무어나 황의 법칙을 빌자면 반도체 기술(집적도라는 측면에서 이차전지에 대입하자면 에너지 밀도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은 1년에 70~100% 정도 기술 수준이 올라가는 상황이다. 즉, 이차전지 산업의 발전 속도는 타 산업에 비해 엄청나게 느린 경향이 있다. 마치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라고 표현할 수 있다. 둘째, 한 세기 동안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이차전지 기술은 몇 개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1990년대 초중반은 참 이상한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차전지 기술이 1, 2년 사이 시장에 두 가지나 등장하였고, 세계 이차전지 산업의 30~40%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연축전지도 이차전지의 일종이며 전세계 이차전지 시장의 40~5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행운은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00년대 초중반에는 재현되지 않았다. 그만큼 현실적으로나 통계적으로 두 가지 전지 시스템을 능가하는 신형 이차전지 시스템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튬계 이차전지 기술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를 굳이 구분하는 섬세함은 일단 접어두도록 하자. 두 시스템은 다르다고 하기에는 너무 높은 80~90% 이상의 공통점을 가진 기술이다. 물론 LiFePO4 같은 신형 양극 소재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이차전지 전문가라면 LiFePO4가 전압, 용량 등의 문제로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A123 시스템에서 제안한 것은 이차전지와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울트라커패시터(Ultracapacitor)와의 경쟁이 합리적이다. 하여간 “성능” 측면에서 유일한 대안은 리튬계 이차전지인 것이다.
그럼, 리튬계 이차전지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Plug In Hybrid를 바라봐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즉 Full Hybrid에서는 Ni-MH 이차전지와 리튬계 이차전지라는 두 가지 대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만, Plug In Hybrid는 리튬계 이차전지 말고는 없는 것이다. 어느 날 아이언맨 같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초소형 핵융합 기술같은 신기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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