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V의 불씨
11월이면 토요타가 LA모터쇼에 CNG HEV 캠리를 선보인다. 아직 이 차를 생산라인에 투입할 지에 대해서 결정한 바 없지만 토요타가 천연가스 차(Nature Gas Vehicle, NGV)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거대한 오일 스파이크는 미국시장을 도화선으로 전세계적인 하이브리드 카(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등 친환경차 러시를 이끌었는데, 한 모퉁이에서 NGV의 불씨도 살아나고 있다.
현재 NGV의 보급률은 극히 미미하다. 갤런 당 4달러를 넘나든 유가가 NGV 가치를 격상시켜놨지만 여전히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CNG를 연료로 하는 승용차 생산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미국에는 2억5,000만 대 이상의 가솔린 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고 매달 150만 대가 새로 등록되고 있다. CNG 승용차는 혼다만이 유일하게 미국시장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것도 뉴욕과 캘리포니아 지역에 국한돼 있다. 2007년 현재 미국에는 13만 대의 NGV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는 전체의 0.05%에 해당한다.
보급량은 미미하지만 시장 반응은 꽤 좋다. 천연기념물과 같은 혼다의 CNG 차 Civic GX는 매달 90대 정도 팔리고 있고, 혼다는 이를 두고 “스톡 전시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한다. Civic GX의 차값은 2만5,000달러로 일반 Civic LX의 1만8,155달러, Civic HEV 2만3,550달러보다 오히려 값이 더 나가지만 모두 팔려나가고 있다. 이에 혼다는 Civic GX 연간 생산량을 1,000대에서 내년 2,000대로 끌어 올릴 방침이다.
2020년 80% 점유
올 여름 미국에서 CNG, NGV가 이슈화된 것은 정유계의 전설, BP 캐피탈 창립자 T. 뷴 피켄의 에너지 정책 안에서 비롯됐다. 혼다 Civic GX를 몰고 있는 피켄은 GM과 포드가 NGV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매일 깊은 수렁을 파고 있다. 평생 오일 사업에 종사했지만 연간 70억 달러에 이르는 비용과, 그 중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4차례의 전쟁도 치뤘다”고 말했다. 피켄은 수송수단 연료로 천연가스를 지목하고 있다. 그는 “해외 오일에 대한 갈증 해소를 위해 15~ 20년 후에나 가솔린을 대체할 에너지를 찾지 말고 당장 가능한 CNG를 이용해 수백만 대의 NGV를 양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상당량의 천연가스 부존량을 갖고 있다. 지난해 한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생산수준을 감안할 때 82년간 쓸 수 있는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고, 캐나다의 경우엔 40년은 더 공급할 수 있다. 피켄은 향후 ▶미국 전력생산을 천연가스가 대체하고 20%는 풍력이 담당할 것 ▶미 정부는 새로운 전력전송 라인 구축을 주도할 것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과 정부가 천연가스 차를 필요로 하게 될 것 ▶캘리포니아 주는 가정충전 시스템에 2,000달러, heavy-duty NGV에 5만 달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천연가스자동차협회(IANGV)의 존 라이언 회장은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열린 제11차 천연가스 자동차 세계총회에서 2020년이면 전세계 판매 자동차의 80%인 6,500만 대가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혜택 많은 CNG
NGV는 EV처럼 가솔린 차의 대체가 될 수 있지만 장거리 운행이 힘들고, 결정적으로 CNG 충전소가 매우 부족하다. 혼다 Civic GX의 인기 비결은 뭘까?
일단 연료비가 싸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CNG는 갤런 당 2~2.5달러에 판매된다. 연비는 EPA 기준으로 도시에서 갤런 당 24마일, 고속도로에서 갤런 당 36마일로 일반 Civic과 거의 같지만 휘발류가 평균 3.72달러이니 1달러 이상 싸게 넣는 셈이다. HEV와는 연비 비교가 될 수 없지만 가솔린 가격을 고려하면 대단히 경제적인 셈이다. Civic GX는 일반 모델보다 마력수(113 HP)는 다소 떨어지지만 가속력 등 주행능력에서 운전자가 거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차이가 없다.
CNG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은 친환경 연료이면서 안전성을 지니고 있다. CNG는 탄화수소의 분자수가 적기 때문에 연소 후 배출되는 가스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있다.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가스가 누출돼도 차안에 남아있지 않고 쉽게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캘리포니아를 달리고 있는 몇몇 Civic GX의 꽁무니를 보면 “Reduce foreign dependence & pollution”이란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토요타 HEV 프리어스 차주들이 말했던 구입 이유이기도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HEV 차량의 높은 인기를 견인한 각종 혜택들이 NGV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오히려 HEV 구입 혜택이 사라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HEV에 대한 보조금은 보급이 확대되면서 텍스 크레딧이 바닥나 없어지거나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Civic GX 구입에는 2007년, 2008년형에 한하여 4,000달러의 연방 텍스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 또 가정용 충전 시스템인 ‘Phill’ 구매 보조금으로 연방정부가 1,000달러를 지원하고 있고, 일부 보험할인 혜택도 있다. LA 시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의 4개 도시에서는 무료 미터 파킹도 할 수 있다.
NGV의 결정적인 매력은 카풀 레인 허용 스티커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 고속도로 전용 차선을 탈수 있는 노란색 스티커가 HEV에 자동 발부됐는데, 이 8만5,000장의 스티커가 모두 바닥났다. 중고시장에서 스티커 부착 프리어스가 높은 인기를 구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반해 NGV에 주어지는 스티커는 무한정 발급된다. 혼다의 Civic GX는 회색 스티커를 달고 운전자 혼자서도 카풀 레인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
PHEV, EV의 큰 장점인 ‘집에서 충전’이란 것도 가능하다. 차주가 주택 소유자라면 FuelMaker가 만든 Phill이라는 충전시스템을 가정 가스 라인에 연결해 차고나 집 외벽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1 GGE 당 1.50~2달러면 해결이 된다. Phill 설치 비용은 3,900달러 정도로 대여도 가능하며 할인요금을 적용하는 가스 회사들도 있다.
천연가스 차량 보급이 확대되려면 보조금, 자동차세 감면과 같은 정부의 보급 확대 정책이 지속되고, 충전 인프라 확충 지원이 절대적이다. 토요타가 CNG 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고 하지만, 다른 메이커들의 움직임은 없다. GM 등 자동차 메이커들과 다른 정유사들은 정부에 수소 충전시설 확대를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 여전히 CNG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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